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96화. EP가 바라던 시간
작성일 : 19-10-31 09:56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2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동욱 박사는 그녀가 쏟아낸 여러 말 중 현재 연인의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이 상황이 바로 신이 내린 징벌이란 말에 방점을 찍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게 말이 됩니까?"

 

 

 두려운 마음에 애써 부정해보지만, 떨리는 손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은 자신이 행한 잘못을 두려워하고 인정하며 해결하기보다 다른 이가 알게되어 비난받고 벌 받음을 두려워 한다.

 

 지금 그의 행동이 그러했다.

 

 

 ‘분명히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상황은 그녀의 말이 맞다고 말한다. 잔혹한 실험에 대한 신의 벌인가?’

 

 

 믿고 싶지 않지만, 그녀의 화난 눈빛에 그도 모르게 믿게 된다.

 

 그녀는 더욱 분노한 눈으로 그에게 소리쳤다.

 

 

 "팔, 다리에 서서히 감각이 없어지는 게 심장, 끝에는 머리까지 올라올 거야. 느껴져. 점점 빠르게 못 움직이고 있는 게. 멍청한 창조주 씨. 나와 당신의 약혼녀를 죽게 내버려 둘 거야?"

 

 

 "전 방법을 몰라요."

 

 

 그녀는 그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면서 움직이지 않는 팔, 다리가 불편한지 연신 엉덩이를 들썩 거리더니 이윽고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적어도 인간이잖아! 내가 가상 현실 속 캐릭터인 게 확실해? 지금 당신을 보면 상황에 끌려다니는 것이 도리어 나보다 더 캐릭터 같아. 모르겠어? 그녀의 불행이 끝나야 해. 불행을 없애버리란 말야. 그러면 당신의 약혼녀도 돌아올지 모르잖아? 잘못을 인정하고 당신들이 벌인 일을 당장 해결하란 말이야!”

 

 

 시스템 오류. 그의 머릿속에 가득한 건 그 다섯 글자였다.

 

 

 "프로그램은 움직이지 않아요. 멈췄어요. 말도 안 되게 꺼지지도 지워지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뭘,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이 만든 거잖아?"

 

 

 "당신이 제 약혼녀 몸속에 들어온 다음부터 저희는 당신들의 세상 EP에 대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현재 EP는 입력도 안 되고 꺼지지도 않고 하다못해 삭제도 안 돼요."

 

 

 "한낱 인간이 신을 어찌 감당하겠어!"

 

 

 그에 대해 경멸하는 눈길 가득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약혼녀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낯선 눈길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분명 지금 그녀가 담고있는 영혼은 생각이 그보다 깊을 수 없는 어린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벌을 내리는 심판자의 모습으로 그를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단 4시간 전만 하더라도 울고 있던 연약한 여자였고 그 이전엔 단순하게 생각한 일개 가상 현실 속 AI 캐릭터였다.

 

 그는 그녀의 위에 군림했던 난감한 창조자이며 그녀 따위는 삭제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던 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분노 어린 눈빛 속에 감싸진 상황은 모든 것을 비웃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서 힘없이 일어났다.

 

 그를 외면해 고개 돌린 그녀에게 뒷걸음질 치며 문으로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해 불가능한 상황은 더욱더 그의 정신을 압박하면서 가소롭다는 기운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신이라니. 누가 신이라는 거야? 무슨, 단순 오류라고 그저 오류일 뿐이라고.’

 

 

 병실에서 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불 꺼진 연구실은 어두웠지만, 지금은 차라리 그 어둠이 무섭진 않았다.

 

 연구실 문틈 사이로 켜져 있는 시스템 오류라는 불빛이 소름 돋게 무서워 온갖 불이란 불을 미친 사람처럼 찾아 켜놓기 시작했다.

 

 환해진 연구실 내의 서버와 연결 된 그의 화면은 이전과 똑같이 시스템 오류라는 인간이 창조한 문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글씨들이 꿈틀거리며 징그럽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김애연에게 주었던 그 불행들이 어느덧 그에게 달라붙어 그동안의 느꼈던 행복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는 메인 서버와 연결하여 EP의 코드를 열었다.

 

 안경을 벗고 눈을 비볐다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면서 화면 안에 꽉 채운 정보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몇 번을 봐도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코드들은 더욱더 유기체들의 유전정보를 가진 양, 치밀하고 단단하며 견고하게 벽을 치고 있었다.

 

 

 스스로 진화하는 프로그램.

 

 

 말도 안 되게 스스로 발전하며 진화해 그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행보를 걷고 있었다.

 

 

 미지는 두려움이었다.

 

 

 끔찍하고 놀라웠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만든 것인가?‘

 

 

 시스템 오류로 시야를 가리고 저 멀리 케이블 선 너머에 그가 알 수 없는 세계는 이 순간도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그저 좌절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못 함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충동에 키보드를 들어 책상 위로 내리쳤다.

 

 큰 소리가 울리고 파편이 튀었다.

 

 그중 하나가 날카롭게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따끔한 느낌이 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키보드를 책상 위에 내리쳤고 마우스를 벽으로 집어 던졌다.

 

 이리저리 튀던 작은 파편들은 부메랑처럼 곧 다시 그에게 날라와 찌르고 있었다.

 

 피가 흐르든 파편이 박히든 시스템 오류 문자 가득한 화면은 변할 리 않았다.

 

 빈 공간에 대고 답답한 마음 한가득 담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신이라고요? 제게 원하는 바가 무엇이신가요? 뭘 어찌할까요? 원하는 데로 해주겠어요. 제발."

 

 

 빈 공간은 다시 그에게 답답함이라는 화살을 심장에 쏘고 있었다.

 

 다친 심장은 따지지 말라며 피를 철철 흘린 채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 깊은 아픔에 억울하고 슬펐다.

 

 흐르는 눈물이 그걸 증명하듯 의자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 무릎 꿇었다.

 

 

 "흑흑. 죽는다고요. 저의 해인이가요. 차라리 절 죽이시지요. 차라리 저를."

 

 

 눈물 가득한 시선으로 시스템 오류가 떠 있는 화면을 보면서 빌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제가 잘못 했어요. 그러니까 다 중단할 테니. 제발 그녀만은, 그녀만은 이제 그만 돌려주세요."

 

 

 무릎을 꿇고 눈물로 빌기 시작한 순간.

 

 

 연구실의 서버와 컴퓨터들이 일제히 재부팅하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연구실에 삑삑대며 울리는 부팅 음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일더니, 연구실 전면 스크린에 EP가 정상 작동되며 시스템 오류 메시지를 걷어내고 문처럼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두 손 모아 빌던 떨리는 손을 불끈 쥐고 후들거리는 무릎에 겨우 힘주어 일어나 조심스레 자신의 전면 스크린에 켜진 EP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EP 속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그건 불가능한데…,'

 

 

 EP는 살아있었다.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된 김애연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고 있는 스크린을 보면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EP는 내가 창조한 세계가 아닌, 신의 영역을 함부로 끼어든 인간에 의해 약간 훼손을 입은 또 다른 평행한 세계였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

 

 

 안재현 연구원은 EP에 걸린 보안 코드의 복호화를 진행하면서 김해인 연구원의 노트북을 수시로 확인했다.

 

 

 ‘벌써 4년. EP의 시간은 목적을 지니고 움직이고 있다. 나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이제 복호화는 거의 마무리되고 곧 코어 AI 해인을 삭제하거나 EP를 포멧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개발 서버와 연결된 그의 노트북은 복호화 작업이 98% 진행되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EP가 살아 움직이고 그 속의 AI들도 진화하며 생을 영위하고 있음을 안재현 연구원도 인정하게 되었지만, 김해인 연구원을 살리기 위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멈출 수가 없었다.

 

 

 “99%, 100%.”

 

 

 복호화가 마무리되었다.

 

 김해인 연구원의 의식을 몰아내고 그 몸을 잠식한 코어 AI 김해인을 삭제할지 EP를 포멧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해 망설이던 안재현 연구원은 EP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시선을 김해인 연구원의 노트북으로 돌렸다.

 

 

 “시간이 다시 정상 속도로 돌아왔어. 이것이 네가 보여주길 원한 시점인 것이냐? 이 시기에 뭔 일이 있는데?”

 

 

 삭제를 위해 EP 속 코어 AI 김해인의 병실로 이동 시켜 놓았던 화면이 스스로 변환해 애연의 기숙사로 옮겨졌다.

 

 

 “내가 이곳에서 뭔가 하길 원하는 것이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기숙사는 시간이 가속되기 4년 전 그날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그날의 준희가 휘발유가 든 통을 들고 불빛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웃고 있었다.

 

 준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시점에 맞춰 애연을 잊지 않고 4년 전에 못한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 밤이 좀 더 깊어지길 기다리며 서 있었다.

 

 

 “내가 벌인 일을 내가 해결하길 원하는 것이냐?”

 

 

 그 어떤 일도 이유 없이 결코 종료되지 않음을 느끼며 마음을 굳혔다.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끝나는 일은 없지. 코어 AI 해인이의 삭제도 EP의 포멧도 아닌, 너였구나. 그런데 시간이…,”

 

 

 휴대폰 액정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코어 AI 김해인의 삭제와 EP 포멧에 맞춰 보안코드의 복호화를 진행했기에 준희의 보안코드를 풀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빠르게 자판을 두드렸다.

 

 

 “어쨌든, 내가 신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3 마지막화. 지켜보는 믿음으로 2019 / 10 / 31 238 0 5476   
102 102화. 의미가 부여된 세상 2019 / 10 / 31 255 0 5817   
101 101화. 벚꽃 속 찾아온 행복 2019 / 10 / 31 222 0 8983   
100 100화. 다른 세계를 위한 어린 양 2019 / 10 / 31 233 0 7079   
99 99화. 천사들이 거둬간 불행 2019 / 10 / 31 229 0 7270   
98 98화. 불행을 받아들이는 용기 2019 / 10 / 31 239 0 5761   
97 97화. 지키기 위한 의지 2019 / 10 / 31 232 0 5156   
96 96화. EP가 바라던 시간 2019 / 10 / 31 263 0 4262   
95 95화. 신이 해야하는 일 2019 / 10 / 31 229 0 7200   
94 94화. 잠겨진 세상 2019 / 10 / 31 233 0 4786   
93 93화. 모순속 진실 2019 / 10 / 31 224 0 4979   
92 92화. 선한 이 2019 / 10 / 31 220 0 4858   
91 91화. 치킨에는 맥주가 제 맛 2019 / 10 / 31 233 0 4612   
90 90화. 버그와 진화 사이 2019 / 10 / 31 223 0 4256   
89 89화. 벚꽃 살인 사건 2019 / 10 / 31 227 0 5356   
88 88화. 모든 것의 연결고리 2019 / 10 / 31 220 0 5256   
87 87화. 작은 전쟁 2019 / 10 / 31 231 0 5283   
86 86화. 잘못된 판단 2019 / 10 / 31 236 0 7757   
85 85화. 매체에 보이지 않은 살인마의 흔적 2019 / 10 / 31 259 0 6088   
84 84화.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천천히 2019 / 10 / 31 227 0 4777   
83 83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2019 / 10 / 31 239 0 6064   
82 82화. 본능을 일깨운 야수의 굶주림 2019 / 10 / 31 221 0 5555   
81 81화. 중요한 것 2019 / 10 / 31 216 0 6952   
80 80화. 움직이기 시작한 어둠 2019 / 10 / 31 242 0 6674   
79 79화. 혼돈 2019 / 10 / 31 230 0 5480   
78 78화. 마음이 가난한 자여. 그대는 행복하다 2019 / 10 / 31 233 0 6145   
77 77화. 내 옆에 있는 자가 신이 되는 순간 2019 / 10 / 31 241 0 6766   
76 76화. 신이시여. 절 버리시나이까? 2019 / 10 / 31 228 0 7885   
75 75화. 높은 신의 뜻 2019 / 10 / 31 261 0 7335   
74 74화. EP의 창조주 2019 / 10 / 31 218 0 5236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