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8화
작성일 : 19-11-01 17:11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3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체크.”

 

 테이블 가운데 남자는 담배를 문 채로 말했다.

 

 “정 대표. 좀 더 가보지 그래?”

 

 그 말에 담배를 문 남자, 정 대표는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대답했다.

 

 “김 대표. 이 판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말이야. 딱 내 밥그릇만 채우는 거야.”

 “에이. 정 대표 밥그릇이 간장 종지도 아니고, 한 번만 더 배팅하면 5배라고. 하하하.”

 

 김 대표는 바람을 넣으며 부추겼지만, 정 대표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한 번 더 배팅 해 봤자, 얻을 것 보다 잃을 게 많다. 김 대표는 150억을 잃었고 자신은 200억을 땄다. 남이 딴 돈이 자기가 잃은 돈보다 많으니 괜히 심술이 나서 하는 말이다.

 

 “자기 그릇이 종지인지, 밥그릇인지, 사발인지, 깨져 봐야 아나? 난 내 그릇 딱 채웠어. 더 욕심 안내.”

 

 정 대표의 깨져봐야 아느냐는 말에 김 대표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정 대표는 그런 김 대표를 보지 않고 테이블 위에 쌓인 칩을 앞으로 쓸어 모았다.

 

 “벌써 끝내려고? 아직 폐장까지 4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번에는 김 대표의 반대쪽 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대표가 힐끗 보니 본전치기한 한 대표다.

 

 “아, 오늘 게임을 끝낼지 안 끝낼지는 바람 좀 쐬고 와서 결정하려고. 플레이어도 얼마 없고, 재들 하는 걸 보니 한참 홀드 상태로 있을 것 같거든. 이러면 배팅 재미도 없단 말이야.”

 

 정 대표는 쓸어 모은 칩을 케이스에 분류하며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하얀색 도형과 선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미궁의 설계도를 보는 것 같았다.

 

 “적어도 저녁때까지는 꼼짝 안할 것 같아. 그렇다고 게임오버를 시킬 수도 없고 말이지.”

 

 김 대표와 한 대표, 그리고 앞의 딜러까지도 정 대표의 시선을 따라간다. 설계도 같은 그림위에 붉은 점 몇 개가 찍혀 있다. 붉은 점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깜빡이다가, 다시 느리게 깜빡이길 반복했다.

 

 “초이스도 끝낼까요?”

 

 딜러의 말에 정 대표가 붉은 점 하나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딜러가 그 점을 손으로 살짝 눌렀다. 그러자 테이블 위로 홀로그램처럼 영상이 떠오른다. 세 사람의 시선이 영상에 고정되었다.

 

 “초이스 할 것도 없겠는데…”

 “배팅률도 작고.”

 

 정 대표는 그걸 보더니 말했다.

 

 “그것 봐. 오늘은 재미없다니까.”

 

 

 

 

 

 

 

 

 

 

 “크…윽…!”

 

 참는다고 참고 있지만 온 몸을 쥐어짜는 고통 때문에 신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철수가 지금 있는 곳은 일명 ‘신에게 닿는 참회의 방’이라는 장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차라리 고문실이 맞는 것 같다.

 

 “제기랄! 이건 얘기를 안 해 줬잖아!”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가 문제다.

 다리를 가부좌 하고 어깨와 팔꿈치가 일자가 되도록 앞으로 쭉 뻗어, 양 손바닥을 기도하듯 맞닿은 자세. 철수는 살아오며 가부좌자세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교회를 나가 본 적도 없다. 자세 자체가 생소한 것이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자세가 잘 잡히지 않아 낑낑대고 있었다. 그런데 수사 한명이 웬 보조구라면서 가죽과 끈으로 이루어진 옷을 들고 왔다.

 

 ‘이건 자세를 바로 잡는 보조구입니다.’

 ‘안 그래도 자세가 잘 안 되던데, 고맙습니다.’

 

 상식적인 사람이 평범한 상황에서 그런 물건을 보면, 해괴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라 생각했을 것이고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철수는 바코드 치료라는 목표 때문에 한 점 의심 없이 그 기구를 걸쳤다.

 

 “고맙기는…내가 미쳤지.”

 

 이 해괴망측한 보조구를 다 걸치고 알았다. 보조구의 이음새는 징으로 박혀 있고, 더욱이 신체를 꽉 쪼일 수 있도록 걸쇠장치까지 붙어 있다. 한마디로 이 자세에서 거의 움직일 수 없다는 거다.

 어쨌든 보좌주교의 말마따나 처음 5분은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반성했다.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께 빌었다. 하지만 10분, 20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땀이 이마에 맺히다 못해 비처럼 쏟아졌고 옷은 축축하게 젖었다.

 30분이 넘어가자 기어코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쯤 되니 바코더로 죽는 시간보다, 고통으로 인한 쇼크사가 더 빠를 것 같다.

 

 “이봐요!”

 

 누구라도 불러 이 자세를 풀어달라고 말해야겠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파 반성이고 나발이고 못하겠다. 이 이상 참회의 시간을 가져봤자 억지다. 철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힘껏 소리쳐 불렀는데, 반응이 없다.

 

 “저기요! 밖에 아무도 없나요?!”

 

 좁은 방안. 그 안에서 자신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힘껏 소리쳤다. 하지만 쩌렁쩌렁했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적만 만이 감돌았다.

 

 “아니, 잠깐.”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보좌주교는 물론, 자신에게 보조구를 입힌 수사도 얼마동안 이 방에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철수는 몸을 뒤틀며 움직였다. 자신이 바라보는 정면은 벽. 문은 등 뒤에 있다. 문 쪽으로 몸을 돌려 문고리를 잡고 열어볼 생각이다.

 

 “빌어먹을!!”

 

 하도 좁은 방이라 몸 한 바퀴 돌리는 것도 힘들다. 양 무릎이 벽에 닿아 쓸렸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숙여 보았다. 엉덩이 부근에 땀이 샘처럼 고여 있다.

 철수는 이를 악물고 몸을 조금씩 움직여 문고리를 잡았다.

 

 ‘덜컥!’

 

 그리고 그 소리에 철수의 심장도 같이 덜컥 내려앉았다.

 문은 잠겨 있었다.

 

 “어?! 이…이거 어떻게 된 거야?”

 

 문은 보통 안쪽에서 잠그게 되어 있다. 그게 일반적인 구조다.

 그런데 이건 안쪽에 잠금장치도 없고 열리지도 않는다. 마음 한 구석에 있던 불안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어이! 수사님! 보좌주교님?! 밖에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냐고! 야! 보좌주교! 수사새끼야!!”

 

 철수는 문고리를 잡은 자세 그대로, 미친 듯이 밀고, 당기고, 흔들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헉…헉…헉…”

 

 숨을 고르느라 흥분이 조금 가라앉자, 그 밑에 숨어있던 고통이 치고 올라온다.

 허벅지는 감각이 없고 무릎은 끊어질 것 같다. 어깨와 팔꿈치는 송곳으로 쑤시는 통증에, 등은 커다란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다. 거기다 입안과 목구멍은 타들어 가는 것 같다.

 

 “야!! 문 열라고! 그만한다고!”

 

 철수는 악을 쓰며 외쳤으나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문득 머릿속에 돌팔이 의사가 떠올랐다. 가능성 운운하며 자신이 생 피부를 벗겨내던 노인.

 

 “야! 이 개새끼들아! 니들이 사람이야?! 쌍놈 새끼들아! 목적이 뭐야?! 크흑! 쿨럭! 쿨럭!”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온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키는데 어디선가 조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아주 작은 음량의 라디오 소리 같다.

 

 “이게 무슨 소리야? 환청인가?”

 

 뻑뻑한 고개를 흔들어 둘러보니, 안쪽 벽 틈새에서 그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철수는 엉덩이만 사용해 벽을 등진 자세로 이동했다. 종이 몇 장 들어갈 정도의 벽 틈새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봐……자네……”

 “어?!”

 

 벽 틈새는 마치 실톱으로 거칠게 갈아 놓은 것 같았다. 그 틈새에서 마르고 탁한 목소리가 실바람처럼 나오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혹시 참선을 하러 들어왔나요?”

 

 철수는 몸을 엉기적거리며 귀를 틈 사이로 바짝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들려온 대답은 자신의 물음과는 상관없는 대답이었다.

 

 “자네…못나가.”

 

 그 황당하고 절망적인 대답에 철수는 벽 틈에 입을 딱 붙이고 소리쳤다.

 

 “뭐라고? 왜 못나간다는 말입니까? 난 치료를 위해 왔을 뿐이야!”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비좁아 터진 방. 잠긴 문. 몸은 꽁꽁 묶여서 감각조차 없어졌겠지.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나?”

 “이건 참선을 위해서 조취를 취해 놓은 거라고!”

 “흐음. 그래 맞아. 다들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결국 죽었을걸.”

 “뭐? 주, 죽어? 그럼 바코드 치료는?”

 “그거야 직접 보지 않았으니 모르지, 나는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로 짐작할 뿐이거든.”

 “빌어먹을! 그럼 바코드는 결국…!”

 “그 자세로 한 시간정도면 기절해 버려. 피가 통하지 않는데다 고통도 지독해서 말이야. 그러면 도살자들이 오지. 와서 끌고 나가. 그들이 어디로 데려가든 여기 있던 사람은 온 몸이 다 뜯겨져 나갈 뿐이야.”

 

 철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벽 너머에서 하는 이야기는 황당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이름이 뭔지 몰라 일단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선생님. 온 몸이 다 뜯겨져 나간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그리고 기절한 사람을 끌고 나가다니요? 여기 참회의 방에 사람이 한두 명 왔던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나요?”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질문은 왈칵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거칠고 얇게 갈린 벽 틈 사이로 들려오던 말은 멈추었다.

 답답한 마음에 대답을 보채려 할 때 쯤, 틈에서 실바람을 타고 대답이 들려왔다.

 

 “여긴 장기 밀매업자 소굴이야. 어차피 죽을 거, 바코더는 정말 좋은 물건이지.”

 

 그 말에 철수는 붕어처럼 입만 뻐끔 거렸다. 목이 턱 막혀버린 느낌이다.

 간신히 다시 말을 꺼냈다.

 

 “다, 당신 누구야?”

 “나? 이곳의 주교……였었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화 (완결) 2019 / 11 / 10 224 0 10747   
26 26화 2019 / 11 / 10 186 0 7192   
25 25화 2019 / 11 / 9 199 0 3556   
24 24화 2019 / 11 / 9 207 0 5748   
23 23화 2019 / 11 / 8 201 0 3598   
22 22화 2019 / 11 / 8 200 0 3340   
21 21화 2019 / 11 / 8 197 0 3992   
20 20화 2019 / 11 / 7 197 0 5235   
19 19화 2019 / 11 / 6 234 0 5597   
18 18화 2019 / 11 / 6 204 0 4466   
17 17화 2019 / 11 / 5 202 0 4727   
16 16화 2019 / 11 / 5 211 0 6215   
15 15화 2019 / 11 / 4 218 0 3041   
14 14화 2019 / 11 / 4 231 0 5215   
13 13화 2019 / 11 / 3 211 0 4251   
12 12화 2019 / 11 / 3 196 0 2991   
11 11화 2019 / 11 / 2 230 0 4018   
10 10화 2019 / 11 / 2 205 0 4704   
9 9화 2019 / 11 / 1 191 0 5563   
8 8화 2019 / 11 / 1 194 0 4323   
7 7화 2019 / 10 / 31 194 0 4992   
6 6화 2019 / 10 / 31 207 0 3742   
5 5화 2019 / 10 / 30 210 0 3986   
4 4화 2019 / 10 / 30 196 0 3906   
3 3화 2019 / 10 / 30 202 0 4007   
2 2화 2019 / 10 / 30 222 0 4395   
1 1화 2019 / 10 / 30 391 1 50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