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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0. 이와타 슈사쿠
작성일 : 19-11-01 17:18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1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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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이와타 슈사쿠

 

  도쿄 긴자에 생긴 서양풍의 카페에서 이일직을 만난 것은 그의 명첩을 받고 이틀 후였다. 프랑스 식 커피의 진한 맛에 익숙한 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으나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는 즐거웠다. 이일직은 삼십대 중반으로도 보이고 사십대 초로도 보였다. 그보다 너댓 살 연하인 것만은 확실했다. 단발하여 기름을 발라넘긴 머리가 반짝였고 입은 양복도 영국제의 모직물로 잘 재단된 고급이었다. 그의 곁에는 역시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권동수라는 사람과 그의 동생이라는 권재수였다. 연배는 세 사람이 모두 비슷했고 물론 그와도 비슷한 연배였다.

 

 “재일조선인 사회에 홍공의 소문이 많은 차에 이렇게 한번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저같이 한미한 자가 무슨 소문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곳 도쿄에서 미곡을 중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미곡을 이쪽에서 꽤나 좋은 가격으로 찾고 있어서 그냥저냥 먹고 살만 합니다. 장사치 주제에 그래도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든 좀 도움이 될까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자주 만나서 식사도 하고 술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는 이 물정 바삭해 보이는 사람을 경계했다. 이곳 도쿄에는 이미 다양한 족속의 인사들이 다양한 목적을 갖고 이합집산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호의를 갖고 다가서는 이들을 굳이 밀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곧 일본식 요정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가졌다. 그로서도 접해본 적이 없는 고급 요리들이 줄줄이 나왔다. 한때 말술을 마시던 그도 그렇지만 이일직 일행도 대단한 주량들이라 일본 술을 큰 대접으로 여러 잔씩 마시고도 자세는 물론, 말투가 흐트러지는 사람도 없었다.

 

 “홍공. 참 대단하시오. 어찌 불란서까지 독학으로 가실 생각을 했소이까? 여태까지 모든 유학생들은 다들 조정의 돈으로 갔던 것 아니오?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좀 일찍 공을 알았더라면 공의 뒷바라지를 좀 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라도 긴요한 일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조건 없는 호의를 믿을 만큼 어리고 물정 모르는 홍종우는 아니었다.

 

 “이 선생. 고맙소이다. 앞으로 크게 신세 좀 지겠습니다. 대신 내가 뭘 해주면 좋겠소?”

 

 그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허허. 참으로 성정이 대단하시오. 내가 홍공에게 당장 무슨 댓가를 바라겠소. 하지만 사람 사는 것은 모르는 일. 언젠가 귀공께서 나를 도와줄 일이 있으면 좋을 것이고 아니면 또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호탕하게 술잔을 나누며 사나이가 서로를 사귀는 것 또한 즐거운 일 아니겠습니까?”

 “좋소이다. 그럼 우리 남아들답게 호탕하게 마셔봅시다.”

 

 그는 엷게 썰어 구워져 나온 쇠고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늘 두껍고 커다란 덩어리로 먹다가 마침 쇠고기를 본지도 오랜만이었다. 여점원을 불렀다.

 

 “이 쇠고기를 한 치 두께의 덩어리째로 몇 조각 갖고 오고 숯불 담은 화로도 들여오너라. 소금, 후추도 필요하다.”

 

 화로 위에 한 치 두께의 쇠고기 덩어리를 통째로 올리자 이일직이 물었다.

 

 “어찌 그러시오?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을 터인데.”

 “양인들의 고기 먹는 방식이 참으로 합당하여 먹을 만합니다. 맡겨 주시오.”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린 쇠고기의 겉이 타버릴 정도로 구운 다음 접시에 내렸다. 그리고 두 번째 고기를 올려 같은 방식으로 구웠다. 구운 뒤 어느 정도 식힌 다음에야 그것을 칼로 토막 냈다. 고기의 겉은 짙은 갈색으로 구워졌으나 내부는 온통 분홍색이고 연한 핏물이 스며져 나왔다.

 

 “소금을 살짝 찍어 드시든지 여기 겨자 섞은 간장에 찍어 드시오. 아마 드실만 할겁니다.”

 

 그가 먼저 젓가락으로 냉큼 큼직한 고깃덩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프랑스에서 흔히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이일직의 일동도 역시 그를 따라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쇠고기가 이런 맛이 있는 줄은 몰랐군. 고소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우니 한정 없이 먹을 만한 맛이군요. 양인들이 이렇게 고기를 먹습니까? 덜 익혀서요? 탈이 나진 않을지 걱정입니다마는.”

 “육회도 먹는 우리가 이렇게 못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잡다한 일본 음식들을 밀어내고는 쇠고기 안주로 술을 마셨다.

 

 “참으로 호탕한 맛이군요. 일본인들의 조잡한 조리법과도 다르고 중국인들의 복잡한 요리와도 다르지만. 혹시 프랑스 요리를 좀 아시오?”

 “근 삼 년간 그쪽 음식만 먹고 왔으니 조금은 안다 해도 무방하겠지요.”

 “조리법도 좀 익히셨습니까?”

 “음식해주는 하인을 두고 산 것은 아니니 그것도 또한 모른다 할 수 없겠지요.”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고 있자니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그 분도 함께 자리를 하면 어떨까 싶은데 홍공의 뜻이 궁금합니다.”

 “누군데 그러시오? 이 먼 타국에서 조선의 동포면 누군들 어떻겠습니까?”

 “익히 아실만한 분입니다. 고균 김옥균 공입니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들은 김옥균의 일파인 것이다.

 

 “내, 그를 잘 모르기는 하나 그가 일전의 갑신년에 행한 역모는 익히 알고 있소이다. 굳이 역적과 같이 술잔을 나누고 싶진 않소이다. 혹시 그대들이 그의 친우들 되시오? 그렇다면 우리의 술자리는 오늘이 마지막인 듯 싶고 이 잔이 마지막 잔일 듯싶소. 자, 잘 마셨소.”

 

 그는 그의 잔을 한 번에 비우고 벌떡 일어났다.

 

 “홍공 앉으시오. 어찌 그리 급하시오.”

 

 이일직의 말투가 가라앉았다. 그는 이일직의 가라앉은 눈빛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기 권형은 친군 장위영의 영관이오. 주상 전하의 어명을 받들어 여기 와 있는 분이오.”

 “그대는 그럼?”

 “나는 민영소 대감의 하명을 받고 여기 두 분의 행사를 돕기 위해 와 있소.”

 

 그는 그들의 목적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민씨 가문이라면 김옥균, 박영효등의 갑신 역도들이라면 이를 갈고 있음을 어찌 모르겠나.

 

 “좋소. 그런데 어찌 나를 찾아왔소. 나는 그저 나라 일을 걱정하여 스스로를 닦는 선비일 뿐이오. 그들을 탄핵하는 상소를 쓰는 일이라면 흔쾌히 하겠으나 이곳 일본에서 나에게 그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당장 홍공에게 뭘 바라는 바는 없습니다. 내 홍공을 보건대 우리가 무슨 일을 사주한다 한들 그대로 행할 분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홍공의 식견을 보건대 김옥균과 교류하여 그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분이라 여겨집니다. 공의 눈으로 그를 보고 공의 생각으로 그를 판단해 주시오. 그것이 우리가 공에게 바라는 바요.”

 

 그들은 여분의 고기와 술을 먹고 마신 다음 헤어졌다.

 

  김옥균은 유라쿠 조의 고급 요정에 거처했다. 작게 꾸며진 일본식 정원을 따라 복잡한 복도들이 이어졌고 그 안쪽 깊은 방에 그가 있었다. 이일직의 안내로 방에 들어서자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가 들려왔다.

 

 “어서 오시오. 이 선생으로부터 말씀 들었소.”

 

 그들은 맞절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김옥균은 기름을 발라 정확히 나눈 가르마에 금테의 안경을 쓰고 하얀 셔츠에 비단 조끼 차림이었다. 김옥균의 옆에는 단단한 몸집의 정난교라는 자가 앉아 있었다. 방에서는 서양의 여자 향수 냄새와 궐련 냄새가 섞인 냄새가 났다. 파리의 환락가에서 익히 맡아 본 냄새를 일본에서 맡기는 처음이었다.

 

 “처음 뵙겠소. 홍종우라 하오.”

 “본관이 남양이라 들었소. 홍영식과도 일문이 되시겠소?”

 “그러하오마는 일찍이 친교를 나눈 적이 없어 애석하오.”

 

 그들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흩어졌다. 김옥균의 눈빛이 순간 반짝했던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불란서라 하면 나도 그렇게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참으로 부럽소. 그래, 재미는 좋았소?”

 “재미랄 게 있었겠소? 고학의 길이니 고생을 좀 하다 왔을 뿐이오.”

 “불란서엔 요즘 대단한 구경거리들이 그리 많다 하던데 이야기나 좀 해주시오. 처자들이 치마를 들어 올리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춤도 유명하다고요?”

 “물렝루즈의 캉캉 춤을 말하시는 거군요. 요사하기는 하되 그다지 볼만한 것은 안되더이다. 대신 파리의 길거리는 참으로 볼만 하오. 180간 높이의 강철 탑인 에펠탑은 사람 혼을 빼놓을 지경이고 갸르니에라는 사람이 지어 놓은 오페라 궁전은 온갖 귀한 돌과 황금으로 지어서 역시 사람의 혼을 빼놓는 다오. 시내의 보통 건물들도 모두 온통 하얀 돌로 지었지만 갖가지 조각을 하지 않은 건물이 없을 만큼 화려하다오. 게다가 집집마다 손잡이만 돌리면 수돗물이라는 것이 퀄퀄 쏟아지니 아낙들이 참으로 살만한 곳이오.”

 “하하..홍공은 점잖은 분이구려. 이 사람은 그리 점잖은 편이 못 되어 사서삼경도 접은 지 오래고 선비의 도리도 놓아 버린 지 오래요. 오직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을 좋아하오. 물론 어여뿐 여인이야말로 최고지요. 이 곳은 유라큐(有樂)요. 이왕 이렇게 오셨으니 즐겁게 놀아 봅시다.”

 

 김옥균은 정난교에게 뭔가 분부를 내렸다. 정난교가 나간 지 오래 되지 않아 일본 식의 술상이 사람 숫자대로 나와 각각의 자리에 놓였다.

 

 “일본의 여러 가지가 좋지만, 난 특히 일본 술이 참 좋소. 부드럽고 향기롭고 맑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술이오. 이름 높은 불란서 포도주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이곳은 일본이니 일본의 술로 우리 한번 취해 봅시다. 여봐라. 내가 언제 이런 작은 잔으로 마시더냐. 늘 마시던 큰 잔을 대령해라.”

 

 그들은 거나하게 마시기 시작했다. 김옥균과 이일직의 주된 대화는 음담패설이었다. 그에겐 프랑스 여자들을 겪어 본 경험을 물어왔으나 그런 경험이 없었던 그는 해 줄 말이 없었다. 이어서 일본의 기생들이 들어와 사미센을 퉁기며 춤을 추었고 주사위 놀이를 했다. 김옥균의 옆에는 두 명의 기생이 붙어 시중을 들었고 그의 곁에도 한 명의 여자가 앉았다. 그는 심히 거북했다. 여색을 크게 경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술자리는 처음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의 앞에서 김옥균과 이일직 두 사람은 옆에 앉은 여자의 옷 속으로 거침없이 손을 넣었다. 그는 술을 마실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그와 김옥균의 사이에 자리 잡은 정난교라는 자는 술을 조금 마시되 즐기지는 않았다. 그를 경계하는 자세가 역력했다.

 

 “정 형. 그대는 전혀 즐기질 않는군.”

 “저는 고균 선생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자리가 파하면 그때나 좀 마시렵니다.”

 

 그렇게 김옥균과의 첫 만남이 지났고 그들은 그 이후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오늘은 홍공이 친히 불란서 요리를 한다 해서 많이들 기대하고 있소. 분부한 대로 준비를 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가 봅시다.”

 

  이일직은 지난번의 술자리에서 그의 프랑스 요리 솜씨를 과장해서 치켜 올렸고 김옥균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요정의 사장과 조리장을 당장 불러서 프랑스의 이름 높은 요리를 하시는 분이 여기 와 계신데 어찌 제대로 모시지 않느냐며 야단을 치더니 그대들이 충심으로 부탁드린다면 아마도 이분이 그 요리 솜씨를 보이고 전수할 것이네 하였다. 일본인들의 좋은 점은 그것이었다. 과장스럽게도 그에게 아첨을 떨며 그의 요리를 한번이라도 구경하게 해달라고 부탁해 왔다. 그는 흔쾌하게 동의하고 미리 준비할 식재료를 기별한 것이 이틀 전이었다. 오늘 그 재료들이 준비되었음을 알려왔다. 이곳 도쿄는 이미 많은 수의 서양인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화란인들이 거주하던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가 이미 이백 년을 넘기고 있었다. 프랑스 요리에 가장 중요한 버터와 우유는 쉬운 재료였고 치즈와 올리브 유, 불란서 포도주 등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아니었다. 더구나 도쿄 최고의 요정 중 하나인 유라쿠 조에서 어려울 것은 없었다.

 

  오늘 그가 할 요리는 오븐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들이었다. 다른 기물들은 그렇다 해도 오븐을 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메뉴는 이랬다. 박하 향의 장어 테린느, 크림 소스의 광어 구이, 감자 퓨레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구이, 크렘 브륄레 등이었다. 하얀 모자를 쓴 요정의 조리사들이 공손히 그를 맞았고 그의 명에 따라 정확히 요리를 진행했다. 첫 번째로는 잘 손질한 장어를 여러 향료들과 조린 다음, 숯불에 구운 파와 켜켜이 쌓아 눌러 굳힌 장어 요리를 했다. 두 번째로는 광어의 뼈를 발라 그 머리와 뼈를 백포도주와 향료를 넣어 오랜 시간 끓인 다음 걸러서 우유를 넣고 조려 소스를 준비하고 뼈를 발라낸 광어 살을 소금과 백후추로 간하여 준비했다. 세 번째로는 감자를 삶아 으깨서 버터와 우유를 섞어 갠 다음 소금과 후추와 육두구로 양념을 한 퓨레를 만들고 오리의 가슴살에 곁들일 산딸기와 적포도주의 소스를 만들었다. 오리 가슴살은 소금 간을 하여 재워 두었다. 거의 반나절에 걸친 준비가 끝나고 요정의 큰 방에는 열 사람 정도가 둘러앉을 식탁이 놓였고 제법 고급스러운 서양 접시 등의 식기와 포크, 나이프, 포도주 잔등의 서양 기물이 차려졌다. 이것들의 배치와 장식도 그의 지시대로 진행됐다.

 

 “프랑스 식 정찬의 법도는 퍽이나 엄중하오.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이 세상 외교 무대의 식사는 모두 프랑스식 전범을 따르고 있소. 사용하는 단어와 용기도 모두 프랑스 식이오. 오늘의 만찬은 그 엄중한 법도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니 즐기되 잘 따라 주시고 궁금한 것은 뭐든지 물어봐 주시오. 우선 서양 식 빵이 놓여져 있는데 칼을 사용하여 자르면 아니 되오. 서양인들은 식탁 위의 빵을 예수의 성체라 여기는 경향이 있소. 그 성체에 칼을 대는 것은 금기라오. 손으로 적당히 뜯어서 이 버터 칼로 버터를 발라 먹으면 되오. 너무 큰 덩어리들 입에 넣으면 우습게 보이니 되도록 작은 조각으로 먹도록 하시오. 식사는 차가운 전채와 더운 생선 요리, 더운 고기 요리로 이어진 다음 디저트로 끝나게 되오. 정식의 프랑스 정찬이면 생선 요리와 고기 요리 사이에 차가운 입가심 요리와 샐러드 종류가 추가되며 디저트 전에 모듬 치즈가 제공되어 지지만 오늘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으니 참고들 하시오.”

 

 그 날의 식사는 일종의 프랑스 정찬법에 대한 강연이었다. 포도주 병을 따는 법과 따르는 법, 포크와 나이프를 다루는 법, 냅킨을 사용하는 법 등 일장의 강연이 이뤄지고 난 다음 그가 주방으로 들어가서 첫 번째 접시를 내기 시작했다. 하얀 양접시 중앙에 차갑고 단단하게 굳힌 장어 테린느가 담겼고, 마늘과 이름모를 향채를 올리브 기름에 갈아낸 소스가 곁들여졌다. 김옥균의 곁에는 그의 애첩인 스기타니 오타마가 앉아있고 정난교와 와다 엔지로라 하는 김옥균의 충복이 같이 했다. 유라쿠 조의 사장과 조리장, 그리고 이일직도 자리에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프랑스 포도주를 곁들인 만찬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요리를 내올 때마다 감탄어린 찬사가 이어졌고 김옥균은 자못 자랑스러운 듯이 그의 손을 잡고 치하를 했다.

 

 “홍공의 손은 이리 강건한데 이렇게 향기롭고 아름다운 요리를 하다니 참으로 대단하오.”

 

 그날의 연회 역시 마무리는 일본 기녀들과의 질탕한 놀음이었다.

  이후 그는 유라쿠 조의 귀빈이 되었다. 요정의 조리장은 그를 사부의 예로 모셨고 김옥균은 자주 프랑스 식 요리를 그에게 청했다. 이후 수십 년간 유라쿠 조의 프랑스 요리는 도쿄의 명물로 남았다.

 

 

  그는 이일직과 권동수 형제와 마주 앉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좀 아셨을 듯 하오.”

 “그는 이미 망가진 사람이오. 그대들도 잘 알고 있잖소?”

 “망가졌지요. 이미 오래전에.”

 “굳이 그것을 해야겠소? 그럴만한 가치가 없을 듯 한데.”

 “그자 혼자의 일이라면 굳이 필요가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를 이용하는 자들이 문제요. 도야마 일당들을 알고 있잖소? 언제든 기회만 된다면 김옥균을 앞세워 조선 땅을 유린할 놈들입니다. 이미 갑신년의 난리도 그자들이 배후에 섰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갑신년 이후에도 몇 번이나 겐요사의 낭인들이 폭약과 도검을 조선으로 들여가려 한 바 있소. 언젠가는 일본 놈들의 세력을 빌어서 주상과 종묘사직을 능멸할 것이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수괴가 김옥균인 것이오. 더구나 그는 이미 조선의 대역죄인 아니오? 군주 전하께서 친히 척살하라는 어명을 내리셨으니 어명을 받들어야지 않겠소이까?”

 “나도 그를 보고 많이 실망했소. 한때 그렇게 재기 넘치고 당당하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줄은 몰랐소. 갑신년에 그가 행한 역적질은 나도 절대 용서 못할 일이었소. 그때 죽어간 그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도 우리 조선의 개화의 길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소. 개화의 싹을 아예 짓밟아 버린 셈이지. 내가 프랑스까지 갈 요량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난리 때문이라고 봐야 하오. 그러나 그를 개인적으로 암살하는 일은 별개의 일이요. 가능하다면 그를 추포하여 조선의 군주께서 친히 국문하시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소?”

 “홍공은 그게 가능하다고 보시오? 그가 일본에 있는 한 그의 몸에 손을 댈 수는 없소. 여러 번 봐서 알거요. 그의 주위에는 늘 두세 겹의 인사들이 신변을 지키고 있소. 겐요사의 낭인들이 유라쿠 조 주변에 깔린 거 보신 적 있을 거요.”

 “참으로 난감하오. 내가 그럼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요?”

 “김옥균은 홍공을 참으로 좋아하더이다. 그를 청나라로 유인하려 하오. 홍공을 동행으로 삼아서. 그런 후에 그를 도모하는 것은 오로지 홍공의 뜻에 따르렵니다.”

 “즉답은 곤란하오. 그와 한번 얘기를 나눠 보겠소.”

 

  김옥균을 대낮에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오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지라 점심 이후에나 기별이 왔다. 김옥균은 유카타 차림으로 막 점심상을 물린 후였다.

 

 “주위를 물리쳐 주시오.”

 

 김옥균은 손짓으로 정난교와 와다 등의 측근들을 내보냈다.

 

 “어쩐 일이시오? 이렇게 일찍 만나자고 청하다니. 술을 마시기에는 이른 듯 하오만.”

 “공을 만난 지 벌써 여러 번이오. 이제 심중의 이야기를 좀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소.”

 “오늘은 이일직을 동행하지 않았구려. 나는 그 자를 믿지 않소.”

 “이해하오. 이미 여러 번 위험을 당했다고 들었소. 그럼 나는 믿을 수 있겠소?”

 “그대를 어찌 믿겠소. 허허...”

 

 김옥균은 허탈하게 웃어 넘겼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바가 이일직과 완연히 다른 것은 알 수 있었다.

 

 “김공이 갑신년에 행한 일은 참으로 유감이오. 나 역시 그 당시 한양에서 참으로 놀라고 황망했던 기억이 있소.”

 “그때 일을 꺼내는 이유가 무엇이오? 국문이라도 하려는 것이오?”

 “국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김공의 뜻을 알고 싶소. 나도 조선의 개화를 앞당겨 부국강병의 길을 열어, 위로는 군주 전하의 평안하심과 밑으로는 만백성의 태평함을 도모하는 자요. 마침 프랑스에서 조금의 깨우침을 얻어 이제 조선으로 돌아가 그 뜻을 실현해 보려하는데 어찌 공의 생각이 궁금치 않겠소?”

 “잘 아실 거요.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소. 우선 군주전하를 믿었고 일본을 믿었고 내 자신을 믿었소.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배반했소. 군주 전하께서는 나의 충심을 알아주실 것이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았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소. 나 자신은 말할 것도 없소. 그렇게 경솔하게 일을 벌이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둔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소. 홍영식등 친우들을 잃었고 부모형제 처자식들이 모두 죽거나 노비가 되었소. 내가 어리석고 경솔한 짓을 한 댓가는 너무나 컸소.”

 “김공께서는 기억 못하실 거요. 우린 민영익 대감의 사랑방에서 본 적이 있소. 김윤식 대감의 소개로 동행한 적이 있소. 물어봅시다. 민씨 세족들을 척살하는 것은 그렇다 치되 어찌 그대들을 그렇게 아끼고 돌보고 어울리던 민영익 대감을 노렸소? 그리고 개화에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개화의 뜻을 같이 품고 그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홍집, 어윤중, 김윤식, 박정양 등의 여러 인사들 역시 처단하려 한 것이오?”

 “그대는 무척 아프게도 물어보는 군.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오. 민대감에겐 미안하지 이를 데 없소. 하지만 그때 나는 사사로운 정리를 완전히 떠나야 일이 성사될 것이라 생각했소. 개화라는 것을 한가하게 논하고 있는 인사들도 답답하기만 했소. 보시오. 일본은 그때 이미 개화의 초입을 넘어서서 부국의 길로 나서고 있었소.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 온 나로서는 개화로의 길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여겼소.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일이오.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인사들이 설치고 뒤집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이야 뼈저리게 깨닫고 있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시오? 이렇게 진흙탕 속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시오?”

 

 그 때 김옥균의 눈빛이 흐려졌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소. 처음 일본으로 도망쳐 왔을 때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소. 부모 형제 처자식들이 모두 역적의 죄를 쓰고 처형당했소. 죽고만 싶었소. 나 하나의 행사로 나를 둘러 싼 모든 사람들이 망가져버렸소.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요. 차라리 그 일이 실패했을 때 그 자리에서 난 죽었어야 했소. 그 이후로 살아있는 나는 내가 아니오.”

 “그러나 지금 김공이 교류하고 있는 자들은 위험한 자들이오. 도야마 일당과 인연을 끊을 수는 없는 것이오?”

 “왜 모르겠소. 하지만 나는 이미 그들의 포로가 된 몸이오. 그들이 없었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요. 그들의 돈과 배경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소. 지금 어찌 그들과의 인연을 끊겠소?”

 “빚이 많다고 들었소만.”

 “아주 많지. 아주 많아. 여태 빚으로만 살았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소.”

 

 그는 김옥균의 죽어버린 눈빛을 들여다봤다. 그가 느낀 감정은 분명히 동정심이었다. 적개심을 가질 상대가 아니었다.

 

 “김공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오. 나도 그렇지만 조국을 위해 뭔가 해야 할 것이 아니오?”

 “홍공. 그대가 나를 죽여줄 수는 없는 거요?”

 

 그는 김옥균의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죽고 싶은 게요?”

 “죽고 싶소.”

 “선비가 뜻을 세우고자 죽는 것은 참으로 가벼운 일이나 지금 죽음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오. 어찌 함부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이오.”

 “홍공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생각이오? 조선에 돌아가면 무슨 계획이라도 있소?”

 “이 사람은 원래 가진 게 없는 사람이오. 오로지 신명을 다해 군주 전하를 모시고 조선의 부국강병을 위해 목숨을 바칠 뿐이오. 자리가 주어질 지, 또 기회가 주어질 지는 모르오. 단지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밖에.”

 “나는 이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오. 하지만 이제 이 일본에서 사는 것도 지겨운 일이 됐소. 혹시 삼화주의라는 말을 들어 보았소? 나는 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는 길이 그 삼화주의에 있다고 보고 있소.”

 “들은 바 있으나 잘 알지 못하오. 말씀해 보시오.”

 

 그는 김옥균의 삼화주의 무엇인지 들어 알고 있었다. 김옥균의 스승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지론이었고 도야마 쪽 겐요사 낭인들의 논거가 되고 있었다. 후에 겐요사 낭인들이 을미년의 국모 시해를 주도하게 될 지는 두 사람도 예상 못했던 일이다.

 

 “서세동점의 시대가 몰아친 지 오래요. 서구 열강들의 탐욕이 이 동아시아 삼국을 그대로 두진 않을 것이오. 유교적 철학 기반을 같이 하는 동아의 세 나라가 힘을 합친다면 능히 그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평화 공존에 일익을 할 수 있다 생각되오. 지금 조선, 일본, 청나라 삼국 중 일본의 국력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오. 일본은 이미 스스로 나라를 지킬 충분한 힘을 키웠소. 미진하지만 조선, 청나라와 힘을 합친다면 동아시아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소.”

 

  그는 김옥균의 논리에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반박조차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은 그럼 무엇인가? 서구 열강들은 그렇게 탐욕스러운데 일본은 탐욕도 야욕도 없는 정의로운 국가인가? 김옥균은 이미 상황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정확히 판단할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오로지 일본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일본의 입장에서만 판단할 뿐이었다.

 

 “그럼 공은 어떤 방식으로 그 삼화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 생각하오?”

 “나는 이미 일본 쪽의 유력 인사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었소. 그들은 우리 조선의 중립노선을 인정하여 자체척인 개화 노력을 지원할 것이오. 문제는 청나라요. 우리는 이제 청나라와의 사대조공의 관계를 벗어나 대등한 국가대 국가로서 당당하게 친선 외교 관계를 가꾸어야 할 것이오. 이는 청나라의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가 없는 일이오. 지금 조선의 인사들로는 이러한 교섭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오. 이 역할을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오. 마침 이일직이 청나라 이홍장의 아들 이경방과 밀접한 사이라 하니 그를 통해 교섭해 보려 하오. 그를 가까이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오. 그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능력을 믿고 있소. 홍공 역시 그와 더불어 이 사람을 도와준다면 후에 크게 쓰일 날이 있을 것이오.”

 

 그는 이일직이 그동안 김옥균에게 건넨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김옥균이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이었고 그를 떠받들어줄 추종자들이었다.

 

 “아까 죽고 싶다고 한 것은 무슨 연유였소?”

 

 한동안 반짝이던 김옥균의 눈빛이 다시 흐려졌다.

 

 “그것은 본심이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삶에 대한 의욕을 잃었소. 조국에서 도망쳐 나와 이국을 떠돈 지 어언 10년이오. 참으로 허무하고 권태롭소. 지금 내 삶이 말이오. 죽고 죽이고 빼앗고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 지겹소. 세계 인민 모두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책은 멀기만 하오. 도야마 선생이 얘기하는 삼화주의 만이 그 작은 대안이라는 생각일 뿐이오. 그래서 남은 여생을 그 일에 바쳐 보려 하오. 그마저도 안 된다면 내 생애에 더 이상 할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

 

 그는 더 이상 김옥균에게 물어볼 것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술이 마시고 싶었다. 마구 취하고 싶었다.

 

 “김공의 높은 뜻 잘 들었소이다. 가슴이 답답한 것이 술이 당기는 구려. 우리 오늘 대취하도록 마시면 어떻겠소?”

 “좋소. 마셔봅시다.”

 

 그들은 곧바로 술상을 불러들여 폭음을 시작했다. 그의 취기가 어릴수록 눈앞의 김옥균이 점점 가여워졌다. 어쩌면 스스로의 모습을 그를 통해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약한 국가에서 태어나 뜻을 펴지 못한 채 스러져 가는 불쌍한 작은 벌레. 나 역시 저렇게 스러지진 않을까. 그는 그날 크게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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