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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10화
작성일 : 19-10-31 13:48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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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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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떤 학대를 받았으면 자신의 부모로 둘러싸이기만 해도 정신을 잃을까.

 그런 공포 속에서 이주는 이제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되었다.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나서도 부모 속에 갇혀버린 연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 일 하면서 버티는 게 전부겠지.

 

 잠깐, 부모에게서 벗어났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놀이공원에 위치해 있는 작은 보건소에서 누워있는 연을 보며 이주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분명한건, 이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연은 훨씬 더, 약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연의 눈이 슬며시 떠지며 이주의 눈을 맞췄다.

 "작가님."

 "아직 놀이공원 안이에요. 그렇게 십 분만 더 누워있었어도 근처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다행이네요."

 "죄송합니다."

 "연이씨가 뭐가요. 마음대로 없어진 내 탓이지."

 

 "어디 갔었어요?"

 "풍선 사러요. 하루종일 계속 봤잖아요. 갖고 싶어서."

 "..."

 연은 간이침대 구석에 묶여선 날라 가지 못하는 커다란 펭귄 모양의 헬륨 풍선을 응시했다.

 

 "이제, 나 두고 어디 가지 말아요."

 이주는 그 말의 의미가 궁금해 답도 없이 연을 빤히 봤지만, 돌아오는 건 연의 손이었다. 연은 슬며시 이주의 손을 잡았다.

 "익숙해서 몰랐는데, 숨 쉴 공간 하나 생기니까, 숨 막히고 싶지 않아요."

 "연이씨."

 "그냥, 책 낼 때까지만,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돼요?"

 "왜요?"

 "네?"

 "왜 그 때까지만?"

 

 연이 당황해 힘을 풀자, 이주는 몸을 뒤로 빼며 연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 연이씨 좋아해도 돼요?"

 "그게 무슨.."

 "내가 당신 좋아하면, 평생 옆에 있어도 되잖아요."

 

 평생. 연에게 있어서 남은 평생은 며칠이나 될까. 연은, 혹여나 더 살고 싶어질까 봐 마음을 다잡았다. 죽어야 한다. 나 같은 인간은. 없어져야 한다. 나 같은 인생은.

 "제 말이 고백으로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거절인가요?"

 "나 작가님 안 좋아해요."

 "거짓말."

 

 연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거짓말이란 걸 어떻게 아는가.

 "너무 티 나잖아. 당신."

 "아니라고 했잖아요."

 "근데 왜 한 입으로 두말해요?"

 "..."

 "연이씨 두고 어디 가지 말라면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건,"

 

 이주는 연의 말꼬리를 자르고 답을 이었다.

 "그건, 당신이 사랑이란 걸 안 해봐서 그래요."

 "..."

 "옆에 두고 있게 하고 싶은 게, 곧 관심이자 마음이니까."

 "..제가, 유일하게 작가님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네?"

 "내가 사랑을 안 해봤다고 해서, 그 방법을 작가님한테 배울 이유도 없잖아요."

 

 "..."

 "거절입니다. 작가님 고백."

 

 ***

 

 그동안에 연지는 세상에 하윤이 같은 남자는 널렸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많을지언정 그 모두가 연지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연지는 하윤에게 제대로 된 거절을 듣고 나서야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며칠간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답은 없었다. 아니, 답이 나와 있었기에 더욱 처참했다. 앞으로 간간히 책도 내고 괜찮은 남자와 몇 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겠지. 하지만 그 속에 하윤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연지는 오히려 괜한 오기가 생겨 또 다시 하윤을 찾았다.

 

 여태껏 연지는 자신에게 오고자 하는 것을 받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만 하며 살아왔을 뿐, 자신이 직접 누군가에게 간 적은 많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이주 정도.

 때문에 연지는, 가려고 한다. 하윤에게로.

 

 "매번 고마워. 내가 만든 빵 맛있다고 해줘서."

 "그게 고마워 할 일인가? 맛있는 걸 맛있다고 안 하면 뭐라 하게."

 하윤의 아파트 건물 아래서 서성거리고 있던 연지가 본 광경이었다. 저 멀리서 하윤과 동갑으로 보이는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이었다. 하윤의 말이 전부.

 그리고 하윤이 멈춰 서자 연지는 긴장했지만, 하윤은 연지가 아닌 여성에게로 몸을 돌렸다.

 

 "지현아."

 "응?"

 "나랑.. 연애 안 할래?"

 결국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자신의 장애가 결코 결핍이 아니라는 것은 진심이었다. 하윤은, 이전과의 다른 삶에 이미 익숙해졌고, 어쩌면 변한 것은 그저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적어도 연지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지현이라는 여성에게서 나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생각엔,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래. 너 좋아해. 근데 친구로서 좋은 거지 애인으로는 좀 그래. 감정이 없으니까."

 "그럼.."

 "응. 거절이야. 미안해."

 "아냐. 괜찮아. 그냥,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자."

 

 지현은 어색한지 먼저 자리를 떠났지만, 하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아파하고 있었다.

 "고작 이거였어?"

 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하윤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이것까지도 습관화가 된 것 같았다. 하윤은 연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지팡이를 짚으며 걷기 시작했고, 연지는 괜히 화가 나 그런 하윤을 막았다.

 

 "나랑 얘기 좀 해."

 "우리가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없었는데, 이젠 있지. 너 방금 차였잖아."

 "근데?"

 "근데, 난 널 좋아하고."

 "..."

 

 ***

 

 연지가 하윤의 집에 들어서자 보이는 건 모든 공간마다 이어진 손잡이였다.

 평소 하윤이 집에 있는 날이면 손잡이를 이용해 걸어 다니는 모습이 상상됐다.

 "앉아 있어."

 "응."

 

 하윤은 지팡이를 접어서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는 손잡이를 이용해 주방으로 향했다. 방금 전 연지가 했던 상상이 완벽하게 똑같았다.

 

 간격을 떨어뜨려 앉은 연지와 하윤은 말없이 티백을 담근 차만 홀짝이며 마셔댔다. 그리고 그 정적을 뗀 건 하윤이었다.

 "아무래도 누나 눈에 나는 불쌍한 아이인 것 같아."

 "쓸데없이."

 "맞잖아. 전에도 그랬어. 내가 누나한테 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었다고 얘기한 순간 누나의 눈빛이 달라졌었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한 건가."

 "..."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난 눈을 잃었지만, 부모님을 잃었을 때처럼 그냥저냥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어. 만약 그때 그 사고로 내가 스스로를 쪽팔려했다면 누나를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쪽팔리다니. 무슨 말이 그래?"

 "스스로 불쌍하게 느끼면 그게 쪽팔린 거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나 불쌍하게 보지 마. 쪽팔리게 만들지도 마."

 "너 웃긴다."

 "..."

 

 "내가 언제 너 불쌍하대? 그냥 너 좋아한다고 고백한 게 다인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해?"

 "..."

 "그냥 순전히 네 자격지심 아냐?"

 "그니까 나를 도대체 왜 좋아하냐고? 그 땐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왜 하필이면 지금이야? 왜 하필 내가 이럴 때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

 "내가 널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그래. 내가 다시 누나랑 사귀면, 사람들은 누나가 아니라 나를 이상한 놈으로 볼 게 뻔해."

 "그니까 왜!"

 "나는 누나를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으니까."

 

 ***

 

 "시 읽어본 적 있어요?"

 "아뇨."

 "그럼 시집 한 번 읽어봐요. 읽으면 되게 생각 많아진다?"

 이주는 연에게 시집 한 권을 건넸다. 둘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이주의 속은 뒤집어졌지만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연은 못 견디고 떠나갈 게 분명할 만큼 연약한 남자였다. 또한, 이주 역시 연약한 여자였다.

 

 이주는 다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 때문은 아니었다. 잠깐 좋아졌던 기분 탓에 끊어도 되는 줄 알았지만, 문득 주영이를 생각하면 다시 우울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고, 의사는 계속 복용하되 천천히 줄여 나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한동안 집중하며 읽고 있던 연이 주위를 돌려볼 때쯤엔, 약 때문인지 한참을 졸려하던 이주가 결국 책상에 얼굴을 붙이며 잠이 들어있었다.

 연은 자고 있는 이주에게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다음 페이지로 넘겼고, <사람 많은 데서 나는> 이라는 시가 펼쳐졌다.

 

 ' 사람 많은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 네가 없으므로.

 

 사람 없는 데서 나는 겁이 난다.

 거기에도 너는 없으므로.'

 

 연은 이 짧은 구절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정말로 이 시처럼, 사람 많은 데에 네가 없어 겁이 나고, 없는 데에 네가 없어 겁이 나면, 그것이 사랑인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작가님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연은 책을 덮고, 천천히 이주 옆으로 다가가 주저앉았다. 자고 있는 이주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주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땐 당황했고, 그 다음엔 예뻤고, 그 다음엔 슬펐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래도 작가님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시를 곱씹었다.

 "사람 많은 데서 나는, 겁이난다. 네가 없으므로.. 그리고, 사람 없는 데서도.."

 

 하지만 죽어야 하는 것이 연의 운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에 더욱 슬펐다. 슬픔. 죽으면 이주를 볼 수 없고, 이주 또한 연을 볼 수 없어 힘들 것 같아 밀려오는 슬픔.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주는 천천히 눈을 뜨곤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연을 응시했다.

 "왜 울어요?"

 "..슬퍼서요."

 

 이주는 자기도 모르게 울고 있는 연의 뒷목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연은 화들짝 놀라며 힘껏 고개를 빼자 뒤로 넘어져선 무서운 얼굴로 이주를 보았다. 그 순간 이주는 자신의 모습에도 공포를 느끼고 있는 연을 보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으면서 사랑하지 말라구요? 나를 꼬시는 게 지금 누군데."

 "사랑하지 않아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

 

 "난 늘 당신이 이해가 안 가고, 그런 당신에게 감정이 생기는 내가 이해가 안 가요. 세상에 남자가 이렇게 널렸는데 왜 나는 저 어린놈에게 빠졌는지, 나도 모른다고. 나도."

 "..나 작가님 못 만나요. 작가님 불쌍해서."

 "내가, 불쌍해요?"

 "네..당신이, 불쌍해."

 

 연이, 불쌍하다고 했다. 연의 눈에도 이주는, 불쌍해서 만나고 싶은 않은 상대인 거구나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쪽팔리고, 눈물이 나왔다.

 

 이주가 박차고 나가자 연은 떠난 이주를 보고 그제야 더욱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도어락 소리가 나며 이주가 들어와 어둡게 연을 내려다보자, 연은 주저앉은 채로 이주를 올려다보았다.

 "..왜 물어요?"

 "..."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왜 네가 울어."

 "..."

 

 "너는 내가 불쌍해? 나는 네가 불쌍해. 네가."

 "..."

 "부모한테 학대 받은 것도 불쌍하고, 온통 부모한테 둘러싸여서 도망갈 곳 하나 없는 네가 불쌍해. 세상에서 네가 제일 불쌍해!!"

 

 연의 눈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작가님 불쌍하지 않아."

 "..."

 "근데요, 나 같이 불쌍한 놈 만나서 뭐하게.. 나 만나면 작가님도 불쌍해져요."

 이주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연의 그 말이, 이주를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이주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연 역시 그런 이주를 보며 같이 울었다. 그리고, 이주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 틀렸어요. 난 지금, 아주 불쌍한 상태야."

 "장이주.."

 "그냥 사랑만 할게. 내가 너보고 결혼을 하자니, 애를 낳자니. 그냥, 나도 사랑 좀 해보자 좀."

 

 연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배웠고, 그런 특별한 순간까지도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연은 천천히 눈물에 젖은 이주의 뺨을 잡고 키스했다. 정확히는 입맞춤에 가까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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