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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타는열도
작가 : 김철
작품등록일 : 2019.10.31

일본과의전쟁

 
2. 10인의 독수리(1)
작성일 : 19-10-31 21:5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1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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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0인의 독수리(1)

 

 

 

 

 

 

 

 

 

 

 “저자들이 틀림없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들이 틀림없어요.”

 허영무가 망원경을 내리며 최정혁을 쳐다보았다.

 “정보가 틀림없었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나 잘못된 정보였을까 봐 얼마나 가슴을 조였는지 모릅니다.”

 “하늘 님이 우리를 도우시는 게지요.”

 “하늘.....암 요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허 국장.... 저자들은 미국인 같은데요?”

 최정혁이 열 명의 사내 맞은편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백인 사내들을 가리켰다.

 “음......CIA놈들 일겁니다. CIA와 JIA 놈들이 합동으로 저들을 경호하는 모양입니다.”

 “놈들도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럴 테지요”

 “놈들이 출발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움직입시다. 김 과장 출발해 보자 구.”

 운전석의 김영목이 이미 멀찌감치 가고 있는 그들의 꽁무니를 쫓아 서서히 차를 움직였다. 그 뒤를 따라 다시 몇 대의 승용차들이 움직였다.

 “하나. 둘. 셋.......모두 열 다섯............차량의 숫자로 봐서는 놈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군요?”

 최정혁이 저들의 차량을 헤아려본 뒤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듯 말했다.

 “족히 사 오십 명은 될 겁니다.”

 최정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허영무가 얼른 앞의 차량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저들이 고속도로로 들어가는데요?”

 김영목이 허영무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동경시내로 들어가는 거겠지?”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요.”

 “놈들이 눈치 채지 않게 조심해....”

 “염려 마십시오.”

 김영목이 가볍게 대답하고 허영무를 돌아보며 웃음 지어 보였지만 긴장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놈들의 차들이 섰습니다.“

 앞서가던 그들의 차량이 멈추어 서자 김영목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로 보아 더욱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어딘가?”

 “여기는 키타노하루 공원입니다.”

 “우리도 여기쯤에서 차를 세우게.”

 허영무의 일행은 그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차를 세웠다. 저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미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미국인들을 경호하는 사내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미국인들을 호위하여 호텔 안으로 사라졌다.

 “파레스 호텔이라.......”

 “주위에 인가가 없어 놈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입니다. 특별히 귀한 손님들을 주로 이 호텔에 모시지요. 경호하기도 수월한 곳이기도 하구요.”

 “음.....오히려 잘 되었어. 우리도 눈이 많은 곳은 곤란 하니까.“

 김영목....그는 일본의 지리와 사정에 밝았다. 주일 한국 대사관에서 5년 간 근무한 경력이 이번 작전에 발탁된 중요한 동기였다. 그리고 일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대좌동지”

 “말씀하시오”

 “대좌동지께서는 요원들에게 호텔 주위를 감시시키십시오. 저들이 몇 명이 나오고 들어가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조그만 변동사항 까지도 보고를 하라고 하십시오. 만에 하나 독수리(미국인)들이 빠져나가면 낭패니까요.”

 “그렇게 하지요.”

 최정혁이 차 문을 열고 뒤따라온 부하들에게 다가가 지시를 내리고 다시 돌아왔다.

 “허 동지...서두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정혁이 빨리 끝내고 싶은지 허영무를 재촉(?)했다.

 “너무 급히 서두를 것 없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저들이 여기 이 호텔에서 묵을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접선 시간이 내일 새벽 5 시까지니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전 개시는 오늘 밤 0시로 정하고 그 안에 돌발 변수가 생기면 즉각 작전에 돌입하기로 합시다.”

 “그게 좋을 것 같군요.”

 “김 과장. 지도를 펴보게.”

 김영목이 품속에서 준비해온 지도를 펼쳤다. 동경중심부 지도였다.

 “여기 이곳이 지금 우리가 위치한 곳입니다.”

 김영목이 지도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상세히 설명을 하자 허영무와 최정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김 과장...손 과장은 지금 어디에 있나?”

 “명치신궁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여기 동경도청근처.....경왕호텔.....이곳이 좋겠군.”

 “알겠습니다.”

 “작전 시각은 0시 정각이다. 만약의 경우 작전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으니 차질 없도록....”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계획한 작전을 이 지형에 맞게 배치해 봅시다....마침 놈들이 묵는 파레스 호텔 주위가 공원지역이라 차를 숨겨두기가 수월할 것 같소. 트럭은 여기 사쿠라다문 근처가 좋을 것 같소.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인적이 드문 곳에 대기 시켜놓고. 독수리들을 실어 나를 새장은 우리 요원들이 쳐들어가는 즉시 정문 앞에서 대기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바주카포저격수와 엄호 저격수는 호텔 앞문에 배치하고. 만약을 대비하여 뒷문에도 저격수를 배치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좌 동지는 요원들에게 준비 시켜 주십시오.”

 “알겠소.”

 최정혁이 승합차 밖으로 나가자 허영무가 김영목과 오종근에게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오 과장은 독수리들이 어느 층에 묵고 있는지 알아보고 김 과장은 오 과장을 보호하면서 JIA 놈들의 동정을 살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조심해. 놈들이 눈치 채지 않게.......”

 “염려 마십시오.”

 김영목과 오종근이 밖으로 나가자 펼쳤던 지도를 접어 품안에 넣은 허영무가 차창 밖을 내다보며 주위를 살폈다. 공원을 산책하는 아베크 족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왔다. 허영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초조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심호흡으로 자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팔목의 시계로 눈길이 가는 것만은 막지 못했다. 아직까지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허 동지.”

 최정혁이 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좌 동지.......”

 “초조해 보입니다.”

 “조금.......”

 허영무가 그를 처다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시고. 나를 믿으시오.”

 “...........”

 “허 동지. 우리 요원들을 믿으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요. 이번 기회에 우리의 실력을 동지께 유감없이 보여주겠소.. 우리 요원 한사람이 열 명 정도는 순식간에 해치울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우리 공화국에서 자랑하는 최고의 정예 요원들이다 이말 입니다.”

 “대좌 동지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하지만 놈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서......”

 “까짓 놈들 숫자가 많은들 뭣하겠소. 너무 염려 마시오. 나만 믿고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허영무는 애써(?)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최정혁의 큰소리에는 믿음이 갔다. 그를 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믿음직해졌기 때문이다.

 

 선그라스에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오종근이 태연스럽게 걸어서 파레스 호텔 카운터 앞으로 걸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호텔 카운터 담당으로 보이는 사내가 오종근에게 인사를 했다.

 “방 하나 주시오 전망 좋은 높은 곳으로”

 “손님 죄송하지만 8층 이상은 곤란합니다.”

 “왜요?”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서요.”

 “그래요? 야경이 보고 싶었는데 틀렸구먼... 할 수 없지 그럼 아무 방이나 주시오”

 “죄송합니다. 가급적 전망 좋은 방으로 드리겠습니다.”

 사내가 표정은 그렇지 않았지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숙박부를 내 밀었다.

 -타나카 신이치로-

 서명을 하고 호텔 비를 지불한 오종근이 정답게(?)말했다.

 “자기 전에 술 한잔해야겠소. 키는 나중에 주시오”

 “그렇게 하십시오. 손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호텔 정문을 나가는 오종근을 본 김영목은 찻잔을 내려놓고 계산대 앞으로 걸어가 찻값을 지불하고 오종근의 뒤를 따랐다. 몇 개의 눈들이 자신을 처다 보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도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김영목은 오종근이 승합차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그도 뒤 따라 들어갔다.

 “독수리들이 8층에 있는 것 같습니다.”

 “8층에........”

 “확실한가?”

 “8층 이상은 일반 손님들을 받지 않는 걸로 보아 틀림없습니다.”

 “그래....”

 “로비에 JIA요원들이 쫙 깔렸습니다.”

 “그릴이나 커피숍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 쓸 것 없소. 나한테 맡겨 두시오. 모조리 쓸어버릴 테니까요.”

 최정혁의 말에 허영무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호텔 안 분위기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통상적인 경호 업무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우리한테는.......”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우리들의 존재를....“

 “대좌동지 조장들을 부르십시오. 이제 최종 작전을 짜야겠습니다.”

 최정혁이 무전기를 꺼내어 들었다.

 “리승철이......나야.... 박기문이 하고 즉시 와”

 최정혁이 무전기를 품속에 넣기도 전에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15인 승 승합차 내부가 여섯 사내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요원들을 2개조로 나눈다. 각 조 8명이다. 1조는 리승철 동지가 맡고 오 과장이 안내 역할을 맡는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간다. 다음 2조는 박기문동지가 맡고 김 과장이 안내를 한다. 2조장은 1조가 움직이기 5분전에 미리 호텔 뒷문으로 침투하여 계단과 승강기를 확보하고 다시 반으로 나누어 계단통로에 있을지도 모를 JIA 요원들을 제거하고 만약을 위한 통로를 8층까지 확보하고 올라가 1조와 합류한다. 나머지 반은 1조가 승강기를 이용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1조가 승강기를 이용한 뒤에도 방어 업무를 담당한다. 그리고 1조는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독수리들의 생명을 절대 보호해야함을 명심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설계도다. 이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생략하겠다. 작전 소요 시간은 20분이다. 이 이상 걸리면 실패로 보고 모두 그 자리에서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적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50여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대좌 동지께서는 처음 의논한데로 나머지 저격 요원을 호텔 정문을 향해 배치해 주십시오. 이상 질문 있으면 하시오.”

 “그만하면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최정혁이 별 이의가 없는 듯 만족한 동의를 해주었다.

 

 최정혁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허영무에게 신호를 주었다. 허영무가 알았다는 신호를 눈으로 해주며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 바늘은 0시 5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허영무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손 과장...나다....지금 실행해....”

 지시를 끝낸 허영무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최정혁도 따라 나왔다. 최정혁이 호텔정문 가까이 다가가 한쪽 팔을 머리위로 올리자 검은색 승용차 2 대가 그의 옆을 소리 없이 지나가 호텔 정문에서 정지했다. 이때에는 이미 박기문이 지휘하는 2조는 호텔뒷문으로 침투 중이었다. 박기문과 오종근의 2조가 호텔뒷문으로 접근해가자 뒷문에도 JIA요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지켜서 있었다. 박기문이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두 명의 부하가 태연하게 그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의 접근을 지켜보고 있던 사내들이 그들 앞을 막아섰다. 순간 섬광이 번쩍거렸고. 그들은 가슴을 움켜지고 쓰려졌다. 순식간에 네 명의 JIA요원들이 제거되자 박기문의 일행들이 호텔 뒷문을 향해 뛰었다. 호텔 뒷문을 들어온 박기문 일행이 승강기 주변의 동정을 살폈으나 다행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박기문이 턱으로 신호를 보내자 그의 부하 두 사내가 승강기 쪽으로 접근해갔다. 박기문이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1조 나와라”

 “여기는1조다”

 “승강기 확보중이다 출발해”

 “알았다”

 리승철이 부하들에게 눈신호를 하자 부하들이 차 문을 열고 일제히 호텔정문으로 들어갔다. 박기문의 부하가 로비 쪽에 등을 보인 체 승강기 버턴을 눌렸다. 이때 로비에 있던 JIA요원이 갑자기 승강기 앞에 나타난 사내들을 보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에 정지되어 있었던 승강기 문은 금방 열렸다. 예상과 달리 승강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적의 침투를 예상 못한 JIA요원들의 방심 한 탓과. 이미 밤이 늦은 시각인 관계일 것이다. 손쉽게 승강기를 확보한 박기문이 김영목에게 고개 짓을 했다. 그러자 김영목을 포함한 네 사내가 계단을 뛰어 올랐다. 박기문이 호텔 로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리승철의 일행이 빠른 걸음으로 승강기를 향해 걸어오자 로비에 있던 JIA요원들이 리승철 일행을 보고 놀라 일어났다.

 “당신들 뭐야?”

 JIA요원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앞을 가로막았지만 리승철이 그를 밀치고 열려 있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가자 깜짝 놀란 JIA 요원들이 승강기 문 앞까지 달려 왔을 때는 이미 승강기 문이 닫힌 후였다. 승강기 문이 닫히자 다급해진 JIA 요원이 급히 승강기 버턴을 눌렸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그가 성을 내며 승강기 출입구문을 발로 찼다.

 “이런....빨리 8층에다 연락해. 수상한 놈들이 올라간다고!”

 JIA요원 중 한 사내가 황급히 소리쳤다.

 “헤이”

 JIA 사내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슴이 뜨끔해 왔다. 가슴을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자 비로소 자신이 총알을 맞았다는 걸 깨우쳤다. JIA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너...너희들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내들을 의식하자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박사들....?”

 JIA 사내가 말을 맺기도 전에 하얀 섬광을 보았고. 그리고......자신의 몸이 앞으로 엎어지는 것을 느꼈다. 박기문과 그의 부하들이 JIA 요원 시체 4구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밑으로 굴렸다. 그리고 요란하게 들려오는 또 다른 발자국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같은 시각....손중배는 손목시계가 0시를 가리키자 버턴을 눌렸다.

 “쾅....쾅쾅...”

 경왕 호텔 로비에 미리 부착해둔 폭탄이 동시에 터지며 로비가 불바다가 되자 손중배의 일행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얼른 자리를 뜨자...”

 그의 부하가 차의 시동을 걸자 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인명피해는 없겠지?”

 “염려 마십시오...구석진 곳에 장치해 두었기 때문에 사람은 다치지 않을 겁니다.”

 “그럼....됐어...”

 

 승강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JIA 사내 둘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시커먼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들의 동료들이 아닌 초면의 사내들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을 발견한 것은 그들의 손에 쥐어진 권총이었다. 놀란 JIA 사내들의 손이 허리춤에 가기도 전에 검은 정장 사내들의 손의 총구가 소리 없이 불을 뿜었다. JIA 요원 2명이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뒹굴자 리승철이 맨 먼저 복도로 뛰쳐나갔다. 뒤이어 7명의 사내가 뛰쳐나왔다.

 “퓨슝.” 퓨슝.“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던 JIA 요원들이 영문도 모른 체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엎어졌다. 동료들이 쓰러지자 놀란 JIA요원들이 일제히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으나 권총을 손에 쥐기도 전에 가슴부터 움켜 쥐어야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최 정예 요원들이 쏜 탄알은 한 치의 오차 없이 JIA 요원들의 심장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전광석화 같은 그들의 솜씨에 복도의 경비를 맡았던 JIA 요원 12명이 순식간에 섬멸 당하고 말았다. 아무 저항 없이 계단으로 올라온 김영목의 일행이 도착하기도 전에 8층 복도의 상황은 끝이나 있었던 것이다.

 “아직 방안에서는 바깥의 상황을 눈치를 못 챈 모양이오. 나머지 놈들이 더 있을 겁니다.”

 “방법은 이미 정해진 것. 김 과장은 복도를 지키며. 우리를 엄호해 주시오. 우리 조가 방을 치겠소.”

 8명의 사내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출입문 옆에 붙어 섰다. 리승철은 손잡이를 살며시 돌렸다. 뜻밖에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틈 사이로 빛이 흘러나오는 걸로 봐서는 방안의 사내들이 아직 잠이 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리승철이 부하에게 신호를 한 뒤 문을 열며 몸을 뒹굴었다. 시커먼 그림자 두 개가 굴러 들어오자 두 사람의 백인 사내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누구요?”

 리승철이 방안을 둘러본 뒤 다소 억세지만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이방에 당신들 둘 뿐입니까?”

 “다.....당신들은 누구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오. 당신들뿐이오?”

 “.....그.......그렇소”

 “좋소. 얼른 옷을 입으시오.”

 “옷은....왜?”

 “벗은 채로 나갈 수는 없지 않겠소?”

 “무슨 말씀이신 지......”

 “지금 길게 설명을 할 시간이 없소. 어서 옷을 입으시오. 그리고 당신들이 가져온 물건은 어디에 있소?”

 그제 사 사태를 어느 정도 눈치 첸 미국인들이 두려운 눈동자로 리승철을 처다 보았다.

 “강 상사. 이분들을 바깥으로 모시라우. 물건은 내가 챙기겠다.”

 눈으로 대답을 대신한 강동규가 미국인들의 등을 밀며 문 밖으로 몰아내었다. 같은 시각 옆방. 김병희 중위가 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살며시 열렸다. 방안에서 여러 사람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러왔다.

 “JIA 놈들이 이방에 모여 있는 게 틀림없어.”

 김병희가 박일호 상사를 돌아보며 속살거렸다.

 “지원을 해달라고 할까요?‘

 “아냐 우리 두 사람만으로 해치운다. 어때 각오는 되어 있겠지?”

 “좋습니다... 까짓 것.”

 “내가 문을 열 테니까 먼저 들어가.”

 “염려 놓으시라요.”

 박일호의 낮지만 명랑한 화답에 미소를 지은 김병희가 살며시 문을 밀어붙이자 박일호가 몸을 굴렸다. 시커먼 물체가 굴러 들어오자 JIA 사내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중에서는 벌써 손이 허리춤으로 가져가는 사내도 있었다.

 “퓨슝.” “퓨슝.”

 박일호의 선제공격에 맨 앞쪽의 사내 둘이 이마에 검붉은 사쿠라 꽃을 피우며 뒤로 자빠졌다. 이 순간 김병희의 총구에서도 섬광이 번쩍였다. 다시 의자에 앉아 있던 두 명의 사내가 바닥에 엎어진다.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어들고 자신을 겨누려는 JIA 사내들을 향해 박일호의 총구가 바쁘게 불을 뿜었다. JIA 사내들이 방아쇠를 당겨 보기도 전에 가슴과 이마에 총알을 맞고 비명을 토해 내었다. 여 남 명의 JIA 요원들은 제대로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됐어. 빨리 다음 칸으로 가자.”

 김병희가 재빨리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복도에는 벌써 팬티 차림의 백인 사내들이 여럿 나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끌려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백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백열등 아래서 비친 그들의 하얀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인 탓도 있었지만 커다랗게 크진 그들의 눈동자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JIA 놈들을 모조리 처치했습니다.”

 김병희가 리승철에게 속삭이듯 보고를 했다.

 “좋아... 나머지 방을 모조리 뒤져서 박사들을 모시고 나와. 지금은 정중하게 모시지 않아도 좋다.”

 JIA 요원들을 완전 섬멸했다고 판단되자 거리낌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남은 박사들이 방밖으로 끌려나왔다.

 “조장... 설계도 가방은?.”

 김영목이 설계도 가방을 챙겨 물었다.

 “여기.....”

 리승철이 가방을 들어 보였다.

 “틀림없습니까?”

 “저기 쿠퍼 박사님이 확인해 주었소.”

 김영목이 쿠퍼 박사를 한번 힐끔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철수합시다. 대원들은 들어라. 너희들과 박사님이 한 몸이 되게 수갑으로 팔목을 엮어라. 놈들이 함부로 총질을 못할 것이다. 빨리 서둘러라.”

 대원들이 수갑으로 자신과 박사들의 팔목에 채우는 사이 리승철이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2조 나와라.....여기는 1조 독수리 탈취 성공 그쪽은...?”

 “여기는 CIA 놈과 교전 중이다. 빨리 내려오도록.....”

 “알았다.”

 박기문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CIA 놈들이 방어벽으로 삼고 있는 커피숍 출입구 쪽으로 슈류탄을 굴렸다. 더 이상 꾸물거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연락을 받은 JIA 요원들과 일본 경찰이 열심히 달러오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꽝. 꽈꽈꽝”

 처음 폭발 소리와 동시에 두 세 개의 슈류탄이 연달아 터졌다. 슈류탄 터지는 소리에 JIA요원들의 공격이 잠시 주춤해진 틈 사이에 승강기의 문이 막 열리면서 박사들과 대원들이 호텔 정문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최기문과 그의 부하들 손에 쥔 자동소총이 무차별적으로 불을 뿜어대었다. 갑작스런 슈류탄 공격에 넋을 빼앗긴 CIA 요원과 JIA 요원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자동소총 세례를 받고 여기저기서 넘어졌다. 호텔 커피숍은 북한 특공대의 무차별 사격으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고. 그 서슬에 JIA 요원과 CIA요원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웅크렸다. 이틈을 이용하여 박사들을 대동한 1조대원들이 호텔 로비를 무사히 통과하여 대기해 있던 승합차에 올라탔다. 최정혁 대좌의 큰소리가 허풍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북한의 최고 정예답게 그들의 움직임은 한 치의 빈틈이 없었다. 박기문이 맨 마지막으로 승합차에 올라타고 승합차의 문이 닫히기도 전에 검정 색 승합차는 이미 저만치 달리고 있었다. 뒤쫓아 나오던 3명의 JIA 요원이 호텔 정문 앞에서 속절없이 꼬꾸라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북한군 저격수들의 짓이었다. JIA 요원들이 자신들의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자 앞으로 나오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이 범인들이 탄 차들이 모두 저만큼 달아나 버렸다.

 “마무리 해.”

 최정혁이 무전기에 대고 명령을 내렸다.

 “쿠아앙.” “꽝.”

 최정혁의 명령이 끝나기도 전에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파레스 호텔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호텔 정문 맞은편 공원 숲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한요원들의 짓이었다. 2개의 바주카 포탄이 호텔 정문 헤집고 들어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독수리 탈취 작전은 놀랍게도 소요예정시간 20분 보다 7분 앞당긴 1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허영무는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영무와 최정혁의 일행은 하비야 공원을 가리키는 이정표 앞에서 차를 우측으로 꺾어 사쿠라다문 근처에 대기해둔 탑 차 속으로 승합차를 감추었다.

 “최 동지...어서 가시오...우리는 대사관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허영무가 최정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염려 마시오...허 동지...”

 급히 작별인사를 나눈 최정혁이 차에 오르자 탑 차를 인도하는 승용차가 일본교 IC를 진입하고 그들의 목적지인(?)니가타 항으로 향했다. 최정혁의 일행이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떠나가자 허영무의 일행도 차에 올랐다.

 

 “스기야마. 이게 무슨 소리야?”

 다나까 실장이 예감이 좋지 않은 듯 스기야마 과장을 쳐다보았다.

 “폭발음 같습니다.”

 “폭발음이 틀림없는가?”

 “파레스 호텔 쪽인 것 같습니다”

 “스기야마....”

 “.......”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말입니까?”

 “조금 전에 경왕 호텔에서도 폭발 사건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면....이것 큰일이야....”

 “예....?”

 “파레스 호텔에서 일이 생긴 것 같아.?”

 “일이요...?“

 

 “아직 멀었나?”

 다나까가 짜증 썩인 목소리로 재촉했다.

 “5분 후면 도착 할 수 있습니다.”

 “더 밟아.”

 스기야마는 다나까의 옆얼굴을 힐끔거렸다. 이미 시속 15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경 시내에서 150km 이상 달린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나까 실장이 속이 타는지 앞가슴의 단추를 다 풀어 헤쳤다.

 “실장님! 불입니다. 파레스 호텔이 불타고 있습니다.”

 “차를 가까이 갖다 부쳐”

 “더 이상 가까이는 위험해요”

 “무슨 소리야 가까이 갈 수 있는데 까지 차를 바짝 붙여.“

 “실장 님... 더는.....안 됩니다.”

 “잔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해.“

 스기야마가 불붙은 호텔 정문 가까이 차를 세웠다. 다나까가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리던 스기야마가 뜨거움을 못 견디며 인상을 찌뜨렸다. 그런 그의 눈에 동료 요원이 쓰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실장 님... 저기 우리 요원 한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스기야마가 쓰러진 사내에게로 뛰었다.

 “누구냐?”

 “사이또 입니다.”

 “사이또.....”

 “이봐. 사이또... 정신 차려... 정신 차려봐.”

 스기야마가 사이또를 흔들었다.

 “으..........”

 스기야마가 흔드는 바람에 사이또가 정신이 좀 드는 모양 이었다. 피로 물들은 몰골에 눈을 살포시 떴다. 그마저도 힘든 듯 다시 눈을 감는다.

 “이봐... 정신차려.”

 스기야마를 밀쳐낸 다나까가 사이또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으........실장님.......”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습니다... 저도 잘........”

 “이봐.... 정신 차리고 자세히 말해봐.”

 다나까가 사이또의 뺨을 얼려 쳤다.

 “누구야... 어떤 놈들의 짓이야?”

 “으...으....실장님. 어떤 놈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폭탄이 터졌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그게 다야?”

 “으...........”

 “이봐... 정신 차려. 박사들은 어떻게 되었어?”

 “...박사....?”

 “미국인들 말이야?”

 “아.....아마 놈들이.....”

 “범인들의 차량은 봤어?”

 “...검정 색 승합차였습니다. 그렇지만 밤이라서....”

 “어디로 간 것은 아나?”

 “하비야 공원 쪽으로.....”

 “다른 차량은 없었어?”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스기야마... 본부에 연락해서 동경시내를 빠져나간 검정 색 승합차를 수배하고 이미 빠져나갔는지도 모르니까 각 고속도로IC 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철저히 검문하라고 해. 특히 동경시내 남부 지역을.”

 “알겠습니다.”

 스기야마가 차를 향해 뛰었다. 다나까의 귀에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실장님... 조금 전에 검정 색 승합차 한 대가 IC를 빠져나갔다는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어디야?”

 “지금 요코하마로 가는 고속도로입니다.”

 “요코하마......?......바다.......?

 “..........”

 “또 다른 보고는 ?”

 “다른 보고는 없습니다.”

 “범인들이 배를 이용하려는 걸까요?”

 “스기야마... 고속도로 입구를 철저히 봉쇄하라고 일러. 우리가 직접 가야겠어.”

 다나까는 서둘렀다. 그런 다나까를 스기야마는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평소의 그와는 무척 달랐다. 오늘처럼 허둥대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관인 다나까에게 그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어나 꾹 참았다. 하지만 스기야마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다.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일본 정부가 F-3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고급 간부 외에는 거의 비밀에 부쳤다. 오늘 미국인들을 경호하면서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휘자 한 두 명만 빼놓고.... 직함이 과장인 스기야마 그도 납치되어간 사람들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다나까의 타는 속을 알 리가 없었다. 다나까는 허둥거렸다. 이번 일이 잘못되는 날이면 자신은 물론 JIA 국장까지 줄줄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스기야마. 더 밟아.”

 “실장님... 더 빨리는 위험합니다.”

 “모가지 달아나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해.”

 스기야마는 목을 한번 움츠린 뒤 악세레다를 힘대로 밟았다.

 “부장님 저기 저 차 아닙니까?”

 스기야마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 본 타나카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틀림없는 검정 색 승합차였다.

 “스기야마... 확인해봐.”

 “무얼 말입니까?”

 “이런 멍청한......IC 입구에 병력 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

 “아......네.”

 스기야마가 무전기를 손에 들었다.

 “본부.....본부 나와라......병력은 어찌 되었는가?.........오케이 알았다. 부장님 기동 타격대가 완전히 봉쇄해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빠져나간답니다.”

 “좋아.....저 차와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고 따라간다.”

 검정 색 승합차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던 스기야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부장님.”

 “.........?”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저 차가 범인들의 차라면 저렇게 한가롭게 달릴 수가 있을까요?”

 “..........?”

 “아무래도........”

 “음..........”

 그랬다. 다나카는 갑자기 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스기야마의 말이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스기야마의 지적이 옳은 것이 틀림없었다. 검정 색 승용차의 속도는 도저히 도망자의 것이 아니었다. 다나카는 허탈했다. 그렇다고 확인을 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그들을 놓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기야마... 사이렌을 울리고 저 차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봐.”

 스기야마가 사이렌을 울리며 정지 신호를 보냈으나 검정 색 승합차의 속력은 줄지 않았다.

 “부장님 놈이 서지 않고 계속 달아납니다.”

 “...........”

 “자식이 달아나니까 수상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

 검정 색 승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약 200m전방에 앞서가던 차들이 모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충돌을 (?)면한 검정 색 승합차가 앞의 차량 꽁무니에서 멈추어 섰다. 연락을 받은 기동 타격대들이 일제히 승합차를 포위했다. 스기야마가 품속에서 권총을 빼들고 승합차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승합차 앞에 서있던 차량들의 운전자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일제히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일부는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요코하마 소속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어 주위를 환기 시키는 한편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운전자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한 대씩 한 대씩 내보냈다. 그러자 구경 나왔던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차량으로 들어가 하나 둘씩 빠져나갔다. 스기야마가 승합차 옆에 바짝 붙어 고함을 질렸다.

 “손들고 밖으로 나와.”

 검정 색 승합차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런 스기야마를 다나까가 맥 빠진 눈으로 지켜보았다. 스기야마가 다시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에 승합차 운전석 문이 열리며 젊은 사내가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빨리 손들고 내려.”

 “아니? 왜 이러십니까?”

 다나까는 눈을 감았다. 예측은 했지만 이 젊은 사내의 목소리는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였다. 스기야마가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고 운전석에서 끌어 내렸다. 그리고 사내의 양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거칠게 잡아 당겼다.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스기야마가 소리쳤다.

 “입 다물고 차 뒷문 열어.”

 “예? 왜요?”

 “열라면 열 것이지 웬 잔소리야.“

 “아니... 이유를 말해야 열 것 아니오.”

 사내도 지지 않고 대 들었다.

 “스기야마... 돌아가자. 틀렸다.”

 “네? 그래도 일단 조사는 해 봐야지요.”

 “소용없는 짓이야.”

 “그래도......이봐 빨리 뒷문 열어봐.”

 스기야마의 목소리가 풀이 죽어 나오자 이번에는 젊은 사내가 순순히 뒷문을 열었다. 다나카의 예상대로 차안은 텅 비어 있었고. 낚시 도구들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자식아. 차에다 시커먼 선팅은 왜하고 다니는 거야?

 “예?”

 스기야마가 애꿎은 젊은 사내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아직 멀었소?”

 최정혁이 초조한 듯 선장에게 물었다. 담대하게 보이던 그도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벌써 세 번째 물음이다.

 “다 왔습니다.”

 최정혁이 망원경으로 바다 위를 살폈다.

 “곧 나타날 겁니다.”

 선장이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최정혁은 초조했다. 간밤엔 일본의 심장부를 난도질을(?) 해놓았으니 당연히 추격대가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하늘의 도움이 있었는지 다행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일본의 순시선과는 마주 치지는 않았다. 적의 추격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적을 만나지 않는 것이 제일 상수였든 것이다.

 “대좌동지. 저기요, 저기 왔습니다.”

 선장이 소리쳤다.

 “어디.....?아........”

 최정혁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바다 위로 검은 물체가 치솟아 올랐다. 구월 함이었다. 이윽고 헤치가 열리고 사내들이 나와 경례를 부쳤다.

 “대좌동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동신 함장이 직접 나와 맞아 주었다.

 “고맙소. 시간이 없소. 서두릅시다.”

 리승철이 미국인들을 잠수함에 오르게 하기 위해서 가교를 설치하자 모두 서둘러 잠수함 속으로 잠적했다. 잠수함의 헤치가 닫히고 바다 밑으로 모습을 감추자 그들이 떠난 바다에서 자그마한 폭음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았다. 그들이 타고 온 배는 몇 조각의 파편만 남기고 바다 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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