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오피스텔로 돌아온 연우와 슬비는 피곤한지 바로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 연우의 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다. 영어로 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오아시스 블루 본사에서 온 전화다. 계속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연우의 통화가 끝나고 얼굴이 굳어진다. 걱정이 된 슬비가 그대로 일어나 연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이 시간에 어디서 온 전화야"
"미국 오아시스 블루 관계자한테 전화가 왔어"
"근데 얼굴이 왜 어두워져 혹시 일이 잘 안 된거야?"
"아니 아무래도 미국에 가야할 것 같아"
"미국에? 언제?"
"빠르면 좋겠다는데 내일이라도 표가 있으면 가야지 뭐..."
"그래 그럼 준비해야겠네"
"다른 건 걱정이 안 되는데 너와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
"걱정하지말고 갔다와 정 불안하면 집으로 출 퇴근하면 되니까"
"그렇게 하면 되겠다. 아무래도 미국까지 가서 며칠 있어야 될 것 같아"
"일이 잘 되어야 할 텐데"
"나만 믿어 그래도 오아시스 블루 대표였는데 무슨 일 있겠어"
그렇게 둘은 오늘 밤이 지나면 당분간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더 애틋한 밤을 보내며 사랑을 확인한다.
다음날 아침.
부지런한 슬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연우가 미국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이나 옷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 소리에 눈을 뜬 연우가 바쁘게 움직이는 슬비의 모습을 보고 다가가서 안아준다.
"뭐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바뻐"
"오빠가 미국에 갈 때 필요한 물건 좀 챙기느라 시끄러웠지..."
"내가 해외여행만 몇 년인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출근 준비나 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슬비가 출근 준비에 바쁘고 연우는 표를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 다행히 오전에 미국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서 연우가 예약을 하고 출근 할 슬비를 문 앞까지 배웅하며 몇 가지 당부의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회사에 도착한 슬비는 가방에서 폰을 꺼내다가 건우의 우산을 보게된다. 우산을 꺼내서 펼쳐 바라본다. 그때 건우가 들어오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을 하며 들어오는 척한다.
"비도 안 오는데 실내에서 우산 펼치고 뭐하는 거에요"
"오셨어요."
급하게 우산을 접어 건우에게 건낸다. 그 우산을 받은 건우는 그저 멍하니 슬비를 바라보며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었다.
"이제서야 주인을 찾았구나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 우산 때문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젠 주인한테 돌려주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아서..."
건우가 말없이 우산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 우산을 책상위에 놓고 있다가 이내 서랍에 던져 넣었다. 슬비가 들어와 일정을 보고하려고 안으로 들어오자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결국 한마디도 못하고 다시 나간 슬비는 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일정을 메일로 보내라는 문자 한 통이 들어왔다. 슬비가 메일로 일정을 보내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눈치를 보면서 전화를 받는 슬비
"비행기 타기 전에 전화하는 거야"
"아무 사고 없이 잘 다녀와 일도 잘 성사되었으면 좋겠다"
"장모님한테 부탁드렸어. 내가 없는 동안 너를 좀 부탁한다고"
"내가 무슨 아이도 아니고 혼자 잘 있을 수 있다니깐"
"내 말 들어 내가 불안해서 그래 비행기 시간 다 됐다"
"알았어 잘 갔다와 미국 도착하면 전화해"
"사랑해 슬비야 벌써 보고싶다"
"나도 사랑해"
연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 비행기에 탑승한다. 몇 분 뒤에 미국행 비행기가 뜨고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르다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임원들 회의가 있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던 건우가 슬비와 연우가 긴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걸어나온다.
"임원 회의 들어가셔야 하는데"
"알고 있어 지금 가는 길이야"
"네. 잘 다녀 오세요"
"일하는 시간에 개인통화가 너무 긴 것 아니야"
"이사님이 이해 좀 해주세요. 신혼인데 남편이 미국으로 갈 일이 있어서"
"연우형 미국간다고?"
"일이 있어서... 늦겠어요. 남의 개인사는 신경 좀 끄고 회의나 가세요"
그 말에 더이상 묻지도 못하고 비서실을 나와 긴 복도를 혼자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