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나온 채린이 건우 앞으로 걸어간다. 슬비와 건우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 마음을 억누르고 이야기를 한다.
"난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둘이 모텔에 간 줄 았았더니"
"정채린... 말 조심해 여긴 또 왜 왔어"
"감시하러 왔지 결혼 앞두고 남자들 마음이 제일 싱숭생숭 하다는데 혹시 옛사랑과 같이 일하는데 너의 마음 흔들릴까봐 단속하러 나왔어"
"헛소리 그만 집어치우고 왜 왔냐고"
그때 말없이 일을 하고 있던 슬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정표를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약속 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건우가 채린을 바라본다.
"이번 주말에 결혼식인데 예행연습하러 가야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
"그게 오늘이었어 미안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 마치고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어"
"그냥 우리가 결혼한다는 사실을 잊고 싶은 건 아니고?"
그 말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채린을 보며 건우가 멍하니 그냥 서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슬비가 쿡쿡 찌르며
"얼른 따라 나가서 붙잡아 뭐하고 있어"
"알았어"
건우도 뒤따라 나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채린을 붙잡는다. 이미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건우를 바라보는 채린을 보면서 건우가 가볍게 안아준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매일이 얼마나 불안한지 넌 몰라"
"힘들었어"
"당연하지 날 사랑하지 않는 남자가 나랑 결혼하겠다는데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 그리고 같은 사무실 안에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일을 하는데 어떤 여자가 마냥 좋아하겠어"
"조만간 슬비 그만 둘 거야 다른 비서로 교체하니까 신경 꺼"
"정말이야 정말이지..."
그렇게 둘은 팔짱을 끼고 복도를 걸어간다. 건물 밖으로 나와 건우의 차를 탄 채린은 주말에 있을 결혼식이 열리는 호텔로 향한다. 몇 분이 지나서 그 호텔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건우의 부모님과 채린의 부모님들이 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건우와 채린도 그 자리에 앉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남자가 일을 하다보면 늦을 수도 있죠 뭐 허허허..."
"그런데 채린이 넌 눈이 왜 그렇게 퉁퉁 부었어... 울었어? 우리 건우가 또 널 울린거야"
"아~ 아니에요. 눈에 뭐가 들어가서 억지로 눈물 빼느라 그랬나?"
"그럼 건우한테 바람 좀 불어 달라고 부탁하지"
"그럴 걸 그랬나봐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될 두 사람과 그 부모님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점검을 하고 미리 예행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모든 연습이 다 끝나고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다.
미리 예약이 된 자리에 마주 앉은 두 가족들이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건우의 폰이 울린다. 슬쩍 눈치를 보며 그 자리를 빠져 나와 전화를 받는다.
"도건우 이사님 오늘 사무실에 들러 퇴근하실 건가요?"
"아니 연습이 늦어져서 그냥 여기서 퇴근해야 할 것 같아 너도 대충 정리를하고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해"
"네..."
"슬비야"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건우씨 뭐해 다들 기다리는데 얼른 전화 끊고 와"
"알았어 금방 갈게"
"빨리 들어가 봐"
"응"
미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하지 못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린 건우는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부모님들은 집으로 향하고 건우와 채린은 따로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기 위해 도로를 달리고 있다.
"건우씨 결혼 전에 묻고 싶은게 있어"
"그게 뭔데?"
"내가 슬비씨와 건우씨 사이를 갈라 놓았다고 생각해"
"아니야 내가 널 선택한 거야"
"슬비씨도 그렇게 생각할까? 난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슬비도 내가 아닌 연우형을 택했으니까 우린 그냥 친구였어"
"친구인데 사랑하는 친구 밤에 잠 못 이룰 정도로 생각나는 친구"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지금이라도 내가 건우씨 포기하면 슬비씨한테 갈 거잖아"
"이제 못 가"
"왜"
"슬비 연우형과 결혼했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내가 또 다시 돌아가면 난 정말 인간 쓰레기야"
"그래서 난 건우씨가 좋아 그래서 포기 못하겠어"
운전하고 있는 건우에게 기대어 앉아있는 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