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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9 일상이 되다
작성일 : 19-10-31 16:11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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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입학식부터 그런 일이 있고 나니 동기들이나 선배들도 그녀를 알게 모르게 피했다. 그녀로서는 아쉽고 씁쓸한 일이나 다행히 그녀는 그런 시선과 반응에 익숙했다.

 

 ‘고등학생 때보다야 낫네.’

 

  그래도 나이가 든 만큼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인지 청소년 때처럼 대놓고 그녀에게 악담을 퍼붓거나 수군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것이 채팅에서는 발생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단희의 상황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사건의 가해자인 강지환의 영향이 컸다. 입학식 날, 담희가 자리를 떠나고도 화를 삭이지 못한 그가 선배들의 물음에 곧이곧대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 것이다. 아무리 미신이라도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연이는 피하지 않네.”

 

  지연이는 그녀를 피하지 않고 웃으며 반겨주곤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담희는 만족했다. 승민이 죽고 나서 그녀는 또래와 대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녀와 문자만 주고받아도 매우 기뻤다.

 

 ‘아쉽다. 지연이랑 같은 반이었으면 좋을 텐데.’

 

  원래 지연은 B반이었다. 그러나 인원수를 맞췄으면 한다는 교수님의 한마디에 B반에서 가장 앞번호였던 유지연이 A반으로 가게 되었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담희는 그날 하루 매우 침울해 있었다.

  거기다 자신 때문에 시간표가 바뀐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녀는 반에서 딱히 친한 사람도 없었다면 괘념치 말라 하였으나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였다.

 

 '시간표가 같았다면 밥도 같이 먹었겠지.'

 

  지연과는 시간표가 달라 같이 식사하기 힘들었기에 그녀는 지금 혼자서 음식점에 와 있었다.

 

 “맛있긴 하네.”

 

  정확히 말하면 혼자 들어왔지만, 그녀가 주문할 때 그녀에게 동석을 요구하는 이가 있었다. 지금 그녀의 앞에는 저승차사, 강동원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사님, 저번에 바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바빠도 식사할 시간은 있어.”

 

  동원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음식에 집중했다. 자신보다 몰입해서 먹는 귀신의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겸상한다는 것에 찜찜하기도 하여 복잡미묘한 기분이었다.

  그는 주말과 강의가 없는 날을 제외한 거의 매일을 찾아와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때마다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면 일은 있단다. 그러면 어째서 이곳에 있느냐고 물으면 식사할 시간 정도는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하건만 저승차사와의 겸상은 아직도 심적으로 불편했다.

 

 “그런데 너야말로 일은 어떻게 되는 거야?”

 

  동원이 마침내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

 

 “사장님이 배려해 주셨어요. 오후 근무에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서 9시에는 사장님이랑 교대하기로 했고요.”

 

  저녁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버스를 타야 하는 데 저녁 알바가 끝날 때면 이미 막차가 끊긴 시간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알바를 구하려고 하자 사장님이 극구 만류하였다. 시간 배정을 그녀에게 맞춰주면서까지 부탁하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에는 오전만 근무하는 대신 일요일은 종일 근무에요.”

 

  금요일은 강의가 없기에 해오던 대로 오전 근무만 하면 되었다. 그녀의 시간표대로 근무일정이 정해지니 자투리 시간 없이 학업과 일이 이어졌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돈이 들어오기에 금전적으로 걱정은 없어졌다.

  거기다 퇴근 시간까지 배려해주는 데 굳이 다른 알바를 구할 필요는 없었다.

 

 “개강 후에는 그만두게 될 줄 알았는데 다행히 계속 다닐 수 있네요.”

 

  아무래도 대학생은 개강 후에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혹시 몰라서 오후 알바로만 구할까 했었다. 그런데 알바생이 갑자기 그만두어 급구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PC방 치고는 시급도 좋은 편이었기에 바로 연락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근무시간 맞춰주고 사장님 내외분도 잘해주시고 시급도 잘 주시니 완전히 꿈의 직장이네요.”

 

  지금까지 했던 다른 알바들을 생각하며 담희는 쯧쯧 혀를 찼다.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담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서 걷는 그를 따라 걸었다. 함께 걷는다고 하기에는 이상하지만 항상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곤 하였다.

 

 ‘어, 지연이다.’

 

  주변을 둘러보다 건너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샛노란 머리카락 색과 가방이 지연이가 확실했다.

 

 ‘강의 있는 시간인데.’

 “아!”

 

  지연이를 바라보며 걷다가 동원의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딱히 아프지는 않았다. 놀라서 올려다보니 그가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그의 시선을 따라 담희도 앞으로 시선을 던지니 기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정류장에 앉아있는 남자의 위로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둥둥 떠 있었다. 하얗고 창백한 양손을 아래로 길게 쭉 뻗어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는 자신과 눈을 맞추려는 듯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담희는 그 모습에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동원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그의 뒤로 몸을 숨기기 급했다.

 

 “저…… 저, 저, 저 사람 귀신 들린 거 맞죠.”

 

  담희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반응을 보인 것은 그가 아니었다.

  기괴하게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던 여자 귀신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 사리로 파란 안광을 번뜩였다. 남자의 머리 위에서 담희에게 시선을 던졌다.

  귀신과 눈이 마주치자 담희의 몸이 움찍거렸다. 눈을 피하기도 전에 날다시피 빠르게 다가온 여자 귀신은 담희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귀신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무당도 아니구나.”

 

  그녀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소름 끼치는 안광에 동원을 붙잡은 담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굴을 가리던 머리를 넘기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 담희의 입에서는 헉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내가 보이는구나.”

 

  담희는 공포를 느껴야 할지 놀라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머리를 흔들었다.

 

 “걱정하지 마라. 저승차사를 옆에 두고 어느 귀신이 해코지하겠니?”

 “저 사람한테 해를 끼치고 있던 게 아닌가요?”

 

  아무리 귀신이 예쁘다고 해도 담희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당당하게 반문하였다. 그녀의 대답에 여자 귀신은 입을 가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어째서 인간의 삶에 관여하겠니.”

 “……그럼 수호령이세요?”

 

  여자 귀신은 그녀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만 저을 뿐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여자 귀신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낄 때쯤 담희의 옆으로 버스가 지나갔다.

  귀신이 따라다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 올랐다.

 

 “나도 이만 가봐야겠구나. 짧은 만남이었지만 재밌었다.”

 

  여자 귀신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남자를 따라 버스에 올랐다.

 

 “악귀도 아니고 수호령도 아니라면 뭐였던 걸까요.”

 “저승의 주민이다.”

 

  의외의 말에 담희는 놀라서 동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과 멀어져가는 버스를 번갈아 보던 그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악마요?”

 

  해코지하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담희는 뒷목이 서늘해졌다.

  담희의 말에 동원은 짧은 헛숨이 흘렸다. 그는 매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저승이라 하니까 지옥밖에 안 떠오르니?”

 “그야 지옥에 많이 가시잖아요.”

 “아니! 나는 인수인계만 하지 지옥에는 안가.”

 

  동원이 억울한 듯 조금 억양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질문에 본질이 흐려지는 대화에 잠시 말을 끊은 그는 버스를 턱짓하며 말한다.

 

 “그리고 저 이는 그 반대다.”

 

  반대라는 말에 담희는 놀란 듯 화등잔만 해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옥의 반대면 어디인가. 천국이다. 천국의 주민이라면 당연하게도 천사였던 것이다.

 

 “그럼 천사란 말이에요?!”

 “산 자가 생각하는 천사와는 조금 다르지만 일단 비슷하다.”

 

  담희는 조금은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축 처졌다.

  천사라고 한다면 누구나 제각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천사의 이미지는 성당에서 볼법한 성가대 옷을 입은 금발의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거기다 두 손을 모으고 십자가 앞에 희고 깨끗한 날개를 펼친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하나 조금 전 그녀의 모습은 상상과 전혀 달랐다.

 

 “천사보다는 악귀 같은 모습이네요.”

 

  일맥상통하는 것을 굳이 뽑아보라면 예뻤다는 것뿐이었다.

 

 “원래 저렇지 않아. 저 이가 이상한 거다.”

 

  그는 그녀를 특이한 천사라고 하며 인상을 찌푸렸고 담희는 다시 한 번 실망하였다.

 

 “그럼 날개는 없는 거네요.”

 “있다. 네가 생각하는 하얗고 커다란 비둘기 날개 같은…….”

 “아니, 비둘기라뇨!”

 

  날개가 있다는 말에 담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솔직히 귀신을 본다는 것이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많으니 이렇게 진귀한 장면이라도 봐야 수지에 맞는다.

 

 “그럼 왜 저분은 날개가 없던 거죠?”

 “저들이 보여주면 볼 수 있는 거지.”

 

  볼 수 있다는 말에 다음에 천사를 만나면 보여 달라 부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귀신이랑은 조금 느낌이 달랐네요.”

 

  담희는 귀신을 볼 때 무당처럼 기운을 보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시각에 의존했다. 그래도 조금 전의 천사는 느껴지는 게 좀 달랐다.

 

 “저 천사는 처음 봤어요. 이러다 악마도 보는 거 아니에요?”

 

  그녀에게 악마는 붉은 피부과 기다란 뿔이 달린 이미지였다. 그리고 삼지창을 들고 불바다를 노니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몸을 떨었다.

 

 “악마를 볼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원은 피식 웃음 짓더니 설명을 덧붙인다.

 

 “천사보다 악마가 더 정중할 테니까. 아까처럼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

 “네? 악마가요?”

 “말했잖아. 산 자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의외의 말에 담희는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떠올린 불바다 배경에 악마가 정장을 입고 정갈하게 서 있는 이미지로 바뀌었다.

 

 “산 자가 생각하는 악마는 악귀지 실제 악마가 아니야.”

 

  그가 설명하는 악마는 환생의 굴레에서 나온 망자였다. 환생하지 않는 대신 생전의 이름들을 감추고 새로운 이름으로 저승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우리처럼 그들의 율법도 엄격해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들은 하지 못해. 해서도 안 되기에 할 생각조차 안 한다.”

 “그럼 모습은 천사랑 다르지 않은 건가요?”

 

  그저 영혼인 존재라면 귀신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조금 전 보았던 천사와 같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이 맞았는지 동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악마의 날개는 검은색 비둘기 날개다.”

 “비둘기라고 하지 마세요!”

 

  동원의 말에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함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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