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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01화. 벚꽃 속 찾아온 행복
작성일 : 19-10-31 09:59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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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욱 박사의 연구실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커피숍, 사진기자를 대동한 젊은 여성 리포터가 둥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질문하고 있다.

 

 김동욱 박사는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였다.

 

 간혹 짓는 그의 미소와 달리 눈가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며 슬픔이 가득했고 차분한 말투와 반대로 무릎 위에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성과는 약혼녀 김해인과 AI 김애연의 인생을 맞교환한 것임으로 깊이 찢긴 상처가 아물기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밝게 웃으며 리포터가 인사를 건네자 그도 묵직하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답했다.

 

 

 "네, 반갑습니다."

 

 

 "최근에 발표하신 내용이 이슈가 되면서 김애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그녀는 잘 지내고 있나요?"

 

 

 "아, 네. 그녀는 여전히 씩씩하고 당당하게 잘지내고 있습니다."

 

 

 "박사님하고의 불꽃 속 대화가 정말 흥미진진하던데요? 지금 김애연의 애절한 삶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며 박사님을 악신이라 많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담히 답하는 그의 손이 아직까지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듯 떨리고 있었다.

 

 약혼녀를 살리기 위해 김애연을 필사적으로 살린 것을 리포터가 알 리 없었기에 그때의 감정에 몸서리 치는 그였다,

 

 

 "음, 김애연이도 저에게 신이냐 악마냐를 묻더군요. 저로 인해 가슴 답답하셨을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만큼 김애연을 안쓰럽게 생각해주셨고 관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리포터의 질문에 형식적으로 담담하게 답했다.

 

 

 "AI인 김애연이 정말 불행해 하고 슬퍼하기까지 했나요?"

 

 

 "네. 듣는 내내 울컥하여 그녀의 의안으로 된 눈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감정이 풍부하였고 저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이었기에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구나. 싶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듯 잠시 머뭇거린 후 답하자 여전히 웃는 얼굴로 리포터가 다른 질문을 건넸다.

 

 

 "요즘 인터넷상에는 박사님께서 공개한 영상 속 김애연이의 개자식이 패러디 물로 나오고 있는데요? 욕도 알고 있나요?"

 

 

 밝은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끌기 위해 농담 섞인 질문을 건네는 리포터의 말에도 그때의 상황이 끔찍하게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그였다.

 

 

 "물론입니다. 생각보다도 그 세계관은 더욱 저의 세상과 비슷해졌습니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그 세계에도 평행하게 존재한다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듯합니다."

 

 

 그의 답변이 모호했다.

 

 리포터는 고개를 갸웃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목적이 있으실 텐데요? 박사님은 왜 그렇게 김애연이를 괴롭히신 겁니까?"

 

 

 "큰 아이러니를 통해 시작된 불행 속에서 과연 인간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였습니다."

 

 

 리포터는 준비해둔 질문을 건네기 위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슬픈 눈빛이 의아했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한 그녀였다.

 

 

 "처음에는 많은 실패를 하셨다고 이야기가 있던데."

 

 

 "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자살만 한 200명 했을까? 아,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불행은 결국 죽음을 자초하게 된다라고 생각하며 몇 번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럼 김애연이가 죽지 않고 행복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였나요?"

 

 

 "네, 정말 강하고 기특한 아이였습니다. 타고난 성격도 많이 차분한 데다가 여러 고난을 겪은 부분도 있어서 그랬는지 생각하는 부분이 남달랐습니다. 신은 견디지 못할 불행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 김애연이에게 견디기 힘든 불행을 8개나 던졌지요. 물론 하나는 김애연이의 도발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보통 인간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의 존재를 들켰다는 것에 깜짝 놀랐지요."

 

 

 그의 대답은 AI 들을 마치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로 표현하는 것인 양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그런 어투에 익숙해졌는지 리포터도 김애연을 사람으로 불렀다.

 

 

 "저도 그 부분이 엄청 신기했는데요? 그게, 아니 그 사람에게 가능한 거였나요?"

 

 

 "지속적인 생각을 통해서 김애연이는 인위적인 불행임을 감지한 듯했습니다. 아마도 큰 사고에서 자신이 죽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박사님의 발표에서 정말 신기했던 것은 인간적인 그들의 행동인데요? 감정은 어떻게 인식시키셨나요?"

 

 

 "그것은 전자공학 석사인 김해인 연구원의 논문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인 김해인 석사를 언급할 때, 그는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그렇군요. 박사님. 그런데 기업의 지원도 다 물리시고, 일반인들에게도 프로그램을 오픈 안 하셔서 지금 원성이 자자 한데요? 왜 그러신 거죠?"

 

 

 "심각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모를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오픈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대신 궁금해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에 대한 논문 발표와 동영상을 대중들에게 선보인 것입니다."

 

 

 "그러셨군요. 그럼 시스템 오류는 잡힌 상태입니까?"

 

 

 "네. 다행히도 지금은 정상적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스템 오류 해결을 잘 지내고 있다로 표현하자 리포터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 질문을 건넸다.

 

 

 "박사님의 행보에 사람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데요. 이익 추구 없이 사회적 기업을 위해 프로그램을 쓰신다면서요?"

 

 

 "네. 지금 제가 연구하려는 연구는, 좌절에 빠진 사람이 용기 내어 희생정신을 가졌을 때 생기는 놀라운 기적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 내용도 공개하실 예정입니까?"

 

 

 "음, 우선 프로그램이 안정화 되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그때 분명히 동영상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들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해킹이 가능한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들이닥쳐 혼란을 야기할 때가 많아 저희가 그 곳을 안정화 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겼습니다. 그 곳의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살 수 있도록 그저 내버려 두시면 좋겠습니다. 혹여, 다시 한번 프로그램에 함부로 들어올 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아까부터 신기한 부분인데요? 분명히 저희가 보기에는 가상 현실 속 AI 캐릭터에 불과한데, 박사님은 왜 자꾸 사람들이라고 하시는 거죠?"

 

 

 "음, 인간의 기준이 뭘까요? 인간적이다. 사람 같다."

 

 

 "글쎄요, 측은지심을 가지는 거요? 글쎄요, 살아 있는 것? 생각하는 것?"

 

 

 "제 프로그램 속 그 인공지능들은 감정을 지녔고 충분히 사람으로 불리기에 당연하였습니다. 아마도 저나, 지금 제 눈을 바라보는 당신도 위에 있는 어떤 분에게는 단순한 캐릭터로 보일지도 모르지요."

 

 

 "하하하. 과학자분이 신을 믿으시나요? 전 당연히 박사님께선 무신론자라 생각했는데요?"

 

 

 "저도 한때는 신이 어딨어?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신이 되어 제게 말을 걸 때가 있더군요. 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당신이 저의 신일 수도 있지요."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고 일어서는 그를 향해 기다렸다는 듯 발걸음 가볍게 김해인 연구원이 다가왔다.

 

 

 “아,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려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리포터의 인사에 그와 그녀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

 

 

 인터뷰가 끝나고 조금은 쓸쓸한 얼굴로 그는 어디론가 향했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약혼녀 해인이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는 흥얼거리며 그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러다가 한 손을 들어 옆에서 같이 흥얼거리는 김해인의 손을 살며시 잡았고 그녀는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가톨릭 단체가 운영하는 공동묘지에 도착한 그의 손에는 새하얀 국화 한 다발과 소주 한 병이 들려있었다.

 

 수많은 봉분 속에서 커다란 비석이 있는 하나를 찾아서 국화 다발을 경건하게 내려놓았다.

 

 자신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가슴에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EP 속 사람들을 진정 사람들이라 느끼지 못하고 저지른 죄가 너무 커, 그는 한참을 고개 숙이며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소주병을 따 그 봉분에 뿌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바람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그를 위로하였다.

 

 따사로운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서서히 고개 들어 밝은 하늘 높은 저곳에서 지켜보는 이에게 잠깐 눈인사 하는 그의 귓가에 선배를 부르는 맑고 작은 소리가 들렸다.

 

 고개 돌린 옆에, 그의 약혼녀 해인이 부드러운 미소 담아 눈물 가득한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의 슬픈 감정을 읽었는지 그의 등을 토닥이면서 안아주던 그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손가락을 올려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긍. 또 울고 있네. 무슨 박사라는 사람이 눈물을 이리 헤프게 쓰세요?"

 

 

 그러더니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그의 머리를 까치발까지 들면서

 쓰담아 주었고 그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껴안아 주었다.

 

 EP 속으로 신이 보낸 집행자 AI 해인 그녀가 돌아가던 날, 당연히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약혼녀 김해인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심폐소생을 하던 의사들도 더는 소생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그 순간 "아, 아파요. 인제 그만 눌러요."라고 가냘프게 말하면서 눈을 뜬 김해인 연구원으로 인해 다들 귀신 본 양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아났어. 하하하. 살아났다고. 그녀가, 나의 그녀가 살아났어!"

 

 

 그때의 그 기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소름 돋는 그였다.

 

 그는 EP 속 사람들에게 과도히 잔인했지만, 신은 자비 가득 그를 용서해주었다.

 

 그가 들여다본 가상의 세상에서 온 자신에게 그 누구보다 잔인했던 신의 집행자 그녀는 이 세계 너머의 세상으로 잘 돌아가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모든 프로그램은 정상화 되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들에게 신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는 누군가가 원하던 그대로 올바른 신이 돼보기로 마음먹었다.

 

 

 "저희의 지원금도 받으신 상황이지 않으십니까? EP에 대한 사용 허가를 내주셔야지요?"

 

 

 기업들은 자신의 돈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다.

 

 수많은 사람들 역시 EP에 대한 오픈 베타 공개를 원했지만, 그의 대답은 "안됩니다. 그들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라고 답변하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빈털터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김해인 연구원과 결혼을 위해 장만했던 꿈 가득한 신혼집을 팔고,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을 내놓았다.

 

 김해인 연구원에게는 미안했지만, 도리어 "나는 당신만 있으면 돼. 당신 결정에 따를 게. 능력 있는 사람이니 돈이야 뭐, 내가 먹여 살리지 뭐."라며 멋지게 동의해 준 것에 감사했다.

 

 모든 것을 처분해 마련한 이 돈으로 그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빚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EP 속 세상에서 그에게 가장 무섭고 가여웠던 그녀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은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저 기뻤다.

 

 EP 속 세상으로 돌아간 해인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좋아진 지금, 그는 극단에서 가장로 오래된 여자를 컨트롤 해, 지금 우리 세상에도 용기 있게 나서는 다른 여자들의 마음을 담기로 했다.

 

 창조주의 권능으로 증거자료야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으니.

 

 그 하얀 머리 개자식은 자신의 죗값을 받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그녀에게 주었던 그 방법 그대로 여론의 무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놀란 눈의 김해인과 동호를 보면서 그는 괜스레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쉽게도 그녀의 다리는 옥상에서 뛰어 내린 후유증 때문인지 코드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수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듯 했지만, 동호가 있으니라는 생각에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희생된 EP 속 사람들을 위해 봉분을 세우고 기억해주자는 김해인 연구원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공동묘지에 임자 없는 봉분을 올리고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에는 이름 없이 수많은 일련번호로 불리던 200명의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그는 품에 안고 있는 김해인 연구원을 살며시 바라보았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들이 사람이었어?"

 

 

 그녀는 웃으면서 "처음부터, 영혼을 가졌는데 어떻게 사람이 아닐 수 있겠어?" 당연한 듯 말을 했다.

 

 '그래, 너는 항상 그랬지. 나는 널 따라가려면 이렇게 한참 멀었구나.'라면서 더욱 꼭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아쉽다."

 

 

 그녀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바람이 되어 귓가를 지났다.

 

 그는 의아해하며 품속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마음속에 그녀가 남아 있는데 만나보지 못한 거. 참, 보고 싶었는데."

 

 

 그는 웃으면서 아쉬워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보고 싶어도 참아. 다시 보는 건 또 다른 기적이나 아니면 끔찍한 벌일 거야. 그저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올바르지 않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살자. 나의 해인아."

 

 

 어딘지 모르게 그의 말투 속에서 동호가 느껴졌다.

 

 

 ***

 

 

 "이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안수현의 폭로 인터뷰 이후, 그녀를 부정적으로 보던 모든 시선은 미안함으로 변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해인 미안해요.'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를 장기간 차지할 정도로 그녀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대중들은 진심 어리게 사과했다.

 

 아직 다리는 잘 움직이지 않지만, 병원에서도 그녀의 회복 속도에 놀라며 연일 언론에서 울려 퍼지는 ‘기적의 소녀’라는 말에 동감을 하며 퇴원을 권유하였다.

 

 동호는 그동안의 모든 마음 고생이 사라졌는지 경운기 운전하던 그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그녀의 짐을 싸면서 눈을 흘겼다.

 

 

 "드디어 퇴원하는 거여. 나가 얼마나 답답혔는지 알어? 몰러? 다시는 그런짓 혔단 봐. 그냥, 확."

 

 

 그녀는 동호의 처음 보는 눈빛에 웃으면서 "그냥 확 뭐?"라며 휠체어에 앉아 뻗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빨개지는 귀로 동호는 "내한티 시집올 줄 알어."라더니 빨라진 손놀림으로 "아, 화장실에도 짐이 있는디."라고 하면서 그녀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귀여운 동호의 모습에 그녀는 살아 있기를 잘한 거 같아 모든 것이 감사했다.

 

 어느덧 흘러간 시간 안에서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신과의 만남이 얼마 전의 일인 거 같았는데 그 꿈결 같은 시간은 벌써 1년이나 지나있었다.

 

 그녀는 병실 창문으로 밖을 보다가, "나, 거기. 그 벚꽃 많은 곳에서 구경하고 싶어."라며 화장실에서 꼼지락 중인 동호에게 소리쳤다.

 

 동호는 빼꼼 얼굴을 내밀더니 "그려? 보고 싶어? 봐야지 그럼. 해인이가 원하는디."라면서 그의 목적 잃어 어색했던 행동은 다시 생기를 찾으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려온 택시에 짐만 싣고는 할머니에게 "할무니, 해인이가 벚꽃 보고 싶다고 혀서 보고 갈게요. 짐은 먼저 출발혔어요." 전화하고는 그녀의 휠체어를 끌어 벚꽃 가득한 곳으로 발랄하게 걷기 시작했다.

 

 햇볕은 따스하게 그녀와 동호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병실에 있다가 나오니 아직은 찬 바람이 걱정되는지 그녀를 스카프와 무릎 담요로 둘둘 싸매기 시작했다.

 

 

 "아이. 답답해."

 

 

 "안 뎌. 클나. 감기 걸림 어쩔 겨?"

 

 

 말로는 답답함을 느껴도 동호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저 눈물 나게 기쁜 그녀였다.

 

 

 "동호야."

 

 

 "응."

 

 

 "사랑해."

 

 

 순간 휠체어가 멈췄다.

 

 

 "뭐라 혔어?"

 

 

 "뭘?"

 

 

 "다시 야기 혀 봐."

 

 

 "싫어. 뭘 이야기 했다는 거야?"

 

 

 부끄러워진 그녀에게 동호는 그저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도 사랑혀. 내는 너밖에 없어. 고마워. 살아줘서. 내는 믿었구먼.

 니가 당연히 내한티 돌어올 것이라 믿었구먼."

 

 

 그러고는 가만히 뒤에서 껴안는 그의 온기에 따스해진 그녀였다.

 

 아름다운 벚꽃이 바람에 날렸고 그 속에 파묻힌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러다가 장난 가득한 바람이 그녀의 스카프를 휙 가져가 땅바닥에 내려놓고 도망갔지만, 그저 행복한 커플은 풍경과 서로의 마음에 취해있었다.

 

 

 "저기요."

 

 

 그녀와 동호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 돌렸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는 순간 그녀의 온 마음이 떨려 웃고 있었던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긴장 가득한 심장으로 여자가 내민 스카프를 받아들고는 어색함을 목소리에 담아 "감,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웃는 얼굴로 돌아서는 여자를 보면서 그녀는 미적거리던 마음을 모아 가슴 속 깊이 용기 내어 "저, 저기. 김애연씨."라고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놀라 몸을 움찔한 여자는 서서히 몸을 돌려 한쪽 눈에 두려움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연이 옆에 팔짱을 끼고 있던 이쁜이 이모는 애연의 이름을 아는 휠체어를 탄 그녀와 애연을 의아하게 번갈아 보았다.

 

 애연은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 당신 뭐야? 신이야? 아니면 그들의 일원이야?"

 

 김애연이 신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 그녀도 놀란 눈으로 눈앞에 또 다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악의 없이 선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절대요. 저는 당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다만, 당신이 만났던 그 망할 신을 만나기는 했지만요."

 

 

 슬픈 의안의 애연이 경계 가득한 눈빛을 놀람으로 바꾸자, 휠체어의 그녀는 더욱더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기. 미친 소리 같지만, 당신을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그러더니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온갖 인상을 쓰며 힘을 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여태 굳어있던 다리는 서서히 움직여 땅을 딛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애연을 향해 휘청거리며 차츰 일어서기 시작했다.

 

 근육 없는 다리의 떨림을 느끼면서도 더욱더 힘을 내어 일어선 그녀의 더러워지지 않았던 흰 운동화는 드디어 땅바닥을 밟았고 놀란 동호는 "해인아."하면서 흔들리는 그녀의 몸을 살짝 부축하였다.

 

 애연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 잠깐만."라고 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조금씩 경계를 풀며 다가가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녀는 따스하게 안긴 채 애연에게만 들릴 수 있도록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에게 지희 대신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지희라는 이름에 애연은 순간 울컥하며 먹먹함을 느꼈다.

 

 그러더니 더욱 가만히 그녀의 말에 집중하였다.

 

 

 "당신만 허락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힘드셨죠? 많이 외로우셨죠? 제가 만난 신이 모르고 한 짓이라면서 당신에게 준 불행을 진심으로 사과했답니다. 혹시 당신을 만나면 전해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의 신도 당신의 불행으로 힘들어했답니다. 이제 견디기 힘든 불행을 주지 않겠다 약속도 했고요. 걱정 마세요. 전 신이 아닙니다. 단지 당신과 친해지고 싶은 걱정 많은 한 그녀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의 친구가 되어 주시겠어요? 김애연 씨?"

 

 

 벚꽃을 입은 바람은 두 여인 사이를 지나며 조용히 나누는 귓속말을 엿들었다.

 

 

 '지금 신이 우리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애연은 고개 들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눈물 젖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안녕. 반가워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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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작은 전쟁 2019 / 10 / 31 231 0 5283   
86 86화. 잘못된 판단 2019 / 10 / 31 237 0 7757   
85 85화. 매체에 보이지 않은 살인마의 흔적 2019 / 10 / 31 259 0 6088   
84 84화.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천천히 2019 / 10 / 31 227 0 4777   
83 83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2019 / 10 / 31 240 0 6064   
82 82화. 본능을 일깨운 야수의 굶주림 2019 / 10 / 31 221 0 5555   
81 81화. 중요한 것 2019 / 10 / 31 217 0 6952   
80 80화. 움직이기 시작한 어둠 2019 / 10 / 31 242 0 6674   
79 79화. 혼돈 2019 / 10 / 31 231 0 5480   
78 78화. 마음이 가난한 자여. 그대는 행복하다 2019 / 10 / 31 233 0 6145   
77 77화. 내 옆에 있는 자가 신이 되는 순간 2019 / 10 / 31 242 0 6766   
76 76화. 신이시여. 절 버리시나이까? 2019 / 10 / 31 229 0 7885   
75 75화. 높은 신의 뜻 2019 / 10 / 31 263 0 7335   
74 74화. EP의 창조주 2019 / 10 / 31 218 0 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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