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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11. 거짓 목자 (2)
작성일 : 16-10-10 20:27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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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은 루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앉아서 졸고 있는 병사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병사는 달팽의 존재는 꿈에도 모른 채, 코를 골고 있었다. 달팽은 그의 뒤로 다가가선 루카가 매달려있는 밧줄보다 더 두꺼워 보이는 밧줄을 꺼내, 그대로 병사의 목에 걸었다.

 

 “ 끄윽, 끄으으으윽.. ”

 

 병사는 당황할 겨를조차 없이 손가락을 움찔움찔하더니 축 늘어졌다. 달팽은 일어나 혁대에 묶인 단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휙-. 루카의 몸이 곤두박질쳤다.

 

 “ 가르쳐 준 건 다 국 끓여먹은 모양이구나. ”

 “ 몇 년 만에 본 제자에게 하는 첫 마디가 고작 그겁니까? ”

 

 루카는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달팽을 쳐다보았다. 모히칸 머리, 북슬북슬한 턱수염. 그는 여전했다.

 

 “ 해야 할 일이 있다. ”

 

 달팽은 루카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불빛이 흘러나오는 문틈 사이에 눈을 갖다 대었다. 바깥엔 아무도 없는 듯했다.

 

 “ 하아, 아직 돈 떼인 거 못 받았는데요. ”

 “ 창문을 봐라. ”

 

 루카는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들었다. 창문 사이로 어렴풋이 빛이 새어들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루카는 아연실색했다. 도시는 불바다였다. 시장 주변으로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고 수많은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

 “ 놈이 일을 벌였다. ”

 

 루카는 곰곰이 아까 선지자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큰 일’이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나.

 

 “ 원하는 건요? ”

 “ 볼 파르트는 과거에도 도시를 지배한 적이 있다. 놈은 네멘을 새로운 자신의 첫 도시로 삼을 계획 일게다. ”

 “ 그리고 달팽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알고 있군요. 뜬금없이 몇 년 만에 나타나선. ”

 

 루카의 머릿속엔 엘레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정도 규모의 일이라면 아스파라도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 아무튼, 가야합니다. ”

 “ 당연히 가야지. ”

 

 달팽은 문을 살며시 열었다. 회색 벽에 걸린 횃대에 조그마한 불씨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루카는 조심히 그의 뒤를 따랐다.

 

 “ 어쩌다 그리 된 거냐. ”

 “ 아.. ”

 

 루카는 달팽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으로 시선을 향했다. 괴상하게도 자신이 입은 갑옷은 경갑이었다. 온전히 자신의 것인. 루카는 미간을 찌푸리고 검을 만져보았다. 동부 기사의 것이 아닌 자신이 들고 다니는 검이었다.

 

 “ 이건 또 무슨.. ”

 “ 왜 그러느냐? ”

 “ 아닙니다. 달팽이야 말로 어쩐 일입니까? ”

 

 달팽은 얼굴 표정 하나 조금 바뀌지 않고 답했다.

 

 “ 그저 우연이다. ”

 

 루카와 달팽은 계단을 내려갔다. 현재 루카에겐 엘레나의 안위 확인이 첫 번째 문제였다.

 

 “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

 “ 전부 대의를 위해서다. ”

 

 계단의 아래층에서 여성과 남성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루카는 여성의 목소리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예나. 그녀는 다행히 죽지 않은 듯했다.

 

 “ 어마어마하군. ”

 

 달팽은 눈앞의 남성을 보고 말한 것이 틀림없었다. 루카의 눈에 들어온 남성은 굉장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신장과 튀어나온 배. 남성은 얼굴에도 덕지덕지 살이 쪄 꽤나 추하게 보였다.

 

 “ 무슨 대의를 위한 겁니까! 이게! ”

 “ 넌 이해 못할 거다. 예나.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길임을 알아두거라. ”

 “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완전히 미친놈이었군요. 빌. ”

 

 예나는 아래층의 넓은 방에서 ‘뚱보 빌’의 눈앞에 온몸이 묶여 있었다. 루카는 그녀를 구해야만함을 알고 있었다.

 

 “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달팽. 그녀를 구해야 해요. ”

 “ 어차피 나갈 길도 이 곳뿐이다. ”

 

 루카는 검을 빼들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검을 뽑는 샤앙- 소리는 뚱보 빌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 앙? 이 놈 자식이 어떻게 탈출 한 거야. ”

 “ 알렉시스 경! ”

 “ 좀만 기다리시오. 예나. ”

 

 뚱보 빌은 자신의 허리춤에 묶인 손도끼를 빼들었다. 뚱보는 팔을 쫙 벌리는 것이 루카에게 압박감을 주려하는 것 같았으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루카는 검을 내질렀다. 뚱보 역시 도끼를 우 상단에서 좌 하단으로 찍어 내렸으나 루카는 바람처럼 도끼를 지나쳐 그대로 뚱보의 배에 검을 꽂아 넣었다.

 

 - 푸직

 

 “ 으갸악! ”

 

 뚱보는 요란하게 소리 지르며 자신의 배에 검을 박아 넣고 있는 루카의 머리통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루카는 순식간에 검을 다시 빼고 왼쪽으로 회전해 뚱보의 왼쪽 다리를 베었다.

 

 “ 아아아악! ”

 “ 멍청한 놈. ”

 

 뚱보의 다리에서 피가 솟구쳤고 그는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루카는 검의 흐름을 그대로 살려 뚱보의 몸통 이곳저곳을 타격했다. 뺨을 때리는 것만 같은 찰싹찰싹- 소리가 방안을 가득 울렸다. 경갑이기에 가능한 엄청난 속공이었다. 루카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뚱보는 입만 쫙 벌린 채 자신의 몸을 가르는 검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알렉시스 경! ”

 

 거의 루카가 무아지경 상태에 돌입했을 때 그를 멈춰 세운 건 예나의 목소리였다. 루카가 고개를 들자 뚱보는 이미 정신을 잃은 듯 눈동자에 흰자만을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쿵- 뚱보는 묵직한 소음을 내며 바닥으로 넘어갔다.

 

 “ 그쯤 했으면 됐어요! ”

 “ 아.. 알겠소. ”

 

 뚱보는 죽을 것 같진 않았다. 옅은 숨을 내쉬는 것이 충분한 치료를 받는다면 살 수 있을 듯했다. 달팽은 팔짱을 낀 채 루카의 검술을 보곤 콧김을 흥- 하고 뿜었다.

 

 “ 이제 가자꾸나. ”

 “ 아뇨, 일단.. ”

 

 루카는 예나를 꽉 묶고있던 밧줄을 단칼에 베어내렸다. 쫙- 소리가 들렸고, 예나는 앞으로 넘어갔다.

 

 “ 으아. 정말 이게 무슨 일이람. ”

 “ 나도 잘 모르겠소. ”

 

 예나는 잽싸게 일어나, 탁상 위에 놓인 자신의 검을 잡아들었다.

 

 “ 저 분은 누구시죠? ”

 “ 아.. 그.. 있소, 그냥 아는 주정뱅이요. ”

 

 달팽은 이미 건물의 출구를 살짝 열고 밖을 정탐하고 있었다. 밤은 어두웠지만 주변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네멘을 환하게 밝혔다. 병사들이 여러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 반역이다! 반역이 일어났다! ”

 “ 신성 모독자들이다. 모조리 처단하라! ”

 

 루카는 예나를 쳐다보곤 말을 건넸다.

 

 “ 그 종교가 한 건 제대로 했네요. ”

 “ 하아,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

 “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막았어야 했거늘.. ”

 “ 뭐라고요? ”

 “ 일단 도시를 구해야 한다. 어차피 너도 엘레나를 구해야 하지 않느냐. ”

 “ 당연한 소리를.. ”

 

 달팽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종교는 도시의 각계각층으로 침투하여 그 세력을 확장시켰기에 어느 정도 도시 점령은 끝난 상태였다.

 

 “ 이봐, 네멘의 지도자는 누구였나? ”

 “ 어.. 미라레스 군단장이요. 네멘은 군사도시라 특별히 군단장이.. ”

 “ 알겠네, 우린 일단 그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접근해야 한다. ”

 “ 잠시 만요, 달팽. ”

 

 달팽의 말을 끊은 건 루카였다.

 

 “ 저는 가볼 곳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

 

 루카는 사실 이 도시가 어찌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급선무는 엘레나였다.

 

 “ 만약 갔는데 없으면 어쩔 거냐. ”

 “ 예? ”

 “ 네가 사막에서 바늘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다. 적어도 찾을 여건을 만들어 놓아야하지 않겠느냐? ”

 

 루카는 달팽을 쳐다봤다. 그의 강인한 어조는 언제나 루카를 설득시키곤 했다. 어린 시절 객기만 가지고 괴물들에게 덤빌 때도 달팽은 항상 일의 우선순위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 하아, 여전하시네요. 영감님은.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 해야해요. ”

 “ 일단 최대한 그 미라레스라는 자에게 가야한다. 그 자가 볼 파르트의 손에 넘어간다면 일은 정말 좋지 않아. ”

 “ 길을 제가 알아요. 그는 항상 병영에 있곤 했어요. ”

 “ 다행이군, 길을 안내하게. ”

 

 달팽은 지체 없이 문을 걷어찼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수많은 병사들의 고개가 그들로 향해 돌아갔다. ‘바바토’가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은 듯 그들의 사이엔 정식 기사도 있었다. 그는 루카 일행에 검을 뽑아들었다.

 

 “ 신성 모독자들인가? ”

 “ 아니. 거짓 목자다. ”

 

 달팽이 바닥에 침을 투- 뱉고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병사들은 달팽의 말에 흠칫 놀라더니 모조리 검을 뽑아들었다.

 

 “ 거짓 목자다! 여기 거짓 목자가 나타났다! ”

 “ 불경한 놈들! ”

 “ 신의 심판을 받을 차례다. 이 악당들아! ”

 

 루카는 얼이 빠졌다. 악당이라니,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란 말인가. 예나와 루카 역시 검을 뽑았다. 하지만 문제는 숫자였다. 그들은 꽤 상당한 숫자였다. 제압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 제 3보병대 돌격하라! 반란군들을 진압하라! ”

 

 - 부우!

 

 그 때였다. 언덕 위에서 함성 소리와 나팔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루카가 고개를 돌리자 한 무리의 병사들이 언덕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루카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앳된 보이는 목소리와 조금 작은 키. 어제 성문을 막고 있던 램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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