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를르르르릉]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오늘도 역시나 한참 이른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몇 시지…벌써 일어날 시간인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출근할 때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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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 어느 날 있었던 일 때문에…
‘아….벌써 여섯시가 다 되가네..얼른 출발하자’
어차피 병원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유니폼만 얼른 챙겨입고 바로 나선다
하지만 유니폼입는데만도 15~20분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그리 서두르는 것이라고도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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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블랙을 불러야하나….’
‘그냥 블랙 부르자’
난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병원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출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느 기사는 짜증을 내기도
어느 기사는 그냥 무덤덤
어느 기사는 자상한 아버지처럼
그래서 일반 택시를 불러 골목 안쪽으로 양해를 구하기보다는
차라리 좀 비싸더라도 블랙택시를 불러 맘 편히 가는 걸 선택한다.
괜히 다치지도 않았는데 다친척..받지도 않은 수술로 인해 힘든척..안 해도 되니까
적어도 그 사람들은 불평불만 같은 짜증 섞인 소리는 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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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난 어느새 타인의 눈에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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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 비춰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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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샘 어제 오프 잘 쉬셨어요?”
“모.. 별 다를거 있냐? 똑같지…병원은 별일 없었고??”
어제 병원에 다녀왔던 이야기같은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 누구도 그리 궁금해하지는 않아할건데…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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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그래서 요즘 썸 타는 거야?”
“모야모야 빨리 이야기해봐 어떤 사람인데”
여자 샘들이 한데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현아 샘은 애인있어요? 눈도 크고 귀엽게 생겨서 남자들한테 인기 많을거 같은데”
“아뇨..”
“아니면 남자 소개받을래요? 내가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줄게”
‘현아 샘도 솔로구나”
“어제 남자 친구랑 좋은데 가셨다면서요 모.. 하셨죠?”
“이거 그린라이트 맞지???”
젊은 여자들의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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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는데…나에게 저런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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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런 잡념….여유에서 오는거다..
착각이라는 녀석은 가장 무서운 적이고…나의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사라져갈 것이다
편안함에 익숙해지지말고 긴장하자
적당한 긴장감은 나도 하여금 쉬지 않게 하니까
그리고 그것 만이 내 삶을 증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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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뵈요”
그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고 이 병원 안에 또 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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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시는 여사님도 가시고…
‘얼른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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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즘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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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르르르르르르룩..’
‘아 배 아퍼….’
내가 제일 긴장하는 순간 중 하나가
새벽 이른 시간 배가 아파 잠이 깨 화장실에 가야하는 경우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수면 상태에 놓여있던..
나의 몸은 경직되어 생각처럼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려면..그 언제보다도 더욱 더 조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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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있는 조그마한 돌맹이도..
살짝 솟아있는..아주 사소한 부분들이..나에겐 위험요소였다..
‘폴대를 지지대 삼아 천천히..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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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야 아무도 없는 불꺼진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무섭기도 했으나..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편이다..
‘휴….이제 좀 살거 같네…..이제 일어나볼까’
‘……………………….’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았다….
왼쪽에 있는 휴지걸이에 팔꿈치를 걸어 지지대삼아
몇 번이고 일어나려 애썼지만.. 쉽사리 힘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지금 시간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밖에는 아무도 없고…이 건물에는 나 혼자다..
‘젠장……어쩌지….’
‘천천히 다시 해보자……..’
안된다……………………………………………
그렇게 30분을 그렇게 일어나기를 시도하고 주저앉기를 반복했나보다…
겨우겨우…일어나 병원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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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휴……큰일날뻔했네… 아.. 지친다…빨리 잠이나 자자…..’
‘이렇게까지해서 일을해야하나…..휴……’
종종 발생하는 이런 상황들은 나로 하여금 정말 현실을 직시할수있게 해준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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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별일 아니라고 자기위로를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잠을 청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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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은 밝아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똑 같은 일을 한다..
매일같이 이 건물에서 자고 일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오늘이 월요일인지 토요일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때도 있다..
그렇게 어제 새벽의 일은 나 혼자만의 비밀이 되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다보면 여느 때와 다를거 없이 어느 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그냥 반복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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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르르르르르를르르르를]
“깡샘 전화왔어요”
“미안한데 스팸아니면 윰샘이 좀 대신 받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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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인데요? 세브란스래요”
“세브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