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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탐라에서 가장 탐나는 너.
작가 : 리릭
작품등록일 : 2019.10.29

대한민국 땅 끝 마을 해남.
해남에서 놓인 커다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인공섬 숨비도.
탐라 최고 지도자의 손자 소마주(小馬主) 김위온.
탐라 최고의 음전한 규수 류모을.
육지의...... 그냥, 태희.
세 사람을 둘러 싼 이야기.

 
9. 궁으로, 설레는 걸음.
작성일 : 19-10-31 22:50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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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교지를 들고 상궁과 나인들이 모을을 궁으로 데려가기 위해, 마당 안에 도착해 있었다.

 그들의 행렬이 바깥부터 류 대감 집 솟을 대문 안으로까지 이어져 그들의 모습은,

 봄. 색색으로 만개한 꽃들을 모아 놓은 화원을 방불케 하였다.

 류 대감의 재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탐라에서 지체 높은 규수들에 뒤처지지 않게,

 모을도 제일 좋은 것으로 단장하여 왔다.

 그런데, 궁의 것이어서 그런가... 그들의 의복과 노리개, 가채... 모든 것이 특별해 보였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 기죽으면 안 되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부려야 할 아랫사람들이었다.

 

 탐라에서는 신분에 따라, 마차를 끄는 말의 숫자가 달랐는데,

 궁 안에서야 모두 두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지만 외부에 나갈 땐,

 대마주는 최고의 수인 열 마리, 소마주는 여덟 마리이며,

 그 외의 마차는 모두 네 마리가 끌었다.

 저번에 타고 온 마차가 더욱 화려하게 말치레를 하고 모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을이 모든 채비를 끝내고, 마차에 올랐다.

 상궁들과 나인들이 모두, 모을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 한걸음.

 대 총장 류정준의 여식만이 아닌, 대(大) 탐라도의 소마주 원부인으로 발자국을 뗀다.

 오직 위온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왔다.

 처음 만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품었던 한 사람.

 그 사람의 아내로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많은 것이 약식화되었지만, 아직 궁의 법도가 엄중하니 소저께서

 배움에 잘 적응하시어 선대의 원(圓) 부인들의 행적을 따라가시 길 바라옵니다.

 오랜 시간, 비어있던 자리이고 궁의 안 주인께서 계시지 않으시기에 소저께서 입궁하시어 소마주 원부인으로 첩지를 받으시오면, 감당해야 할 일이 많으실 것이옵니다.“

 

 마차 안에서, 모을의 앞에 앉아 자신을, 지금은 비워진 하연전(대마주 원부인 처소) 소속이라 밝히는, 최 상궁은 40세 중, 후반 정도로 보였다.

 곱게 빗은 머리, 단정한 손 매무새, 다홍색 당의 아래 가지런히 정리하며 앉은 치마 모양새를 보니, 보통 깐깐한 성격이 아니 것 같이 보였다.

 자신을, 먹이를 찾는 매의 눈으로, 처음 볼 때부터 순식간에 훑어 버리는 최 상궁의 눈길에, 모을은 이에 질세라 허리를 바싹 세웠다.

 책빈례(冊嬪禮)나, 납채례(納采례), 고기례(告期禮) 등의 모든 절차가 다 빠졌으니..

 얼마나 대단한 여인인가.. 궁금도 하였겠지..

 또한 이제 앞으로 자신의 주인 될 자가, 어느 정도의 원 부인 자질을 함양하고 있는가.

 궁금도 하였을 것이다.

 

 모을이 저번에 보아두었던, 아담한 정원이 딸린 희원재로 마차가 들어섰다.

 자리한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모을은 이곳이 마음에 꼭 들었다.

 

 “예전에는, 궁의 예의범절이나, 몸가짐, 등의 소양을 배웠다면, 지금은 내외 법(內外法)이,

 바뀌어, 국고(國庫)의 관리와, 회계(會計) 등에 관한 법률을 배우시며,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의 법입니다.

 소마주님과 중신들과의 서연(書筵) 에 참관하시면서, 소마주 원부인으로, 또 소마주님께서 대마주님의 자리에 오르셨을 때, 대마주 원부인으로 잘 보필할 수 있도록 돕는 책사(策士)의 본분 또한, 교육 받으실 것입니다.

 또, 외국어 영역으로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의 어학 공부와 각종 문화 공부, 관람, 등을 통해 외부와, 외교에 관한, 실무 교육도 천천히 배우실 것이오니, 부담 갖지 마시고

 저희들을 믿고 따라 주십시오“

 “따라 주십시오”

 

 최 상궁의 말에, 교육을 맡은, 20여 명의 모든 선생들이, 모두 나란히 서서, 모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모을은 최 상궁의 설명을 들으며, 겉으로 표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이런 철저한 교육으로, 탐라궁은 시대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탐라 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 상궁은, 옆에 서서, 모든 교육을 감당해 내겠냐는 눈빛으로 모을을 내려다보았다.

 모을은 그런 최 상궁의 눈길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최 상궁을 올려다보며, 인자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최 상궁은 눈길을 잠시 피했다.

 모을은 한없이 인자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과 마주하고 있으려니, 심장을 찌르는 듯한 소름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생각의 깊은 눈.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경연(經筵)까지 자리에 든다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불편해서 싫다!

 오늘 내가 어찌 한 줄 아느냐??”

 

 위온은 문 시중에게 툴툴 거렸다.

 서연에 들어갔을 때, 모을이 스승님들과 함께 자리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계단에서 넘어질 뻔하였다.

 서연 내내 모을이 신경 쓰여, 물음에 답도 못하며 집중하지 못했다.

 

 “법도가, 그러 하옵니다. 이제, 혼인하시면 원부인이 되시는 것이오니, 평생 반려자로,

 또, 조력자로 함께 모든 것을 결정하시고 의지하셔야 하니, 이제부터 모든 자리에,

 소마주님과 함께 참석하실 것이옵니다.”

 

 가까운 곳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그녀를 계속 대해야 한다니...

 위온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종수가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아무도 몰래 위온을 찾아왔었다.

 둘은 한참을 서로 붙들고, 울었다.

 어린 위온은, 대마주의 명으로, 아픈 다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밤마다 걷고, 뛰는,

 연습을 하며, 자세를 교정했다.

 종수와 모을은, 위온이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지만, 매일 아파 우는 위온에게,

 두 사람은 항상 곁에서 지켜주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세 사람은 서로를 챙기며, 늘 함게 하였다.

 그렇게 위온은 수문과 의선의 빈자리를 종수와 모을, 그 두 사람으로 채우고 있었다.

 

 ‘종수형이 돌아온다면... 내가 모을을 좋아하는 마음만 접으면,

 그럼 다, 괜찮을 것이다..‘

 

 그에게서 소마주 자리를 가져왔는데, 모을까지 뺏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을은 모든 교육에 최선을 다해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섭렵해 나가는 모을의 모습에, 선생들이 당황해할 정도 였다.

 모을은 사가(史家)의 정민을 불러들였다.

 궁의 나인들이, 숙련된 솜씨로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지만, 아직은 그 손길들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정민에게 의지할 거 같아, 궁 생활에 적응하고 부를 생각이었지만 모을은 지쳐있었다.

 

 정민은 사가와 다른 희원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미색의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였고, 벽은 아름다운 꽃무늬가 수 놓인 벽지로 발라져 있었다.

 여기저기 세련된 장식품들 하며...

 가구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었는데, 탐라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듯했다.

 

 “두 분은 대마주님 뵙고 오신다 하셨어요. 두 분, 많이 뵙고 싶으셨지요?”

 

 3 주 동안, 핼쑥해진 모을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 정민은, 눈물을 한번 훔치더니,

 음식들을 싸 온 보자기를, 주섬주섬 모을 앞으로 내놓았다.

 

 “마님께서 동트기 전부터 손수 준비하시고, 엄청 신경 쓰셔서, 가지고 오셨어요.”

 

 정연이 눈을 찡긋 거렸다.

 힘들게 준비한 한 씨에게 많은 음식을 가져온 것에 대해 타박하지 말아라는 의미였다

 .

 “모을아~”

 

 한 씨가 반갑게 들어서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을을 끌어안았다.

 

 “오셨습니까?”

 “잘 지냈느냐? 어디 얼굴 좀 보자. 얼굴이 많이 상하였다. 궁에서, 대접이 소홀할 일은

 없을 테고... 어찌 얼굴 모양새가 이리 되었느냐.......?”

 “어머니! 괜찮습니다. 원부인이 되기 위해 이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기본적 교육을 배우고 있어 신경을 좀 썼더니...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교육도 공부도 몸 상하지 않게 요령껏 하여라... 이게 무엇이냐..”

 “걱정 마십시오. 아버님, 어머님, 이것은 원부인이 되기 위한, 기본이니, 다 배울 겁니다.

 꼭 배워야 하고요. 제가 그렇게 바라던 원부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소마주님을 옆에서 잘 보필해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네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원래의 주인인 것처럼 나는 아주 보기 좋구나.”

 

 속상해하는 한 씨와는 달리, 모을의 달라진 눈빛과 위엄 있는 모습에, 탐라와 숨비도의 모든 권력과 재물 위에서 군림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 입술 꼬리가 살짝 올라서며, 흡족한 미소가 류 대감 얼굴에 퍼졌다.

 대 총장 자리는 권력과 명예는 있었으나, 보는 눈이 많은 곳이라 재물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또한 교육자는 청렴결백함의 본을 보여야 하는 자리라, 청탁이나 뇌물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제, 모을이 소마주 원부인에 올라 탐라 궁의 곳간 열쇠를 쥘,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남들처럼 떵떵 거리며 산다는 것 자신도 한번 해 볼 참이었다.

 

 “집에서 네가 자주 들던 것을 몇 가지 준비하였다.”

 

 뭘 만들어 먹이려 하면 워낙 귀찮아 하니, 한 씨는 ‘무얼 이리 준비하여 왔느냐’ 타박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모을의 눈치를 살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님께서 만들어 주신 깨 버물떡이 생각났었습니다.

 가져오신 양도 넉넉하니 나인들과 같이 나누어 먹겠습니다.”

 

 모을의 말에 한 씨와 정민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모을은 정말 그 떡이 생각났었다.

 잘 볶인 고소한 통깨가 쫄깃한 하얀 찰떡에 가득 붙어있고 그걸 한 입 베어 물면 달달한 계피가 섞인 사과 소가 씹혔다

 어릴 때부터 화가 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이것을 하나 입에 넣어 오물거리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풀어졌다.

 한 씨의 선대에 매우 유명했던 대령숙수가 있었는데, 그 핏줄을 이었는지 한 씨의 음식 솜씨는 탐라 사대부 부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생과방에서 준비하시면 돼옵니다.”

 

 최 상궁이 한 씨와 정민을 데리고 나가자, 류 대감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모을 앞으로 바싹 다가와 앉았다.

 

 “며칠 안으로 하 대감집 부부인께서 생신연으로 여각으로 가실 것이다.

 그때, 너는 몰래 물건 하나를 받아, 아비에게 건네주면 된다. 아무도 알아서는 아니 되니,

 조심하도록 하고.“

 

 류 대감은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아무도 없는 모을의 방을 다시 두리 번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1년에 단 한 번 위온의 외조모인 장 씨 부인은 진주 여각에서 공식적으로 대행수와 만날 수 있었다.

 대행수는 혼자 남은 장씨를 걱정하여 생일이라도 자신이 챙겨 주고 싶어,

 겨우 대마주의 허락은 받아냈지만, 죄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아주 간소하게 생일을 치러야 했다.

 

 “그 물건이 무엇인데, 이리 조심스럽게 당부하시는 것이옵니까?”

 “꼭 받아야 하는 물건이다.

 너는 저번에 대행수와 했던 약조를, 그 날로 잡아서 생신 축하 인사도 드릴 겸,

 그때 맞춰 나가도록 하거라.“

 “아버님! 이렇게 다른 이 들의 시선을 피해 꼭 받으실 물건이라면.... 떳떳하지 않은 물건이 아닙니까? ”

 

 이해가 되지 않은 류 대감의 명이었다.

 초조해 보이는 류 대감의 행동에, 모을의 마음도 불안해졌다.

 어떤 물건이기에, 남 몰래 받아오라 하시는 걸까.

 부부인 과는 또 어찌 아시고.

 

 “그냥, 너는 가서 받아만 오거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을...!

 아비의 말에 그리 토를 다는 것이냐?!“

 

 류 대감이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평소,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았던 류 대감이었다.

 그런데 별일 아닌 이 물음에,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역정을 내고 있었다.

 순간, 모을은 아득해지는 저 멀리 기억 속, 예전에도 류 대감이 자신에게 똑같이 화를 낸 적이 있었다는걸, 기억해냈다.

 

 모을과, 종수, 그리고 위온과 의서는 함께, 무예 스승에게 목 검술을 배웠었다.

 그 훈련이 끝나면 지선이 푸짐한 다과를 준비해 주었기에, 모두 현합(부인의 존칭)의 처소에서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다과를 들었다.

 모을은, 항상 지선의 옆에서 다과 준비를 도왔다.

 지선은 제법 손재주가 있는 모을이 딸처럼 이뻐했다.

 그날도 모을은 먼저 지선의 처소로 나섰다.

 그런데, 처소를 지키는 나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처소 안으로 들어서자, 나지막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달힐 듯 열린 문틈으로, 남자 두 명과 지선이 보였다.

 

 “말미는 충분히 드릴 테니... 그냥 떠나시면 되오.”

 “그럼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대마주께서는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그건.........”

 “대답을 못하신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신다는 뜻이네요... 당신의 핏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명분으로 지켜야 할 그 자리니까...”

 “처음부터 현합께서 탐라에 오신 것부터가 질못된 것이오.

 그리고 가질 수 있는 것에 욕심부렸어야지... 감히 소마주 원부인 자리라니... 흐읏!!“

 

 가엾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선에게, 류 대감이 가소로운 듯 헛 웃음을 쳤다.

 

 “탐라를 나가면 종수 도련님과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잊으시고 사시오.

 절대, 발설 해서도 안되오. 알겠소?“

 

 류 대감이 지선을 협박하듯 차고 있던 긴 환도를 지선 앞에 ‘턱‘하니 내던졌다.

 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칼집이 벗겨지며 날카로운 은빛 속살이 드러났다.

 그 두려움의 속살이 모을의 눈에 시리도록 박혀 들어왔다.

 

 “... 아... 버지?....”

 

 모을은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게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모을이 지선에게 달려가 그녀 앞을 막았다.

 류 대감은 당황하며 모을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나가거라!!”

 

 류 대감이 모을을 향해 소리쳤다.

 

 “아... 아버지.....“

 

 류 대감의 큰 소리에 모을이 꼼짝 못하고 서있자, 류 대감은, 서둘러 모을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대감도, 자식 앞에서는 약자이시군요... 자식 앞에 떳떳한 아비는 되시기 틀렀습니다.

 하하하!!”

 

 비통에 찬 지선의 목소리가, 모을의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너는 오늘 본 것을,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여서는 안된다. 어머니께도..”

 “무슨 일로 그러셨어요? 왜 그러시는데요? 현합은 왜 저렇게 우시는거예요?”

 “그냥!! 아비 말을 듣거라. 약조하여라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겠다고!!”

 “으읍!! 아.. 알겠습니다...”

 

 자신의 양 어깨를 꽉 쥐고 흔들어 대는 아비의 처음 듣는 싸늘한 목소리에 겁에 질려,

 두 눈을 꼭 감고 고개만 끄덕였다.

 모을은, 누구에게 말하는 대신 자신의 기억을 잠궈버렸다.

 그 뒤, 지선의 처소는 봉쇄되었고, 누구도 그곳을 드나드는 이가 없었다.

 

 “분명, 부부인이 움직이시면 금호군의 감시가 심할 것이다. 너는 대행수와 만남을 핑계로 숨비도로 외출할 명목이 있으니, 여각에서 부부인 과 마주친다 해도 의심은 받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 네가 수고 좀 하여야겠다.”

 

 ‘종수가 떠난 것이.. 아버지랑 관련이 있었어..! 아버지가 쫓아낸 거였어...!’

 그때처럼 모을의 가슴이, 고통으로 쿵쾅대기 시작했다.

 류 대감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초점 잃은 시선이 류 대감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비 말을, 이해하였느냐? 듣고 있는 게냐?”

 

 모을은 다그치는 류 대감의 눈을 빤히 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류 대감은 무엇을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것인가...

 낯설어져 버린 아비의 모습에 모을이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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