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연이 바론 품에 닿자마자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그에 바론과 한율이 놀라는 건 당연.

　그 중 한율이 먼저 정신 차려, 쓰러진 화연을 본능적으로 받아든 바론에게서 화연을 뺏어 들려 했다.

　힌율로썬 바론과 닿자마자 화연이 쓰러졌으니 바론이 화연에게 무슨 짓을 했다,라고 생각되어 그런 거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한 바론은 한율이 쓰러진 화연을 뺏으려 들자 본능적으로 화연을 제대로 안아 보물 감싸듯 감쌌다.

　"하, 미쳤네. 바론 예무. 지금 화연에게 무슨 짓을 한 걸로도 모자라-,"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화연이 네게 닿자마자 쓰러진다? 거짓말도 신빙성 있게 해야 먹히는 법. 나를 아주 우습게 아는구나."

　그에 바론이 반박하려 할 때,

　"으응..."

　화연의 작은 뒤척임이 그것을 막았다.

　한율 또한 그 즉시 바론 따위에게 신경 끄고 화연을 살폈다.

　주무신다.

　온갖 방법을 써도 잠을 못 자겠다 하시던 것과 달리 아주 고이 주무신다.

　화연이 단지 자고 있을 뿐이라는 걸 동시에 깨달은 한율과 바론은 침묵했다.

　그러다 바론은 여기서 주무시게 할 순 없다는 생각에 화연을 깨우려 했다.

　"폐하, 잠시만 일어,"

　"그만."

　당연히 그걸 저지한 건 화연이 잠을 자지 못했다는 걸 아는 한율.

　"뭡니까. 폐하를 이곳에서 재울 수도, 그렇다고 제게 배정된 숙관에 모실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폐하께 천궁에 감히 들어가도 되냐 물어봐야 합니다."

　겨우 잠든 화연이 깨게 시끄럽게 떠드는 바론을 말을 일축했다.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라. 화연이 깨지 않게 조심해서 따라와. 화연은 월궁으로 가신다."

　"그게 무슨,"

　"바론 예무, 언제부터 내 명령에 토 달 정도의 위치가 되었지?"

　"폐하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할 순 없습니다."

　하, 쓸데없이 의지가 담긴 눈.

　멍청한 자가 고집을 가지면 이리 피곤하게 된다 싶어 인상 쓴 한율은 폐하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니,

　그 말 은 화연의 반려인 나의 궁에 가는 게 화연이 싫어하는 일이라 돌려 말하는 건가? 세속과 문 닫고 사나 보구나. 바론 예무. 라며 말꼬리 잡는 대신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는 걸 택했다.

　당연, 모든 건 겨우 잠든 화연이 깨면 안되니까,다.

　*

　화연을 안아 든 채 월궁으로 들어온 바론은 한율을 뒤따라 침실로 직행했다.

　그리곤 침대 앞.

　바론은 밤을 꼬박 새웠다는 화연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내려놓으려 했다.

　저의 옷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 화연만 아니었다면.

　물론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는 정도의 힘이었지만 굳이, 이런 좋은 기회를? 이라는 생각이었다.

　바론은 한율에게 화연이 제 옷을 꽉 주고 있는 걸 보여주며 물었다.

　"한율 여화님, 이거 보십시오."

　자랑하듯이.

　"겨우 잠든 폐하를 깨우는 것. 이대로 제품에 재우는 것.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하, 천한 것이 머리를 굴리는구나."

　어이없다는 듯, 금방이라고 바론을 한 대 칠 듯 읊조린 한율도 바론도 알고 있었다.

　겨우 잠든 화연을 깨우는 것보다 이대로 바론 품에 재우는 게 낫다는 것.

　한율은 꼼수부리는 바론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그의 품에 안긴 화연에게 피해가 갈까 애써 참으며 말했다.

　물론 금방이라도 씹어먹을 듯 위협적으로.

　"천한 너 때문에 화연이 깨시기라도 하면 각오해라."

　"예."

　그러나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듯 소중히, 행복함의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화연을 껴안는 바론에 열 받는 건 한율이었다.

　*

　화연은 바론 품에 안겨 곤히 자고 바론은 그런 화연을 소중히 안고 한율은 그런 바론이 허튼짓하지 않게 감시하고.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가 끝난 건 화연이 깨어나서였다.

　"와, 진짜 상쾌하다."

　부스스 일어나 어벙하게 놀란 화연은 저를 지지하고 있는 무언가에 자연스럽게 다시 기댔다.

　움찔.

　응? 움찔?

　어쩐지 사람인 것처럼 따뜻한 온기도 느껴져 쳐다보니 바론이었다.

　아,

　{ [빅 이벤트!]

　바론과 어떻게 화해할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게임 시스템이 직접 준비했습니다.

　온가를 나누면 마음도 나뉘는 법.

　밤마다, 피로해질 때마다 온기를 나누며 화해해보세요.}

　순간 기절하기 전에 봤던 시스템 창 내용이 떠올랐다.

　시스템 개새끼.

　화해할 방법을 몰라 고민하긴 했다만 그걸 이렇게 만들 줄이야.

　시스템에 대한 분노로 이를 으득 갈자 움찔하는 건 바론과 한율이었다.

　와, 한율도 있었네?

　나는 그제야 이곳의 미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극적으로 화해한지 일주일도 안된 약혼남, 한율.

　깊은 오해를 한 채 있는 남주 후보, 바론.

　그리고 그런 바론에게 안겨있는 나.

　음... 다시 기절할까?

　내가 입을 다무니 미묘한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졌다.

　""...""

　"..."

　안 되겠다. 다시 기절하자.

　*

　미묘한 분위기는 문득 깨달았다는 듯 바론의 품에서 나를 빼내는 한율 덕에 깨졌다.

　"화연, 이제 저에게 와주세요."

　그래, 미남이 부르면 응당 가는 게 세상의 이치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율에게 가려는 나를 바론이 잡았다.

　정확히는, 한 손으론 나를 잡은 한율의 손을 쳐내고 한 손으론 제 가슴팍에 내 얼굴을 파묻히도록 꽉 껴안았다.

　오, 오오...

　순간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 생생히 느껴지는 탄탄한 가슴팍에 조용히 여기 뼈를 묻겠다 생각했다.

　한율도 좋긴 했지만 역시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바론은,

　화연이 말을 아낄 때 한율이 으르렁거리듯 바론에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바론 예무."

　그에 바론은 당황하며 사죄했다.

　그러나 화연을 놓진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하!"

　한율은 습관적으로 룬을 끌어내다 멈칫하며 사그라트렸다.

　'누가 그렇게 죽일 듯이 굴어.'

　화연의 말이 생각나서.

　바론의 품에 여전히 화연이 안겨있어서.

　그래서 한율은 조용히 바론을 노려보기만 했다.

　화연이 바스락거리며 바론 품에서 빠져나오지 않았으면 과연 노려보기만 했을지 의문이지만.

　바론 품에서 빠져나온 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무래도 나, 바론이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나 봐."

　화연은 시스템 창을 토대로 말한 것이지만 그걸 모르는 바론과 한율은 놀라 했다.

　물론 바론은 긍정적으로, 한율은 부정적으로.

　그 희비에 화연은 다급히 덧붙였다.

　{당혹스러워하는 당신에게 뻗어지는 도움의 손길.}

　{이 정보를 잘 활용하여 이 상황을 타개해보아요.}

　{룬에는 파장이란 게 있다는 소문이 있다.

　길거리를 떠도는 유사 과학쯤이지만 꽤 믿는 사람이 많은 그런 소문.

　소문의 자세한 내용은 비슷한 파장을 가진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편안해지고 그 반대로, 정반대의 파장을 가진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불편해진다는 것이었다.}

　'허나 이상한 점이 그 외엔 이상이 없는데 갑자기 룬이 통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창의 정보와 선의가 했단 말을 활용하여.

　"갑자기 잠을 못 잤잖아. 근데 아무래도 룬의 파장 때문인 거 같아."

　"파장, 말입니까?"

　"응, 선의가 갑자기 내가 룬이 통하지 않는다 했거든 내 생각엔 아무래도 룬의 파장과 관련된 거 같아."

　증거도 없고 제대로 된 설득도 아니어서 나는 그냥 우겼다.

　"지금 내 상태가 이상해서 나와 파장이 맞는 바론에게 안겨야만 잠을 잘 수 있나 봐."

　아무튼 그래, 여튼 그래.

　침착하게 우긴 화연은 긴장하며 바론과 한율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니, 저런 정보들로 이보다 더 좋은 변명을 할 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기는 게 최고야.

　그런 화연의 기대에 부응하듯 약간 의아해하던 바론과 한율이 납득했다.

　오, 둘 다 생각보다 별 의심 없이 납득하는데?

　나 사실 엄청 논리적으로 말했던 건가?

　{바론과 한율은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고 납득합니다.}

　는 시스템의 농간이었다.

　진짜 개새끼.

　미리 저런 식으로 수를 썼으면 안 우겨도 되잖아.

　*

　시스템의 농간으로 내가 바론에게 안겨야만 잘 수 있다는 걸 납득한 바론과 한율.

　한율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그럼 앞으로도 화연은 바론 예무에게 안겨 주무셔야 합니까? 매일매일?"

　바론과 화해하면 안기지 않아도 잘 수 있지만 글쎄, 내 생각으론 바론과의 화해가 저 멀리 있기에 한율을 말처럼 매일매일 안겨 자야 할 수도 있었다.

　아, 참담한데?

　나 때문에 불편하게 자야 하는 바론은 또 무슨 죄인가 싶어 심각해지니 한율은 더 심각하고도 울적한 표정으로 조용히 내뱉었다.

　"그럼 약혼자인 저와의 합방보다 바론 예무따위와의 합방이 더 먼저가 되는 거네요."

　합, 합방...

　"어떻게 보면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아니지 않나...?"

　내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한율은 혼란 가득한 눈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말리고 싶은데 말릴 수 없어 참는 사람처럼.

　아, 미친.

　나는 한 떨기의 화려한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본 사람처럼 마음이 아파졌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뭐 어째, 바론과 자기 전에 먼저 자면 돼! 라고 막 던져?

　미친짓이지.

　첩과 자기 위해 처와 잔다니.

　아니, 난 여자고 바론과 한율은 남자니...음, 뭐라고 칭하는 말이 없네.

　이건 중요치 않으니 넘어갈까?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한율이 말했다.

　"그럼 저도 같이 자요."

　아니, 폭탄을 던졌다.

　예...?

　"...?"

　이게 무슨 소린가.

　너와 나, 바론.

　이렇게 셋이서 함께 자자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나는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되물었다.

　"이렇게 셋이?"

　"네."

　와우, 이걸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하지?

　확실히 셋이서 자면 바론과의 합방이 아니긴 하지.

　아니긴 한데...

　미묘한 건 나뿐이었는지 바론은 한율의 의견에 긍정을 표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와, 미친...

　나도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다.

　"바론, 너까지 왜 이래?"

　진짜 셋이 자자고? 이렇게 셋이?!

　약간, 이 아니라 완전히 막장 아닌가?!

　그러나 이 세계관의 사람인 바론은 아무런 문제 없지 않냐는 듯 말했다.

　"천호라는 자리는 많은 이성을 거느려할 의무가 있는 자리니 문제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모든 사람이 폐하의 결정을 응원할 겁니다. "

　더군다나 천호의 피를 이은 사람은 폐하밖에 없으니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이 천의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환영하겠죠.

　그 뒤는 역시 이 세계관 사람인 한율.

　"상냥하게 대해주신다 약조하셨잖아요. 한 번만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화연. 억지로 얻은 자리이긴 하나 그래도 저는 화연의 약혼남. 저만 봐달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처음 합방만큼은 저를 택해주세요."

　곧게 마주해오는 한율의 푸른 눈동자엔 그러니 야심한 밤, 바론과 단둘만 있게 되는 합방만큼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막겠다, 라는 의지가 넘실거렸다.

　그에 나도 정신을 놓았다.

　그래, 둘 다 그렇게 원한다면 막장 한번 만들어보자.

　"좋아, 셋이서 자자."

　다 같이 미쳐보는 거야.

　당연하게도 멘탈이 나가서 화김에 내린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