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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17화
작성일 : 19-10-31 20:18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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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저무는 한강으로 도착한 강호와 아경. 아경은 이 곳으로 오는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호 또한 그 정적을 안고 이곳까지 달려왔다.

 

 아경이 먼저 차에서 내려 강가로 다가갔다. 뒤따라 내리는 강호. 아경이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학교 다닐 때, 운동장이 시끄러워지면 항상 거기에 네가 있었어. 네가 웬만한 운동은 다 섭렵했으니까. 여자 애들이 너만 나타나면 어찌나 소리를 지르던지."

 

 아경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강호는 그런 아경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네가 아버지 사업 문제로 어릴 때부터 하던 골프 그만뒀을 때, 너답지 않게 의기소침해 지는 걸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 장난도 많이 치고, 활발한 친구였는데…"

 

 강가 위로 노을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후로 너… 이 운동 저 운동 잡히는 대로 다 했잖아. 네 안에 있는 분노를 거기에 다 터트리는 기분이었어. 그러다 다시 골프 시작해보겠다며 스스로 일어섰을 때, 그때서야 본래의 네 모습으로 돌아가더라. 다시 원래의 이강호를 되찾은 것만 같았어."

 

 아경이 돌아서서 강호를 바라봤다.

 

 "나는 그때부터 네가 얼마나 치열하게 달려온 지 알아. 나도 너처럼… 그렇게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경의 주위로 하늘과 강이 모두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이룬 네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때, 강호가 아경의 앞에 몇걸음 만에 다가갔다. 그리고 아경의 뒷머리를 감싸고 아경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강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눈을 번쩍 뜨며 물러서는 아경.

 

 "… 뭐 하는 거야!"

 

 강호가 아경을 끌어안았다. 아경이 꿈틀대자 다시 한번 꽉 끌어안는 강호.

 

 "잠시만… 잠시만 가만히 있어 줘."

 

 아경이 강호의 몸을 밀어냈지만, 강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아경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 나같이 부모 잘 만나서 받아먹기만 하던 놈은… 아버지가 삐끗하면 내 인생도 끝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넌…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와도… 계속 그 끈을 놓지 않더라. 너야말로 나한텐 정말 대단해 보였어."

 

 강호의 말에 점점 두 팔을 내리는 아경. 그러자 강호가 아경의 눈을 바라보며 아경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따.

 

 "알아, 너와 오차원의 관계.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너희 둘 사이의 긴밀한 무언가가… 미치도록 싫었어.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

 

 아경이 두 눈을 굴리며 강호를 바라봤다.

 

 "한번 떠난 사람은… 또다시 떠나기 쉬워."

 

 아경의 눈가가 조금씩 붉어졌다.

 

 "그리고 너는 분명 오차원을 잊기 위해 발버둥 쳤어. 너는 이미… 그 자식을 조금씩 지웠어. 지금은 그저…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것뿐이야."

 

 아경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지금 당장 나한테 오라는 거 아니야. 난 늘 기다렸어. 늘 해오던 일이라…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 네가 그 자식을 다 잊었을 때, 네 기억 속에… 그 자식이 다 없어졌을 때, 그때… 나한테 와."

 

 ⁕ ⁕ ⁕

 

 시원과 원도가 어느 카페에 마주 앉아 있었다. 시원이 빨대를 휘저으며 혼자 구시렁댔다. 원도는 시원의 눈치를 보며 시원의 옆으로 슬쩍 다가가 앉았다. 그때 테이블을 탁 내리치는 시원.

 

 "어휴, 정말!"

 

 몸을 튕기며 눈을 껌뻑이는 원도. 시원이 원도를 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지금 세상에서 여자들이 죽고 못 산다는 두 남자가 어떻게 신아경 한 사람한테 다 몰려들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원도가 눈을 다시 껌뻑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경이 누나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 걔는 왜 가만있어도 그런 킹카들이 알아서 꼬이는 거냐고!"

 

 시원이 원도의 모습을 바라봤다. 늘어진 집업에 무릎이 나온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시원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시 빨대를 휘저었다. 그러자 머리를 긁적이며 시원을 쳐다보는 원도.

 

 "그래서… 아경이 누나가 부러워?"

 "부럽지, 완전 부럽지. 네가 걔네를 못 봐서 그래. 진짜 무슨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줄 알았다니까? 아니, 신아경은 그런 킹카가 첫사랑이었단 걸 왜 말을 안 했냐고! 난 진짜 완전… 쓰레긴 줄 알았단 말이야."

 

 시원이 앞에 놓인 음료를 빨대로 힘껏 빨아들였다.

 

 "그럼, 아경이 누나는… 누굴 좋아하는데?"

 "그… 첫사랑 남자를 아직 좋아하는 거 같아. 하… 그나저나 이강호는 이제 어쩌냐. 이강호 불쌍해서 어떡하지?"

 "… 아경누나 마음 가는 대로 해야지."

 "이게… 내가 이강호를 먼저 봐서 그런지… 이강호가 또 맘에 걸리고 그런다? 아, 정말 내가 뭐 하는 거야."

 

 시원이 빨대소리를 더 크게 내며 마셨다.

 

 "아경이 그 계집애, 점점 예뻐지긴 했지. 날이 갈수록 얼굴이 핀다니까. 그게 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봐."

 

 원도가 시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시원은 계속 아경에 대해 조잘댔다.

 

 "… 야, 이시원!"

 

 시원이 빨대에 입을 댄 채 원도를 바라봤다.

 

 "네가 더 예뻐."

 

 마시던 음료가 목에 탁 걸리자 기침을 하는 시원. 그리고 두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리고 고양이 발처럼 움켜쥔 손으로 원도의 가슴을 툭툭 쳤다. 몸을 배배 꼬며 원도의 품에 안기는 시원. 원도는 그런 시원의 한 쪽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유니버스 근처 카페. 유니버스 남자 직원들이 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차원도 그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본부장님, 본부장님도 '거울아, 거울아' 에서 이상형으로 많이 지목되고 있다고 하던데요."

 "… 제가요? 설마요."

 "지금 비연예인 부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 바로 프로골퍼 이강호 선수랑 데이비드 본부장님입니다. 두 분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강호의 이름이 언급되자 멈칫하는 차원.

 

 "… 그렇군요."

 

 그때, 민호 사원이 강호의 골프 샷 동영상을 찾아 옆에 있는 직원에게 보여줬다.

 

 "이거 스윙 정말 지리지 않습니까?"

 "오, 완전 멋진데? 나는 언제 이렇게 한번 쳐보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차원. 그러자 또 다른 직원이 말했다.

 

 "그래도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우리 데이비드 본부장님이 더 우수하지. 본부장님, 이거 아부 아닙니다. 저는 팩트를 말하는 겁니다."

 

 차원이 살짝 미소 지었다. 동영상을 보던 직원이 영상에서 고개를 떼며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여자라도 당연히 우리 본부장님을 선택하죠!"

 

 차원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제가 시킨 거처럼 보이는데요?"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카페 문을 열고 선글라스를 낀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일제히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남자들. 한서린 이었다. 시선을 한 몸에 느끼며 당당히 걸어가는 서린.

 

 "저기, 한서린 아니야?"

 "와, 진짜네? 오… 실물이 더 예쁜데요?"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남자 직원들. 차원은 직원들의 호들갑에 서린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문득 지난번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때 옆에 앉아서 말을 걸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서린을 바라봤다. 차원이 눈을 찌푸렸다.

 

 커피를 주문하고 빈 자리에 앉아 시선을 즐기고 있는 서린. 서린과 가까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예쁘다며 말을 건네왔다. 서린은 감사하다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러다 차원이 있는 테이블 쪽을 쳐다보는 서린. 서린이 바라보자 직원들이 더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 차원에게 시선이 멈추는 서린. 서린은 눈을 찌푸리며 그때 바에서 만난 차원의 모습을 떠올렸다. 차원을 다시 쳐다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서린.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원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서린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더욱 난리를 떨었다. 그리고 차원의 앞에 서는 서린.

 

 "또 보네요."

 

 차원이 서린을 힐끗 쳐다봤다. 직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 기억하죠?…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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