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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패왕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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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시엘.
그가 지키지 못했던 플로렐 공작가와의 언약이 오랜 세월을 흘러
그 후손에게 이어지게 되는 순간 잠들어 있떤 패왕의 피가 다시금 들끓는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2 13:47     조회 : 553     추천 : 0     분량 : 5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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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야?”

 “마법을 시전해놓은 곳의 영상이 지금 비치고 있습니다. …네 필의 말과 사두마차 한 대가 보입니다. 말 위에는 기사 한 명과 병사 셋이 타고 있습니다.”

 난 얼른 흙에다가 카를로스 남작가를 상징하는 방패 문양을 그려 보였다.

 “혹시 마차에 이런 문양이 그려져 있어?”

 “네, 똑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 막 영상이 끊겼습니다.”

 “카를로스 남작이야.”

 곧장 머릿속으로 카오스 나이트들을 불렀다. 그러자 하라드가 대표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로드시여.

 -작전을 시행한다.

 -알겠습니다.

 “좋아. 얼른 가서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루스펠, 텔레포트 마법 시전 가능한가?”

 텔레포트 마법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만큼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다. 루스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람 마법 이외에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비축해두어 가능합니다.”

 “그럼 어서 가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루스펠의 곁에 가서 섰고, 루스펠이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받치고서 시전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곧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야에 존재하던 모든 사물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

 

 카를로스 남작은 플로렐 영지에 접어들며 씨근덕거렸다.

 “감히 10골드를 내놓기는커녕 내 부하들을 반병신 만들어서 돌려보내? 그것도 그 약골 아르젠이 한 짓이라고?”

 카를로스 남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진검 하나 들지 못하는 나약한 녀석이 바로 아르젠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보냈던 부하들이 검을 잘 못 쓴다고 하나 아르젠 한 명에게 대판 깨질 인물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가보면 알겠지.”

 카를로스 남작은 이번 기회에 플로렐 공작 가문을 완전히 무너뜨릴 심산이었다.

 플로렐 영지에 대한 불가침조약이 국왕의 이름으로 내려져 있긴 하나 그것이야 헤럴드 공작을 잘 구슬려서 불가침조약 자체를 백지화시키면 그만이다.

 지금의 국왕은 헤럴드 공작의 말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복수의 칼날을 갈던 카를로스 남작은 차창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던 광경이 갑자기 멈추어버리자 눈을 치떴다.

 “한시가 급한데 뭐하는 짓이야!”

 그는 마부석 쪽의 벽을 손으로 쾅쾅 쳤다.

 “모, 몬스터가…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마부의 겁먹은 외침이 터져 나온 직후, 병사와 기사들이 말에서 내려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뭣이? 몬스터!”

 카를로스 남작은 후다닥 마차에서 내려 정면을 주시했다.

 고블린 3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카를로스 남작은 몬스터의 존재를 확인한 후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버릴 수 있었다.

 “도적 고블린인가? 이놈들이 요새 여행객들의 금품을 강탈한다더니 여기서까지 말썽이군.”

 고블린 3마리 정도야 카를로스 남작이 데리고 온 병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카를로스 남작은 편안한 마음으로 고블린들을 지켜보았다.

 빠르게 달려온 고블린들이 민첩하게 움직이며 손에 쥔 작은 단도를 기사에게 휘둘렀다.

 기사 역시 고블린을 만만하게 보고서는 선공을 피한 뒤 역공을 가하려 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푹!

 “큽!”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고블린의 단검이 교묘하게 틀어지며 기사의 허벅지를 찌른 것이다.

 뒤이어 또 다른 고블린의 단검이 날아들어 오른쪽 어깨에 깊이 틀어박혔다.

 “크윽!”

 기사는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둘렀지만 고블린들은 이를 우습게 피하며 재차 공격을 가해왔다.

 푸푹!

 “커허억!”

 이번에는 왼쪽 어깨와 종아리에 검을 허용하고 말았다. 기사는 결국 검을 놓친 채 그대로 허물어졌다.

 뜻밖의 실력을 자랑하는 고블린들은 이번엔 병사들을 휘몰아쳤다.

 고블린 한 놈이 병사 한 명씩을 맡아 기사에게 했던 것처럼 몸 여기저기에다 단검을 박아 넣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병사들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뭐, 뭐냐? 이놈들은!”

 카를로스 남작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검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대체 고작 고블린 3마리가 어찌 이리 강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 고블린 3마리는 폴리모프한 카오스 나이트들이었다.

 2명은 소드익스퍼트고 1명은 소드마스터니 기사와 병사들을 쉽게 제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너, 너희가 원하는 게 돈이겠지? 이, 있는 대로 내어주겠다! 그러니 그냥 가라!”

 고블린들은 몬스터들 중 유일하게 돈이라는 것을 거래의 매개체로 삼는다.

 그들은 인간들에게서 빼앗은 돈으로 잡아놓은 식량을 교환하거나 무기를 바꾼다.

 물론 골드, 실버, 쿠퍼 등의 정확한 계산은 어렵다. 그저 동전의 개수로 가치를 따질 뿐이다.

 “자, 이게 내, 내가 가진 저, 전부다!”

 카를로스 남작이 허리춤에서 돈주머니를 풀어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푸푸푹!

 일시에 달려든 고블린들이 카를로스 남작의 양쪽 엉덩이와 왼쪽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끄아아아아악!”

 소름 끼치는 고통이 찾아들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슈각! 서걱!

 고블린들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남작의 몸 이곳저곳을 베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남작의 온몸에 크고 작은 검상이 생겨났다.

 하지만 가장 크게 다친 곳은 엉덩이였다. 엉덩이가 화끈거려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내 엉덩이… 커으윽!”

 심하게 피를 흘린 남작은 결국 정신을 놓아버렸고, 그제야 고블린들의 검이 멈추었다.

 “다들 수고했어. 너희는 루스펠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다가 내가 부르면 다시 나타나.”

 언제 나타났는지 아르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젠은 루스펠과 함께였다.

 “잉,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돼요?”

 루시가 투덜거렸다.

 아르젠은 빙그레 웃으며 루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마무리는 확실하게 해야지.”

 “힝! 알겠어요, 주인님.”

 고블린으로 변한 카오스 나이트들과 루스펠은 아르젠의 명대로 멀리 떨어져서 몸을 숨겼다.

 “자아, 언제쯤 깨어나시려나.”

 아르젠이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카를로스 남작을 바라보았다.

 

 ***

 

 “하아아암! 이제 슬슬 깨워볼까?”

 난 카를로스 남작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으… 으으… 으아아악!”

 카를로스 남작은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난 심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남작님, 여기서 왜 이러고 계십니까? 온몸에 상처가 심각하네요. 이대로 두었다간 위험하겠는데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카를로스 남작은 겨우 내 얼굴을 확인하고서 눈을 부릅떴다.

 “아, 아르젠? 플로렐 공작 가문의 아르젠이냐?”

 “그렇습니다.”

 “이, 이노옴! 이게 다 네놈 때문이… 크어억!”

 “이런이런, 너무 소리치지 마십시오. 상처가 다 벌어집니다. 이것 보십시오. 엉덩이에서 다시 피가 솟구치지 않습니까? 어쩌다 이리되셨습니까?”

 “고, 고블린! 도적 고블린 무리에게 당했다! 이런 빌어먹을……. 네, 네놈 가문이 돈만 제대로 지불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을! 크윽!”

 “너무 열 내시지 말라니까 되게 말 안 듣네.”

 “뭐, 뭐라고! 크하학! 흐으으윽!”

 “상처가 심하고 출혈도 장난이 아닙니다. 슬슬 몸이 추워지지 않으세요? 잠도 오시죠? 아무래도 내일 아침 뜨는 해를 보기가 힘들겠군요.”

 “뚜, 뚫린 입이라고 말 막하지… 마라.”

 “심기를 건드렸나요?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를로스 남작을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카를로스 남작이 다급히 물었다.

 “자, 잠깐! 네, 네 허리춤에 달려 있는 그게 무, 무엇이냐?”

 “아, 이거요?”

 “호, 혹시 힐링 포션이냐?”

 “네. 저택 창고를 뒤지다 보니 이게 하나 나오더군요. 아시다시피 우리 가문이 많이 힘들잖아요. 이거라도 팔아서 돈을 좀 마련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내, 내가 사마! 내가 사겠어!”

 난 씩 웃으며 카를로스 남작에게 물었다.

 “얼마에 사실 건데요?”

 “3골드! 3골드 쳐주마! 힐링 포션의 시가보다 두 배 더 쳐주는 것이니 미련 없을 테지!”

 “싫습니다.”

 “시, 싫다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 크윽!”

 “아, 물론 힐링 포션값은 그 정도면 괜찮지만, 남작님의 목숨값으로는 더 지불하셔야겠는데요.”

 “이, 이놈이… 끝까지! 크어억!”

 “안 되겠으면 그냥 가보도록 하지요.”

 “아, 아니다. 그래, 얼마를 원하느냐?”

 “100골드.”

 “뭐, 뭣이!”

 “목숨값이 그 정도면 싼 편이라 생각합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가문에 받을 돈이 있다 하셨죠? 그게 한 10골드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그 돈 안 받는 조건으로 90골드에 이 힐링 포션을 내어드리지요.”

 “이런 날도둑놈이… 크허허헉!”

 “그냥 갈까요?”

 카를로스 남작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아, 알겠다. 내가 당장은 90골드가 없으니 나중에 주마. 어서 힐링 포션을 다오.”

 “말로는 누가 약속 못합니까? 혹시 종이랑 펜 가지고 계신가요?”

 “이 약아 빠진 놈! 크윽… 마, 마차 안에 있다.”

 나는 마차 안에서 종이와 잉크 먹인 펜을 찾아 가져왔다,

 “여기에다가 저희 가문이 빚진 돈을 모두 갚았다는 내용과 90골드를 빚졌으며, 그 90골드에 대한 이자는 하루에 갑절로 불어난다라는 글을 짧게 써주시지요.”

 “하, 하루에 갑절? 그럼 이틀이면 180골드고 사흘이면 360골드가 되잖아! 그게 말이 되느냐!”

 “5골드가 석 달 만에 10골드 된 건 말이 되구요?”

 “이런 빌어먹을 놈이! 그, 그래. 내가 그렇게 하마. 할 테니 어서 힐링 포션을 내다오.”

 “글부터 써달라니까요.”

 “지금 내 몸이 이 모양인데 어찌 글을 쓰란 말이냐? 상처부터 치료하면 글을 써주겠다.”

 “못 믿겠습니다.”

 “크윽! …알겠다. 써주마.”

 난 카를로스 남작을 일으켜 앉혔다.

 남작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겨우 종이에 두 줄 정도의 글을 써넣었다.

 내용은 우리 가문에 빌려 주었던 5골드와 그에 따른 이자를 모두 청산했다는 증명서와 90골드를 되레 빚졌으며, 하루마다 갑절의 이자로 계산한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 걸린 계약서였다.

 난 남작의 반지에 박혀 있는 인장을 그가 흘린 피에 적신 후 종이에 찍었다.

 “이것으로 카를로스 남작가와 플로렐 공작가 사이의 채무 관계는 반대 입장이 되었습니다. 인정하시죠?”

 “알았으니 어서 힐링 포션을…….”

 더 시간 끌다가는 진짜 죽겠군.

 난 힐링 포션의 뚜껑을 열어 남작의 상처에 뿌려 주었다. 힐링 포션이 닿은 상처들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남작님, 아무래도 바지 좀 벗으셔야겠네요.”

 “바, 바지를? 왜!”

 “엉덩이에 난 상처가 가장 큽니다. 이대로는 힐링 포션을 제대로 바를 수가 없어요. 벗어보시죠.”

 “시, 싫다! 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리 다오!”

 “글 몇 자도 겨우 썼으면서 바지는 어떻게 벗고 이걸 바르시게요? 거기다 엉덩이 살이 너무 찌셔서 남작님 손이 안 닿습니다. 그래도 억지 부리시겠다면 전 모릅니다. 엉덩이에 피딱지 말라붙은 시체가 돼도 말이죠.”

 “제기랄! 크으… 벗겨라…….”

 자식이, 그래도 자존심 지킨다고 명령조로 얘기하네.

 난 남작의 바지를 홀랑 벗겼다.

 그러자 피를 울컥거리며 쏟아내는 엉덩이와 그 밑으로 작은… 아주아주 작아서 지렁이라고 착각할 만한 무언가가 드러났다.

 …카를로스 남작 부인이 외도가 심하다 하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군. 그래서 바지 벗는 걸 싫어했나?

 “뭐, 뭘 보냐!”

 “보긴 뭘 봅니까.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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