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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94화. 잠겨진 세상
작성일 : 19-10-31 09:55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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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진정제 효과가 나타나는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던 그녀의 두려움에 가득 찬 울부짖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실체를 보여준 것이 도리어 독이 되어버린 것 같아 김동욱 박사는 ‘그녀에게 보여주지 말았어야 하나?’라는 괜한 생각에 후회가 몰려왔다.

 

 남은 시간은 벌써 21시간 남짓, 아무 대안이 없는 와중에 결정을 망설임으로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

 

 

 해인이를 살릴 수 있는 극단적인 결정.

 

 

 그것의 실행은 그가 받아왔던 수십억대의 지원이 수십억대의 빚으로 몰려올 것이고 그동안 연구했던 내용들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며, 그는 사람의 감정을 입은 인공지능의 아버지에서 허풍선이의 유명세만 원하는 언론 플레이 박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공개 요구에 맞추어 논문을 준비했던 것도 전부 멈춰야 하는 이 결정이 그저 혼란스러웠지만, 자신의 약혼녀, 사랑하는 해인이가 죽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만 살아난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김해인 연구원이 안재현 연구원을 구할 때 진행한 방법을 모르는 그로선 EP를 삭제해 그녀와 연결된 뇌파 교감을 끊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래. 그거면 돼.’

 

 

 그는 벤치에 앉아 주머니 속 휴대폰을 천천히 꺼내 연구실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교수님."

 

 

 결정의 망설임 끝에 "부디, 모두 다 지워 주세요."라고 어렵게 이야기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도 그의 결정에 혼란이 온 것인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기, 다른 대안이 없으십니까?"

 

 

 그들도 밤새고 연구하며 자신들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버릴 것이라고는 그도 연구원들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기에,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함을 이해하고 동의했다.

 

 

 "죄송합니다. 안타깝게도 제겐 없어요. 우선은 지우고 나중에 다시 시작해요. 김해인 연구원만 깨어나면 우린 다시 할 수 있어요."

 

 

 "그럼, 지원금과 기업체의 프로그램 공개 요구는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신가요?"

 

 

 연구원의 질문은 합리적인 우려였다.

 

 그도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더니 마침내 결정한 듯 단호히 말하였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번엔 그저 제 의견을 따라 주세요. 힘드시겠지만, 지금 당신들의 손으로 지워줬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설득할 시간이 부족해 마음이 급한 그로선 애원하고 매달려서라도 지금 당장 EP를 삭제하고 연인을 구하고 싶었다.

 

 

 "네.”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이 나왔다.

 

 신뢰, 그동안 김동욱 박사가 보여준 배려에 대한 믿음이 보답으로 돌아 온 것이다.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끝내 전하지 못했다.

 

 끊어진 휴대폰을 내리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아쉽고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나쁜 짓 안 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자는 수많은 요구에도 올바르게 연구하면서 산 것이 무슨 잘못인지.

 

 한참 동안 신을 원망하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연인의 몸을 점거한 그녀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을 자는지 그녀의 얼굴은 아까의 혼란스러움이 보이지 않아 더욱더 그리운 얼굴에 마음이 아렸다.

 

 요즘 EP 때문에 햇빛을 보지 못해 탁하고 창백해진 얼굴과 밤샘 연구로 생긴 다크 서클, 립스틱도 바르지 않아 메마른 입술이 안쓰러워 그저 바라만 보다가 가끔 긴 머리를 묶을 때면 스치듯 보이던 가냘픈 긴 목의 설렘이 그리워 몹시도 괴로웠다.

 

 그러다 심장의 극심한 고통어린 움직임을 느끼며 살며시 움직이지 않는 가녀린 손을, 그녀가 담고 있는 영혼이 놀래지 않게 조심스레 잡았다.

 

 손을 잡으니 눈물이 맺히면서 자신의 약혼자가 미치도록 그리워 중얼거렸다.

 

 

 "해인아. 보고 싶다. 네가 없으니 정말 나에게 아무 대안이 없어. 너의 그 프로그램을 쓰고 싶어도 네가 잘못될까 봐 건드리지도 못하겠어. 아, 모두 다 지우기로 했다. 근데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이 허해. 네가 있으면 선배 괜찮아. 다시 한번 해보자 할 텐데. 난 네가 정말 절실히 필요해. 해인아."

 

 

 때마침 우울한 마음에 짐을 더하듯 연구실에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아마도 프로그램 삭제가 완료됐다는 전화이리라.

 

 

 무심한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교수님! 큰일 났습니다."

 

 

 ‘여기서 내게 큰일이 또 뭐가 있단 말인지..’

 

 

 의아함을 품으며 "왜?"라 물었다.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이."

 

 

 "돌아요?"

 

 

 심드렁히 묻는 그에게 들려오는 단호히 급했다.

 

 

 "아니요. 그게, 삭제가 되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자신의 약혼자 김해인을 살리기 위해 지시한 EP 삭제는 그가 생각한 최후의 수단이었고 최선의 방법이었다.

 

 또한 이것을 실행하지 않고서는 약혼녀 김해인을 구할 다른 대안도 떠오르지 않았다.

 

 

 "프로그램 전체 삭제 버튼만 50번째 클릭 중입니다. 삭제가 불가한 프로그램입니다란 안내 문구만…,"

 

 

 "아니 누가 언딜리트를 걸어났어요?"

 

 

 "교수님이 해놓으신 게? 소스 수정도 안 됩니다. 안티 디버깅이 되어있어 컴파일이 안 먹습니다. 어찌 된 건지 셧다운을 해도 모니터에 EP의 멈춰진 장면이 여전히 스크린에 보입니다. 전원을 내려도 마찬가지입니다. EP를 삭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원을 내려도 EP의 멈춰진 장면이 보인다는 말에 헛웃음이 날 뻔했으나 EP를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은 그의 등골을 서늘케 하였다.

 

 

 "아니야. 아니라고 빨리 풀어요. 아니다. 제가 갈게요. 제가 갑니다. 그리고 EP의 전원은 강제로 내리지 마세요. 뇌파 교감을 끊을 수 없게 돼요.”

 

 

 그는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자켓을 들고 급히 뛰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의 몸속에 EP에서 온 김해인이 있는 한 이대로 전원이 꺼지면 돌려 보낼 방법이 없어질 수 있다.

 

 

 ‘안 돼, 안 돼, 안 돼. 그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한, 내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한다고.’

 

 

 어떻게 운전했는지, 기억도 없이 정신없는 혼돈 속에서 연구실로 향했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그를 보자, EP와 씨름하느라 기진맥진해진 연구원들은 그만 맥이 풀려 자신들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죠?"

 

 

 마음이 급한 그의 질문은 짧았고 돌아온 답변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벽이 쳐진 것처럼 다! 싹 다! 우리가 풀 수 없는 암호로 뒤덮여 있습니다."

 

 

 "뭐? 해킹당한 거예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EP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개발 서버의 코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 연구원들을 둘러보았다.

 

 

 "아, 이건 이건 불가능하잖아? 이걸 설정해 놓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무슨 삭제금지 암호를 AI 캐릭터 하나 하나에 다 걸어놓고 하다못해 건물, 벽, 날아가는 비둘기, 조그마한 벌레, 먼지까지 다 걸려있다니. 아, 지금은 누가 그랬어가 의미가 없네."

 

 

 망연자실, 지금 연구실에 있는 메인 프로그래머 5명이 1년 동안 밤을 세워도 풀지 못할 보안 코드들로 가득한 EP의 개발 서버 소스 코드는 창조주가 되었음에도 작아진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시간에 쫓기는 그에겐 이 상황이 두렵고 절망스러웠다.

 

 

 ***

 

 

 “ 이걸 돌려야 하나?”

 

 

 연구실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와 김해인 연구원의 사무실에 도착한 안재현 연구원은 바로 보안 포트로 자신의 노트북을 개발 서버에 연결했다.

 

 메인 서버 프로그램 삭제와 수정은 이곳에서 서버 프로구램을 작업한 후 메인 서버로 업데이트 하여 변경 사항을 적용시키거나, 삭제 명령을 내려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개발 서버 접속은 연구실에서만 가능했으나, 안재현 연구원의 노트북만은 비상 사태를 위해 보안 포트가 열려있었다.

 

 개발 서버에 접속한 안재현 연구원은 복호화 프로그램을 구동 시킬지 망설이다 실행 버튼을 눌렀다.

 

 

 “모든 암호를 풀 순 없지만, EP를 포멧시킬 수준까진 한 시간 이내에 가능해. EP 속 잠들어 있는 코어 AI 해인을 삭제할 수도 있고. 일단 복호화를 진행하자."

 

 

 자신의 몸에 코어 AI 안재현이 들어왔던 날 이후, 연구에서 배제된 안재현 연구원은 정체모를 우울증과 극심한 트라우마 끝에 연구팀이 자신을 버렸다는 배심감에 사로잡혔었다.

 

 

 ‘EP를 삭제할 거야. 나만 괴로울 수 없어. 감히 나를 버려? 버러지 같은 것들.’

 

 

 홀로 남겨진 어두운 방에서 자신을 버린 동료들과 EP를 응징하기 위해, EP 삭제를 시도하기 위해 개발 서버에 접속했었고 그날 그가 본 것은 말도 안 되는 보안 코드였다.

 

 당시의 그는 자신을 버린, 연구팀이 완벽히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접근을 차단하도록 보안코드를 걸어 놨다 생각해 복호화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역설적으로 분노의 휩싸여 EP를 삭제하기 위한 이 작업에 몰두하며 차츰 마음이 진정되어 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김동욱 박사가 연구팀에 불러 책임자의 지위까지 건네며 신뢰를 주자, 모든 것이 자신의 감정이 앞서 나가 비롯된 망상이었음을 깨닫고 포기했던 일이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고 냉정한 상태였지만, 오랜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인 김해인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 결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일을 실행하였다.

 

 

 “아마도, 멋대로 EP를 날리면 감옥에 가겠지. 뭐, 그렇더라도 은혜는 갚아야지. 해인아, 네가 날 어떻게 살렸는지 진작아 좀 가르쳐주지 그랬냐.”

 

 

 마음은 차분했으나 신경은 그렇지 못했다.

 

 

 안재현 연구원은 손과 무릎이 진정되지 않아 떨리자, 애써 전신의 근육에 힘주어 간신히 진정시키고는 EP와 백도어로 연결돼 그곳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김해인 연구원의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원하는 시간대가 있는 것일까? EP는 점점 목표 시간을 향해 빨라지고 있었다.

 

 

 “이 시간의 가속, EP 네가 스스로 하고 있는 거냐?”

 

 

 김동욱 박사의 연구팀도 EP를 통제하지 못하는 현재로선 그 누구도 EP의 시간을 가속시킬 이가 특정되지 않았다.

 

 

 “EP 네가 스스로 성장해 통제하는 것이니?”

 

 

 안재현 연구원의 물음에도 EP는 여전히 시간을 가속할 뿐,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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