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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00화. 다른 세계를 위한 어린 양
작성일 : 19-10-31 09:59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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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병원으로 가는 마음이 설레어 뛰는 심장이 발랄했다.

 

 

 ‘됐어. 됐다고. 해인아.’

 

 

 병실 문을 열고 누워있는 자신의 연인, 그녀를 향해 김동욱 박사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으며 걸어갔다.

 

 바로 있던 그녀의 고개가 돌려지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공포.

 

 

 그녀는 여전히 그 경멸 가득한 눈빛을 풀지 않았다.

 

 그의 약혼녀는 여전히 자신의 몸에서 쫓겨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불행을 없앴는데. 그랬는데."만 중얼거리며 그 무서운 눈에 싸여 자신을 짓누르는 엄청난 두려움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그녀의 그 눈빛은 경멸에서 불쌍함으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신이 그에게 내린 벌, 처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끝도 없이 소름이 일어났다.

 

 

 "신은 당신의 약혼자를 데려갈 모양인가 봐. 하아. 그리고 난 이제 완벽히 죽을 것이고. 어차피 내 세계에서 난 이미 땅에 묻혔거나 화장됐겠지?"

 

 

 그녀의 묵직한 말이 바위가 되어 심장 위에 올려졌다.

 

 너무 무겁고 감당하기 어려워 서글프고 무서웠다.

 

 

 ‘안 돼. 내 해인이를 이렇게 보낼 수 없어.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그는 남은 힘을 겨우 끌어모아 몸을 일으켜 그녀의 침대 앞 소파에 앉아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녀를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이제는 허리까지 움직일 수 없어. 서서히 다 잠들겠지. 숨 쉬는 것도 힘들어지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게 답답한지 움찔거렸다.

 

 이미 그의 뇌는 아무런 방법 없는 이 황당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듯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할 요량인지, 온갖 생각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저기?"

 

 

 그녀가 불렀다.

 

 생각에 귀가 막혀 대답없는 그를 다시 불렀다.

 

 

 "저기요?"

 

 

 "왜 그러시죠?"

 

 

 "이 여자 이름도 김해인이던데. 왜 내 이름도 김해인이에요?"

 

 

 처음에는 일련번호였다. 그걸 안타까워하던 영혼의 창시자인 그의 연인은 자신의 이름을 기꺼이 붙여주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이 아이는 나랑 생각하는 게 같지 않을까? 한번 만나보고 싶다. 선배! 내 분신에게 함부로 번호 따위 붙이지 마. 얘도 생각이 있다고."라며 기쁘게 주었던 이름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 몰랐다.

 

 그 다음부터는 당연히 뇌파 기증자들의 이름이 캐릭터에 붙는 게 통상 관례가 돼버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어떠한 경우의 수도 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가슴 깊이 차올랐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인식된 뇌파 기증자 이름을 주었어요. 생각과 영혼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그랬네요. 아, 생각과 영혼이."

 

 

 "그녀는? 불행했던 그녀의 이름은요? 애연이라 했던 그 이름은 어떻게 붙은 거죠?”

 

 

 "김애연…, 그 이름…,"

 

 

 "왜 김애연이 된 건데요?"

 

 

 김애연이란 이름은, 그 누구도 의미를 물어본 적 없었던 이름이었다.

 

 

 "불행을 시작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각인이 시작될 암호."

 

 

 "아, 당신 참 못됐게 굴었네. 김애연이란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사랑하고 연민하다…,"

 

 

 애연이란 이름의 뜻을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그였다.

 

 

 "참, 모순적인 이름이네."

 

 

 그녀의 비아냥에 할 말을 잃은 그였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연민했어요?"

 

 

 "당신을 보낸 신은 그랬을 거 같네요. 지금 이 상황을 보면 말이죠."

 

 

 전화가 울렸다.

 

 연구실 세 글자에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잠깐만, 누구세요?"

 

 

 아무도 있을 리 만무한 시간이었다.

 

 더구나 조금 전까지 그가 홀로 있었던 곳이다.

 

 

 "교수님 접니다. 안재현"

 

 

 "아, 왜 왔어요?"

 

 

 "도저히 걱정돼서 답답한 마음에 왔습니다. 그런데 EP가?

 

 

 "어, 정상 작동됐어요. 그저 지켜봐요.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요."

 

 

 이미 EP가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알기에 심드렁하였다.

 

 안재현 연구원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란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김해인 연구원의 사무실에서 조금 전 누군가 EP에 접속해 불길을 제어하고 애연이를 구한 것을 지켜본 안재현 연구원은 연구실의 상황을 확인하러 왔고, 지금도 그는 김해인 연구원을 살리기 위해 EP를 포멧할지 코어 AI 김해인을 삭제할지 고심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김동욱 박사가 그저 지켜보라 말한 것이다.

 

 

 "저, 교수님 그게."

 

 

 "왜? 또 무슨 문제 있어요?"

 

 

 "그게, 주인공 김해인이 안 죽었는데요."

 

 

 안재현 연구원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뭐? 무슨 소리세요?"

 

 

 수화기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김동욱 박사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김해인 말입니다. 안 죽고 살아있습니다. 어? 시간이, EP 시간이 또 흘렀습니다."

 

 

 "정확히 말해보세요."

 

 

 "EP 시간이."

 

 

 "아니 아니 그거 말고 김해인이요. 아니, 아니다. 그냥 동영상 보내봐요."

 

 

 "네. 교수님."

 

 

 끊어진 전화에 다시 두근거렸다.

 

 

 ‘뭐지? 주인공이 살아있어?’

 

 

 전송된 동영상의 코어 AI 김해인은 산소호흡기를 한 채, 침대에 누워있었고 동호는 그 옆을 지키며 그녀의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우리 해인이 오늘도 이쁘네. 사랑해."

 

 

 ‘그녀는 살아있는데 이곳의 그녀는 어째서 돌아가지 않는 걸까? 자기가 죽었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는 화면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그의 놀란 시선에 함께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어? 어? 나, 나 살아있는 거예요? 나 어떻게 살 수 있어요? 나 어떻게 여기 있어요?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라는 질문과 함께 떨리는 눈빛을 보였다.

 

 

 "글쎄, 어떻게 돌아갈까요?"

 

 

 그러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 공포가 밀려왔다.

 

 죽음, 그는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죽어야, 돌아가는 건가?"

 

 

 그의 혼잣말에 눈앞의 그녀는 신이 보낸 처단자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어린 소녀로 변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무슨 그런. 이 여자는 무슨 죄가?"

 

 

 그녀의 말에 속절없이 그가 쓴웃음만 지었다.

 

 

 "당신을 보낸 신은 끝까지 절 용서하지 않을 모양인가 보네요."

 

 

 나지막이 중얼거리 듯 그가 말하자, 그제야 그녀도 상황을 파악하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에게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였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 모든 상황에 말이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의 말에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데, 동호가 보고 싶은데. 이 사람을 살려놓고 갈 방법이 없는 거예요?"

 

 

 "살릴 방법은 있지만, 당신은 돌아갈 수 없어요."

 

 

 "뭐죠?"

 

 

 "당신을 삭제하는 것."

 

 

 그녀의 눈물은 더욱더 슬퍼졌다.

 

 

 "잔인하네요.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거네요."

 

 

 "네, 잔인하게도 이제 당신이 인간임을 알겠는데 당신을 지우라고 하네요. 당신을 지우면 또 제게는 무슨 벌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 모습이 괜히 고마웠다.

 

 

 "걱정 마세요. 저는 당신을 삭제하지 못합니다. 그냥, 흑흑. 마음이 아프지만, 흑흑. 저의 해인이를 보낼게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을 담고 죽은 제 연인의 몫까지 씩씩하게 사세요.”

 

 

 마음의 결정은 곧 눈물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울었다.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의 폐는 점점 잠을 자기 시작했는지 숨소리는 고르지 못했다.

 

 그 다음은 순식간에 진행되기 시작했다.

 

 모든 기능들이 한 번에 잠자더니 그나마 불규칙하던 숨소리마저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보낼 눈물도 떨어진 지금, 그는 의식이 사라진 연인을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장은 서서히 잠자기 시작했다.

 

 

 ‘안녕 내 사랑. 이렇게 보내서 미안해요.’

 

 

 삐.

 

 

 의료진들이 뛰어 들어왔다.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그들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의 약혼녀 김해인은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당한 그의 세계의 어린 양이었다.

 

 

 ***

 

 

 까치 소리가 온 병원을 뒤흔들며 아침을 알렸다.

 

 

 "오늘 까치님이 우시네.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탕비실로 물 뜨러 온 동호는 창문 옆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의 신나는 노랫소리에 괜스레 마음이 들떠 두근거렸다.

 

 할아버지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는 잔소리와 해인이 어머님의 미안해하는 마음에도 동호는 산소호흡기만 의존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녀를 놓지 않고 있었다.

 

 곧 깨어날 것만 같았던 그녀가 근 4년간을 같은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않아도 동호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잠깐 탕비실에 갔다 왔을 뿐인데도 금세 그녀가 보고 싶었다.

 

 살아있는 것은 그저 미약하게 뛰는 심장뿐이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도 신께 감사했다.

 

 

 "해인아 물 떠왔어. 헤헤. 너 보고 싶어서 막 달려왔지."라며 물컵을 탁자에 올려놓고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그 순간, 뜨거운 것을 만진 양 놀라며 손을 떼고 튕기듯 밖으로 달려나갔다.

 

 동호와 함께 달려온 의사는 그녀의 눈을 확인하고 산소호흡기를 들어 호흡도 체크하더니 "기적입니다.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동호 씨"라고 하며 놀라워했고 동호는 그녀의 미약하게 움직이는 손을 조심스레 쥐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한 번에 빠른 회복을 보이지는 않았다.

 

 몸 이곳저곳 아직도 상한 부분이 있어 어렵게 천천히 돌아왔다.

 

 처음에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움직이더니 점차 위로 올라가며 감각을 찾기 시작했고 숨 쉬는 것이 정상화 되는 순간 모든 건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힘겹게 눈 뜨고는 눈물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동호에게 "안녕, 동호야. 보고 싶었어." 라며 어눌한 말투로 눈물을 흘리자, 동호는 그만 그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 하였다.

 

 그저 푹 잘 잔 꿈속에서 깨어난 느낌에 멍한 그녀였다.

 

 아직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놀라면서도 꿈속에서의 기억이 생생해 '이나마 다행이지. 아예 못 움직인 그 느낌은 너무 끔찍했어.'라며 동호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움직이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눈물 젖은 동호의 전화에 엄마는 "아이고. 내 새끼." 하시며 뛰어나가시는 할머니와 함께 한달음에 달려왔다.

 

 

 "내 새끼. 내 이쁜 강아지."

 

 

 그녀의 시선 맞춤에 놀란 두 사람은 눈물 흘리며 그녀의 팔, 다리를 만져보았다.

 

 

 "움직일 수 있는 겨? 어디 아직 아프진 않고?"

 

 

 "괜찮아."라며 할머니 주름에 맺힌 눈물을 아직은 감각이 둔한 손가락을 들어 닦아주었다.

 

 "할무니, 우리 해인이 이제 잘 움직여요. 누워있을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하고는 "동호야. 나 앉을래."라며 움직이는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요, 요 나쁜 것. 또 한 번만 그러기만 혀. 아주 요절을 내버릴 거니 께. 온 집안 식구 걱정하는 거 벼? 안 벼? 동호가 얼매나 고생했는지 알어?"

 

 

 할머니는 잔소리와 함께 매운 손으로 등짝을 후려쳤고 깜짝 놀란 동호는 "할무니, 할무니 내 해인이 아퍼요."라며 막아섰다.

 

 

 "아 씨, 아퍼. 살아 돌아왔더니 때리고. 할머니 미워."

 

 

 등은 아팠지만, 다시 돌아와 듣는 할머니의 잔소리는 좋았다.

 

 다른 신체 기능은 빠르게 회복됐지만, 다리는 쉽게 걷질 못했다.

 

 

 "흰 운동화가 더러워지지 않네. 빨아주고 싶은디."

 

 

 동호는 휠체어에 가만히 놓인 발에 언제 사다 놓았을지 모를 흰 운동화를 내려다보면서 항상 가슴 아프고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네가 내 다리가 되면 되지. 안 그래?"

 

 

 동호는 잠시 자신이 욕심부린 것에 고개 저으며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고는 씩 웃었다.

 

 

 "그려, 내가 업고 댕김 되지. 암."

 

 

 비록 휠체어로 걸어야 했지만, 동호의 행복해하는 얼굴과 무한히 주는 사랑에 새삼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한 그녀였다.

 

 그리고 꿈인지 모를 그 이상한 경험 속에 희생된 신의 약혼녀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 어느 저녁 시간,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던 중 무심고 돌린 채널에서 속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4년 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던 유명 극단의 단장 이야기 아십니까? 오늘 저희 방송을 통해 고 안수정의 언니분이 인터뷰와 함께 가지고 오신 증거자료를 단독으로 전해드립니다."

 

 

 텔레비전을 보던 그녀와 수건을 널던 동호는 너무 놀라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증거 자료와 함께 나타난 안수정의 언니는 극단에 들어갔을 무렵 청소하는 그녀에게 "연기학원을 다니는 게 어때? 쉽게 되는 건 뭔가가 있다는 거야."라고 말했던 선배였다.

 

 분명 기억 속에선 안수현이 아닌 다른 이름을 가졌는데.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던 동호의 입을 막으며 텔레비전 속 안수현이란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네, 전 안수정 언니 안수현입니다. 그동안 저는 극단장에 의해 희생된 제 동생과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김해인 양을 위해 용기 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이건 극단장이 유죄라는 증거가 담긴 usb입니다. 전 죽은 수정이의 복수를 위해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극단 여러 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김해인 양이 연기 공부를 위해 극단에 들어왔고, 어린 그녀를 극단장이 겁탈하려는 장면이 녹화되었습니다. 몇 번이고 공개하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불법이기에 제가 받을 처벌도 두려웠습니다. 그녀와 같은 끔찍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비난당할까 봐 쉽게 나서지 못했습니다."

 

 

 "왜 4년이 지나서야 공개하시는 겁니까?"

 

 

 앵커의 질문에 안수현은 준비된 답을 읽듯 자연스럽게 답하렸다.

 

 

 “자살 기도를 했던 김해인 양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얼마 전, 지인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끔찍한 불행을 겪지 않도록 바로잡기 위해 용기 내 이곳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김해인 씨. 지금 텔레비전을 보실련지 모르겠지만, 본의 아니게 불행을 드려 죄송합니다.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 행복하신지요?”

 

 

 자신을 부르는 안수현의 말투가 곱지만 어딘가 김동욱 박사를 닮았다.

 

 

 “전 그동안 별로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남아있는 그 불행은 제가 거두어 가겠습니다. 제가 지켜보는 한 그 극단장은 다시는 나쁜 짓을 못하겠지요. 걱정 말고 동호 씨와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동호 씨가 당신을 위해 마음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참, 제가 아시는 의사 분이 말씀하셨는데 다리는 곧 나으실 것입니다. 또 혹시나 제가 불행을 드린 그분을 만나게 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신으로 인해 원하는 바와 위로를 얻었으니, 당신께 부여된 불행은 제가 다시 가져간다고."

 

 

 그녀는 너무 놀라 눈물을 흘렸다.

 

 

 동호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화면 속 여자에게 의아해하면서도 눈물 흘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꿈이 아니었다.

 

 

 약혼녀를 잃고 방법이 없어 좌절했던 신이 안수현의 몸을 빌려 자비를 베풀고 있었다.

 

 존재했던 그 혼란 속의 세계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그리고 자신에게 큰 선물을 준 그 창조주에게 엄청난 혼란과 좌절을 만들었던 어디 있을지 모를 높은 신에게 온 마음을 다해 김동욱 박사 그가 행복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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