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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동 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0.21

동희는 아버지인 최치원과 5섯살에 생이별을 하고 기생이었던 어머니인 미향의 손에 키워졌다. 그 격변하는 신라말에 태어나 고려초기에 과거급제를 하여 알지도 못했던 강원도로 왔다. 아버지를 찾아보기위한 동희는 자원을 하여 낯 설고 물설은 곳에서 고려 완건의 칙사로 새 고려를 도와 강원도의 김주원왕권을 고려에 이입시키는 역활을 하여 고려 왕으로 부터 신임을 받았다. 그후 최치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동희로 하여금 어머니와 이별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하나뿐인 아들을 먼곳까지 보내주었던 미향은 보부상으로 돈을 모아 아들이 있는 곳으로 왔지만 동희는 아찬의 벼슬은 버리고 스님의길에 들어선다. 알지못하는 마음의 울림에 한번의 반항도 못하고 가족과 어머니를 홀로남겨 두고 산으로 들어간다. 부처의 부름은 그로 하여금 새로운 삶으로 변화시켜 어머니의 마지막가는 길을 도우게 된다.

 
6화
작성일 : 19-11-01 20:50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2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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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소식 전하지 못해 미안하오, 잘 살아주어 고맙소. 그리고 내 아들 동희도 잘 키워주어서 고맙고. 당신을 이렇게 바다에서 만나보니 젊었던 시절이 생각이 나오.”

 미향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온다. 정녕 서방님이 오셨는가? 그러면 이미 돌아가셔서 혼이라도 왔단 말인가. 뒤도 옆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마음의 소리는 또렷이 들리고 있다.

 “나와 같이 있는 것이 예요? 서방님!”

 “옆에 앉아 있소.”

 미향은 옆에 누가 앉아있는 것처럼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거예요?”

 “옷을 벗었지.”

 “옷을 벗다니요?”

 “내 몰골이 너무 초라하여 당신을 멀리하였소. 지금은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요.”

 분명 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의 품에 안겨보고 싶었다. 간절하게 느껴졌다. 무섭다거나.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이 분이 돌아가셨구나.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러 오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로 나가봅시다. 참으로 좋은 날씨구만. 그대와 바다를 한 번 걸어보고 싶었소. 이럴게 만나니 좋은 것을 왜 진즉 우리는 못 만났을까?’

 미향은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을 돌아다보며 웃었다. 그런데 이 기막힌 가슴의 평온과 행복감은? 마치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것 같았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왔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흘러내린다.

 “울지 마오. 우리의 인연은 거기가 끝이었소. 나또한 그 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을 거스를 힘이 내게 없었다는 걸 알아주오. 그러기에 지금까지 외롭고 외로웠지만 부처님 법으로 살았소. 이제 나를 잊고 열심히 살아주기 바라오.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요.”

 “서방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다시 또 버리지 마세요!”

 “가는 길이 다르오. 나는 고향으로 갈 것이요.”

 울었다. 만질 수만 있다면 매달리고 싶었다. 가슴이 평화롭다. 주위가 허허롭다, 눈물도 나지 않는다. ‘정말 가셨는가?’ 해는 중천에 떠 있고 파도 소리가 들린다. 나룻배도 보인다. 얼마나 걸었을까? 강문바닷가에 서 있었다. 웃었다. 또 웃었다. 고무신이 벗겨진다. 모래가 가득 들어가 있다. 신발 두 짝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소나무 숲길로 들어갔다. 바람이 솔잎을 우수수 떨어뜨린다.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안 보인다. 걸음이 빨라진다. 허기가 진다. 그러나 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디를 어떻게 헤매다 왔는지. 머릿속이 하얗다. 새참 때가 다 되어 집에 왔다. 문밖에서 서성이던 며늘아기가 달려와 손을 잡는다.

 “어머니, 어디를 가셨다가 오시는 거예요. 나리께서 정오에 집에 들렀어요.”

 “그랬느냐. 얼른 다녀오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구나. 들어가자.”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에 들린다. 귀가 뻥 뚫렸다. 웃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행랑방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어나 맞이한다.

 “마님, 어디를 가셨다 오십니까? 걱정했습니다.”

 힘없이 그냥 웃었다. 가슴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몸이 가볍다. 외출 나갔다 온 웃옷을 벗어 옷장에 넣었다. 아무런 의식도 감각도 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자리를 펴고 누웠다.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하여 쉬겠다고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라 하였다. 꿈에서라도 또 만나보고 싶어서다. 누군가 불 켜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어디가 편치 않으십니까?”

 아들의 목소리다. 울컥 목이 메어 오는 것을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안다. 그런 추태를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일찍 일어나 잠시 누웠다 일어나려고 하였는데, 벌써 퇴궐하시었소.”

 아들의 얼굴을 쳐다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무슨 볼 일로 혼자 다녀오셨습니까? 집에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럴 일이 좀 있어서 금방 다녀온다는 것이 그만.”

 나랏일이 빠쁘다 보니 어머니 모시고 구경 한번 다녀오지 못했다. 설악산이나 낙산사의 절이 여기서 멀지않은 곳에 있음에도 말이다.

 혹시 부친도 그 곳을 다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과거공부를 할 때 공부가 풀리지 않을 때는 조용히 명상을 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곳에 오고부터는 그러한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자고나면 복잡하고 힘든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어서 나라 행정이 바뀌고 명주 왕실이 왕건에게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관원들은 술렁거렸고 나는 그 속에서 위험마저 느끼며 지내왔다.

 명주 군왕의 손주 김순식의 세력이 군사를 일으켜 왕건의 군사를 몇 번이나 격퇴시키는 것을 보고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딛고 사는 기분으로 살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잘 살았다고 자신에게 칭찬할 때도 있었다. 차츰 왕권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왕건에게서 치하를 받으며 아찬 벼슬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 홍수가 나고 이재민이 생기고 아까운 목숨을 잃어 나라가 온통 슬픔에 잠겨 헤어날 길이 없었지만 지혜를 모아 대처하였던 것이 전국에서 구호미와 구호 물품이 전달되는 바람에 어느 정도 안정의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오늘 하루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하는 마음에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다행스럽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머니는 돌아오셨다. 하루 동안 나랏일 못지않게 걱정이 되었지만 어머니를 믿어주었던 것이다.

 아들을 생각하여 밤 낮 없는 바느질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 같아도 어머니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고 죄스러운 때가 많았다. 부친의 행방을 인편에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벼슬이고 가족이고 버리고 싶은 때도 있었다. 부친이 돌아가셨다면 묘라도 찾고 싶은 것이 자식의 도리인데도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불효가 하늘을 찌르는 죄인이 되었다.

 미향은 아들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대감, 지난 밤 꿈에서 아버지를 뵈었어요.”

 “아버님을요?”

 미향을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아주 젊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아버님은 돌아가셨나 봅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꿈이 너무 생생하여 도저히 집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바람을 쐬고 오려고 바닷가에 가서 놀다 왔지요. 대감도 이제 다 잊고 나랏일에 마음을 쏟으세요. 어미도 그러려고 바닷가에서 다짐하고 돌아왔으니 대감도 그리 하세요. 기운이라고 찾아볼 수 없이 자리를 찾아 누우려 한다.

 너무나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에도 한번 다녀가시지.’ 그리도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저리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부친이 돌아가신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 가닥 희망이 사라졌다. 평생을 가지고 있던 동아줄 같았던 줄이 끊어졌다.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머니가 잡았던 손을 내가 다시 꼭 잡았다.

 ‘저리도 고운 어머니가 무슨 힘으로 사실까?’ 밥 먹을 생각이 없다시며 자리에 눕는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무엇으로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냥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아씨, 왜 이러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약을 드셔야 일어나시지요.”

 평생을 모셔온 어멈은 안절부절이다. 한 번도 낮 시간에 베개를 베고 누워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항시 깨어 있어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분이 갑자기 몸에 힘이라고는 없으니 무슨 연고인지. 아침에 멀리서나마 따라갔었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라고 할 것인데 따라가지 못한 것이 죄스러워 울고 싶은 심정으로 애를 태운다.

 “아씨, 좀 일어나 보세요.”

 “어멈, 며칠만 누워 있다가 일어날 것이니 그냥 내버려 두게.”

 “그래도 미음이라도 조금 드셔야 합니다.”

 어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누워계시는 모습도 흐트러짐이 없다. 하얀 피부와 풀어내린 머리며 옷매무새가 그렇다.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있어 마음이 놓이기는 하다. 왠지 호들갑을 떨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들여갔던 미음은 한 쪽에다 놓고 나왔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미향의 왕성했던 몸에 세포 조직이 그대로 멈추어 있는 것 같았다. 가족이 조용히 들어왔다 조용히 나가기를 3~4일이 되었다. 그나마 퇴궐한 아들이 방으로 들어와 길게 누워있는 미향을 일으켜 안으면 그대로 두었다. 미음도 먹이고 이야기도 하였다.

 “어머니, 여기 가까운 절이 있어요. 거기 가셔서 며칠 묵어 오시겠어요? 스님이 연세도 지긋하시고 불법에 귀의한 지가 오래되었어요. 제가 가끔씩 뵙고 나라의 일을 물어보곤 합니다. 머리도 식힐 겸 며칠 다녀오세요.”

 아들에게 더 걱정을 끼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자신의 목숨을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아들에게 걱정이 되게 할 수는 없었다.

 “어미가 일어날 것이니 너무 마음쓰지 마시오. 대감의 말을 들으니 그 절에 한번 가보고 싶소.”

 아들을 쳐다본다. 아들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머리를 손으로 다듬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고는 팔과 다리와 몸 전체를 마사지로 풀어주었다. 어지럽고 힘이 없다.

 어머니의 애쓰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이튿날 수레에 어머니를 태웠다. 먼저 보현사 주지 스님에게 사람을 보냈다.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는 미향의 고집에 가마꾼과 아들인 나만 동행하기로 하였다.

 가마는 성산면을 지나 가마골로 들어섰다. 가마에 타고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세워서 걸어보고 싶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포기했다.

 나무들은 이제 단풍이 들어 한두 잎씩 바람에 떨어지고 있었다. 할 일이 많지만 마음을 추스르려면 부처님께라도 의지해 보고 싶어 아들이 권하는 대로 집을 떠났다.

 

 [보광리 보현사 낭원대사(통일신라시대 말기 선승)는 보현사를 중창하고 참선도량을 이룩하여 사굴산문의 대표적인 선찰로 만들었다.]

 

 먼 역사로부터 이어온 신라의 고찰 보현사로 가는 길은 마을을 벗어나 산길을 타고 올라간다. 산길 아래로는 깊은 계곡이 이어진다. 크고 작은 바위기 즐비한 보현사 골짜기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조화를 이루고 바위 위로 흐르는 작은 물들은 폭포를 이루어 떨어진다.

 오르막길에 접어들었다. 가마꾼들의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가마 안에까지 들렸다. 미향은 그대로 앉아있을 수가 없어 가마를 세웠다. 그리고 가마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에 당황하여,

 “어머니, 어디가 불편하신 겁니까?”

 “아니요. 여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가야겠소. 가마를 돌려보내고 혼자 올라갈 것이니 대감도 돌아가시오.”

 모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몸도 편치 않으신데 어떻게 혼자 가신다고 하십니까?”

 “아니오.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소. 그러니 대감도 식솔을 데리고 내려가시오.”

 그 말을 어찌 어길 수 있으랴. 하는 수없이 타고 온 말과 가마를 내려보내고 어머니를 부축하며,

 “저도 스님을 만나 뵙고 조언을 구할 것이 있습니다. 저와 올라가시죠.”

 아들 말에 어쩌지 못하고 그러기로 마음먹었다. 아들의 손에 이끌려 언덕길을 올랐다. 처음에는 막막하였는데 점점 올라갈수록 기운이 솟았다. 잠시 섰다가 걷고 하면서 곱게 물든 단풍을 보니 몸이 언제 아팠던가 싶었다. 아들과 둘이서 산에 오르는 것도 처음이고 여유로움도 처음이다.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과 그리움을 잊으려고 밤낮없이 돈 버는 데에만 세월을 보내버린 지금, 남편 대신으로 아들의 손을 잡고 산을 걸어 올라가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어머니와 둘이서 절을 찾아가는 것이 꿈인 것 같습니다. 제가 무심하여 어머니께 불효를 하였습니다.”

 “대감도 잠시 쉬어가라고 부처님이 부르신 건 아닐까요?”

 “그것은 제가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생각해 보면 열심히 살았다. 부처님이 어떤 분이신지도 모르고 살았고 한 번도 부처님 뵌 적이 없이 살았다. 미향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담아 두고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졌다. 절을 찾는 발걸음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최치원을 통해 절을 좋아하게 되었고 마음의 신앙으로 믿고 의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가 세상을 등진 이 시점에 절을 찾게 되다니 최치원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였다.

 보현사 마당에 들어섰다. 둘러보니 지푸라기 하나 땅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주지 스님은 낭원대사였다. 미리 전갈을 받은 상태라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은 신라 서라벌을 두루 돌아다니다 강원도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머나먼 명주군으로 오면서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찾아왔던 절이다. 그러기에 오래도록 친분이 있어 스님을 만날 때마다 속을 털어놓고 스님에게 덕담을 듣는 그런 인연이었다. 그럴 때마다 부친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지만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주로 서라벌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대한 이야기를 하였던 것 같았다.

 지난 밤에 낭원대사는 방에서 참선에 들어 있었다. 손을 모으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눈은 아래로 향해 있었고, 무의 화두 속에는 몸을 관통하는 경계에 들어 있었다. 갑자기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조용한 가운데 옷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절 마당으로 평범한 차림을 한 사람이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같은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법당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낭원대사는 하도 괴이하여 그들의 뒤를 따라 법당으로 들어갔다.

 부처님 바로 앞의 자리는 낭원대사의 자리로 정해져 있기에 누구도 그 자리는 피해 앉았다. 그 중 처음 볼 때는 평범하였는데 다시 보니 9척의 키와 산 같이 큰 몸을 한 사람이 낭원대사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양 옆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이 문이 비좁을 정도로 정돈하여 앉았다. 그리고 9척 거구의 사람이 목탁을 두드리며 천수경을 외우며 밤의 정적을 깨워 산천이 술렁이고 있었다.

 낭원대사는 놀라서 뒤로 한발 물러섰다. 그들은 한 시경까지 기도를 하더니 어느 순간 조용하게 법당이 텅 비어 있었다. 하도 이상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낭원대사가 앉아 공부하는 책상 앞에 법당에 있었던 9척의 몸을 가진 사람이 머리가 천정에 닿을 듯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헉’ 낭원대사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하였다. 호흡을 가다듬어 손님 대접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어디서 오신 손님이십니까.”

 그의 얼굴이 미소로 부드러워지더니 점점 몸이 작아지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신기하여 가까이 가서 마주 앉았다.

 “대사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소. 나는 신라의 백성 최치원이라 하오. 그러나 지금은 지리산에 있기도 하오.”

 낭원대사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신라 왕실에서 방을 붙여가며 찾았던 최치원이라니, ‘여기는 어떻게…?’

 순간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의 뒤를 따라온 많은 사람들은 모두 신들이란 말인가?

 “아, 그 분이십니까? 그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낭원대사는 다음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소이다. 여기는 산세가 깊고 아름다운 곳이군요. 스님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부처님 법은 중생들에게 널리 펴 이롭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지만 어지러운 세상에 산에서 보내는 것이 제일이지요. 스님도 법력이 보통이 넘으십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어떻게 불러야 좋을지?”

 “아무려면 어떻소. 다 같이 한 길에서 만났는데 서로 형제가 아니겠소?”

 낭원대사는 문득 손님에게 차라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앉으시오. 우리 만났으니 법담이나 나눕시다.”

 그러다 문득 선에서 풀렸다.

 ‘참으로 괴이하구나.’ 시간이 한참 지났다. 밖에서 급히 부르는 소리에 상좌스님이 문을 열었다.

 “명주 군수 아찬 대감의 모친께서 이리로 오고 계십니다. 며칠 묵으실 듯하여 먼저 올라왔습니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방이 있으면 깨끗하게 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숨이 차 헐떡거리며 올라온 병사는 그 말만 급히 전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간다. 이제 동안거가 시작되는 계절이기에 겨우내 먹을 것을 마련해 두었지만 귀부인께서 묵어간다니 적지 않은 걱정으로 절 내부가 술렁인다.

 마을이 가깝기는 하지만 겨울동안 눈이 쌓이면 올라오는 사람이 한동안은 없을 것이기에 스님들 공부하기에는 좋은 때이다. 바깥의 소리를 방에서 듣고 있던 낭원대사는 궁금하였다.

 ‘최치원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큰스님께 아뢰고 난 상좌스님은 마당을 쓸고 빈 방에 불을 지피고 이부자리를 갖다놓는다. 한참을 분주하게 바빴다. 새참 때가 다 되어서야 마당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들은 조용히 법당으로 들어왔다. 낭원대사는 그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밤에 있었던 일들이 범상치 않아서다.

 “낭원대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어이구, 나랏일이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의 모친이십니다.”

 미향은 올라오는 동안 이미 몸이 회복되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낭원대사는 미향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면서도 눈은 옆에 있는 나를 살폈다.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면서 아찬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쳐 놀랐다. ‘최치원이다!’ 하마터면 소리가 밖으로 나올 뻔하였다. 마음을 수습하여 그들을 안내해 방으로 들어왔다.

 “모친께서 요즘 기력이 떨어져서 식사를 통 못하십니다. 스님을 뵈옵고 좋은 말씀이라도 들으시면 쾌차하실 것 같아서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스님께서 불편하시겠지만 며칠간 절에서 수양 겸 몸을 추스를 때까지만 여기 있게 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불편하다니요. 걱정 마시고 푹 쉬었다 가십시오.”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향은 절을 찾은 것이 처음이고 스님 방에 들어온 것도 처음이다. 지난날 기방을 할 때도 스님은 만나보지 못했었다. 낭원 스님도 얼핏 최치원의 나이와 비슷할 것 같았다. 미향은 스스럼없이 스님과 마주앉았다.

 신라의 여장부로서 무역을 할 때 늘 남자들만 상대하였지만 길지 않은 이 곳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았다. 감옥 아닌 감옥 생활 같았다.

 ‘이재민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큰 무역을 하던 배포가 어디 가겠는가. 그런 미향이 생각지도 못했던 최치원을 만나면서 살아갈 의욕을 상실하여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낭원대사도 신라시대에 당에 들어가 화엄경 공부를 하고 신라에 돌아와 한때 왕실의 녹을 받기도 하였다. 그 때는 나라가 기울어 민심이 흉흉하여 있었다. 이미 고려왕권이 시작되었을 때다. 경순왕 9년에 ‘신라’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고려’라는 새 나라가 시작되었다. 그 시기에 낭원 스님은 낭원대사의 칭호를 받았지만 더 이상 신라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이 곳 보현사로 와 지금까지 산에서 내려오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그 무렵 최치원을 찾는 방이 벽마다 붙어 있었지만 찾을 길이 없었고 신라 왕실은 막을 내렸다.

 “대감께서 올라오실 때마다 어머니 걱정을 하시더니, 보살님은 여기로 아주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들 손주와 같이 있고 싶어 여기로 내려오셨습니다.”

 “큰 사업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은 어찌하시고?”

 낭원 스님은 미향을 쳐다본다. 그 미모에 눈을 마주 쳐다볼 수가 없다. 어찌 저리 고울 수가! 보기 드문 미인이로구나. 가슴이 뛰었다. ‘허, 이 무슨 변고로고?’ 하며 생각해 본다. 이 부인이 최치원의 부인이란 말인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라 물어 보기로 하였다.

 “신라에 오래 사셨으면 최치원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깜짝 놀랐다. 그 이름을 안단 말인가. 누군들 모르겠는가마는 갑자기 낭원대사의 입에서 듣고 보니 미향은 주책없이 눈시울이 붉어진다. ‘혹시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쳐다보았다. 그간 자주 올라 왔었다면서 부친의 행방을 물어보지 않았단 말인가. 왜 그랬을까? 그 속을 알지 못하여 선뜻 낭원대사에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스님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그 분을 아십니까?”

 “만난 적은 없지만 신라 왕실에서 찾는다는 벽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향은 가슴이 콩닥거린다.

 왜 하필 서방님 이름을 물었을까? 그이가 여기에도 다녀가셨을까? 그 인연으로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감이 그 분의 아들 김동희입니다.”

 “옛! 그 분의 아들이라구요?”

 어머니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는 놀랐다. ‘지금까지도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던 아버지를 그리 쉽게 말씀해 버리시다니’ 몸 둘 바를 몰랐다.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닌데 물건을 훔치다 들킨 기분이다.

 “어머니.”

 갑자기 낭원 스님이 일어나 그들에게 삼배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앉아있던 우리도 일어나 당황하여 절을 하였다.

 “대감은 왜 진즉 아버님의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까. 소승이 알았다면 백방으로라도 찾아보았을 걸. 가족들이 이리 가까이 계셨는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선을 하다가 그 분을 만났습니다. 여기에 오셨다 가셨습니다. 최치원이라고 이름을 대며 전국을 구경 다닌다면서 법당에 들렀다가 저의 방에도 들어와 웃으며 대화도 나누었답니다. 하도 신기하여 대감을 보는 순간 나리의 얼굴이 그 분과 꼭 닮아서 얼마나 놀랐는지 그 분이 보살님을 잘 보살펴드리라고 다녀가신 것 같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왔었습니다. 아마 지리산 산신이 되신 것 같았습니다. 지리산에 산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무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하였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서둘러 따로 마련한 방으로 모셨다. 챙겨온 먹을 것을 상좌스님께 드렸다. 넉넉하게 싸왔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할 일이 많은 관계로 하룻밤을 자고 어머니와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나왔다. 골에서 내려온 바람이 마당 한 귀퉁이를 맴돌다 사라진다.

 “어머니를 부탁드립니다. 스님 몸조리 잘하고 계세요. 다시 올라오겠습니다.”

 보현사를 내려오면서 아버지 생각에 골몰해 어떻게 내려왔는지 어느새 성산 큰길에 닿았다. 아들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서 있었던 어머니 모습이 슬퍼보였다. ‘툴툴 털고 일어나셔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명주군 관아에 도착하였다.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였다. 우선 강 넓이는 얼마를 잡을 것인지, 둑방을 만들려면 바닥을 얼마를 파 올려야 할 것인지, 사람들의 일거리를 어떻게 분배하여야 할 것인지, 어느 쪽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래 바다 쪽부터 공사의 틀을 잡고 이행해야 할 것인지 등등…. 문건은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관리들과 공론을 모아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계획이 짜여 있어야 하겠기에 머리를 짜내어 문건을 작성하여야 했다.

 

 5개년 계획의 문건

 북쪽에서 남쪽으로 물길을 돌리는 데 중요한 요건.

 ‘강원도 명주군은 해마다 물난리를 겪고 살았다. 가산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수재민이 해마다 늘어나 살림은 궁핍하고 살아가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으므로 어떻게 하면 수해를 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북쪽의 물길을 남쪽으로 옮기려는 5개년 계획을 실행하고자 하여 이 문건을 역사에 남기고자 한다.

 1) 물 길이는 성산에서 안목까지.

 2) 물길의 총 길이는 12~16킬로의 거리로 할 것.

 3) 강의 총 넓이는 2.5킬로의 거리.

 4) 흙과 자갈, 모래를 퍼올릴 물 깊이는 20미터 정도.

 5) 총 공사 기간은 되도록 빨리. 2년을 넘기지 않음.

 6) 공사에 쓰이는 도구.

 7) 나무로 짠 네모난 상자.

 8) 나무로 짠 상자 안에 가득 흙과 자갈과 모래를 채우는 조건.

 9) 매일 공사 시간을 철저히 지킬 것.

 10) 공사에 쓰이는 쟁기는 스스로 챙겨올 것.

 11) 공사에 대한 노임의 대가는 쌀이나 돈으로 지불하지만 5일 단위로 줌.

 

 이렇게 쓴 문건 용지를 모인 관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지 손을 들고 말하라 하였다. 이십 여 명이 문건 하나하나를 살펴봤다. 아무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조용히 검토하던 한 관리가 손을 들었다.

 “대감, 다른 이의는 없는데, 5번의 문건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길 넓이만도 2년 동안 흙을 퍼올리기에 시간이 부족할 텐데 양쪽 둑을 쌓아 올리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큰 공사이고 새 왕권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시하므로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관에서는 군사들을 동원해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중책입니다. 중앙의 정책이 우리 명주군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완벽한 사업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천만년을 자연의 훼손 없이 대대손손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사업이기에 우리의 책무가 막중합니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은 대단한 것입니다. 막중하고 중대한 사업을 허술하게 행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사업계획을 2년이란 촉박한 시간으로 잡은 것은, 우선 물길을 돌려 물이 내려가게 하는 목적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강의 넓이를 넓게 잡았습니다. 둑은 그 다음에 쌓아올려도 되지만 물을 받을 자리가 준비되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선 물길을 완전히 돌려놓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강 폭만 넓게 해 놓는다면 비가 많이 와도 비를 받아 바다로 내려보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하여 2년으로 하였습니다. 사업 명을 5개년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공사의 마무리는 5년입니다.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역이 홍수 피해가 없는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첫 시도이다. 그러한 일에 우리 강원도가 앞장서게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 주장에 못을 박는 일이기도 하였다. 명주군 일대를 새로운 개혁의 고장으로 만들려면 누구보다도 관아에서부터 철저하게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아무런 이의도 나오지 않았다. 강력한 뚝심 없이는 이러한 커다란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시행될 공사에 쓸 나무 상자를 짜는 데 군사를 동원하여서라도 속히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네모난 나무상자 하나씩 분배하여 서로 가지려는 분쟁이 없도록 번호를 써서 기억하려면 편리할 것입니다.

 어머니가 없는 집안은 텅 빈 집 같았다. 행랑채에 들렀다. 재봉틀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오늘도 하루종일 꿰매고 박아서 만든 옷들을 놓고 실밥을 뜯고 있는 사람, 다된 옷을 정리하여 한 쪽으로 차곡차곡 쌓아놓는 사람 등 분주한 하루가 가고 있었다.

 “어머나! 나으리 나오셨습니까?”

 그들은 주인인 미향이 없어도 하던 일을 성실히 잘하고 있었다.

 “아씨의 용태는 어떠십니까?”

 어멈의 질문에 모두들 귀를 세우고 있었다.

 “걱정들 말아요 곧 쾌차하셔서 내려오실 것이니. 그리고 마님이 안 계시더라도 하고 있는 일을 차질없이 해달라는 말씀이 계셨으니 그 뜻을 따라 이행해주기 바라네.”

 절에서 내려올 때 당부하신 대로 집안의 일을 살펴야 했다. 안채에 들러 절에 다녀왔음을 알리고 사랑으로 들어갔다. 부인이 따라들어 오며 웃옷을 받아 챙겼다.

 나랏일이 너무 바쁜 가운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부인이 알아서 잘 해주기에 고마웠다.

 “어머님은 어떠세요? 걱정이 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습니다.”

 “어머님은 괜찮을 것이요, 잠시 쉬어가라고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소.”

 항상 부인에게 따뜻하지 못한 자신을 알기에 오늘 대화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최달호와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내 지위가 위에 있으므로 달호는 항상 깍듯이 존중하며 챙겨주었다. 명절 때도 그렇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찾아와 외롭지 않게 동무해 주었다.

 주막에서 달호와 둘이 막걸리를 몇병 마시고 기분이 좋았다. 자기 집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잊지 않고 늘 챙겨주는 것이 고마워 그의 뜻을 따랐다. 방 안에 들어서니 아주 잘 정돈되어 있었다. 명주군에 오고서 남의 집을 방문하기는 처음이었다. 서라벌에 있을 때에도 친한 벗이 없었기에 어느 집에 친히 들어가 밥 한 끼 얻어먹어보지 못했다. 그러한 성격 때문에 술이 들어가도 흐트러짐은 없었지만 그 날은 마음이 넉넉하여 그 곳까지 가게 되었다.

 “제가 잠시 안채에 들렀다가 나오겠습니다. 대감, 편안하게 앉아 계십시오.”

 최달호는 안채로 들어갔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방으로 들어왔다.

 “제가 이래봬도 먹여 살릴 가족이 여럿입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려서 장가를 들었지 뭡니까. 대감께서 머나먼 강원도로 오셔서 외로워하는 것이 마음에 안되어 보였습니다. 서라벌에서 강원도로 부임 받아 오실 때 대관령 주막에서 처음 만났지요? 그 때부터 저는 대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초행에 외롭고 무서워 걱정이 많았는데 누구도 말 한 마디 걸어오는 사람이 없던 차에 정말 반갑더라구요.”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소녀가 들어왔다. 머리를 곱게 묶어 땋아 내리고 머리 끝에 빨간 댕기를 맨 소녀는 내 앞에서 나비처럼 절을 하였다. 당황하여 엉거주춤 서 있는데 달호가 딸의 손을 잡아쥐고 내 옆의 자리에 앉게 하고는,

 “제 여식입니다. 제가 볼 때는 매우 영리한 아이인 것 같아 대감에게 인사를 시켰습니다. 갑자기 놀라셨을 줄 압니다. 어여삐 보아주십시오.”

 먹었던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아직 여인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자리가 안정되면 부친의 소식을 찾아 돌아다닐 생각뿐이었다.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라 나도 모르게 정면으로 그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버지 옆에 앉아서 반쯤 고개를 숙이고 얼굴에 홍조를 띠고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저리 큰 따님이 계셨습니까? 참으로 결혼을 일찍하셨나 봅니다.”

 그리 말은 하였지만 가슴이 콩닥거리고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는 달호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한 일이 있고부터 달호는 딸과 나 사이에서 중매 역할이 시작되었다. 술자리로 유인하여 집으로 데려가는 상황이 철저히 계획되고 있었다. 그렇게 맺어져 자식 남매를 낳았다.

 나랏일을 핑계로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떠돌이처럼 바삐 살았다. 어머니가 오시면서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학산과 어단리 사이에 습지 조성을 할 곳에 몇몇 관리들과 시찰을 나왔다. 한 쪽으로 쓰러질 듯 서 있는 위태로운 오두막들이 많았다. 이번 물난리의 상흔을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드문드문 사과나무 과수원이 있었다.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물에 잠겼던 곳이기는 하여도 물 빠진 자리에 매달린 잘 익은 사과를 보면서 그나마 희망을 잃지 않고 가을 추수를 하고 있었다.

 물 빠진 습지에는 물이 고여있었고 가장자리엔 풀들이 시커먼 흙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습지를 조성하려면 넓은 땅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지 답사에서 확인하였다. 5개년 계획 속에 두 번째 계획은 저수지를 만드는 것으로 하였다.

 “남쪽 방향으로 앉은 높은 지역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를 다 받을 수 있는 곳이어서 과수농이 적합할 것이므로 과수 농가를 지정하여 농촌 발전을 위해 5개년 계획에 함께 넣어둡시다.”

 5개 군을 시찰하면서 특성에 맞는 농업기술을 연구하여 잘 살 수 있는 지방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려면 훌륭한 인재를 선출하여 과학적인 연구와 기술을 도모하여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농업시대를 열어야 하겠다는 생각에까지 도달하였다. 참으로 가슴 뛰는 미래가 보였다. 홍수만 피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부친을 찾아야 한다는 평생의 무거운 숙제를 내려놓았으니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새로운 희망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영, 이탈

 미향은 보현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일어났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밖으로 나왔다. 밤사이 솔잎과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마당에 분분하다. 그녀의 기운으로는 넓은 마당을 쓸어낼 수가 없다. 조용히 앉아 솔잎을 손바닥에 가지런히 모았다. 노랗게 떨어진 솔잎을 하나씩 손바닥에 놓으니 보는 마음도 예쁘다. 아침 바람에 얼굴 피부에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안쪽을 살펴보니 대나무를 쪼개 만든 바구니가 있었다. 서라벌에 살 때도 마당의 풀 한 포기 자라게 두지 않았고 구석진 곳에도 먼지 쌓이는 곳이 없어야 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녀 눈에는 어느 곳엘 가도 그러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침 해가 깊어 아직 산 속에까지 비추지 못하고 있는 시간에 마당에 나와 앉아 있었다. 새벽에 법당에서 기도하며 목탁 치는 소리에 깨어나 아침이 밝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소리는 애절하고 청아하게 산 속을 깨웠다.

 최치원도 이러한 외로움 속에 평생을 홀로 산 속에서 지냈으려니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무엇을 얻으려고 그리해야 했던가? 그리고 이 곳의 낭원대사와 저 젊은 스님은 부처님의 무엇을 가졌는가? 저들은 무엇을 얻었는가?’ 하는 생각으로 앉아 밤을 새웠다. 마당에 앉아 솔잎 하나하나를 손으로 집어 올리며 앉아있는 자기 자신을 살폈다. 나는 지금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지금껏 부를 안겨준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천리만리 이 곳까지 오게 된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저런 의문이 생겼다. 그 의문의 화두는 이어졌다. 참으로 이상한 곳이로구나. 솔잎 하나하나가 손바닥에 모아지면서 무아(無我)를 맛보고 있었다. 돈 모으는 재미에 평생을 살아왔지만 오만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식솔들을 챙겨주었던 것은 돈보다 사람이 더 값진 큰 재산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보살님, 아침 공양이 다 되었으니 들어오십시요.”

 “어머나! 스님께 아침을 지어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소쿠리에 가지런히 담겨진 솔잎을 보고 놀랐다. 언제 이렇게 많이 주워담았을까? 소쿠리를 들고 일어났다. 뜨락 한 쪽에다 놓았다. 부엌이 어딘지 살폈다. 그 쪽으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낭원대사님 공양상은 이미 들어간 것 같았다.

 작은 상에다 차려놓은 밥상이 보였다. “보살님, 방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리고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눈, 코, 입이 달린 귀엽고 예쁜 얼굴을 가진 상좌스님이 미소를 띠고 바라본다.

 ‘저리 맑은 얼굴이 있을까?’ 하늘에서 동자가 내려온 것 같은 모습에 한참 눈이 부셔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옷을 잘 입어서 나는 광채는 아니었다. 미향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마음에 쏙 들었다. 미향을 쳐다보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며 서 있었다. 밥상 위에는 집에서 가지고 올라온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좁은 상 위에는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에 수저 하나만 놓여 있었다.

 “스님은?”

 “저도 먹을 것입니다. 보살님, 어서 드십시오.”

 부엌으로 나갔다. 밥과 국과 숟가락을 들고 들어와 상 위에 올려놓으며,

 “스님도 얼른 자리에 앉으세요.”

 마주앉을 것을 권하였다.

 낭원대사는 밥상을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어제부터 이상한 현상이 낭원대사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아직도 시험이 남아있단 말인가? 이 노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사는 황망해하면서 아침 공양을 앞에 놓고 노려보고 있었다. 젊어 공부할 때 수도 없이 일어나는 욕정 때문에 고생하였던 일이 생각이 난다. 그 세월을 잊고 지낸 지가 언제인데 새삼스럽게 이러한 마음의 요동은 또 무어란 말인가? 몸의 구조가 심상치 않다. 무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 노릇을 어찌 잠재워야 하나? 쓰러져 가려던 고목나무에 새 잎을 틔우려는 건가?’

 어쩐 일인지 그것은 싫지 않은 감정이다. 미향을 본 후로 생긴 마음이다. 아직도 내게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고 부처님이 주는 과제인가?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그런 감정이 싫지 않은 것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속으로 웃어보기도 하지만 용트림처럼 살아나는 아랫부분의 감각을 억누르기 힘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한 감정은 미향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대사는 정신을 빼앗긴 것이다.

 미향은 서라벌에서도 이름난 기생이었다. 단 한 사람 최치원만이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 타고난 미모는 피부와 머리카락에 고스란히 미화되어 한 올의 티도 없는 피부가 그녀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였다. 며칠 동안 누워있었음에도 몸매에서 풍기는 향기는 그녀의 미모를 드러내 보이는 또 다른 매력이 묻어 있었다. 지금껏 절을 찾아오는 관리 부인들을 상대해 기도를 해 보았지만 이러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말이다. 상좌스님이 공양 밥상을 치우러 들어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보살님을 오늘부터 기도에 동참하라 일러라.”

 밥상을 들고 나가는 상좌의 뒷모습에 대고 일렀다. 그것은 당연한 절차다. 절에 오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기도에 동참하는 것은 법도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미향은 부엌에서 먹은 그릇을 씻고 있었다.

 “보살님, 큰스님께서 오전 기도에 동참하라고 하십니다.”

 부엌을 살펴보니 그릇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제자리에 잘 정돈되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다져진 부엌 바닥은 윤기가 흘렀다. 남자가 사는 집이 어찌 이리도 깔끔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씻은 그릇을 행주로 닦아 제자리를 찾아 올려놓았다. 이 곳에 기거하는 동안 스님들 밥은 자기 손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아침 댓바람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손가락 마디마디 감각을 살려놓아서 그런지 산사의 음식이 모두 입맛을 돋워주어 거뜬히 밥 한 그릇을 비우고 국이며 반찬을 깨끗하게 먹었다. 방에 들어가 손거울을 보며 얼굴을 만지고 머리의 비녀도 다시 꽂았다. 새삼스럽게 머리의 무게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 빗은 삼단 같은 검은 머리가 자신을 지켜준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었다. 허탈감에서 오는 회의인지는 몰라도 그리도 귀중하게 아끼고 가꾸어왔던 머리에 대한 의지가 한순간 허무하다는 생각으로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작은 스님이 책 한 권을 건넨다.

 “보살님께서 여기 계시는 동안 공부하시라는 큰스님의 분부십니다.”

 그리고 책을 펼쳐 공부할 곳을 알려주었다. 미향은 책을 받아들고 벽에 등을 기대어 방바닥에 앉았다. 허무가 엄습해오는 순간이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살아야 할 명분이 잡히지를 않았다. 단 한 번이라도 최치원을 만난다면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그의 앞에 당당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몸의 세포들이 눕는다. 그녀의 몸도 스르륵 눕는다. 방바닥에 널브러진다. 눈을 감는다. 지금껏 한 번도 눈물을 흘리며 살았던 적이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이러한 날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분은 무엇 때문에 왔을까. 죽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차라리 몰랐다면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을. 뜻 모를 미움이 북받친다. 단 한 번이라도 미워해 본 적이 있었던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야! 동희가 있지 않은가. 목숨 같은 내 아들.

 내가 왜? 땅으로 꺼지려는 마음에 반박하여 일어나 앉는다. 여자의 몸으로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장사꾼들과 교역을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어려움을 수없이 겪으며 살아오지를 않았는가. 그 강단은 어디가고 이렇게 무너진단 말인가. 그리할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미향은 기생이었을 때나 기방을 운영하면서 신라 왕실과의 친분이 있었던 관계로 작은 구멍가게로부터 시작하여 당을 오가는 보부상을 키우고 그들이 가져온 당의 물건들을 왕실이나 기방으로 연결하여 거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보부 상인들과도 끈끈한 의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인간관계를 맺었다. 시간이 돈이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시대가 바뀌면서 행상 무역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각 나라에서 들어오는 귀한 보석이나 금 같은 것은 왕실의 관리들 안방마님들이 재물로 농 안 깊숙이 간직하였다. 그리고 불경이나 유학서, 의학서를 들여와 그들의 자식들이 배울 것이라 최우선으로 여기는 값나가는 물품들을 상업의 수단으로 여겼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여인으로서 이미 떠나버린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비애로 무너진다는 것을 그녀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하고자 하는 일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결론이다. 무너지려는 자신을 일으켜 지난 날 살아온 삶을 회상하며 허리를 세워 자세를 고처 앉았다.

 방금 전 스님이 주고 간 책장을 무심히 넘겨본다.

 ’천수경’ 한문이 빼곡하다.

 

 도량천

 도량청정 무하예

 삼보청룡 강차지

 아금지송 묘진언

 원사자비 밀가호,

 

 해설,

 온 도량이 깨끗하여

 한 점 티끌 없사오니,

 삼보님과 천룡님네

 이 도량에 오시도다.

 내가 이제 묘한 진언

 받아 지녀 외우오니,

 대자비를 베푸시어

 가호하여 주옵소서.

 

 미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구절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온다. 도량이라면 절인데, 아침 시간에 마당에서 솔잎을 주웠던 것이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가 싶었다. 그것은 한 순간의 일이 아니다. 평생을 살면서 집 주위를 다듬어 온 것이 절에서도 이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그녀의 삶에 원동력으로 다가왔다. 해가 점점 짧아졌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몰려와 마당 귀퉁이마다 쌓인다. 솔잎도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마당을 쓸고 간다. 자고나면 일거리가 기다린다. 쓸어도 떨어지고 쓸어도 떨어지고 산 속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저녁이면 천수경을 읽는 재미에 시간이 잘 갔다. 허무하다거나,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하루하루 마음이 즐거웠다. 차츰 절 생활이 익숙해졌다. 손에 물을 담그고 살지 않았던 미향은 기꺼이 스님의 공양을 맡아 하였다. 집에서 해주는 것만 먹을 때보다 손수 만들어 먹는다는 뿌듯함이 그녀를 행복하게 하였다. 몸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집의 일은 가끔씩 올라오는 인편을 통해 듣고 있었기에 걱정이 되지 않았다.

 

 소멸 되지 않는 역사

 명주 고을에 공사가 시작되고 남쪽에서부터 시작된 남대천 공사는 어른아이 할 것없이 분주하다. 처음으로 돈벌이에 나온 가족들은 하나씩 그릇을 들고 바닥의 흙과 모래 자갈을 호미와 괭이로 긁어모아 그릇에 이고 들고 날랐다. 둑을 쌓는 데 기초가 되는 나무로 짠 네모난 상자를 채우느라 분주하다. 관에서 책임자로 나와 있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그들이 갖다 넣은 훍이 상자에 채워지면 확인하여 관의 도장을 손목에다 찍어준다. 하루 일에 대한 숫자를 그들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확인하기에 쉽도록 하였다. 그 도장의 숫자는 그들의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돈이 되었다. 아기를 업고 일하는 엄마, 엄마를 따라 나온 어린 것들도 신바람이 났다. 북쪽은 북쪽 관할을 책임지고 남쪽은 남쪽 관할을 책임지고 강 양쪽의 넓이 2.5킬로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졌다. 중앙의 시장가가 반쪽이다. 그 중앙의 집들도 어수선하다. 거리는 더 스산하였다. 부를 상징하며 자리하고 있던 기와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공사판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이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마을이 사라진 곳은 쟁기소리로 분주하다.

 오랜 기간 매일 만나 어울리며 일을 하다 보니 서로 꾀가 생겨서 관원들 눈속임이 시작되었다. 어찌하면 책임자의 눈을 속여 이익을 볼까 하는 얄팍한 마음이 생긴다. 관원의 눈에 띄어 주의를 받기도 하고, 책임자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상자가 차지 않아도 한 표를 찍어주기도 하는 눈속임이 시작되었다. 그러한 일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무 이익도 받지 못하는 것이 분통 터지는 일이라며 눈을 부라리며 싸우려 덤비기도 하였다. 그러한 일들을 염려하여 책임자들의 공정성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교육도 시켰다. 오래 걸릴 공사 기간 동안 나쁜 일이라도 생긴다면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에 그것을 중히 여기게끔 그들에게 알리고 서로 협조하는 마음으로 공사에 임하도록 이해를 구하기도 하였다. 공사 중에 사고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기강을 다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이재민의 물품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마을마다 고을마다 전해지는 파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대관령을 넘는 마차들이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올 때는 길고 지루하였지만 돌아가는 길은 희망으로 넘었다. 명주군에서 계획하고 있는 5개년 사업을 눈으로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돌아갔다. 하늘의 재해도 막을 수 있다는 인간의 노력을 현실로 보고 가기 때문이다. 계획을 실현해 나가는 명주군의 책임자 아찬의 지도력에 감탄하며 대관령을 넘어가고 넘어왔다.

 산사의 밤은 깊고도 길다. 저녁 공양을 마친 지도 몇 시간이 지났다. 낭원대사는 저녁 예불을 마치고 참선에 들었다. 아무리 부처님법이 깊어 무위의 자유로운 몸일지라도 가슴으로 일어나는 사랑하는 마음의 실체를 알 수가 없다. 도무지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나는 성욕은 나이와 상관없이 지워야 하고, 일어나고 일어나도 지워야 하는 것이 부처님 법에서 제일 순위에 속하는 공부의 대상인데도 몸 떨림은 고문 중의 고문이라 예상하지도 생각지도 못했다. 낭패다. 평소 몸의 생식구조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였던 것이 아니던가. 생기발랄한 바람이 팽팽하게 들어갔다가 빠지고 들어갔다가 빠지고 참으로 거북스럽기가 민망하다. 다행히 넓은 승복이어서 나타나 보이는 일은 없겠지만 특히 저녁이 되면 선에 들지 못하고 정신이 산만하여 서성거리기가 일쑤다. 연신 ‘이~ 뭐꼬~오, 이~ 뭐꼬오’를 반복한다.

 미향의 방은 뒷채에 있었다. 그 곳에 발길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저녁만 되면 마음은 그 곳으로 가 있다. 하얀 속적삼을 풀고 하얀 속바지도 풀고…, 상상의 끝은 어딘가? ‘이~ 뭐꼬오, 이~ 뭐꼬오’ 헛기침을 해댄다. 고무풍선에 바람 들어간다. ‘이 뭐꼬, 뭐꼬~’ 한다. ‘에이~ 모르겠다’ 벌떡 일어난다. 방문을 열고 살금살금 뒷 채로 갔다. 이미 깊어진 밤은 조용하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어차? 미닫이였지. 문을 잡고 살짝 밀었다. 달빛에 방 안이 환히 보인다. 그녀는 이불을 겨드랑이에 끼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다. 가슴이 펄떡거린다. 살금살금 가까이 갔다.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순간 ‘에라~ 모르겠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으아~~’

 달빛인지 새벽인지 문이 환해졌다.

 ‘이 노릇을…’, 이불 속에서 나온 낭원대사는 황망히 방을 나왔다. 누가 보지나 않았을까? 두리번거리며 기거하는 문 앞 방문을 열려다가 ‘아차 아니지’ 다시 돌아 선방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다.

 ‘이게 뭐야. 아하~ 미친놈! 어이구, 미친놈.’

 낭원대사는 좌선하고 있는 자기 모습을 보고 정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큰스님, 아침공양 드십시오. 여기서 밤을 새셨나? 스님! 공양 드십시요!”

 미향은 여전히 마당에 나와 솔잎을 줍고 낙엽을 쓸고 하였다. 이제 그만 내려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왕 올라왔으니 며칠만 더 있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천수경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기도에 들어 목탁소리에 따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상좌스님이 예불을 다 마쳤는데 낭원대사는 법당에 올라오지 않았다. 미향은 청수그릇을 비우면서,

 “큰스님은 몸이라도 불편하신가요. 오늘 예불을 안보셨네요?”

 “네, 오늘은 제에게 일임하셨어요.”

 미향은 청수를 다 비우고 촛불을 껐다. 타고 남은 초를 칼로 예쁘게 잘라냈다. 이틀에 한 번씩 법당을 물걸레로 쓸고 닦았다. 그럴 때마다 올려다 본 부처님의 미소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절밥을 먹다보니 마음으로 전해지는 지혜가 있었다. 대웅전보다 조금 위쪽에 삼성각이 있다는 것을 지혜로 부처님이 알려주셨다. 그 곳에 올라가 청소를 하기도 하였다.

 ‘혹시 서방님도 이런 곳에서…’ 그런 마음도 들었다. 호랑이가 그려진 탱화를 바라보았다. 흙 사이로 돌계단을 쓸어내리다가 다시 올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여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난 밤에 천수경을 읽다가 일찍 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달거리가 끝났을 때의 그런 기분이었다. 최치원이 꿈에 보이던 날처럼 그런 행복감이 있었던 것도 같았다. 그러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계단을 다 쓸고 내려와 싸리비를 들고 절 마당 밖으로 나왔다. 경사진 곳으로 돌계단이 있었고 그 아래까지 깨끗이 쓸었다. 양 옆에 떨어진 낙엽과 솔잎이 그녀 손 끝에서 수북이 쌓여간다. 힘은 들지 않았다. 찬바람에 손등이 거칠어지고 있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가지고 온 화장품을 두고도 바르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의례적으로 거울 앞에 먼저 앉아 얼굴의 피부를 다독이고 매만지며 살아온 만큼 조금씩 변하여 가는 자신을 보며 그리 애달퍼하지도 않았다. 부엌에서는 따뜻하게 데워진 물에 설거지도 하고 두 스님의 옷도 빨았다. 양지에 말려 이튿날 풀을 먹이고 다듬고 손질하여 다리미로 깔끔하게 다려 옷장 속에다 개어놓았다. 그 날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신기하였다. 이러한 일들을 한번 경험해 보라고 서방님이 다녀가신 것은 아닌지 모든 것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명주군에는 남대천 공사의 일에 분주할 것이어서 돈을 벌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동편 공사현장에 몰려있을 것이다. 한동안 절에 올라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쌀과 옷가지며 반찬들이 올라올 때면 편지도 한 통 들어 있었다. 오랫동안 있어도 좋으니 몸을 잘 추스리고 내려오라는 편지였다.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예불할 때를 빼고는 스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방이라도 닦을라치면 작은스님이 미리 일러둔다.

 “보살님, 큰스님 방과 제 방은 그냥 두세요. 제가 닦을 겁니다. 다른 방은 닦아도 됩니다.”

 돌아서면 떨어지고 돌아서면 떨어지고 가을 내 산속 생활은 나뭇잎 쓰는 것이 일이다. 그것이 곧 수행의 길이고 마음 닦는 길이기에 그만큼 기쁨도 있다. 장독이 햇볕에 반짝인다. 그것도 작은스님의 수행 도구이다. 어찌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조용히 대화해 본 적은 없지만 부모는 있는지 형제는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먹고 살 길이 없어 중이 되는 길을 택해 산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많았다. 형제가 많다보니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도 종종 있고, 스님이 되고 싶어 들어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처의 세계가 얼마나 오묘하길래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신선이 된 최치원은 생각이 곧 몸담는 곳이고 생각이 곧 행이니 그는 며칠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다. 강원도 노추산 줄기에 있는 이성대 사당에 머물면서 그 산세를 감상하며 산신과 신선들이 모여 바둑을 두느라 그야말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그 곳에 매료되어 지내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들은 앉아있는 곳이 집이며 즐거움이다. 권력과 부귀만 탐하여 버둥거리는 오염된 세상, 그런 것이 없는 청산에 살리라 했던 대로 노추산은 강원도 강릉시, 정선군, 평창군의 3개 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아직 사람들의 발길에 오염되지 않아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강원도는 본래 높은 산이 많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노추산은 특히 산골 중의 산골에 위치한다.

 노추산이란 이름은 이 산의 동쪽 사달산에서 수도하던 설총이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와 맹자가 태어난 ‘추’나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네 명의 득도자가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사달산에는 의상, 설총, 율곡 등이 수도하여 도를 통했다고 한다.

 서쪽 주능선을 향해 가파른 숲길이 나 있다. 능선마루 싸리나무 숲길로 올라가다 보면 아름드리 참나무, 단풍나무, 다래덩굴, 장송, 전나무가 무리지어 있다. 숲이 끊기면서 하늘이 환하게 뚫려 있는 너덜지대를 만난다. 왼쪽 암벽 위로는 이성대(사당)가 바라보이며 전망도 좋다. 너덜지대를 지나 암자 왼쪽 쌍룡바위에 올라선다. 깊은 골짜기의 경관이 가히 일품이다. 이성대 바로 밑에는 약수도 솟아난다.

 암벽 위 너덜지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절벽 사이에 물들어 있는 단풍들이 화려한 색감을 드러내 눈을 뗄 수 없다.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아 신선이 된 최치원은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멀지 않은 곳에 애틋하게 그리운 여인이 있는 곳이다.

 사랑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그 많은 세월을 산 속에서 외로움을 참으며 백 번 천 번을 만나고 싶었던 여인. 그리움을 수행으로 삼아 목숨 걸었던 수행의 길. 살아 인연이 다함을 죽어서 그 인연에 연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자유로운 몸이 되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멸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결에 다시 느껴보고 싶은 사랑이 가슴이 설렌다거나 하는 경계는 아니다. 다만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함이라. 신선들과의 놀음도 그에 버금가는 것인 줄을 몰랐다.

 그러나 신과 인간의 거리는 가깝고도 먼 것임을 경계의 규칙이 존재하는 이상 다른 미련은 없다.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부처의 길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법력이 깊어 보이는 낭원대사가 머물러 있는 곳의 보현사를 그녀에게 알려주려고 잠시 그녀의 몸에 아픔의 기운을 넣어주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녀의 몸은 회복되었고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미향이 심신의 안정을 되찾으면 그 곳을 떠나가리라 생각하였다.

 

 인간과 신의 경계

 이성대의 능선마루에 보름달이 높이 떠 있다. 높고 깊은 곳에도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 고르게 비추어 주는 밝은 밤의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는 가슴을 비웠음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달밤의 풍미에 젖어 저 아래 보현사 마당을 보고 있었다. 고요가 보현사 마당을 지나 미향이 자는 창문까지 어린다. 최치원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녀가 자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밤이 깊었기에 눈을 거두려는 순간 대사의 방에서 나온 그림자 하나가 달빛을 피해 미향이 자고 있는 방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저것이 무엇인가? 그림자는 미향이 자는 미닫이를 밀고 들어가는 것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허허.”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위 모서리에 내려쳤다.

 보현사의 밤은 고요 그 차체다. 산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잠들었거나. 숨을 죽이며 보현사 뜰을 지킨다. 새소리 짐승소리 산천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 대사의 방은 여전히 고요하고 대사의 몸은 한쪽에 막대기처럼 꼿꼿이 앉아있다. 눈은 아래로 깔려있고 언제부터 그리 있었는지 몰라도 밤이 깊었다. 여전히 달빛이 문틀 사이로 방 안을 엿본다.

 미향의 방문이 열렸다 닫힌다. 잠자고 있는 듯 고요한 밤이지만 깨어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낭원대사는 매일 밤 참고 참아도 참지 못하는 마음을 날이 새면 후회하고 후회하였다. 누구도 보지 못했다해도 양심을 꾸짖어봐도 밤이 이슥히 깊어지면 미향의 방 미닫이가 열렸다 닫힌다. 밤의 고요만이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대사의 숨소리는 고르게 방안을 덮는다. 미향은 여전히 옆으로 누워 잠들었다. 하얀 적삼사이 속살이 드러나 있다. 아래로는 발목과 정강이가 달빛에 익어 아름답게 이불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간 대사의 숨소리는 방 안 공기를 술렁이게 한다. 이불을 밀치고 대담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허리께로 간다. 적삼을 풀고 속바지를 풀었다. 대사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머리에서부터 차례로 속살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리고 봉긋한 젖무덤으로 입술이 옮겨간다. 숨가쁜 행동은 바지를 풀고 아래로 아래로 뜨거운 입김을 거칠게 뿜어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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