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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9. 정한론
작성일 : 19-10-31 18:14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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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정한론

 

  그가 겨우 몸을 추스린건 1893년 11월말이었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마자 도쿄의 신바시에 자리한 이타카키 다이스케의 자택을 방문했다. 일본 도착 후 서신으로 도착 인사를 하고 방문키로 했으나 두 달이나 늦어진 것이다. 프랑스 생활 전에는 황궁을 중심으로 한 도쿄 시가지의 번성에 자못 감탄한 바가 있으나 지금은 그저 궁벽해 보이는 아시아의 도시일 뿐이었다. 일본인들의 작은 키가 더욱 작아 보이고 서양식을 본뜬 거리의 건물들이 조악해 보였다. 서양 문화의 원조와 본류를 속속들이 익히고 온 그의 눈엔 일본의 모든 것이 초라해 보였다.

 

  오쿠보 도시미치, 사이고 다카모리, 기토 다카요시 등의 유신 삼걸과 함께 도쿠가와 막부를 정벌하고 메이지 유신를 수행한 일본의 유력 정객인 아타가키 다이스케는 당시 자유당의 영수로서 일본 의회 정치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일본식 저택의 정원을 두 개나 지나 다이스케에게 안내된 그는 엎드려 인사를 했고 다이스케 역시 앉은 채로 엎드려 답례를 했다.

 

 “참으로 반갑소, 홍군. 많이 여위었군.”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나도, 일본도 이제 좀 안녕한 듯 싶소. 프랑스는 어땠소? 생각보다는 일찍 돌아왔구려.”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 돌아왔는데 과연 충분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클레망소씨는 만나 보았소?”

 “그 분은 몇 번이나 기별을 하였으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프랑스의 예술가, 기업가, 모험가들은 저에게 관대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정치인들과 외교관들은 그렇지 않더군요. 아마도 프랑스는 조선의 앞길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럴 것이오. 프랑스는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그런데 그대는 아직도 상투를 기르고 조선의 복식을 했구려. 프랑스에서도 그렇게 다녔단 말이오? 우리 일본조차 대부분의 인사들은 이미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있는데 말이오.”

 

 그는 다이스케의 단정하게 손질 된 머리칼과 수염을 바라보았다. 필경 유럽식이었다.

 

 “저는 조선인입니다. 머리 모양과 복식으로 근대화를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파리에서 그들의 복식을 한다한들 그저 그들의 외양을 따르는 황인종에 불과하겠지요. 저는 조선의 껍데기가 서양식으로 바뀌는 것보다는 그들의 기술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깁니다. 성현의 근본을 버리고 그들의 생각과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도 조선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봤습니다.”

 “동도서기의 개념이 더욱 철저해졌군. 나도 홍군의 생각에는 동의하네만 서양식 문명의 핵심에는 합리주의라는 것이 있다오. 긴 머리는 손질하기 나쁘며 조선의 복식은 바삐 일하는 데 역시 불편하지 않겠소?”

 “저 역시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을 날이 오겠지요. 이미 많은 조선의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단발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만은 좀 더 고집을 부리겠습니다.”

 “역시 홍군이구만. 그대의 기개는 참으로 대단하오. 그런데 이와타 슈사큐는 만나봤소? 김옥균 말이오. 남양군도와 북해도에서의 길고 긴 유배 생활이 끝난 후 이곳 도쿄에선 제법 풍류스럽게 지내는 모양이오. 일본인 애첩이 두 명이나 된다니 말이오.”

 “저는 그 이와타라는 사람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습니다. 굳이 만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요즘 도야먀 미치루의 후견 속에 살고 있소. 후쿠자와 유키치의 후인이긴 하지만 좀 다른 종류의 사람이오. 좀 더 위험하달까.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지. 일전에 나의 암살을 도모한 세력도 그 쪽이오. 그가 만든 겐요사는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조직이오. 이와다가 그쪽의 후원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오. 그자를 앞세워 조선에 침투해 조선의 왕정을 뒤집겠다는 소문이 난 지 오래란 말이오.”

 “그런 자가 조선의 미래를 논하면서 동양의 평화를 논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자는 이미 조선의 역적입니다. 조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저 일본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겠지요. 만약 선생께서 말씀하시 듯이 일본의 어떤 무도한 조직의 사주를 받아 또 다른 역모를 획책한다면 반드시 제 명에 죽지는 못할 겁니다. 조선에는 아직 그런 역적을 처단할 만한 의사들이 많고도 많습니다. 그보다는 선생의 정한론은 여전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프랑스를 다녀온 후 다시 논하자는 약조는 여전히 유효한 듯 싶습니다.”

 “하하..정한론이라, 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말이오. 요즘 일본 정계에서 정한론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말았소.”

 “선생께서는 훨씬 유연해지셨군요. 곤란한 주제는 이렇게 살짝 거짓말로 넘어가시다니. 전엔 이런 일 없이 강건했잖습니까?”

 

 그는 짐짓 웃으며 다이스케의 대답을 요구했다.

 

 “우리 일본의 조선 정책은 동일하오. 조선에 유능하고 친일본적인 정권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여 청나라와 러시아의 남진을 막아주는 것이 우리 일본으로서는 최선이오. 가장 나쁜 일은 조선의 정부가 무능하여 청나라나 러시아의 세력이 조선을 삼키고 우리와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일이오. 조선이 우리 편이 되느냐 저쪽 편이 되느냐에 따라 일본의 이익은 심각하게 결정된다는 것이오. 더구나 조선은 우리가 대륙으로 나갈 가장 중요한 발판이자 터전이오. 이걸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는 없는 일이지. 우리의 정한론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조선 정벌을 뜻하는 것이 아니오. 최선과 최악의 사이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차선책에 불과하오. 조선의 정부가 조선 반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대륙의 세력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출병하여 그 세력을 몰아낼 뿐 아니라 조선에 친일본 정부를 세울 수 밖에 없소. 만약 또 필요하다면 아예 조선을 일본에 병합시키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가 되겠지. 바로 정한론 말이오. 하지만 그 일은 그다지 바라는 바가 아니오. 우리가 청나라,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군사적 대치를 하는 것은 우리 일본으로서도 엄청난 부담이 생기는 일이란 말이오. 우리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그런 일까지 감내할 수준이 아니오. 부디 조선이 어서 발전하여 안정적인 국가 경영을 하도록 바라는 바요. 우선 청나라의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 일본과 친선의 국교를 강화한다면 일본이 굳이 조선을 침략하여 정벌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오. 우리는 강하고 유능하여 우리 일본의 친구가 되는 조선을 원할 뿐이오.”

 “저는 이미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그리하여 제국주의라는 것이 뭔지 속속들이 들여다 봤습니다. 지금 일본의 공업 생산력은 날로 높아가고 있으니 그 시장이 필요할 것이고 엄청나게 불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조달해야 하며 그 불어난 인구를 이주시킬 땅까지 필요할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일본은 더욱 강한 강국으로 커갈 수 있겠지요. 이 모든 것을 가장 쉽고 정확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일본의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이런 계산을 할 겁니다. 굳이 숨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는 무척이나 날카로워졌군. 좋아, 그대의 말이 맞긴 하오. 하지만 그 주판의 계산은 더하고 빼는 것 모두가 정확해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오겠지. 지금 조선의 경제 상황은 피폐하다 못해 곤궁의 극을 달리고 있소. 우리가 조선을 책임진다면 우린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하오. 지금으로서도 우리의 공산품은 쉽게 조선에서 팔리고 있고 조선의 쌀을 값싸게 사오고 있소. 물론 우리 일본인들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적지 않게 조선으로 이주하여 생업을 가꾸고도 있고. 이런 모든 일들이 지금처럼 원활하며 청나라나 러시아의 침해를 받지 않는다면 굳이 무리할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오.”

 “제국주의의 속성이라는 것이 있지요. 조선에는 이런 민담이 있습니다. 호랑이에게 안 잡아먹히기 위해 떡 하나씩을 던져주다가 결국 잡아먹히는 가련한 아낙 얘기죠. 저는 제국주의의 탐욕이 도덕에 의해 절제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선생께 이렇게나 길게 문의하는 것은 조선과 일본이 대등한 선린우호 관계로 아름답게 교류할 것을 바라는 것이며 이에 선생께서 크게 공감하시어 이끌어주시기를 빌 뿐입니다.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조국으로 돌아가 조선을 부국강병하여 청나라, 러시아 뿐 아니라 세상 어느 나라에도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부디 조선의 부국강병을 이루시오. 그렇게만 된다면 일본도 굳이 조선을 넘보지 않을 것이오. 두 나라가 협력하여 청나라의 야욕을 떨치고 러시아 등 서구 열강의 탐욕을 제지하면서 사이좋게 번영한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어디 있겠소. 그런 얘기는 그만 두고 프랑스 얘기나 해 보시오.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으니.”

 

 다이스케는 손뼉을 쳐서 하인을 불러 술상을 들이라 했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서도 한참 후에야 다이스케의 집을 나섰다. 밤늦게야 도착한 그의 하숙집에는 묘한 명첩이 와 있었다. ‘삼진 미곡’의 이일직이라는 조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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