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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90화. 버그와 진화 사이
작성일 : 19-10-31 09:53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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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연이가 누군지 묻는 윤 경위에게 강 비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의 과거를 설명했다.

 

 다섯 살에 고아가 되어, 이쁜이 이모 집에 입양 되었으나 중학생 오빠 준희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했고, 고아란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해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천사의 마음을 지닌 지희와 친구가 되었으나, 수학 여행 버스 사고로 지희는 죽고 애연이는 한쪽 눈을 잃게 되었으며, 지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애연에게 가장 소중한 이쁜이 이모의 사고 등을 담담히 이야기한 강 비서는 현재 자신은 준희에게 애연을 지키고 있다 말하곤 망설이다가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벚꽃 살인마를 준희로 단정하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꽤 유사하거든요. 공개 수사로 벚꽃 축제에서 살인이 예방 되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공개 수배로 준희가 만약 벚꽃 축제에서 살인을 할 수 없게 되면 최종 목적인 애연에게 바로 올 수 있습니다. 부디, 애연을 지켜 주십시오. 애연이는 현재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데 제가 살펴본 결과 건물이 크고 넓어 습격 루트가 너무도 다양합니다. 저 혼자선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차분한 태도로 상황을 설명하는 강 비서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윤 경위는 할 말을 잃고 한참 동안 강 비서를 바라만 보았다.

 

 

 ‘이 상태면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

 

 

 윤 경위는 천천히 안재현과 민성희, 강 비서에게 시선을 맞추며 생각에 잠겼다.

 

 

 ‘준희는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거나 이미 올라왔을지도, 강 비서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준희는 자신이 공격했던 사람이 죽이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내일 공개 수배 브리핑이 방송을 타면, 한 달 전에 사라졌듯이 벚꽃 축제를 포기하고 잠수를 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얼굴이 공개된 이상 잠수 타기 전 아직 살아있는 이들의 목숨을 노릴 것이 당연할 터. 나와 강 비서 둘만으론 애연이란 학생은 고사하고 지금 눈앞에 앉아있는 저 두 남녀조차 지키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강 비서마저 노릴 수 있다.’

 

 

 답을 낼 수 없는 고민에 잠긴 윤 경위를 안재현의 따스한 목소리가 불러내었다.

 

 

 “설명을 듣고보니, 이제 저와 민성희 씨는 안전할 것 같군요. 하지만, 애연 양은 걱정입니다. 어린 학생이, 그것도 한창 이쁠 나이의 여학생이 눈을 잃다니, 윤 경위님. 애연 양을 지켜주세요. 더 이상 불행이 없도록 저도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고심도 몰라주고 안재현마저 애연을 부탁하자, 꺼내기 힘들었던 생각을 윤 경위가 털어 놓았다.

 

 

 “아니, 두 분도 놈의 타겟이 될 수 있어요.”

 

 

 안재현은 자신과 민성희의 안위를 걱정한 윤 경위의 고심이 고마워 환한 얼굴로 윤 경위를 안심시켰다.

 

 

 “그렇지 않습니다. 놈이 우릴 노린 것은 얼굴을 저희만 알기 때문이었는데 내일 공개 수배가 진행되면 전국민이 놈의 얼굴을 알게되니, 굳이 우릴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놈은 세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몸을 숨기려 할 것이고 그 전에 서울에서 애연양을 해치지 않을까요? 저는 잠시 서울을 떠나 있겠습니다. 강릉에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네요.”

 

 

 안재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민성희가 끼어들었다.

 

 

 “강릉요? 저도 함께 가요. 안 선생님은 제 차로 모실게요. 윤 경위님 애연 양을 꼭 지켜 주세요. 저도 강릉 가 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네요.”

 

 

 윤 경위와 강 비서는 생각이 깊은 안재현에게 진심으로 탄복하며 한편으론 안재현과 민성희 이 두 남녀가 꽤 잘 어울린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녀석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CCTV에 촬영되지 않는 이 능력은 영상을 기술적 조작했거나 기기 오류일까요?”

 

 

 윤 경위는 모니터 속 준희를 가리키며 현명한 안재현에게 답을 구해 보았다.

 

 

 “일단 인정해야겠지요.”

 

 

 윤 경위의 물음에 빙긋 웃으며 안재현이 싱겁게 답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진화던지, 돌연변이던지, 혹은 악마던지 아니면 신이던지. 우리는 놈의 능력을 일단 인정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놈이 분명 능력을 지녔음에도 비현실적이라 부정한다면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요. 예를 들어 범행 현장이 담긴 CCTV에 살해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은 있는데 놈이 그 영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라 말할 수 없겠지요. 인정하지 않으면 놈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해도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있을 터이니, 과학은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을 가장 그럴싸한 가설을 인정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 과정이 진보이며 진보가 쌓여 진화를 거듭해왔지요. 진화하지 않는 사회와 종, 그리고 진화를 인정하지 않는 인간은 도태되기 마련이죠.”

 

 

 여기까지 말한 안재현이 싱긋 웃으며 다시 설명을 마무리했다.

 

 

 “인정하면 편합니다. 쉽죠?"

 

 

 ***

 

 

 김해인 연구원이 자신의 노트북에 마련한 백도어로 EP에 접속한 안재현 연구원은 막상 이 광대한 세상을 어디부터 체크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살을 시도한 코어 AI 해인, 아들 준희의 정체를 파악하고 실신한 이쁜이 이모, 불행에 대한 주 실험체인 도플갱어 AI 애연 등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젠장, 막상 백도어로 들어와도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처리를 하지. EP는 말썽없이 잘만 돌아가고 있잖아. 내가 사고 났을 때 해인이는 어떻게 한 걸까?”

 

 

 김해인 연구원이 무엇을 했는지 알기 위해 안재현 연구원에게 답을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있다! 단 한 사람. 아니, 1과 0으로 코딩된 AI 개체 하나가 있다. 오늘 EP가 장애를 발생했듯 내가 사고를 당했던 그날 해인이와 함께한 존재가 있었다. 코어 AI 안재현. 거기부터 살펴보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판단해 보자.’

 

 

 코어 AI 안재현에게 김해인 연구원이 했던 일을 묻지 못하더라도 단서는 찾을 것만 같아 안재현 연구원은 서둘러 화면을 이동했다.

 

 시스템 장애 메시지만 뿜어내며 멈춰 선 현실 세상의 인간들이 보는 화면과 달리, 김해인 연구원이 마련한 백도어를 통해 살펴보는 EP 속 인간들은 조금도 변함 없이 여전히 활발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치 창조주의 관여를 끊기 위해 시선만 차단한 것 같이.

 

 

 코어 AI 김해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던 코어 AI 안재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찼고 심지어 안재현 연구원이 애연에게 불행을 안겨주기 위해 능력을 부여하고 풀어 놓은 준희로부터 여인을 구하고 3D 렌터링으로 몽타주를 동영상 제작까지 했다.

 

 경찰서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AI들을 지켜보는 안재현 연구원의 마음이 심란했다.

 

 

 “나는 버그라 말했는데 또 다른 안재현은 진화를 인정하라 말하는군. 나의 감정 데이터로 만들어진 AI가 나와 사고방식이 이토록 다를 수 있구나. 인정하면 편하다. 쉽구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들여다 본 안재현 연구원은 아직 한 시간도 흐르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EP의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 EP가 원하는 시간대가 있는 건가? 마치 목표 시간에 도달하기 위해 빨라지는 것 같은데.”

 

 

 안재현 연구원의 중얼거림 속에서도 EP는 여전히 시간을 가속하고 있었다.

 

 

 ***

 

 

 군산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준희가 기지개를 켜고 인파에 묻혀 플랫폼에 내려섰다.

 

 

 “한 달 좀 지났군. 확실히 서울 이외 지역은 시골이야. 사람도 도로도 건물도 모두 촌스러워. 그나저나, 집엔 못 갈 것이고. 동선을 어떻게 정할까?”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 생각하며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 후, 지하에 연결된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를 정하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낮에는 인파에 숨어 어디에나 있을 사람처럼 지내다가 벚꽃 축제가 열리면 꽃눈이 날리는 밤길을 걸으며 축제를 살인으로 즐길 생각이었다.

 

 터미날 안을 걷는 준희의 곁을 지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바쁜 갈 길을 위해 서두르다 몸을 부딪히기 일쑤였던 평소와 달리 멀찍이 멈춰 서 길을 열어주었다.

 

 주위 분위기에 예민한 준희는 심상치 않은 공기의 흐름에 자신도 걸음을 멈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숨소리도 죽인 조용한 터미널에 중량 경찰 서장의 브리핑 소리만 흘렀다.

 

 

 “권준희, 29세. 키 185에 하얀 피부 준수한 외모. 전국 벚꽃 축제 연쇄 살인 용의자이며, 예혼마을 살인 사건 피의자입니다. 목격 즉시 가까운 지구대나 경찰서에 신고해주시기 바라며 신체의 물리적 접촉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경찰은 총력을 기울여 범인을 체포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결코 CCTV에 기록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3D 영상으로 터미널 스크린에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 주위의 사람들은 화면의 준희와 자신들 눈앞의 준희를 번갈아 보더니 서서히 두려워하는 시선을 보내며 그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는 듯 준희의 주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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