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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7화
작성일 : 19-10-31 23:07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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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30분 예상하고 달렸다. 그런데 15분 만에 도착했다. 신호와 차선을 깡그리 무시한 결과다.

 

 “헉. 헉. 헉.”

 

 움직인 건 차인데 마치 다리로 뛴 것 마냥 숨이 차올랐다.

 철수는 빈 공터 아무데나 주차하고 내리며 손목을 봤다. 바코드의 길이는 10cm정도 된다. 지금은 2cm 조금 넘게 깎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몇 미리가 더 깎인 것 같다. 마음이 급해진다.

 철수는 얼른 건물로 들어가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이거 어디로 들어가야 되지?”

 

 건물은 교회나 성당 건물처럼 높은 게 아니고 절처럼 넓은 건물이었다. 절과 다른 점이라면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찬찬히 1층을 보니 문이 여러 군데 있다. 문 사이에는 큰 교회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 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른 첨탑은 교회와 닮았으나, 탑 꼭대기의 장식물은 달랐다. 하얀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는데, 십자가 한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려져 있고, 그 구멍에 삼각형 조각이 채워져 있다.

 철수는 건물을 몇 번 살펴본 뒤에야 깨달았다.

 

 “이거 뒤로 왔잖아?”

 

 정신없이 온다고 오긴 왔다. 그런데 후문으로 온 것이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다시 앞쪽으로 돌아가려는데 건물 왼쪽 끝 문이 열린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백발의 노인은 남색 옷을 입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있었다.

 건물 청소부쯤으로 생각한 철수는, 곧바로 그에게 뛰어가며 소리쳤다.

 

 “저기요!”

 

 그는 철수가 뛰어오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헉헉… 바코드를 치료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찾아왔어요.”

 

 노인은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철수는 다급하게 팔을 들어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노인은 선명한 검은색 줄을 힐끗 보고는 걱정 말라는 듯 얘기했다.

 

 “바코드군요. 많은 분들이 찾아오죠. 잘 오셨습니다. 헌데 제가 상담할 수는 없고, 보좌주교님께서 봐 주실 겁니다.”

 

 청소부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자기가 나온 문 안쪽으로 철수를 안내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나의 긴 복도가 건물 중앙을 관통하고 있는 구조다. 그리고 양 옆으로 방들이 있다.

 

 “보좌주교님은 3층에 계십니다. 지금 막 미사가 끝났으니, 필사실로 돌아오셨을 겁니다.”

 

 건물 중앙까지 간 노인은 넓은 계단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철수는 그의 등을 보고 따라가며 생각했다.

 

 ‘정말 카페에서 본 것처럼 치료가 될까? 바코더가 병이 아니고 저주 같은 것이면 종교의 힘을 빌리는 것이 맞긴 한데… 지금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보다 치료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거지?’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물음표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데, 어느새 계단을 다 올라왔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더 없는 걸 보니 아마 3층이 끝인 것 같았다.

 노인은 철수를 한 방문 앞으로 안내했다. 다른 방문과는 좀 틀리다.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목조문양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다.

 

 ‘똑똑’

 

 “보좌주교님. 계십니까!”

 

 노인은 크지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고, 문 너머에서 희미한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은 꽤 두꺼웠다. 노인이 양손으로 문고리를 잡아당길 정도였으니까.

 방은 꽤 넓었는데, 쉰 살이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가 책상에서 뭔가 끼적이고 있다. 그는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철수는 다급한 마음에 먼저 말을 꺼냈다.

 

 “크흠! 아, 안녕하십니까. 카페를 보고 찾아온 김철수라고 합니다. 이 현상이 오늘 새벽녘에 나타났는데, 여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철수는 팔을 내밀며 말했으나, 보좌주교는 뭔가 적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손을 슬쩍 들어 철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책상 앞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도들을 제외하고 여기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코드 때문이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서 집사. 차 두 잔만 내어오세요.”

 “네.”

 

 청소부인줄 알았던 노인, 서 집사는 보좌주교의 말에 방 한쪽에 있는 찬장을 열고 찻잔을 꺼내기 시작했다.

 따뜻한 차가 나올 때쯤 보좌주교는 펜을 놓고 고개를 들었다.

 

 “김철수 씨라고 했죠?”

 “네.”

 “우선 바코더가 된 것에 위로를 표합니다.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바코드 현상은 사람을 지옥 같은 고통에 빠뜨리지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철수의 맞은 편 소파로 이동하며 말했다. 앉아 있을 때는 상체를 숙이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보좌주교의 옷 역시 알 수 없는 문양들로 가득 수놓아져 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대뜸 바코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바코드 현상은 전체 사망자 중 10%만 나타나지요. 10명의 사망자 중 한명이 이 예고된 죽음의 표식을 받는다 이 말입니다.”

 “제가 그 10%군요. 오늘 새벽에 바코드 현상이 나타났어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행동을 해요. 그 동안 머릿속에 그려왔던 일들을 직접 실행해 보는 거죠.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거나, 일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을 보러 간다거나, 아니면 백화점 명품코너에서 사치를 해본다거나 하는 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와 같이 평온하게 삶을 종료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클럽에서 광란의 쇼를 벌인다거나, 마약을 해본다거나, 심지어 테러를 저지르는 부정적 사건들이 훨씬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죽음까지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거든요.”

 

 철수는 보좌주교의 차별이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바코드 현상은 그 자체로만 보면 축복입니다.”

 “축복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보다 죽음을 예고해 주는 것이 더 나으니까요. 적어도 부모님의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길 수 있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마무리 인사도 할 수 있고, 자신이 모아둔 돈을 써 볼 수 있는 시간도 있지 않나요? 당연한 말이지만 객사하면 그럴 시간조차 없습니다.”

 

 바코드 현상을 축복이라 설명하는 보좌주교의 말에 철수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그 축복을 저주로 만든 거예요. 누가? 사람이요. 스스로가 저주의 굴레를 씌운 겁니다. 충분히 삶을 마무리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삶에 대한 욕심과 미련 때문에 죽음을 마주하지 못하는 거죠.”

 “그럼 바코더들이 괴롭게 끝을 맞이하는 것은 스스로 저주를 받은… 아니, 얻은 거란 말입니까?”

 “결과적으로 그렇지요.”

 “아니, 사람은 자연사, 그러니까 노환이 아닌 이상 죽을 때를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런데 갑자기 좀 있다 죽어라고 누군가 말하면 그 사람은 제정신이겠습니까? 사람은 신이 아니에요. 당연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스스로 얻은 저주라는 말에 철수는 흥분하며 말했다. 그의 표정을 본 보좌주교가 차를 들이키며 철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정하라는 뜻이다.

 

 “자, 김철수씨. 지금까지 얘기한건 바코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한 겁니다. 바코더들을 무조건 비난하기 위한 얘기가 아니에요.”

 “네…”

 

 치료를 위해 이곳에 왔다. 설전을 벌이러 온 것이 아니다.

 철수는 보좌주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바코더 자체는 죽음의 표식입니다. 통상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어떤 형태로든 죽게 되지요.”

 “그렇죠.”

 “그렇다면 왜 죽음의 표식이 뜰까요? 그건 바코드 범위 밖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어요. 태어나는 것을 뜻대로 할 수 없듯, 죽는 것도 자살이 아닌 이상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내가 100살, 200살까지 살고 싶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럼 죽을 사람은 어떻게든 죽는다는 말입니까?”

 “맞아요. 김철수씨는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든, 안 나타나든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 아니… 그런…”

 “그런데 말입니다. 어차피 죽을 팔자인데 바코드는 왜 뜨는 걸까요? 과연 누가 이 바코드 현상을 일으키는 걸까요? 이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까?”

 “글쎄요. 모르죠.”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요? 의학이든 과학이든.”

 “그렇죠.”

 “그러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과학을 신봉하는 이 시대에 신력이 나타난 것이지요. 과학에 더 없이 익숙해져 온 사람들은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바코드 현상은 과학으로 해결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해결 할 수 없고,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면 과학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저희 에피메테교는 이 사실을 바코드 현상 초기에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력이니 저주니 하며 떠들어 댔다가는 사이비 취급을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저 기다렸지요.”

 

 철수는 이제야 이 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흔한 교회, 성당, 절 같은 곳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에피메테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종교다. 하지만 교의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보좌주교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보좌주교는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좀 전에 말했다 시피 태어나고 죽는 것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그것을 관장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바로 신입니다. 바코드 현상 역시 신의 계시입니다.”

 “계시요?”

 “바코드의 진정한 의미는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찬스라는 거죠. 바로, 죽음의 시기를 알기 때문에요.”

 “그럼 그 말은?”

 

 보좌주교는 자세를 바로 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철수씨는 시험에 들은 것이지 죽는 게 아니에요.”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마음에 파문이 일어났다. 철수의 안색이 확 풀리며, 웃음기가 번졌다.

 

 “에피메테 교는 에피메테 신의 뜻을 받아 진실한 봉사를 실천합니다. 바코더들의 괴로움을 덜어내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입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바코더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긴가요?”

 “스스로 쓴 저주의 굴레는 참회와 반성을 통해 벗을 수 있다. 그겁니다.”

 “참회와 반성이요?”

 “김철수씨.”

 “네.”

 “죽어야 합니다.”

 “네?”

 “물론 육체적으로 죽는 것이 아닌, 마음이 죽는 겁니다. 김철수씨는 원래 죽어야 하는 운명입니다. 지은 죄가 많아서지요. 하지만 그만큼 선행도 많이 베풀었습니다. 그래서 신이 기회를 준겁니다. 그 기회를 살리는 것. 진실 된 반성과 참회의 기도가 신께 닿아야 합니다. 그래야 김철수씨는 제2의 인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정말 이 바코드 현상을 없앨 수 있나요?”

 

 보좌주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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