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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9. <왕뽕 브라몰>에 입사하다!
작성일 : 19-11-01 18:5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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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명이에게 했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취직 소식을 알리는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친 나는 어딘가 잘못한 일을 엄마에게 숨기는 아이처럼 슬금슬금 종명이 앞에서 불안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구급대원 야간근무를 서고 아침에 조금 눈을 붙인 뒤에, 나를 만났다는 종명이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여 안쓰럽기까지 해 보였다. 내 눈앞에 있는 이 멋진 구급대원 아저씨는 구급대원 일을 시작한 지 삼 년 차가 지나간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사명감에 불타올라 있다. 나는 종명이의 그런 우직한 점이 좋았다.

 

  “어제 야간 근무 서서 너무 피곤해~”

 

  함께 점심을 먹고 나란히 나와 쉬던 주말의 공원 벤치에 앉아있을 때, 종명이가 척하니 내 어깨에 설핏 기대어오더니 애교 어리게 말하였다! 그 커다란 몸집에 비해 이렇게 이따금 사람 마음에 훅 파고들듯 앵겨오거나 또 생각치 못한 순간에 남자다움을 뿜뿜 풍기는 종명이는 어린아이와 남자의 경계를 허물듯 그 간격을 줄타기하는 갭이 큰 남자였다!

 

  “그래도 오늘 너랑 만나서 에너지 충전하네.”

 

  어깨에 기대어 그런 말을 하는 내 옆에 앉은 종명이로 인해 나의 마음은 어느새 콩닥콩닥 뛰기 바빴다. 한편으로는 몹시 떨리고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에 고민 속에 놓여있던 내 마음은 어느 순간 종명이를 향해 이렇게 묻고 있었다.

 

  “왜... 나였어?”

  “응?”

 

  그 전부터도 쭉, 궁금했던 점이었다. 도대체, 나의 어떤 점이 종명이의 마음을 아주 살짝이라도! 흔들어 놓았던가! 어떻게 가닿을 수 있었던 것인가!

 

  “솔직해서?”

 

  순간적으로 돌아온 대답은 아주 짧고도 간결하였다. 솔직하다라?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이런 내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판단이! 슬금슬금 몰아쳤다!

 

  “저기... 종명아...”

  “엇! 영선아 너 속눈썹 떨어졌다.”

 

  그때였다. 내 얼굴에 속눈썹이 떨어져 붙어있다며 입으로 후, 민들레 홀씨 불듯 내 볼 쪽을 불어 속눈썹을 떨어트린 종명이가 개구지게 웃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영선아 너 그거 알아? 이렇게 속눈썹을 후 불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더라.”

  “뭐야? 우습잖아. 종명이 너도 그런 거 믿어? 은근 소녀소녀스러운 구석도 있네.”

  “뭐야? 이렇게 덩친 큰 소녀가 어딨어! 영화에서 보니까 그러던데... 그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너무 본 지 오래되어서...”

 

  종명이는 영화 제목을 떠올리느라 혼자 골똘한 표정을 내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점이 또 너무 귀여워져 버렸다.

 

  “그런데,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 영선이 너랑 닮았어.”

 

  엥? 무려 여자주인공? 아무리 제 눈에 콩깍지라지만! 종명이의 말에 사막같이 쩍쩍 갈라져 있던 내 마음의 자존감이 물을 쏟아부은 듯 순간 촉촉해져 황홀해질 지경이었다!

 

  “뭐랄까, 초록색 카디건을 입고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동창회에서 영선이 너 봤던 그 날 그 생각이 들었어.”

 

  아... 옷 색이 같았다는 거구나! 아뿔싸! 그래, 너무 빨리 혼자 김칫국을 들이켰구나... 그런데 종명아, 너 그거 아니? 그 초록색 원피스는 나름 신상품이고... 너를 노리고 산 거고... 할부로 긁은 나의 피땀눈물이다...

 

  그때였다.

 

  “뭐랄까, 어딘가 모르게 지켜주고 싶은 게 닮았어.”

 

  헉! 거친 인생 삼십 일 년! 때수건 만치로 거칠거칠 사포길 인생이었던 내 인생에 이렇게 다정함으로 부드럽게 손 뻗어오는 너는 정녕!

 

  “그런데... 속눈썹 불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종명이 앞에서 얼굴이 잔뜩 붉어져 긴장한 채 묻는 내 물음에 종명이는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글쎄... 그냥 비밀로 할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말해줄게...”

 

  도대체 그 비밀이라는 게 무얼까? 나름 신비주의 컨셉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그 말을 할 때의 종명이의 표정이 꽤 어둡고 그늘져 있었다.

 

 ******************************

 

  설레는 마음을 안고 11월의 첫날, 나는 그렇게 정식 출근을 맞이하게 되었다! 미리 찾아 둔 약도를 보며 찾아간 회사는 마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져있는 비밀기지처럼 마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9와 3/4 승강장, 또는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 등장하는 7층과 8층 사이에 숨겨진 7과 1/2층처럼, 그렇게 언덕바지 사이에 덩그러니 껴서 아무도 찾아볼 수 없게 숨겨져있는 분홍색의 자그마한 건물이었다.

 

  건물의 유리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가 보니 그 안은 더 가관이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첫 출근길이기에 집에서 아침 일찍부터 부리나케 출발했던 나는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바라보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그렇게 일찍 회사에 도착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고보니 회사 사무실로 보이는 고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서 누군가 혼잣말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오길래 말소리가 묻어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떼어보았다. 사무실은 마치 하나의 층을 판자로 엉성히 나눈듯한 복층으로 된 구조였다. 삐걱삐걱 소리가 가득 나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니 그 안에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는 모습의 남자 한 명이 보였다. 그런데! 두둥! 첫 만남부터 내가 온 지도 모른 채 뒷모습을 내보이고 있던 그 남자는! 글쎄... 엉덩이골을 드러낸 채 쭈그려 앉아 컴퓨터를 매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 본 눈 삽니다♬♪’의 노랫말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제발, 안 본 눈 삽니다!

 

  “저기... 저 오늘 첫 출근하게 된 이영선이라고 합니다만...”

 

  그제야 엉덩이골을 한없이 깊숙이 드러낸 채... 컴퓨터 수리에만 열중하던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쿠! 맞다잉. 오늘 신입사원들 오는 날이다켔는데. 깜빡! 했구마잉.”

 

  흰 머리가 가득한 아저씨 쪽보다는 할아버지 쪽에 가까울 법한 한 남자가 나를 보고는 얼른 알은 채를 하였다.

 

  “일찍 왔네잉? 어째 찾아올만 했던교?”

 

  이 분위기는 과연 무엇? 신생 회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것을 떠나 이 낡은 건물과 또 속옷회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할아버님은 과연 누구시람...?

 

  그때였다. 삐걱삐걱 내가 방금 올라왔던 계단을 뒤따라 올라온 누군가가 우리 앞에 척! 등장하였다!

 

  “사장님 왜요? 또 컴퓨터 고장났어요? 맨날 말썽이네.”

 

  이 목소리는! 맞다! 그때 전화로 반가운 <왕뽕 브라몰> 합격 소식을 알려주었던 그 다정하던 목소리의 여성 아닌가! 나는 얼른 그 여자분을 바라보며 아까와 같은 말을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듯 기계적으로 말하며 꾸벅 인사하기에 바빴다!

 

  “저... 오늘 첫 출근하게 된 이영선이라고 합니다!”

 

  나를 보고는 ‘아!’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그... 재치상? 받으신 분 맞죠?’ 하는 대답이 얼른 돌아왔다. 재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인생에 아이러니하게도 ‘재치상’을 받아 그렇게 입사하게 되었던 나는 낡아 무너질 것만 같던 그 건물 안에 오도카니 서 있게 된 것이었다!

 

  “조금 있다가 나머지 분들도 모두 오시면 회사 안내랑 소개 도와드릴게요. 일정이 촉박하게 잡혀서 입사하기로 했던 분들이 많이 줄었어요.”

 

  두둥! 입사자가 줄었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인가? 혼란스럽기만 하던 틈에 저 멀리서 또깍또깍 구둣발 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계세요?”

 

  목소리만으로도 도도함이 뚝뚝 묻어 흐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그 정체불명의 여성 목소리에 얼굴보다도 엉덩이골을 내게 먼저 보여주셨던 사장님이 이렇게 크게 외쳤다.

 

  “다들 여기 몰려 있응께, 그쪽도 이짝으로 올라오이소.”

 

  이 구수한 느낌의 정감어린 첫느낌이란 과연 뭐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때였다. 사장님의 말에 또깍또깍 구둣발 소리를 내며 웨이브를 길게 늘어트린 여자 한 명이 계단을 서서히 걸어 올라왔다. 완벽하게 세팅된 머릿결, 과하지 않게 그러나 또렷이 힘준 화장, 세련됨이 묻어나는 블라우스와 치마차림의 근사한 여성이었다! 이건 마치... 같은 여성도 부러워할 법한 세련됨이 묻어나는 여성이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우짜지. 경쟁한 것도 없는데 벌써 진듯한 이 느낌은?

 

  그때 여자가 꾸벅 모두를 향해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새로 입사한 김주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말
 

 독자님들! 11월의 첫날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셨을까요? : )

 알록달록한 가을 날 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단풍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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