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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99화. 천사들이 거둬간 불행
작성일 : 19-10-31 09:58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7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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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명을 지르며 기숙사 밖으로 달려나오는 사람들 중에 애연은 없었다.

 

 야수의 눈으로 불길을 피해 달려나오는 여학생들을 빠르게 훑으며 조심스레 안으로 살짝 들어선 준희는 천장까지 타고 올라간 화염 속에 물을 뿜는 스프링클러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허, 쳇. 뭐야 뭐야 기름이 아니고 물이 나오네. 어찌된 영문일까? 뭐 어쨌든 좋아. 불은 충분히 질렀고 애연이를 찾아야 하니 기름을 뒤집어 쓰느니 이 편이 나을 수도 있겠네.”

 

 

 기름에 불이 붙어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져 내린 물 위에 크고 작은 불꽃이 도깨비불인 양 흉물스럽게 떠다녔고 벽과 천장의 불길은 외벽까지 번져 있었다.

 

 

 “빨리 찾고 나가자. 연기 때문에 내가 먼저 죽겠다.”

 

 

 전기가 나간 건물은 기름이 탄 검은 연기가 자욱했으나 곳곳의 불길로 시야는 무척 밝았다.

 

 

 “4층이었던 거 같은데. 비상 계단은 미리 닫아 놨으니, 천천히 올라가 볼까나.”

 

 

 유일한 통로, 중앙 계단으로 오르는 동안 스프링클러가 쏟아내던 물줄기도 잦아들었고 불타는 기숙사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내려오는 여학생들의 행렬도 끊겼다.

 

 

 “채워 놓은 기름이 바닥 났나 보네. 그런데 기름이 물로 변하다니.”

 

 

 똑똑,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스프링클러를 올려다 보며 4층 복도에 선 준희는 눈앞 소방관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소방관의 도끼날이 불빛에 번쩍였고 산소 마스크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빨리 밖으로 나가세요. 건물 붕괴 위험이 있어요.”

 

 

 준희에게 달려드는 불길을 소화전과 연결된 소방호스의 물로 진화하며 소방관이 외쳤다.

 

 

 “빨리 내려가요! 아래는 우리 대원들이 진화 중이라 도와줄 거예요.”

 

 

 “학생을 찾고 있어요. 이 방, 학생인데 아직 대피를 못한 거 같아요. 어이쿠.”

 

 

 천장에서 떨어지는 불길에 준희가 비명을 지르자, 소방관이 달려와 준희의 몸에 붙은 불길을 잡으며 말했다.

 

 

 “옥상으로 대피했을 거에요. 우리 대원이 올라갔으니, 안심하고 내려가세요. 우리가 꼭 찾을게요.”

 

 

 소방관은 준희의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키고는 다시 불길을 잡으러 몸을 돌렸다.

 

 준희는 천장이 내려 앉아 바닥에 널부러진 긴 형광등을 집어 올렸다.

 

 꽤 묵직하고 쇠로된 갓이 날카로웠다.

 

 거추장스런 전선을 발로 밟아 형광등을 한번에 치켜 올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선이 뽑혔다.

 

 자신의 등 뒤에서 들린 수상한 소리에 소방관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준희가 휘두른 형광등이 소방관의 얼굴을 강타했다.

 

 갑작스런 준희의 공격을 받은 소방관이 바닥을 채운 물을 튀기며 뒤로 쓰러졌고 그의 몸 위로 화염이 덥쳤다.

 

 준희는 소방관이 놓친 도끼를 집어들고는 머리위로 치켜올려 소방관의 몸을 겨누었다.

 

 

 “어디가 좋으려나...,모자랑 마스크는 내가 써야하니.”

 

 

 소방관의 두 눈에 준희의 실룩이는 입꼬리가 담겼다.

 

 

 “권준희!”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돌린 준희의 시야에 화염을 거침없이 뚫고 달려오는 강 비서가 들어왔다.

 

 바닥에 깔린 물 위에 떠 있던 작은 불꽃들이 강 비서의 돌진으로 공중에 튀어올라 화려한 불꽃을 수놓았다.

 

 

 “또 네놈이냐?”

 

 

 강 비서와 소방관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생각한 준희는 바닥에 뒹구는 전선을 왼손에 들어 강비서를 향해 날렸다.

 

 준희가 휘두른 전선은 쫙 소리를 내며 날카롭게 강 비서의 얼굴에 자국을 남겼다.

 

 강 비서는 준희의 공격을 받은 얼굴을 잽싸게 왼손으로 가려 추가 공격을 방어하고는 오른손으로 전선을 잡아 낚아 채었다.

 

 강하게 저항하며 버틸 것으로 예상했던 전선은 지탱하던 힘이 사라졌는지 너무도 쉽게 뽑혀 강 비서의 중심이 뒤로 무너졌다.

 

 

 “이런 제길. 권준희!"

 

 

 ***

 

 

 마우스를 놓친 김동욱 박사의 화면 속, 불길은 무섭게 치솟아 올라왔다.

 

 

 ‘시간이 없어. 그녀를 빨리 안전하게 구해야 해. 이것이 EP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해인이를 구할 수 있을 거야.’

 

 

 김해인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 마음을 다시 단단히 하고 그 역시 뜨거운 열기가 너울대는 옥상에 서서 그녀를 마주했다.

 

 

 ‘살릴거야.'

 

 

 그의 다짐은 연인 김해인 연구원을 위한 것인지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애연이를 위한 것인지, 혹은 모두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어뵤었다.

 

 화염은 금방이라도 원망 어린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는 그녀를 잡아먹기 위해 더욱더 너울거렸다.

 

 그는 밀려진 의자를 다급하게 끌어당겨 앉으며 난간 위에서 흩어지는 불꽃 속에 위태롭게 서 있는 애연을 향해 다급히 손을 내밀었다.

 

 애연은 그의 손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난간에서 가만히 내려왔지만, 절대 잡지 않는 손엔 경계심이 있었다.

 

 

 시간은 계속 그리고 꽤 많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 동안의 피로가 쌓인 눈은 인제 그만 쉬라고 호소했지만, 지금은 그녀만이 그의 동아줄이었기에 한순간도 그녀를 놓칠 수 없었다.

 

 불길과 매서운 연기의 거센 힘이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왔고 그는 소방관 행세를 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김애연 씨. 당신 이야기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죠. 이쁜이 이모를 위해 그리고 지희를 위해서라도 빨리 제 손을 잡아요. 안 그럼 당신도 저도 죽어요."

 

 

 애연은 그런 그에게 썩은 미소를 날리며 "미친놈. 네가 이쁜이 이모를 어떻게 알아?"라고 하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오른손으로 재빨리 산소마스크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당혹스러움에 애연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애연의 오른손에는 산소마스크가 들려있었다.

 

 

 "어디 나의 불행이 당신을 죽일지 살릴지 한 번 봅시다. 당신 여전히 소방관 코스프레 중이잖아?"

 

 

 시간을 끄는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난 다급한 마음은

 ‘그냥 좀 받아주라고. 제발.’ 이라며 그녀의 분노와 정면충돌 중이었다.

 

 

 ‘아 이런, 될 대로 되어라. 시간이 어찌 됐든 그녀가 상하면 안 되는 일. 지금의 무능력한 내게 그녀만이 희망이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려 불길을 멈췄다.

 

 그리고 최대한 신처럼 어쩌면 악마처럼 답하기 시작했다.

 

 

 "이야. 안 속네. 김애연이. 이제 그만하지. 구해줄 때 따라와. 안 그러면, 이 소방관은 너의 불행에 말려서 진짜 죽게 될 거거든. 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살려줄 거지만, 이 소방관을 살려둘 생각이 없으니까. 알잖아? 너의 불행은 항상 그래왔지."

 

 

 도발에 대한 도발적 대답.

 

 

 예상이 맞았다는 듯 더욱더 분노한 애연은 스크린 너머 정확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잡힌 손을 빼면서 시간이 멈춘 듯 우뚝 선 불꽃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예상 밖 애연의 행동에 당황한 그는 답답한 듯 길게 한숨을 쉬고는 불길에 비친 애연의 오른쪽 눈을 보며 말했다.

 

 

 "멈춰. 알았어. 알았다고. 젠장 원하는 게 뭔데?"

 

 

 "말해봐. 나와 당신에 대해."

 

 

 "하, 김애연은 내 창조물이고 나는 김애연의 창조주지."

 

 

 애연은 창조주란 그의 대답에 놀라는 기색없이 되묻는다.

 

 

 "신이야? 아니면 악마인 거야?"

 

 

 "글쎄, 신일 수도 악마일 수도. 따로 놓을 수 있나? 특히 당신에게."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애연은 거침없이 질책하며 다시 물었다.

 

 

 "똑바로 이야기 안 해? 당신 내가 죽으면 안 되잖아? 내가 죽길 바래? 지금 상황에 내가 아쉬울 게 있어 보여?"

 

 

 "사람은 신에게 선물을 받으며 태어난다더군. 그런데 나는 김애연이에게는 불행을 주었으니 신이라 말할 수 없지. 하지만 김애연이를 구하는 지금 내가 악마일까?"

 

 

 "도대체 왜 그런 거지? 죽이지도 않을 거면서…,"

 

 

 "그건 김애연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뭐, 원하는 게 있었고 그걸 김애연에게 얻었을 뿐이란 것만 말해줄 수 있겠군. 사실 너무 놀라운 건 김애연이 이렇게 괴로워하며 나한테 욕까지 퍼부을 줄 몰랐어. 내가 준 불행으로 인해서 말이야. 그 부분은 내가 사과하지. 난 악마까지는 아니니까. 그런데 당신이 죽으면 안 돼. 그럼 이 세상은 끝장나거든. 김애연이, 네가 슬퍼했던 게 미안하기도 하니까. 당신의 불행을 모두 가져가도록 할게. 이쁜이 이모도 다시 일어날 거고."

 

 

 그는 이쁜이 이모를 언급하며 애연의 한쪽 눈을 살펴 보았다.

 

 역시나 애연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

 

 

 강 비서를 피해 연기와 화염으로 뒤덮인 중앙 계단을 통해 옥상을 향하던 준희는 밑에서 들려오는 빠르게 계단을 밟는 소리에 더욱 다리에 힘주어 속도를 높였다.

 

 

 ‘이 미친놈. 애연 양을 해치게 할 수 없어.’

 

 

 벽과 천장에서 화염이 강 비서를 할퀴고 짓눌렀지만 몸에 붙은 불을 털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욱한 연기로 숨쉬기 힘든 계단을 강 비서는 망설임없이 뛰어올랐다.

 

 계단을 가득 메운 연기 속 최상부에 밝은 빛과 함께 바람의 움직임이 보였다.

 

 

 ‘옥상 문이 열려있다. 급하다.”

 

 

 준희의 모습은 계단 위에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무작정 계단을 오른 강 비서는 곧장 옥상으로 진입하려 했다.

 

 그때, 열린 문 뒤에 숨어 있던 준희가 검은 연기 속에 몸을 가린 채, 도끼를 휘둘렀다.

 

 육중한 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순간 머리를 숙인 강 비서의 머리 위로 불꽃이 일었다.

 

 겨냥이 빗나간 준희의 도끼가 벽을 치며 불꽃을 만들자 그 틈에 강 비서가 준희의 허리를 붙잡고 다리를 걸어 쓰러뜨렸다.

 

 중심을 잃은 준희가 무릎이 꺾여 뒤로 넘어가며 빠르게 왼손을 움직였다.

 

 

 “헉!”

 

 

 강 비서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나오더니, 준희의 몸 위로 쓰러졌다.

 

 준희의 왼손은 좀 더 깊이 강 비서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자신의 몸 위로 쓰러진 강 비서를 옆으로 제끼고 일어 선 준희의 왼손에 일자 드라이버가 쥐어 있었다.

 

 일자 드라이버를 품에 다시 넣은 준희는 강 비서를 내려다 보며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너! 이제 안녕.”

 

 

 준희의 도끼가 검은 연기를 가르며 강 비서를 향했다.

 

 

 ***

 

 

 “에잇 모르겠다. 그냥 무너져라!”

 

 

 옥상 문 앞에서 강 비서와 준희의 결투를 지켜보던 안재현 연구원은 시선을 화면에 고정한 채 빠르게 타이핑을 했다.

 

 강 비서와 준희가 자리한 계단 상부가 무너져 내리며 다음 층 계단도 박살 내고는 아래로 아래로 모든 계단을 박살내며 떨어져 내렸다.

 

 

 “강 비서는 살아야 하는데…,”

 

 

 안재현 연구원의 중얼거림과 함께 스피커를 타고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아얍! 잡았다!”

 

 

 “어? 선배님?”

 

 

 중앙 계단 이 층 난간에서 한 경사와 윤 경위가 아래로 떨어지던 강 비서의 양팔을 잡아 낚아채 구하더니 두 사람도 중심을 잃고 강 비서와 함께 일 층으로 떨어졌다.

 

 

 “선배님! 살아계시죠?”

 

 

 연기와 먼지를 뒤집어 쓴 윤 경위가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질렀다.

 

 

 “그래 아직은, 강 비서는? 에구 죽겠다.”

 

 

 콜록거리며 한 경사가 누워 답했다.

 

 

 “저 여기 준희 위에 잘 내려 앉아 멀쩡해요. 그런데 이 살인마는 멀쩡해 보이지 않네요.”

 

 

 강 비서가 준희의 가슴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윤 경위의 눈에 품에 넣어둔 자신의 일자 드라이버에 가슴이 꿰뚫린 준희의 처참한 모습이 들어왔다.

 

 

 “일자 드라이버, 쯧쯧. 그거 그만 좀 가지고 다니지.”

 

 

 ***

 

 

 "이쁜이 이모, 살아날 수 있어? 그럼 지희는?"

 

 

 "미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이쁜이 이모는 살려준다 약속할게. 반드시, 더 이상의 불행은 없을 거야. 난 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니까. 이제 시간이 없어. 내 손을 잡아야 너도 죽지 않아."

 

 

 애연은 이쁜이 이모라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는 위협적인 불꽃을 다시 살려 그녀의 선택을 앞당기도록 도와주었다.

 

 드디어 잡은 손, 빠르게 코드를 정리해 설정한 헬기의 등장으로 모든 상황은 마무리됐다.

 

 그녀가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무척 바빠졌다.

 

 그녀에게 설정됐던 모든 불행을 삭제하고 잠자고 있던 이쁜이 이모의 코드도 수정해야 했다.

 

 구급 헬기는 이쁜이 이모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고 자신을 창조주라 말하던 소방관이 아까의 사악한 얼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아가씨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검사 꼭 받아 봐요."라고 하면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연은 그런 소방관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 헬기가 옥상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부축하려는 소방관의 손을 뿌리치고는 이쁜이 이모의 병실을 향해 뛰어갔다.

 

 

 ‘창조주란 자가 소방관의 몸에서 사라졌다. 빨리 병실로 가 확인해야 해! 이모!’

 

 

 조금 전 옥상에서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달릴 때마다 츄리닝 바지에 닿는 피부의 감촉이 화끈하고 따가웠지만, 그 개자식의 말처럼 이쁜이 이모가 깨어났다면 이깟 화상쯤이야 싶어 피부가 쓸리는 고통은 무시하고 그저 병실을 향해 미친 듯 뛰어갔다.

 

 병실 문 앞에 서자 두근거리는 심장 탓에 가슴을 부여잡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고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로 보이는 이모를 보며 애연은 "개자식…,"이라 중얼거렸다.

 

 

 설렘에 들썩거리던 그녀의 어깨는 축 내려갔다.

 

 

 여전히 잠자고 있는 이쁜이 이모의 손을 잡고서는 곁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아 흐르는 눈물을 억울하게 훔치며 중얼거렸다.

 

 

 “그 나쁜 창조주라는 신이 아닌 작자는 악마임이 분명해. 사기꾼 자식.”

 

 

 그때였다.

 

 

 조용히 눈 감은 이모의 입에서 "어이, 김애연이…,"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애연은 그만 놀란 눈으로 이모의 손을 뿌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다보았다.

 

 

 "개자식이라니. 김애연이가 너무 빨리 온 거지. 기다려봐. 약속 지킬 테니. 김애연이, 이제는 내가 신 같은가?"

 

 

 말이 끝나자 그녀의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눈을 감은 이모가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모는 서서히 눈을 떴다.

 

 

 ‘누굴까? 이모일까?’

 

 

 신일지 악마일지 모를 작자인지? 정말 이뿐이 이모인지의 고민에 망설이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이쁜이 이모가 다정하게 불렀다.

 

 

 "내 이쁜 딸 애연아."

 

 

 오랜만에 듣는 이모의 부름에 그녀는 그만 왈칵 이모를 껴안으며 세상 가장 서럽고 기쁘게 울었다.

 

 

 그리고 신일지 모를 그 망할 창조주에게 감사까지 하였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전면 스크린을 힐끗 보니 어느덧 도착한 병원에서 애연은 "개자식."이라며 여전히 잠자고 있는 이모의 손을 잡고서는 의자에 털썩 앉아 흐르는 눈물을 억울하게 훔치고 있었다.

 

 시간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는 우선 그녀를 달래야 했다.

 

 그녀의 불행이 다시 코딩되지 않도록 잠시 이쁜이 이모의 몸을 빌렸다.

 

 

 "어이. 김애연이."

 

 

 애연은 놀란 눈으로 이모의 손을 뿌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자식이라니. 김애연이가 너무 빨리 온 거지. 기다려봐. 약속 지킬 테니. 김애연이, 이제는 내가 신 같은가? 이렇게 지켜보니 당신은 참 인간스럽군."

 

 

 애연은 떨리는 손으로 이모의 미소를 보고 있었다.

 

 그는 이쁜이 이모의 코드 수정 후 이마를 잡으며 의자에 기댔다.

 

 전면 스크린에서 이모가 서서히 눈을 떴다.

 

 누구인지 모를 망설임에 쉬 다가가지 못한 애연이를 향해 천천히 고개 돌린 이쁜이 이모는 "내 이쁜 딸 애연아."라 말했고, 애연은 왈칵 이모를 껴안으며 세상 가장 서럽게 울었다.

 

 

 ‘됐어. 그녀의 불행이 이제 없어졌어. 돌아갔을 거야. 그렇지? 그렇겠지?’

 

 

 피곤한 눈을 잠시 손으로 가리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고작 8시간 남짓.

 

 

 생각보다 많이 흘러간 것에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크린에는 눈물 가득 웃음 짓고 있는 애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혼녀가 깨어났기를 바라며 병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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