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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2. 두 번째 만남도 우리는 악연이었다.
작성일 : 16-10-10 17:19     조회 : 436     추천 : 0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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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제기랄! 악연도 이런 악연도 없어.

  내가 대체 조용히 살고자 한 그 노력이 뭐야!

  
망할 거지 같은 새끼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서.. "

 

 

 퇴근하는 하나의 발걸음이 무겁다.

 한 통의 전화는 우울한 그녀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전화,

 그리고 오늘은 예약손님이 많으니 가게 일을 거들으라는 것이었다.

 차라리 일이라도 하자 싶었다.

 

 어차피 어머니 가게에서 일이라도 하면

 돈이라도 주니 그 돈을 빨리 보태서

 그 회사를 벗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싶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그녀는 강남의 유흥가로 접어들고 있었다.

 

 

 어머니의 가게는 정말이지 고급스러움의 절정체이었다.

 겉외관부터 속의 소품 하나하나까지

 외국에서 다 들어온 자제와 소품들 이었다.

 

 이 곳은 강남 그 어느 곳보다 넓고 크며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비밀모임장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접대 장소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단골 대기업에서

 모신 고객과 관련있는 꽤나 중요한 바이어 미팅이라고 했다.

 그게 하나의 회사일 줄은 꿈에도

 그녀는 몰랐을테지만 말이다.

 

 하나는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주방에 이모들과 있었다.

 안주거리를 위해 과일을 아주 화려하게 다듬고 있었다.

 

 이미 어린시절부터 주방에서 일을 해와서인지

 하나의 손에서 예술작품이 탄생하고 있었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고객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과일을 세팅하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언뜻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는 듯 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다니는 회사 오너들로 보였다.

 매일 인사하는 치들이니 모를리가 없었다.

 

 

  " 음..마가 꼈나?

  퇴근하고도 저 면상들을 봐야 하나? "

  " 하나야~ 얼른 준비안하고 뭐하니? "

  " 알았어요. 이름 부르지마!

  가져가고 있어요. "

 

  

 그런데 그들의 뒤로 따라 들어오는,

 얼굴이 더욱 익숙한데 불쾌한 기분이 든다.

 

 진혁이다.

 하나의 인상은 구겨지고 있었다.

 다행히 진혁이 그녀를 못 본 듯해서

 하나는 얼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 정말 악연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네. "

 

 

 중요 인사들이 다 들어갔고,

 이내 하나의 어머니도 들어갔다.

 하나는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하필 그 앞에 하린이 들어오고 있을 줄이야.

 

  

  " 언니 거기서 뭐해? 안 들어가?

  오늘 중요한 고객들 이라며? "

  " 나랑 상관 없잖아. "

  " 상관 없다니 언니 제정신이니?

  네가 거기 안 들어가는게 말이나 돼? "

  " 내가 거기를 왜 들어가니? "

  " 생각이 이렇게 없어요.

  우리가게 매출이 우리 삶의 질이라는 것 몰라?


  내가 그래서 이렇게 촬영 마치고 바로 달려온 것 아니야~


  언니 넌 어쩜 너밖에 생각을 못하니..
 "

 

  

 그렇다.

 이 당돌하기 그지 없는 늘씬한 몸매에 어머니를 쏙 뺀 미인형 얼굴,

 

 이제 막 스물을 넘겼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가장 유명한 레이싱걸이자 모델인

 그녀의 여동생 하린이다.

 

 어머니의 일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할 만큼 야망도 넘치는 여자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자매이다.

 정말 어머니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하나는 이 두 모녀에게서 반드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 휴우~알았어.

  너 먼저 들어가. 곧 따라 들어갈 테니까.. "

  " 알았어.

  저번처럼 도망가기만 해. 언니 받을 돈 내가 다 챙길꺼야. "

 

  

 야망에 불타오르는 저 눈이라니,

 정말 지독하다.

 

 하나는 오늘 하루가 주말만큼이나 길다고 느꼈다.

 

 자신의 뒤의 인기척도 미처 못 느낄 만큼 말이다.

 진혁이 잠시 통화를 위해 밖으로 나온 것을 못 보았다.

 

 를 등지고 있었고,

 하나는 진혁을 본 충격과 하린의 잔소리에 이미 정신을 놓고 있었다.

 

 진혁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비밀스런 미스터리 한 여자,

 이중생활을 철저히 하고 본인의 본래 모습을 감춘 여자.

 자신이 본 하나는 그런 여자였다.

 신비롭고,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관찰자였다.

 

 그럴수록 더욱 입맛이 당겼다.

 지켜보기에 즐거움과 희열을 선사 할 가능성이 큰 여자였다.

 처음으로 관찰상대가 아주 질리지 않을 상대였다.

 

 그의 성적 충족감을 완벽하게 채워줄 사람.

 거기다 비밀스런 가족관계도 있는 듯 했다.

 

 방금 들어간 화려한 여자,

 여기 살롱의 주인마담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하나에게 언니라 불렀다.

 

 둘은 닮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그녀의 분위기가 아까 미인과 닮았다.

 아니 오히려 외모는 미인과 살롱의 주인마담과 닮았지만,

 하나는 마담과 분위기가 더 많이 닮아있었다.

 그 미인보다 훨씬 많이 말이다.

 

 그녀의 신비스럽고 화려했던 조명 속 분위기가

 바로 여기서 오는 듯했다.

 사냥감을 제대로 찾았다.

 

 이 여자를 놓치면 절대 안되겠다는,

 본능적 경고를 하고 있었다.

 진혁의 얼굴에 예의 그 비소가 아닌 미소가 걸렸다.

 

 너무 화사해서 눈부실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누가 보더라도 반할 만큼의

 정말 천상의 미소가 여기에 있었다.

 

 

 

 그 때부터 였다.

 진혁이 하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처음에는 하나도 그가 계속 쫓아다닌다는 것을 몰랐다.

 그럴 것이 회사에서는

 각자의 업무에 의해 부딪힐 일이 적었고,

 퇴근 후에는 하나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되도록 진혁과 다시 부딪혀서

 눈에 띄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진혁은 그런 그녀를

 이미 한발 앞서 쫓고 있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진혁의 욕심이 결국 하나의 눈에 띄는 사태를 발발했다.

 진혁은 그녀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의 집 근처에 잠복하기에 이르렀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그녀가

 그를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 너 진짜 미쳤냐? 여기가 어디라고 따라와? "

  " 내가 지나가던 길,

  가는데 그게 무슨 잘못입니까? "

  " 웃기고 있네.

  너네 집이 우리 집과 완전 반대 방향인데,

  지나가는 길?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나보고 믿으라고? "

  " 믿기 싫으면 혼자 오해 하시지요. "

  " 이 미친놈이 끝까지! "
 
 

 

 결국 열 받은 하나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 와중에 하나와 진혁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 둘을 발견한 한 남자가 그들에게 황급하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진혁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진혁은 남자치고 작은 키가 아니었다.

 꽤 큰 편에 속했다.

 그런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듯한

 그 남자는 몸이 다부지고 인상이 꽤나 날카로왔다.

 

  

  " 오빠가 여기 어쩐 일이야? "

  " 이 새끼 대체 뭐야? 치한이야? "

  " 아니야. 그 손 놓고 얘기해. 회사 동료야. "

  " 회사동료인데 네 표정이 그래? "

 

 

 진우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필 이순간 그가 나타나다니

 아무래도 올해 굿이라도 한판 해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진혁의 태도였다.

 진우는 아빠의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였다.

 

 아빠 조직 중에서 주먹 하나로

 어린 나이에 간부급에 속한 사람이다.

 보통 일반인이라면 그 눈빛 하나에도 꼼짝 못할 터였다.

 

 그런데 저 인간 그 특유의 비소를 짓고 있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그 것도 멱살을 잡혀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진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

 진혁의 멱살을 놓았다.

 진혁은 옷 매무새를 다시 다듬고는

 그 눈빛에 뒤지지 않게 마주보고 섰다.

 

 정말 미친 또라이가 분명하다.

 

 어찌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참 미지수다.

 

  

  " 너 회사동료라고?

  이 늦은 시간에 그 것도 여자 집 앞에서

  이러고 있는 것 
누가 봐도 의심받을 상황이라는 것

  알고 있나? 
좋은 말로 할 때 돌아 가. "

  " 글쎄요.

  내 볼 일은 아직 시작도 안 했고,

  내가 오히려 당신 때문에 방해를 
받았으니

  돌아가야 할 것은 그쪽인 것 같습니다. "

 

  

 참 배짱이 좋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

 미친 것이라고 해야 할지.

 후자가 맞는 것이라 생각 되었다.

 

 결국 매를 부르는 태도였다.

 진우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주먹을 쓰는 사람이었으니

 건방진 태도에 주먹으로 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 앞에서 무시를 당했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 병신이었다.

 

 결국 진혁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주말의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이었다.

 아마 내일 출근하기 힘들 것이었다.

 

 그러게 왜 하필 집 앞까지 찾아와서,

 이 사단을 만든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심지어 진우의 겉모습을 보고도

 시비라니 정말 미친놈이 확실하다.

 그렇게 진우는 하나가 말릴 때까지 그를 팼다.

 그리고 경고를 아주 강렬하게 날렸다.

 

  

  " 이번에는 그저 몸 푼 정도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다음 번 내 눈에 띄면 넌 죽는다.

  이런 새끼가 쫓아다니면 나한테 말했어야 될 것 아냐? "

  " 됐어, 이만하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지.

  그리고 경찰에게 신고도 했어. "

  " 그래, 잘했어.

  이런 새끼들은 매가 약이지. 들어가자. "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숨은 쉬는 듯 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진우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잘못한 것은 그인데

 분명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는 마음에 자꾸 걸렸다.

 그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대체 왜 그녀를 쫓아온 것일까?

 저렇게 해서라도 그가 바라는 것은

 그냥 훔쳐보는 것이 다 일까?

 

 무엇을 위해 저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거기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대기업 신입사원이다.

 

 연봉도 장난 아닐텐데..

 도대체 멀쩡한 몸뚱이에

 저런 썩어빠진 정신상태였다니..

 

 관음증이라니,

 정말 매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부디 다음 번에는

 지금과 같이 부딪히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맞았으니

 진혁이 다시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는 미처 진혁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의 눈빛이 맞으면서도 그녀를 훔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나가 만약 보았다면,

 몸서리 치면서 맞아서 엉망인

 그 얼굴에 다시 주먹을 날렸을테니 말이다.

 

 진혁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오늘은 그저 사전조사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볍게 발걸음을 집쪽으로 향했다.

 

 때마침 눈 앞에 새로운 사냥감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초소형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냥감의 뒤를 좇으며,

 즐거움의 미소를 띄었다.

 

 겉모습은 누구보다도 깔끔하고,

 외모 또한 선하며 젠틀한 그가

 지금 한 낯선 여자의 뒤를 좇으며,

 도촬을 하고 있었다.

 

 

 그의 비밀스러운 그 취미생활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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