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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76화. 신이시여. 절 버리시나이까?
작성일 : 19-10-31 09:4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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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연의 불행은 그녀를 고아가 되게 만들었고, 입양된 이쁜이 이모의 집에서 그녀의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게 했으며, 정도가 심한 학원 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어른들의 방관을 경험하게 했고, 왼쪽 눈을 사고로 잃게 했다.

 

 그리고 또다시 가슴 아프게 파양시키고는 가장 친한 영혼의 동반자 마저 가져가 버렸다.

 ​​

 불행의 장난이 여기서 끝이 아님을 아는 엘리고와 엘리아는 마음 아파 지켜보고 있었다.

 ​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기로 결심한 애연이는 이제 누군가와의 인연은 이쁜이 이모와 수녀님이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지희 이후에 먼저 다가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도 나누지도 않는 그녀의 행동은 그저 AI 그 자체였다.

 

 바라보는 엘리아와 엘리고의 시간과 달리 애연이의 시간은 빠르고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

 그저 1과 0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감정 잃은 인간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애연이의 모습에 묘한 생기가 살며시 돌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결정 때문인지 몰라도 서서히 방에 처박혀 있던 삶에서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가 있는 곳으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은 그저 슬프게 바라보던 엘리고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

 합격자 발표 컴퓨터 화면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애연은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를 끌어안고 너무 기뻐 펑펑 울었다.

 

 항상 그녀에게 죄인이셨던 이쁜이 이모는 이제야 진 빚을 갚을 수 있겠다며 한사코 빚이 어디 있냐고 안 된다고 학자금 대출을 받겠다는 그녀에게 "애연아, 넌 나에게 언제나 딸이란다. 항상 그래왔으니 날 위해서 받아주렴."라고 말씀하셨다.

 

 이모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고마워 더는 어두컴컴한 방에 있을 수 없었던 애연은 고아원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빨래도 정리하고 이쁜이 이모를 쫓아다녔던 그 어린 시절 애연이의 모습을 흉내라도 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

 이쁜이 이모 역시 그런 애연이의 행동에 크게 기뻐하며 "애연이가 원하는 건 이모가 다 해줄 거야."라고 하시면서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어색한 표정이지만, 오랜만에 크게 들리는 애연이의 심장소리는 모두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

 

 ***

 ​

 

 힘겨웠던 그녀의 생에 조금은 희망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날이 계속되고 이전에 비해 밝아지며 자신과 같은 환경에 처한 동생들을 스스로 돌보는 그 보람된 일상을 감사히 여기는 그녀를 보면서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 역시 모든 것에 감사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

 단기 8년 장기 14년을 선고 받은 준희가 치료 감호소에서 마지막 날이 다가와 이쁜이 이모는 다시 그 슬픔 가득한 곳으로 향했다.

 ​

 떨리는 심정으로 넒은 심리실 뒤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이쁜이 이모는 예정된 심리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자리한 탓에 애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어딘가에 있을 신께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

 심리 시간이 다가오자 교도관 둘에게 양팔을 붙잡힌 준희가 들어와 심리실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착석했다.

 ​

 준희는 심리실 뒷자리에 앉은 이쁜이 이모와 잠시 눈이 마주치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정겨운 눈웃음을 지었고, 그 모습에 이쁜이 이모는 온 마음으로 신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준희가 밝은 모습을 지닐 수 있음에 감사하나이다. 부디 오늘 결과가 원하던 바와 다를 지라도 상처 입지 않게 안아 주소서.”

 

 ​

 예정된 시간이 되자 심리실 앞문을 통해 의사 다섯 명이 들어와 준희의 앞에 마련된 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준희의 몸가짐을 살며시 살폈다.

 ​

 다섯 명의 의사 중 가운데에 자리한 의사가 심리 진행을 주도했다.

 ​

 

 “진준희 씨, 오랜만이세요. 오늘은 아마도 마지막 심리가 될 것 같네요. 진준희 씨는 소년수로 단기 8년, 장기 14년을 선고 받았고 오늘은 14년 되는 날이에요. 오늘 심리는 당신의 수용기간 연장과 관련 없으며 이 심리를 끝으로 심리 결과와 상관 없이 당신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 심리는 단지 당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함이 목적이오니, 편히 속 마음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

 

 여기까지 설명한 중앙의 앉은 의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준희를 살폈다.

 ​

 그와 함께 양 옆 네 명의 의사들 역시 필기구를 들어 준희의 반응을 기재할 준비를 시작했다.

 ​

 준희는 자신을 향항 시선에도 고개를 숙여 침묵을 유지했고, 그의 반응을 살피던 의사들의 손은 분주히 그의 태도를 기재하였다.

 ​

 

 “진준희 씨는 이곳을 나가 세상에 합류하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

 극히 평범한 질문에 준희의 눈이 빛나며 의사룰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리실 뒤에 자리한 이쁜이 이모는 사랑하는 아들의 퇴소를 실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이 심리는 진행을 맡은 의사의 설명대로 심리 결과와 상관없이 준희의 퇴소가 이루어질 것이었으나,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의도를 숨기고 있었다.

 ​

 이 다섯 명의 심리 담당 의사들은 준희의 답변 중 조금이라도 애연을 향한 보복 의지가 보일 시 준희에게 ‘보복’이란 추가 죄목을 구성해 1년을 더 이곳에 징벌적 의미로 붙잡아 두어 두번 다시 다른 의도를 품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결심한 상태였다.

 ​

 의사들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준희의 표정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

 올해 나이 스물아홉의 청년 준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답변했다.

 

 ​

 “검정고시를 봐야겠죠.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검정고시가 모든 일에 우선일 것 같습니다.”

 

 ​

 준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의사들의 표정엔 조금도 준희의 답변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없었고, 준희 역시 그것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고개 들어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

 

 ​

 “좋은 생각이세요. 14년은 꽤 긴 기간이었어요. 성폭행도 아닌 미수로 14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이곳에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이들과 보내셨는데 억울하거나 아쉬운 점 하나 말씀해 주시겠어요?”

 

 ​

 준희의 피해 심리를 자극해 그를 가둔 애연이나 사회 혹은 법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유도하여 사소한 보복 발언이라도 유발시키기 위한 질문이었다.

 ​

 

 “저는 사춘기인 열네 살에 수감 돼 스물아홉이 된 지금까지 이곳에서 생활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여섯 시, 기상 아홉 시 소등, 화장실 갈 때도 지시에 따라야 했고, 음식 또한 제공된 것만 먹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세상은 열네 살의 그곳이며 지금 밖으로 나가는 저를 세상이 반길지 알 수 없습니다. 자유는 무척 그립고 갈망했던 것이었으나, 막상 나가려니 모둔 것이 두렵습니다. 지금 제겐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며 자유는 두 번째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곳을 떠나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제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크기에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14년이란 시간에 대한 억울함은 이곳을 떠나 시간이 훌러야 생길 것 같습니다.”

 ​

 

 넓은 심리실에 준희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렀고, 오늘의 심리는 의사들이 원하던 바를 얻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

 집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도 변화된 세상과 자신을 향한 시선이 두려운지 고개를 숙인 준희는 엄마의 어떤 질문에도 침묵을 유지했다.

 ​

 

 ***

 

 ​

 준희의 마지막 심리를 자켜보던 선임 연구원이 전면 스크린을 가리키며 안재현에게 물었다.

 ​

 

 “이 심리는 도대체 누가 설정한 거였죠?”

 

 ​

 “아무도. 우리 중엔 아무도. 어쨌든 마지막 심리를 준비해 준희를 막으려던 놈들이나, 그 심리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준희. 둘 다 훌륭했다고 생각되네요.”

 ​

 

 선임 연구원의 질문에 안재현의 답변은 무척 단조로웠으나, 내면에 숨겨둔 준희에 대한 기대감은 은연 중에 드러났다.

 

 ​

 “준희가 애연에게 진행할 보복 시나리오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준비하신 것을 이젠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요?”

 ​

 

 코어 AI 해인이의 사건을 안재현이 방관한 이후, 선임 연구원은 안재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어투에도 충분히 담겨 쉽게 느낄 수 있었다.

 ​

 안재현은 그런 선임 연구원의 태도에도 무심해 보일 정도로 태연히 답했다.

 ​

 

 “이 역시 아무 것도요. 우리가 설계한 시나리오는 그들도 알 수 있기에 애연의 마지막 불행, 종말읕 준희에게 맡기도록 하죠. 우린 일단 준희를 살피며 준희가 애연에게 접근할 의지가 있는지 체크부터 하죠. 뭐 분명 애연을 향한 보복은 있을 터인데 그것이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만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거로 하면 되리라 생각해요.”

 

 ​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말에 안재현이 자신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선임 연구원의 표정에 불쾌한 빛이 가득했다.

 ​

 

 “흥, 그렇군요. 우릴 방해하려는 자들에게 계획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해 동료에게도 알리시지 않는군요. 알겠습니다.”

 

 ​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선임 연구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재현이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

 

 ***

 

 ​

 집에 돌아온 준희는 식사 시간 이외엔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

 이쁜이 이모는 이전 준희의 행동을 상기해 준희가 식사할 동안 이층 준희의 방을 청소하며 구석구석 방안을 살폈으나,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

 방안은 언제나 그녀가 청소하며 정리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 했으며 공기 또한 상쾌했고 활짝 제껴진 커튼으로 항상 밝고 따사로운 햇살이 방안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

 준희는 심리 때 했던 말대로 세상이 두려운지 검정고시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지 않았다.

 ​

 이쁜이 이모는 준희 혼자 집에 두기 걱정스러워 대학 진학으로 자주 볼 수 없게된 애연이가 고아원을 방문하는 주말이면 잠시 시간을 내어 고아원을 찾은 애연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

 그날도 집에 홀로 있을 준희가 걱정 돼, 아쉬움을 남긴 채 애연과 헤어진 이쁜이 이모는 차를 몰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양갈래 머리를 한 예닐곱 쯤 돼 보이는 소녀와 소녀의 동생으로 짐작되는 조그만 사내아이의 손을 언제 집밖으로 나왔는지 준희가 양손에 잡고 걷는 뒷모습이 보였다.

 ​

 순간 섬찟한 마음에 이쁜이 이모는 불안해 급히 차를 세우고 내려 떨리는 목소리로 준희를 불렀다.

 ​

 

 “준희야!”

 

 ​

 그녀의 부름에 걸음을 멈춘 준희가 양손을 잡은 두 아이와 함께 뒤돌아 엄마를 향해 미소지었다.

 ​

 서둘러 준희를 향해 다가간 이쁜이 이모는 집밖으로 나온 이유부터 준희에게 묻기 시작했다.

 ​

 

 “왠일로 외출을 했니? 이 아이들은 누구고?”

 

 ​

 그녀의 물음에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준희가 답했다.

 ​

 준희의 밝은 눈망울이 너무도 오랜만이라 이쁜이 이모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

 “아, 어머니. 얘들은 이 동네 사는 남매예요. 제가 방에 있는데 이 아이들이 기르던 강아지 흰둥이를 애타게 찾아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왔어요.”

 ​

 

 오랜만에 본 준희의 얼굴 가득한 환한 웃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쁜이 이모는 괜스레 심각하게 반응한 것이 미안해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

 

 “그래, 그랬구나. 곧 저녁 식사 시간인데. 아버지가 돌아오실 거야. 일단 타렴. 이 아이들 집에 데려다 주고 우리도 집으로 가자. 다들 차에 타렴.”

 ​

 

 이쁜이 이모의 권유에 준희와 아이들은 다정히 손을 잡고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

 집으로 향하던 방향에서 조금 돌아 소녀가 설명한 아파트를 향해 차를 몬 이쁜이 이모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아이들을 내려주고는 차 창너머 손 흔드는 아이들을 향해 미소짓는 준희를 룸미러로 들여다 보며 집을 향해 다시 차를 몰았다.

 

 ​

 “어머니, 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사는 동에 내려주지 않고 아파트 입구에 내려 주셨어요?”

 ​

 

 조용한 차 안을 준희의 목소리가 차분히 흘렀다.

 

 ​

 “응, 아버지 오실 시간이라 조금 서두르느라 그랬지. 우리 준희가 배려심이 깊구나.”

 ​

 

 룸미러로 아들의 표정을 살피며 이쁜이 이모가 부드럽게 답하자, 준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아, 그러셨군요. 다른 뜻은 없으셨네요.”

 

 ​

 준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 이쁜이 이모는 연신 룸미러를 들여다 보며 물었다.

 

 ​

 “다른 뜻이 있을 리 없지. 아무튼, 준희가 강아지를 찾느라 고생했겠구나.”

 

 ​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룸미러로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엄마를 보며 준희가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쟤들은 개 찾으러 다녔지만, 전 개 찾으러 다닌 거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저 개 싫어하는 거. 예전 우리집에서 키우던 개도 흰둥이였죠? 제가 아파트 옥상에서 던져버린 그 하얀 개.”

 

 ​

 너무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을 참혹히 죽인 것을 말하는 준희의 표정에서 전해지는 이질감으로 온 몸에 돋는 소름을 떨치며 이쁜이 이모가 애써 부드럽게 대답했다.

 ​

 

 “아,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데 준희는 개를 찾는 걸 돕지 않으면서 왜 집밖을 나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거야?”

 ​

 

 어느새 집앞에 도착한 차를 주차하며, 이쁜이 이모가 룸미러에 비친 준희에게 물었다.

 

 ​

 “전 수감된 그 시간 동안 뉴스를 참 많이 봤어요. 뉴스엔 온갖 범죄가 나왔는데요. 모두 우리나라에 뿌려지다시피한 CCTV와 자동차에 달린 블랙박스 동영상 때문에 잡히더라고요.”

 

 ​

 뜬금없는 뉴스 이야기를 하면서 룸미러를 통해 자신을 살피는 어머니를 향해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

 

 “그래? 우리나라엔 관찰하며 기록하는 장치가 많아 어떤 범죄든 쉽게 잡히지.“

 ​

 

 준희의 말에 동의하며 은연 중에 어떤 범죄도 쉽게 잡힘을 강조하는 엄마였다.

 ​

 

 “어머니, 전 개를 찾지 않고 주차된 차에 블랙박스가 없는 곳을 찾아 세 시간을 돌아다녔어요.”

 ​

 

 준희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였으나, 룸미러에 비친 눈빛은 조금 전과 달리 스산한 기운을 내고 있었다.

 ​

 목덜미에 서늘한 기운을 느낀 이쁜이 이모가 차 문을 열고 나오자 준희도 차 안을 나와 이쁜이 이모의 곁에 서며 물었다.

 ​

 

 “어머니는 제가 자식인데도 왜 항상 다른 아이들 편이세요? 애연이 때도 그렇고 조금 전 저 아이들 때도 그렇고.”

 

 ​

 애연과 조금 전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편을 들지 않음을 책망하는 아들의 시선에서 조금의 감정도 느끼지 못한 이쁜이 이모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표정 변화가 재밌는지 준희의 미소가 더욱 밝아져만 갔다.

 ​

 

 “블랙박스요. 제가 세 시간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데. 주차된 모든 차에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마치 신의 계시처럼 하나 같이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어요. 참으로 신기하죠? 어머니, 이제 애연이를 찾아가 보려고요. 그전에 제 방 밑에서 시끄럽게한 저 아이들 집을 찾아가 볼까해요. 103동 1501호. 어머니가 아파트 입구에 세워 아이들 편을 들으셨잖아요. 그거 부질없으셨어요. 103동 1501호. 어머니, 당신께서 저를 믿지 못해 저 아이들 편이 되어 지키려 하셨지만, 사실 소용 없으셨어요.”

 ​

 

 변하지 않은 아들의 성품과 가슴 서늘한 이야기에 이쁜이 이모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

 

 “놀라셨어요? 어머니, 제 편이 아닌 당신께 이런 제 속내를 말씀드린 것은 이제 당신께선 명이 다하셨기 때문이에요. 이해되세요?”

 ​

 

 한쪽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준희가 이쁜이 이모 앞에 서 양팔을 들어 그녀의 목을 향했다.

 ​

 자신의 목을 향한 아들의 시선을 느낌과 함께 뒷목에 갑작스런 경련을 일으킨 이쁜이 이모가 짧게 컥 소리 한번 내고는 주차된 차의 보닛을 짚으며 아스팔트 바닥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

 서서히 침몰하듯 무너져 쓰러진 자신의 어머니 앞에 서서 준희는 무심히 내려다보며 의식을 잃어가는 그녀에게 나지막이 말하기 시작했다.

 

 ​

 “놀라셨구나. 어머니 부디, 이전처럼 의식 좋게 깨어나지 마세요. 아셨지요?”

 ​

 

 ***

 

 ​

 이쁜이 이모를 향한 준희의 시선과 쭉 뻗은 양손에서 살기를 느낀 엘리아가 오아시를 양손으로 휘젓자, 어느새 이쁜이 이모는 허물어지듯 쓰러져 갔다.

 

 준희가 저신의 엄마를 해치기 전에 이쁜이 이모에게 뇌졸증을 일으켜 준희의 패륜을 멈추게 한 것이었다.

 ​

 

 “다행스럽게 자신의 엄마를 향한 행동은 멈췄군요. 준희가 그녀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한 이상 그녀는 의식을 찾아선 안 돼요. 그녀가 의식을 찾게 되면 반드시 준희는 자신의 엄마를 해칠게 틀림 없어요.”

 

 ​

 엘리아의 예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며 엘리고가 의문점을 덧붙였다.

 

 ​

 “개연성 좋아하는 안재현이 이번엔 스스로 개연성을 박살 내게 했군요. 저 동네 블랙박스를 모두 작동하지 않게 한 것은 참으로 신선하군요.”

 

 ​

 엘리고의 말에 엘리아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더니, 블랙박스와 CCTV에서 사라지게 된 남자, 준희를 떠 올리며 말을 이었다.

 

 ​

 “애연에게 준비된 불행을 위해 안재현이 너무도 막강한 능력을 준희에게 부여했군요. 영상 기록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멍청한 다른 범죄자들과 준희의 차이점이 될 것이 틀림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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