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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이름, 용사
작가 :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9.10.25

용사, 오백 년 만에 눈을 뜨다.

 
그 이름, 그레이스 하이룽호른
작성일 : 19-11-01 21:05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3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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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을 흐릉달까지 데려다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하지만 용사는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하루, 그것이 용사가 청년을 위해 쓸 수 있었던 시간의 마니노선이었다. 시간에 쫓기지는 않는다. 다만 늦으면 늦을수록 인류가 고통 받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나아간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사막화된 숲을 지나고 언데드가 들끓는 평야를 돌파한다. 그렇게 두 달이 흘러, 용사는 그레이스가 알려준 첫 번째 도서관에 도착했다. 성 안드레아스 도서관. 흐릉달로 이어지던 순례길, 그 중간관문 역할을 하던 기점도시에 위치한 도서관이다.

 

  무너진 신상神像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내부가 모습을 보인다. 빼곡하던 책장은 하나 같이 덩굴에 뒤덮여 있다. 다시 한 번 장서를 보존해준 그레이스에게 감사를 보내며, 용사는 2층으로 간다.

 

  ‘500권 정도 되네.’

 

  커다란 신전이 있던 도시답게 다양하게 구성된 도서 묶음이 선반에 가득 들어 있었다. 상태는 양호한 편이나 역시, 보풀이 심하게 일어나 있고 책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이 가득하다. 이대로 가져가면 찢어질 게 뻔해서 용사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다행히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잉크고 종이다.

 

  ‘잉크와 종이는 이거면 충분해.’

 

  굳은 잉크는 불에 녹이면 쓸 수 있고, 종이는 갱지로 만들어 엮기만 해도 책이 된다. 필요한 도구는 먼지가 쌓이고 오래되었을지언정 상태는 비교적 멀쩡해서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태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것은 끈기의 싸움. 그레이스가 모아놓은 책을 전부 합치면 2000~3000권 정도 될 테고, 용사는 거기서 상태가 안 좋고 필요한 책을 골라내 책을 필사해야 한다. 책은 그야말로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힐류브리트어 교본, 농경법의 기초, 야금술과 연금 등의 대장장이 기술, 직물 짜는 법, 건축기술, 채집기술, 가축을 길들이는 법부터 해서 도축까지. 이 밖에도 인간의 삶에 필요한 모든 지식의 총류가 이곳에 있었다.

 

  용사는 우선 책을 분류한다. 그리고 도저히 옮길 수 없겠다 싶은 것만 따로 골라내 필사를 시작한다. 은접시에 잉크를 녹이고, 망가진 종이로 갱지를 만든다. 필요한 재료는 도서관에 전부 갖춰져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용사는 깃펜을 들고 하나 둘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 그 이름, 그레이스 하이룽호른

 

  그레이스는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린다. 언데드를 피해 달아난 곳에서 시작된 새로운 생활. 마을은 번창하고 그의 일족은 대농이 되어 풍족한 삶을 살았다. 그때 나타난 괴물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레이스는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던 손자를 잃었을 때, 그는 더 이상 혈연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후손이 아직도 어딘가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일부러라도 찾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보다 더 아프다. 차마 그 괴로움을 다시 겪을 용기가 나지 않아 사람과의 인연을 끊은 그는, 다시금 소중한 존재를 만들고 말았다.

 

  밭일에 축사 일에 역사 연표를 정리하는 일까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 동원해 흐릉달을 가꾸어나가던 그에게 맡겨진 것은 아이리스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여자아이다. 낳아준 부모에게 버림받아 그가 살던 초막 앞에 버려진 아이를 그레이스는 받아들였다. 그 아이는 그야말로 해님 같았다.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태양 대신 나타난, 마음을 밝게 비추는 작은 태양이었다. 그 아이가 한 번 웃어주면 걱정과 후회는 깡그리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수백 년만에 품에 안아본 작은 온기는 정말로 따뜻했다. 그레이스는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그만큼 소중한 보물이었다.

 

  ↓

 

  클로버를 심은 지 세 달이 지났다. 농경지는 어느 정도 지력을 회복했고, 토질의 상태를 확인한 그레이스는 작물을 심을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필요한 작물의 종자를 찾기 위해서 외출할 채비를 갖춘 그는, 마지막으로 포대를 두르고 아이리스를 안았다.

 

  “자, 그럼 가자꾸나, 아이리스.”

 

  “아부부, 아바부바부. 에부!”

 

  품에 안긴 아이리스는 기분이 좋아서 연신 옹알이를 했다. 그 모습에 그레이스는 쓴웃음이 나왔다. 솔직한 심정으로야 아이리스를 위험한 바깥에 데려나가고 싶지 않았다. 날이 추우니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밖은 갓난아이에게 좋지 않은 게 너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아이를 핑계로 파종을 안 한 지 어언 한 달. 지금을 놓치면 올 가을 농사는 물 건너가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가 소중하다 한들 일의 우선순위를 모를 정도로 그레이스는 우둔하지 않았다.

 

  “이 나이가 되어서 애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

 

  포대는 두터워서 굉장히 따뜻했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와 천기저귀를 마저 확인한 그레이스는 초막의 문을 열었다. 햇빛이 내리쬐지 않는 가을 날씨는 정말로 사늘했다. 이런 날씨라면 겨울작물의 씨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레이스가 찾는 작물은 두 가지로 순무와 보리다. 둘 다 저장이 용이하고 가을 막바지에 심어서 봄에 먹을 수 있는 작물이다. 작물로 키우기 위해 개량한 종자라면 더 좋을 테지만, 흐릉달 근처에 살아있는 개량종은 없었다. 결국 야생종을 찾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는 조사 끝에 평야에서 두 가지 작물의 야생종을 찾을 수 있었다. 미리 점찍어둔 곳에 가서 재빠르게 씨만 훑어 가지고 초막으로 돌아온다. 아이리스 때문이라도 바깥 활동을 오래 할 순 없었으니까.

 

  그레이스는 가지고 온 씨앗에서 잡초씨를 골라내고 나머지를 자루에 담아 밭으로 가져갔다. 틈틈이 엎은 땅은 속까지 부드러워서 파종하기에 딱 좋은 상태였다.

 

  ‘사포식농법은 정말 오랜만인걸.’

 

  거름이 충분하지 않으니 지력을 온존하기 위해 그레이스는 사포식농법을 선택했다.

 

  ‘우선 농경지를 사등분 하고.’

 

  그것은 밭에 십자로 나 있는 길이 정확히 나눠주었다.

 

  ‘한쪽에는 순무를.’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성문에 가까운 밭에 심는다.

 

  ‘한쪽에는 보리를.’

 

  순무보다 운반이 편리한 보리를 그 옆에 심는다.

 

  ‘건초로 쓸 콩도 조금 심고.’

 

  가축을 길러야 하기에 다른 작물보다도 건초로 쓸 수 있는 콩을 심었다. 씨는 차고 넘칠 만큼 많았고 물론 필요하면 사람이 먹을 수도 있었다. 그걸 반쯤 끝내니 아이리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우유 먹을 시간이구나.”

 

  따뜻한 초막엔 어느새 만들어놓은 벽난로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미리 짜둔 우유를 적당히 데우고 온도를 잰다.

 

  “자, 아이리스. 거의 다 됐어요.”

 

  우유 냄새를 맡은 아이리스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레이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병에 우유를 담고 연한 가죽을 젖꼭지처럼 만들어서 아이의 입에 가져다대었다. 그러자 그것을 쪽쪽 빨아먹으며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그레이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머리를 받친 손으로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는다.

 

  “끅.”

 

  금방 우유를 다 먹은 아이는 그레이스가 등을 두드려주자 귀엽게 트림하고는 금방 또 잠이 들었다. 그는 아쉬운 마음으로 아이리스를 눕히고 못 다 한 일을 마저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씨를 마저 뿌리고 마지막 1/4 남은 땅을 다시 한 번 엎고 휴경지로 남긴다. 이런 식으로 로테이션으로 윤작하면 지력을 낭비하는 일 없이, 가축을 기르면서도 거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어차피 작물은 먹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서 저장성이 뛰어난 보리와 순무를 택한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기르다 보면…….”

 

  아이리스에게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그레이스는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그때 저 멀리 서쪽에서 흐릉달을 향해 걸어오는 언데드를 보았다. 길을 헤매던 청년이 드디어 흐릉달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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