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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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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31 17:1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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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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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가 없다.

 

  “맛있어요.”

 

  나탈리는 내 말에 모츠를 집어 먹었다.

  질겅질겅 씹었다.

  맛있기를. 맛있다고 하길 빌었지만, 나탈리는 아무 말도 없이 모츠를 질겅질겅 씹어 먹기만 했다. 내가 간절히 빌지 않아서 나탈리가 맛있다고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애들이 좋아하겠어요.”

 

  나탈리가 말했다.

  나탈리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무시 발언처럼 들렸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운전을 더 위험하게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세상에는 모츠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모츠를 모르는 세 분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하나 줄까요?”

  “포도 맛으로 주세요.”

  “포도 맛이라…… 포도 맛이 맛있어서 다 먹었나 봐요. 없네, 다른 건?”

 

  나탈리도 알고 있었다. 포도 맛이 환상이라는 걸. 나는 이제 뿌듯해졌다. 그녀도 이제 나처럼 모츠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걸 느꼈다.

 

  “맛있네요. 하나 더 먹어도 되죠?”

 

  나탈리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탈리는 내 가방에 있던 모츠를 꺼낸 후, 그 자리에서 하나를 뜯었다. 그러곤 포도 맛을 내 입에 넣어줬다.

 

  한참을 갔다. 나탈리가 내 차에 올라 탄지도 어느새 한 시간 정도가 지난 거 같았다. 정확히는 모른다. 그냥 느끼기에 한 시간 정도였다.

  나탈리는 그동안 내게 많은 말을 했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었다. 말도 재미있게 잘 했고, 착한 여자였다. 그런데 그런 나탈리를 버리고 가버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남자친구가 나탈리를 두고 간 거예요?”

 

  실례인 걸 알면서도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피터 그 개자식이 다른 년이랑 잤거든요. 내가 그 년이 정말 예쁘면 말을 안 해. 그런데 너무하잖아. 나 같이 예쁜 사람을 놔두고 그렇게 못생긴 여자…… 아니, 아줌마랑은 좀 아니지 않아?”

 

  나탈리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놔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신은 정말 재미있고 멋진 사람 같은데 그런 당신을 놔두고 피터라는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네요.”

  “어, 피터가 아니고 피터 개자식이라고 불러야죠. 그게 그 녀석 이름이거든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나탈리는 피터를 개자식이라고 했다.

  나탈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 말을 고쳐줄 뿐이었다.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마술 주문도 아닌 것이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이라고 소리치면 속이 뻥 뚫리거든요? 한 번 해봐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나탈 리가 소리쳤다.

 

  나탈리를 쳐다보니 얼른 해보라며 손짓을 했다.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다시 한 번 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우리는 소리쳤다.

  내 목소리보다 나탈리의 목소리가 더 크고 웅장했지만, 같이 소리쳤다. 얼굴도 모르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을 향해. 차 안은 우리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이제 기분 안 좋을 때 이렇게 외치세요.”

 

  나탈리의 음성은 진실을 말하는 음성이었다. 거짓이 섞여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거짓 없는 진실뿐인 음성으로 말했다.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의 얼굴을 모르지만,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알려줬으니 조금은 고마워해야겠어요. 나중에 만나면 고맙다고 해주세요.”

  “알았어요. 나중에 만나면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의 정강이를 힘껏 차 준 다음에 말해야겠어요. 스트레스 풀 방법을 줘서 고마워,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아.”

 

  나탈리의 말에 나와 나탈리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풍선에 바람 빠지듯 웃어버렸다.

  곧 있으면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요 며칠 사이에 많이 웃지도 못했는데 얼굴도 모르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덕분에 많이 웃어서 조금은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이 정말 싫었다. 저런 사랑스러운 나탈리를 버리고 가다니. 역시 이름 값한다.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케틀맨 시티에 도착했다. 나탈리와 헤어짐이 아쉽지만, 소중한 짧은 만남을 추억에 담기로 했다. 물론, 혼자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중에 집에 내려갔다가 배고프면 케틀맨 시티로 와요. 내가 맛있는 식사 대접할게. 케틀맨 시티가 워낙 코딱지만 해서 동네만 돌아봐도 날 금방 찾을 거예요.”

 

  아무리 동네가 코딱지처럼 작아도 금방 나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나탈리가 집에서 자고 있다면? 아니면 나탈리가 그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이랑 같이 있다면? 절대 나와 마주칠 수 없는 거였다. 그랬기에, 나는 이 짧은 만남을 추억 속에 보관하고 절대 꺼내지 않기로 했다.

 

  “언젠간 볼 수 있겠죠?”

 

  나탈리가 말했다.

 

  거짓 없는 음성인 나탈리에게 나는 거짓뿐인 음성으로 말했다.

 

  “네, 언젠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는 미소를 짓고, 케틀맨 시티를, 나탈리를 떠났다.

 

 

 

  허전함에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운전을 했다. 이 차가운 공간 속에서 내가 한 말이라곤 ‘시발’이라는 말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말은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에게 한 말도 아니고, 나탈리가 떠난 아쉬움에 대고 하는 말도 아니었다. 내 앞을 빠른 속도로 지나간 갈색의 동물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커튼우드 만에 인근에 도착하자 라디오를 틀었다. 나탈리가 떠나고 한 시간 만에 한 행동이었다. 라디오에선 더 이상 지긋지긋한 재즈가 나오지 않았고, 컨트리 음악이 나왔다.

  아마 방금 전 까진 재즈를 틀어주는 시간이었고, 이번에는 컨트리 음악을 틀어주는 시간이지 않을까?

 

  라디오에서는 거짓말처럼 진 오트리의 음악이 나왔다. 진……, 아, 맞다. 나탈리가 아직도 내 이름 진으로 알고 있는데. 거짓말 했던 게 조금은 아쉬웠다.

  내 가슴에 데이브 리버 벡스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얼마못가 음악에 심취해버렸다.

 

  커튼우드 만은 내게 어제와 같은 기분을 주지 못했다.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여운이 촛불처럼 꺼져버렸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진 오트리의 음악에 심취하는 바람에 커튼우드 만은 내게 어제 느꼈던 여운을 느낄 틈을 주지 못했다.

 

  컨트리 음악 코너가 끝나버렸다.

  이제는 재즈도 컨트리도 아닌 다른 종류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처음 들어보는 음악의 가사를 따라 불러보았다. 멜로디는 쉬웠고, 가사는 어려웠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산호세에 있는 작은 식료품점에 들렸다.

  배는 많이 고프지 않았다.

  목이 너무 말랐다. 내가 마신 거라고는 아침에 마셨던 우유와 콜라 그리고 내 침뿐일 거다.

 

  내가 고른 건 물 이었다.

  술도 주스도 아닌 물을 하나를 골랐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고, 너무 급하게 마신나머지 명치가 아려왔다.

  왼쪽 손으로 명치를 어루만지면서 하면서 숨을 고르게 쉬었다. 어디서 보고 배운 것도, 명치가 아프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누가 말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아서 한 행동이었다.

  내 생각처럼 명치는 금방 괜찮아졌다.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달렸다.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20마일도채 남지 않았기에 나는 여유를 만끽하며 천천히 운전을 했다.

 

  식료품점에서 봤던 내 기억으로는 2시를 지나고 있던 거 같았다. 예상시간 보다는 좀 늦었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나는 크리스에게 어떠한 욕도 폭력도 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맞다. 기름 채워야 되는데…….”

 

  괜찮겠지, 뭐.

 

  이미 커튼우드 만에 도착하기 전에 기름을 채웠기에, 다시 채울 필요가 없었다. 저 기름이면 앞으로 크리스가 학교에서 집까지 두 번은 왕복할 수 있는 양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과장이다.

 

  한 번 왕복하고, 다시 학교로 가다가 기름이 없어서 중간에 멈출 정도의 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기름을 채우지 않았다.

 

  나는 학교로 향했고, 머지않아 학교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쳤기에 당당하게 기숙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기숙사 안에는 앤디와 크리스가 배를 내놓고 잠을 쿨쿨 자고 있었고, 화장실에서 나온 앤디와 눈이 마주쳤다.

 

  “크리스! 조셉! 데이브 왔어!”

 

  앤디가 소리쳤다.

  앤디의 목소리에 크리스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놀라며 일어났고, 조셉은 베개로 귀를 막았다.

 

  “야! 일어나라니까!”

 

  앤디는 조셉의 엉덩이를 발로 밀었다. 크리스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했다.

 

  “아, 진짜. 데이브.”

  “미안. 진짜 미안해, 크리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당당했기에 말끝을 흐리지 않았다.

 

  “너 진짜 정말 너무 싫은데 용서하기로 했다.”

 

  의외의 말이었다.

 

  “뭐?”

  “네가 분명 시키는 거 한다고 했지?”

 

  조셉이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불안해졌다. 당당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우리가 다 증인이야. 크리스, 앤디, 나 그리고 마이클 다 봤어. 엎을 생각 하지도 마.”

 

  조셉이 말했다. 단호했다. 내 당당함은 조셉이 다 가져가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고.”

 

  내가 말했다. 내가 듣기에도 당황한 음성이었다.

 

  “네 이름으로 신청서 썼어.”

 

  크리스가 말했다.

 

  “물론, 나는 사진기자고 너는 취재 기자로.”

 

  앤디가 말했다. 앤디의 얼굴에는 수상한 웃음이 묻어나있다. 웃음을 멈춘 앤디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이제 서류를 통과시키면 우린 전쟁터에 나가면 되는 거야. 물론 우리가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아니고, 그냥 카메라랑 녹음기 그리고 수첩이랑 볼펜만 들고 가는 거지.”

 

  이번에는 아주 침착한 표정이었다.

 

  나는 좌절했다.

 

  나는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나랑 앤디만 가는 거야?”

 

  내가 물었다.

 

  “나랑 마이클이랑 크리스는 통과 못했어. 서류를 보기도 전에.”

 

  조셉이 말했다.

 

  “그럼 제이미는?”

 

  내가 물었다.

 

  “제이미는 겁쟁이야.”

 

  앤디가 말했다.

 

  나도 겁쟁이다.

 

  “걱정 마. 종군기자를 죽이거나 하지 않아. 그건 무식한 짓이라고. 그건 비난받을 짓이야.”

 

  크리스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들겨주며 날 다독였다. 하지만 그건 전혀 내게 통하지 않았고, 내 좌절감의 깊이를 더 깊숙이 밀어주는 것뿐이었다.

 

  내가 캐럴라인 때문에 내 목숨과 맞바꿨다니. 캐럴라인이 조금은, 아주 많이 미워졌다. 빌어먹을 피터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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