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기대 서 있는 건우에게 안겨있는 채린의 모습이 보이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걸어가서 음료를 건낸 슬비 모습을 보고 재미가 없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다 음료수 잔을 잡고
"난 이런 싸구려 음료 같은 것 안 마셔"
"죄송합니다 손님 접대용 음료는 이것 밖에 없어서"
"내가 손님이야? 건우의 아내가 될 사람인데"
"아직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뭐... 뭐라고"
채린은 음료수가 담긴 잔을 슬비 얼굴을 향해 뿌렸다. 음료는 슬비 얼굴에 흘러 내리고 덕분에 옷까지 다 젖게 되었고 깨진 유리잔은 바닥에 있었다. 순간 당황한 건우는 슬비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중간에서 채린이 붙잡고 슬비는 바닥에 엎드려 깨진 잔의 조각들을 손으로 줍고 있었다.
"그냥 청소기로 밀어 손으로 줍지 말고"
"큰 조각은 줍고 작은 조각은 청소기로 밀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큰조각이 손에서 떨어지면서 손이 베였다.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본 건우가 유리 조각을 휴지통에 버리고 휴지로 감싸며 꼭 쥐고 있다.
"빨리 의무실로 가서 치료 받고 와"
"아니에요. 금방 지혈 될 겁니다"
"제발 내 말 들어 안 되겠다 채린이 네가 좀 데려가"
"뭐라고"
"어쨋든 너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아... 알았어"
채린은 슬비를 억지로 끌고 간다. 사무실을 나와 의무실로 향하는 두 사람 그때 사무실에서 나온 건우는 청소기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비서실에 나와 찾다가 슬비의 폰이 울리다 끊긴다. 부재중 메세지가 떠 있고 이름은 [연우오빠에서 남편이닷] 이라고 떠 있다. 그리고 메인화면에는 교회에서 결혼하면서 찍은 사진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때 치료를 마친 슬비가 안으로 들어오다 건우가 자신의 폰을 보고 있단 사실을 알고 다가가 폰을 빼앗는다.
"아무리 내가 모시는 상사라도 부하직원 폰까지 볼 권리는 없잖아요"
"치료는 다 했어? 병원 안 가도 된데?"
"이까짓 일로 병원은 무슨..."
"옷도 다 젖었는데 자 여기 이 카드로 옷 사 입어"
"일은 예비신부가 저지르고 뒷처리는 네가 하는 거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묻고 싶은게 있어"
"뭐가 궁금한데"
"혹시 연우형과 결혼했어?"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부재 중 전화에 연우오빠에서 남편이닷 이름이 떠 있어서"
"응 결혼했어 단 둘이서"
"혹시 강원도에 있는 하늘교회 이남규 목사님 앞에서 결혼식 올렸니"
"그곳이 어딘지 몰라도 암튼 교회에서 했어 어떤 목사님 앞에서"
건우가 말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슬비가 어디를 가냐고 물었지만 그 어떤 대답도 없이 그냥 나가버린다. 건우가 없는 사이에 건우를 찾는 전화들이 계속 왔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슬비는 그냥 이런저런 핑계를 다 대면서 건우가 부재중이 아니라는 것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건우가 들어왔다. 슬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그 앞에는 큰 쇼핑백이 앞에 놓였다. 안을 들여다보니 여자옷이 들어있었다. 슬비가 그 쇼핑백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도대체 어딜 갔다오는 거에요.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하잖아요"
"네가 카드를 주고 옷 사러 가라니깐 안 간다기에 내가 갔다왔어"
"뭐라구요? 헉..."
"한번 입어봐 너의 옷 사이즈를 몰라서 아무 사이즈나 대충 사왔어"
"고맙지만 입지 않겠습니다"
"내가 너의 옷까지 벗겨줘야 입을래"
하면서 슬비 앞에 서서 슬비의 젖은 옷을 붙잡는다. 그러자 슬비가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하고 가방을 들고 나간다.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옷이 음료수 색소가 물들어 도저히 입고 퇴근 할 수 없을 것 같아 건우가 사 준 옷을 꺼내어 입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그냥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고 젖은 옷은 가방에 넣는다.
인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건우가 나오다가 마주 선 두 사람.
"혹시 더 부탁하실 일이 있나요? 아님 퇴근하겠습니다"
"아니 없어. 옷 잘 어울린다"
"고... 고맙습니다. 이 옷값은 꼭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 옷 꽤 비싸 네 월급 다 털어도 못 살 걸 유명 디자이너 한정판이라..."
그 말을 남기고 무심하게 나가는 건우와 어이없다는 듯 옷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슬비가 조심스럽게 걸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