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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6화
작성일 : 19-10-31 16:49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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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게 됐어. 밀린 월급과 퇴직금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둘이 하루 이틀 근무한 것도 아니고, 돈이 크다 보니까 나도 마련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그 말에 웅현과 유란은 시선을 탁자에 두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가 한 말은 언젠가 나올 말이었다. 두 명 밖에 없는 직원 월급도 밀릴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사무기기 렌탈료도 밀렸고 건물 월세도 밀렸다.

 

 “그리고 건물주와 얘기해서 임대를 이번 달까지 하기로 했거든. 그 전까지 사무실 정리를 좀 해줘.”

 

 대표의 말은 길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끝으로 연구소를 나갔다. 발걸음을 보건데 더는 이곳에 미련이 없는 듯하다.

 유란은 그런 대표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달까지라… 일주일 정도 남았네.”

 

 마무리 짓기에 제법 여유 있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짐 정리라고 해 봤자 서류들이 대부분이다. 박스에 싸 놓기만 하면 된다.

 

 “내일이요? 오늘은 안 되나요? 아. 네, 알겠습니다. 밀린 비용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따로 연락처를 드릴게요. 그럼 기기 수거는 내일 오전 중으로 하고…”

 

 웅현은 업체에 전화해 비용 처리와 수거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몇 개 되지 않는 낡은 사무가구까지 처리하기 위해 재활용센터에도 연락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웅현은 유란에게 물었다.

 

 “갈 데 있어요?”

 

 퇴사자라면 당연히 듣는 질문이다. 유란은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기술 없는 단순 사무직은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럼…?”

 “아뇨. 괜찮아요.”

 

 웅현이 휴대폰을 흔들자 유란은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동료니 자리를 알아봐 준다는 이야기다.

 

 “좀 쉬려고요. 웅현씨도 당분간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보는 건 어때요?”

 

 그 말에 웅현은 멋쩍게 웃었다. 사실 웅현도 갈데없는 건 마찬가지다. 바코드 현상연구는 이미 인기가 떨어졌고, 남아있는 연구소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몇 군데 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는 들어가기 어렵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소위 말하는 ‘빽’이 있어야 된다.

 

 “여유가 많지 않아서요. 자리도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바코드 연구원이라는 거… 이제 비인기 직종이잖아요? 한번 반짝 떴다가 3D직업이 돼 버렸죠.”

 

 웅현의 말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유란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바코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오늘은 점심 먹고 조퇴할래요?”

 “조퇴요?”

 “정리할게 별로 없기도 하고, 사용하던 연구 장비도 전부 렌탈이잖아요? 좀 전에 전화를 돌려보니 오늘은 수거가 힘들고 내일 가능하데요.”

 

 웅현의 말은 어차피 우리가 할 건 별로 없으니, 내일 기기들을 빼면서 한꺼번에 하자는 이야기다.

 

 

 

 

 

 

 

 

 

 

 “씨…씨발… 개 같은!!”

 

 철수의 입에서 끊임없이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화면에 수십 개의 기사, 논문, 수기형식의 글들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철수의 눈동자는 쉼 없이 그 글들을 따라 움직였다.

 

 ‘바코드 현상은 대부분 팔에 나타난다. 한번 나타난 바코드는 없어지지 않으며, 바코드가 나타난 부위를 없애면 다른 곳에 나타난다. 만일 오른쪽 손목에 나타났는데, 오른손을 잘라버리면 왼쪽 손목에 나타난다. 왼쪽 손목마저 자르면 다리에 나타나는 식이다.’

 ‘간혹 바코드가 손이 아닌 배나 목, 또는 어깨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철수는 정신없이 글을 읽던 와중, 눈에 확 띄는 글을 발견했다.

 

 ‘치료를 가장해 바코드가 나타난 피부를 벗겨내는 사기가 유행했다.’

 ‘불로 지져서 없애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다른 부분에 또 다시 나타난다.’

 

 “이 개 같은 노인네가 사람 목숨을 이용해 사기를 쳐?”

 

 철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 노인은 돌팔이 사기꾼이었다.

 엉덩이가 자신도 모르게 들썩거린다. 당장 뛰어가 바닥에 메다 꽃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몇 분을 씩씩대다가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차피 그 돌팔이한테 찾아가 화풀이를 한들 시간낭비다. 차라리 바코드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아보는 게 낫다. 철수는 다시 자판을 두드렸다.

 

 ‘바코더의 생존기간은 12시간에서 24시간이다. 하루를 넘기기 힘들다.’

 ‘바코더의 치료법을 찾아내었다고 주장하는 연구소가 있다.’

 ‘바코드가 나타나는 현상은 몇 가지 법칙이 있다.’

 

 그렇게 정보를 찾고 있는데, 현관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출장 뷔페입니다! 집기 수거 왔습니다!”

 

 ‘아차.’

 

 집안은 난장판이다. 문 열어서 이 꼴을 보여 줄 수는 없다.

 철수는 잠시 생각하다 소리쳤다.

 

 “아직 다 안 먹었어요! 시간이 걸려요!”

 “그럼 한 시간 뒤에 다시 올까요?”

 “최대한 늦게 와주세요! 남은 음식들도 정리하게!”

 “그럼 저녁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그릇을 꼭 수거해야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밖은 잠잠해졌다.

 

 “염병… 내가 끝장날지도 모르는데… 시팔! 그릇이고 나발이고 다 버려? 아니면 집에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을 할까?”

 

 철수는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깜짝 놀랐다. 의도하고 한 말이 아니다.

 죽을 판국이 되니 사람이 변해간다. 마음이 변해가고, 생각이 변해가고, 행동이 변해가는 걸 스스로 느낀다. 그런데 빠르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관철하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다.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다시 노트북을 봤다.

 

 “카페. 카페.”

 

 이번에는 인터넷에 개설된 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유족 모임도 있고, 바코드 연구자 모임은 있어도, 바코더끼리 모인 카페는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하루정도면 삶이 마감되는데 인터넷으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진 못한다.

 카페 찾기를 중단하고 다시 뉴스 검색을 하려 하는데 한 카페명이 눈에 확 띈다.

 

 ‘바코더는 질병이 아닙니다. 저주입니다.’

 

 “뭐? 저주?”

 

 바로 들어가 봤다. 의외로 가입자 수가 꽤 된다. 무려 20만 명.

 가장 위쪽에 써진 공지사항을 먼저 읽어봤다.

 

 ‘바코드 현상이 발생한지 10년. 더 이상 바코드를 질병으로 봐서 안 됩니다. 우리는 이 현상을 하나의 계시로 보아야 합니다.’

 

 계시 운운하는 것으로 봐서 뭔가 종교적인 곳 같다. 그것도 사이비.

 그런데 그 아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글제목이 있다.

 

 ‘치료 후기’

 

 다급하게 그 글을 열어보았다. 어느 날 바코더가 되었는데 여기서 치료 받은 뒤 완치가 되었다는, 구체적이고 사진까지 첨부된 내용이다.

 

 “이거 진짜야?”

 

 불과 1시간 전에 사기를 쳐댔던 돌팔이 의사가 생각난다. 그 노의사는 ‘가능성’운운하며 피부를 벗겨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곳에 바코드 현상이 일어났다.

 

 “사기일지도 몰라.”

 

 철수는 카페에 올라온 후기를 꼼꼼히 읽어봤다. 완치가 됐다는 글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후기를 적은 사람들은 손목 또는 팔, 다리에 나타난 바코드를 사진으로 올려놨다. 모두가 완전히 희미해진 바코드들. 즉, 죽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죽지 않고 생존했다는 내용이다.

 어떤 한 명은 ‘바코더가 된지 1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놨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치료를 했고 새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촬영한 사진과 본인사진까지 있다.

 철수는 그 글까지 읽고 ‘오시는 길’ 탭을 클릭했다. 도심 변두리 야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거리가 좀 되지만 차를 몰고 가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망설임 없이 차 키를 찾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바로 차 문을 열고 타려는데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린다.

 

 “악!”

 

 한 꼬마가 하수구 덮개 틈에 다리가 빠져 있다. 다리에 뭔가 끼인 듯 빼내려 애를 써도 잘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몇 번 움직이다 보니 거칠게 마모된 시멘트 블록이 다리를 긁어 상처를 낸다.

 

 “으아아앙!”

 

 예닐곱 살쯤 되었을까. 여자아이는 하수구에 다리가 낀 채로 울기 시작했다.

 

 “이, 이런!”

 

 평소라면 뛰어가 도와줬을 것이고 당연한 일처럼 그렇게 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철수는 애써 외면한 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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