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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18화
작성일 : 19-10-31 20:32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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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차원을 내려다보는 서린. 직원들이 서린과 차원을 계속 번갈아 봤다.

 

 "… 오랜만이네요."

 

 직원들이 차원의 말에 입을 벌리고 집중했다. 서린은 점차 주변 직원들을 둘러봤다.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이신가 봐요?"

 

 서린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자 어쩔 줄 몰라하는 직원들. 그러자 민호 사원이 말했다.

 

 "저희 본부장님이십니다. 저희는 직원들이고요."

 

 서린이 눈썹을 올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때 서린이 들고 있던 울림판이 울렸다. 그러자 민호가 일어섰다.

 

 "제가 대신 갖다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민호는 두 손으로 울림판을 받은 뒤 픽업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서린을 보며 말을 건넸다.

 

 "저, 이쪽에 앉으시죠."

 "아니에요. 제가 금방 또 가봐야 해서."

 

 그때 서린이 차원을 향해 자신의 폰을 내밀었다. 차원이 서린의 폰을 쳐다봤다.

 

 "그때 약속… 기억하고 있죠?"

 

 서린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차원. 모두의 시선이 서린의 폰을 향했다. 차원은 뜸을 들이다 서린의 폰을 받아서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차원이 서린의 폰을 하나하나 터치할 때마다 똑같이 따라서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들. 차원이 다시 서린에게 폰을 건넸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서린.

 

 그때 민호가 한 손으로 커피를 받치고 와서 허리 숙여 서린에게 건넸다.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서린.

 

 "고마워요."

 

 민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직원들. 민호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차원을 향해 눈짓을 주는 서린.

 

 "연락해요."

 

 돌아선 서린의 발걸음에 더욱 힘이 실렸다. 서린이 밖에 나가서 차를 탈 때까지 넋을 놓고 지켜보는 직원들. 서린이 탄 차가 출발하자 직원들이 일제히 차원을 쳐다봤다.

 

 "본부장님, 한서린이랑 아는 사이에요?"

 "방금 뭐에요. 한서린이 본부장님 번호를 딴 겁니까?"

 "눈앞에서 이런 대박 장면을 보다니!"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차원. 그리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분이 누구시죠?"

 

 동작을 멈추고 눈을 깜빡이는 직원들.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한서린을… 모르세요?"

 "지금 완전 인기 많은 여배우인데?"

 "여배우… 인가요?"

 "저희 앱에서도 여자 부분 이상형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핫한 여배우입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차원. 직원들은 그런 차원의 모습을 더욱 의아하게 쳐다봤다.

 

 "아니, 그럼 한서린은 본부장님을 어떻게 알고 저러는 거예요?"

 "그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야, 그럼 본부장님을 보자마자 한서린이 찍은 거야? 와, 대박이다… 역시 본부장님 급은 돼야 저런 여배우가 번호를 따나 봐."

 

 직원들은 흥분하며 웅성댔다. 차원은 주변의 난리 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리고 서린이 나간 자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 ⁕ ⁕

 

 머리를 질끈 올려 맨 아경이 자신의 방에서 대본을 보고 있었다.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에 '제이니'라고 적혀 있었다. 몇 번이고 대사를 읊어보는 아경. 그리고 열심히 필기도 하였다.

 

 기지개를 쭉 켜고 자신의 침대 위로 가서 털썩 눕는 아경. 그러다 지난 밤 강호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벌떡 일어나는 아경. 그리고 입술을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강호의 말들.

 

 '한 번 떠난 사람은 또다시 떠나기 쉬워.'

 '너는 이미 그 자식을 기억에서 지웠어.'

 

 아경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아경의 폰에서 카톡 소리가 울렸다.

 

 [차원 : 놀지 말라니까.]

 

 차원의 이름을 보고 웃음 짓는 아경. 그러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답할지 망설이는 아경. 그때 차원에게 전화가 왔다. 폰을 귀에 대고 입술을 우물쭈물하는 아경.

 

 "너 또 대본 보는 척하다가 딴생각했지?"

 "… 어떻게 알았어?"

 "내 눈엔 훤히 다 보이니까."

 

 아경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잘 돼가?"

 "… 열심히 외우고는 있는데… 내가 너무 긴장할까 봐 걱정돼."

 "그럴 땐, 내 생각을 해."

 "네 생각하면… 더 긴장될 거 같은데?"

 "왜? 너무 설레서?"

 "음… 더 잘하고 싶어서."

 "……"

 "너한텐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으니까."

 "… 가서 팔랑팔랑하지만 마. 긴장은… 내 앞에서만 해.

 

 미소를 짓는 아경. 그러다 다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 저기 차원아."

 "… 응?"

 "넌… 예전에 나랑 있었던 일들… 다 기억해?"

 "음, 웬만한 건 다 기억하지. 갑자기 그건 왜?"

 "나는… 너처럼 똑똑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하나씩 깜빡깜빡 하나 봐."

 "음, 기억력이란 게 사물 인지능력과 비례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

 "… 잘났어, 정말."

 "괜찮아, 내가 다 기억할 거니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

 "그러니까… 대본이나 다 외워. 자꾸 내 생각하지 말고."

 "… 알겠어."

 "물론 지금 내가 너무 보고 싶겠지만, 오늘은 널 위해 다음에 보는 거로 하자. 첫 대본리딩, 잘하고 와."

 

 아경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 ⁕ ⁕

 

 아경이 어느 지하철 출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폰에 뜬 지도를 따라 주변을 훑어보며 걸어가는 아경. 그러다 주차장이 넓게 펼쳐진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아경은 건물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쥐며 화이팅을 외치는 아경.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아경은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에 열림 버튼을 눌렀다. 편한 청바지 차림에 안경을 쓴 한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헉헉, 감사합니다."

 

 아경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가 아경을 계속 힐끔힐끔 쳐다봤다. 남자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아경.

 

 "저기 혹시… 배우님이신가요?"

 "네? 음… 저는 배우… 아니, 저는 배우가 되고 있습니다."

 

 아경은 자신의 말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리숙한 아경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 남자.

 

 "신인 배우이신가 봐요?"

 "네… 이번에 캐스팅… 됐어요."

 "오늘 첫 대본 리딩이죠?"

 "… 네. 영화 관계자님… 이신가요?"

 "음… 관계자의 관계자죠."

 "……"

 

 그때 엘리베이터가 땡하고 열렸다. 아경에게 먼저 내리라며 손짓하는 남자. 아경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열림 버튼을 누른 채 아경을 향해 손동작을 취했다.

 

 "오늘, 화이팅 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아경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아경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멀뚱히 서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남은 남자. 지하철에서부터 아경과 가는 방향이 똑같아 얼떨결에 함께 여기까지 걸어 왔다.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며 나지막이 말하는 남자.

 

 "저 친구가… 신아경 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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