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와 슬비가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말이 없는데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그것을 바라고 원한 듯 바라본다.
"아직 버스 못 탄 거야? 택시라도 타지"
"다들 비가 와서 택시 타고 가느라 자리가 없어"
"내 차 타고 가면 안되겠지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모르니까"
"너무 잘 아는데? 오늘 많이 피곤해 보인다 빨리 가서 쉬어"
건우는 차문을 올리고 천천히 도로를 달린다. 차안에서 거울로 보는 슬비 역시 많이 힘들어 보였다. 결국 건우는 달리던 도로에서 유턴을 하고 다시 슬비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 건우는 슬비를 태워 도로를 달린다.
"진작 말을 들었으면 너도 나도 비를 안 맞았잖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넌 인기투표 일등이야"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이건 친구로서 널 집까지 태워주는 거야"
"고마워 그럼 친구로서 부탁할게"
"어디로 데려다 줄까? 어디서 살아?"
"오피스텔... 아니다 우리 집으로 데려다줘"
슬비의 말에 건우는 슬비의 집으로 향한다. 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는 감성적으로 만들어가는 분위기 때문에 건우와 슬비 또한 점점 그런 분위기에 젖어가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말이 없다.
어느새 슬비 집앞에 도착한 건우의 차가 집 앞에 멈췄다. 내리려는 슬비를 붙잡는 건우. 당황한 슬비가 손을 빼면서 그 자리에 앉는다.
"고마웠어.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는 너의 그 마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피곤할 텐데 빨리 가"
"하나도 안 피곤해 네가 준 레몬에이드를 마셔서 그런가?"
"그건 내가 모시는 도건우이사님에 대한 배려니까 오해하지마"
"슬비야 나는 너의 마음속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 존재였어?"
"정신차려 넌 며칠 있으면 결혼할 사람이야"
"그래서 묻는 거야 결혼하기 전에 너의 진심이 듣고 싶어"
"만약 너의 자리가 있었다고 내가 말한다면 어떡할건데"
"그랬다면 아직 늦지 않았어"
"그건 네 생각이야 난 이미 연우오빠와 결혼한 사이니까"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잖아"
"도건우 너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모르겠어 그냥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힘들고 괴로워하는 건우의 모습을 보고 머리를 만져준다. 건우는 소리없이 기대어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 그때 슬비 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다.
"지금 어디야 비도 오는데 우산은 있어?"
"집 앞이야 금방 들어갈게"
"우산 있어? 내가 대문밖으로 나가서 기다릴까?"
"아니 그럴 필요없어 나 우산 있어"
"그래 빨리 들어와 우리 잘난 도연우사위가 미국인데 계속 전화하더라"
"그랬구나 알았어"
"사람 겉으로 봐서는 몰라 결혼 전에는 건우가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둘이 결혼하고 나니까 우리 사위가 훨씬 나은 것 같아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는 것 빼고는 말이야 우리 딸 결혼 잘 했어"
"다행이다 이제라도 연우오빠가 엄마에게 인정을 받아서 근데 왜 연우오빠 앞에서는 그런 말을 안해줘 섭섭하게..."
"자고로 사람은 앞에서 칭찬하면 안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들어와"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난 뒤 슬비가 건우의 눈치를 본다. 건우는 운전석에 고정이 된 듯 앉아있다. 슬비가 조심스레 문을 열려고 하는데 건우가 닫아버린다.
"뭐하는 거야"
"집에 가지마"
"제발 이러지 마"
"오늘 하루만 나하고 있자"
"건우야 제발"
"나야말로 너에게 집착하게 만들지마"
"그게 무슨 소리야"
"너의 행동 나를 집착하게 만들어"
"그랬다면 미안해 앞으로 행동 똑바로 할게"
하면서 차에서 내린다. 건우도 차에서 내려 슬비를 붙잡는다. 뺨을 때리려 손을 올리는 슬비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한다. 건우를 밀어내지만 다시 다가오는 건우를 보며 결국 건우를 안아준다.
"5년 전 너의 말을 듣고 기다렸어 내가 널 기다렸다고"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어"
"5년 뒤 너를 만났을 때 넌 나에게 비에 젖은 청첩장을 내밀었어 그런 네게 어떻게 너를 기다렸다고 말해"
"너 정말 대책없다... 그래서 홧김에 연우형의 프로포즈를 받아 들였어"
"그건 아니야 그때 내 마음도 지금 너처럼 그랬으니까"
건우는 자연스럽게 슬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