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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7 바뀌다 & #8 비일상
작성일 : 19-10-31 15:16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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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바뀌다

  동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담희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이 된 그녀를 그저 침묵 속에서 다시 택시에 태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를 홀로 보내지 않았다. 담희에 옆에 앉은 그는 묵묵히 손을 잡아주었다.

  고요한 위로에 담희는 안정감을 느꼈다. 아직 동원이 돌아올 때까지 이틀 이상은 남았었기에 별 기대 없이 향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가 서 있었고 가장 슬플 때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여도 자신을 가장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온전한 제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슬픈 와중에도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어렸다.

 

 

  3월 4일 월요일, 정식으로는 처음 등교한 학교에서 담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조교실이었다. 처음 오는 곳이라 들어가도 되는지 고민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문앞에서 서성일 수도 없어서 문을 두들겼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을 듣고 조심해서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동그란 안경을 쓴 청년이 사무실 칸막이 안에서 목을 쭉 빼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1학년 같은데 무슨 일이니?”

 

  담희는 그제야 늦은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보자마자 그녀가 1학년이라는 걸 알아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물었다. 담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한다.

 

 “제가 A반인데요. 혹시 B반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담희가 다니는 대학교의 사회복학과는 학년별 인원이 많았기에 이름순으로 A반과 B반으로 반반씩 나뉘었다. 이로써 담희가 조교실을 찾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번에 그녀의 멱살을 잡고 악담을 퍼부은 남자의 이름은 강지환. 그리고 그녀의 성이 고 씨이기 때문에 싫어도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1학년 1학기는 안 되는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고담희라고 합니다.”

 

  담희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입학식 날 일찍이 선발되었다는 과대한테 상담했었고 그가 선배와 조교 선생님에게 물어보겠노라 했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오늘 그녀가 조교실에 방문한 것이다.

 

 “얘기 들었어. 아무래도 같이 다니기 힘들겠지.”

 

  조교는 책상 옆에 쌓인 종이뭉치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그녀에게 대뜸 내밀었다. B반의 시간표였다.

 

 “일단 이번 학기는 내가 B반으로 시간표 옮겨줄게. 그런데 합동강의실에서 하는 강의 같은 경우는 같이 수업을 들을 텐데 어떻게 하지?”

 

  합동강의실이라는 말에 담희는 어깨를 작게 떨며 어느 강의인지 물었다. 조교는 빨간 색연필로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치며 표시해주었다. 전공 하나와 교양 하나였다. 두 과목밖에 안 된다는 것에 안도하였다.

 

 “혹시 방법이 있을까요.”

 “교양이야 같은 항목에서 시간이 맞는 걸 고르면 되지만 전공은…… 좀 고려를 해봐야겠다.”

 

  조교는 컴퓨터로 표가 많은 문서를 띄우더니 담희의 주었던 시간표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네가 2학년쯤 되면 혼자 시간표 조정할 수 있겠지만 1학년 1학기부터 바꾸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지금은 내가 도와줄게.”

 

  조교는 그렇게 화면과 시간표로 시선을 오가면서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사회봉사개론은 그래도 전공 선택이니까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기 쉬워.”

 

  말을 마친 그는 대뜸 자신이 적고 있던 포스트잇을 내밀었다. 포스트잇에는 강좌 이름과 시간, 그리고 학년이 적혀 있었다. 시간표와 함께 살펴보니 강의가 비는 시간에 개설된 강좌였다.

  처음 짜보는 시간표에 담희가 당황하며 고르지 못하자 조교는 선택사항을 제시한다.

 

 “2학년이랑 들을래 아니면 3학년이랑 들을래? 4학년도 되기는 하는데 추천은 안 한다.”

 “2학년이요.”

 “그럼 하나밖에 없네.”

 

  높은 학년의 선배와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많이 부담스러웠다. 거기다 혼자 듣는데 주위에 자신과 나이도 많이 차이 나면 다가가기 힘들 거 같았다.

 

 “교양은 교과과정 보고 네가 듣고 싶은 거로 이번 주 안으로 신청하도록 해. 그 정도야 혼자 해보는 것도 좋지.”

 

  담희에게서 다시 포스트잇을 가져간 그는 빨간 색연필로 2학년 수업에 줄을 그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PC 화면 모서리에 붙여두었다.

 

 “교과과정에 대한 설명은…… 아, 못 들었구나.”

 

  과대에게 상황 설명을 자세하게 들었는지 조교는 마른세수하고는 무언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이거 읽어보고 시간표 짜봐.”

 “저기…… 혹시 강지환도 시간표를 바꾸지는 않겠죠?”

 

  그녀는 강지환도 자신이 불편해서 시간표를 바꾸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러나 조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1학년 1학기는 짜준 시간표에서 추가는 할 수 있어도 수정은 못 해.”

 

  이미 여러 차례 단톡방에 내려온 공지이기도 하였다. 담희와 강지환의 상황을 고려하여 여러 번 같은 공지를 내린 것이다.

  담당자에게 직접 들으니 확실히 실감도 나고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입학하자마자 좋지 않은 일을 겪어서 힘들겠지만 너무 기죽지는 말고.”

 

  말을 마친 조교는 담희에게 사탕 하나를 주고는 축객령을 내렸다. 그녀는 얼떨결에 받아든 사탕을 들고 엉거주춤 감사인사를 하고 조심히 밖으로 나왔다.

 

 #8 비일상

  동원은 담희를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처음 볼 때부터 무언가 신기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뭐랄까 신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신의 느낌은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강한 신을 모시는 무당이 부적을 써준 건가 싶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이의 부적이기에 이런 느낌을 받게 하는지 흥미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날 그녀가 보는 것들을 들으면서 그는 확신했다.

 

 “역시 신을 모시는 아이였구나.”

 

  신을 모시지 않고서야 저렇게 또렷하게 죽는 날짜를 알 수 있을까. 만약 다른 차사들도 이와 같은 상황을 본다면 모두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건 자신도 그러하였다.

  그가 영안이 트인 사람이라 하여도 신을 모시는 이들, 무당을 만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에게 몸주신이 있어 불편하기도 하고 거기다 저승차사와의 인연이 그들의 힘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신들을 모시려 하는 이들도 적잖이 있어 껄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도 모든 무당이 그렇게 계산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꺼려지고 기피하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내 판단이 맞을까.’

 

  그렇게 판단을 내렸음에도 무언가 맞물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의구심이 들고 엇나가는 것 같았다.

 

 “아니면 점지되어 있는 건가.”

 

  그 외에 생각되는 것은 한가지였다. 자신의 그릇이 될 아이라고 신이 미리 점찍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 생각을 해도 맞물리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에게 점지된 신이 누구인지 어렴풋이라도 알 터였다. 그러나 그는 그 신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도 강한 힘이라면 분명 누구인지 알아야 하건만 알 수 없다.

 

 “무엇이든 그 아이의 잘못은 아니지.”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수명을 논하는 그녀에게 모질게 성을 내고 말았다. 물론 생명에 대해 그녀가 가벼이 여긴다고 생각되어서는 아니었다. 조금이었으나 그녀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그가 성을 낸 것은 순수하게 타인의 수명을 함부로 입에 올려서였다. 하나 후에 생각해보니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모를 가능성이 컸다. 지금까지 봐온 그녀는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 화만 내고 떠나버린 자신도 잘못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보이든 그 아이가 원해서는 아니다.’

 

  마지막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겨우 그 말간 얼굴에 미소가 띠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녀에게서 본 미소보다도 공포로 얼룩진 얼굴이 더욱 뇌리에 박혔다.

  뒤늦게 자신이 과민했음을 깨달은 동원은 그녀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그 정류장 앞을 지나갈 때면 습관처럼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그녀가 그곳에 모습을 보일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사과도 하고 주의도 시키고.’

 

  수명을 말한 때 담겨있던 작은 안타까움으로 하여금 그녀가 수명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반응으로 보건대 분명 타인의 수명에도 어렵지 않게 관여하려 들 거 같았다. 그래서 이번 한 번만 찾아가기로 하였다.

 

 ‘마지막이다.’

 

  그렇게 다짐하고는 두 번째 차사에게 자신의 자리를 부탁하면서까지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출근하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부터 정류장 앞에서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이제 안 오는 건가.”

 

  걱정되었다. 어딘가 아픈 것은 아닐까.

  죄스러웠다. 자신과 마주치는 것이 무서워져서 일을 그만둔 것인가.

  아쉬웠다. 마지막일지라도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눈을 마주 보고 싶었다.

 

 “PC방에서 일한다고 했지.”

 

  멀리 보이는 담희가 일하는 PC방 간판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조바심이 난다 하여 억지로 만나러 갈 생각은 없었다.

 

 “날 무서워하니까.”

 

  처음부터 그녀는 그를 무서워했고 두려워했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 누그러질 때쯤 그런 일이 있었으니 그를 피할 만도 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그렇게 한참을 그곳에 존재했다.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구경하며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온 것은 버스가 아니었다. 일상과는 다른 시간, 일상과는 다른 만남이었다.

 

 ‘어떻게 첫 마디를 꺼내야 할까.’

 

  그녀는 말수가 적다. 분명 자신을 보고 기죽어서는 가만히 바닥만 볼 것이다. 그리 생각을 한 동원은 바로 인사말을 생각했다.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하면 분명 받아줄 것이다.

 

 “안…….”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어색하지만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첫 마디였다. 그러나 끝마치지 못한 말은 그대로 공중에 사라졌다.

  그녀가 그를 안았다. 사람과 닿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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