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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75화. 높은 신의 뜻
작성일 : 19-10-31 09:47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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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엄마는 수화기 너머 동호의 떨리는 목소리에 내려 앉아버린 심장을 붙여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면서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왔다.

 

 

 “해인아! 해인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있어. 엄마가 왔어.”

 

 

 “해인아! 내 새끼, 내 아가. 내 아가 할미가 못나서 미안혀. 할미가 못 배우고 아는 거 없어서 내 새끼 이 꼴 맹글었네. 아이고 내새끼. 할미가 미안혀. 하고 싶은 거 밀어 주고 땡겨 주고 했어야 허는디. 무식한 것이 그저 반대만 혀서 어린 거 객지에서 사경을 헤매게 맹글었네. 내 처 죽일 놈. 우리 해인이 이 꼴 맹근 놈 내가 갈아 마실 겨. 이 똥물에 튀겨 찢어 죽일 놈.”

 

 

 “할무니, 고정하셔유. 경찰에 신고혔으니, 잠시만 기둘려 보셔유. 곧 소식이 있을 거구먼유.”

 

 

 악에 받친 할머니의 피 끓는 절규에 눈물이 핑 돈 동호는 목이 매여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에 힘을 주어 삼대에 걸친 가여운 여인들을 다독였다.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을 보자, 해인이도 설움과 미안함으로 끅끅 참았던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호의 배려로 1인실 침대에 누워서 온통 멍과 상처로 엉망이 된 해인의 얼굴에 할머니와 엄마는 심장을 난도질 당한 듯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그녀를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여인들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말없이 지켜보던 동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도 큰일은 없었다고 푹 쉬면 낫는대요. 걱정 마시고 그만 우셔요. 기운 빠지셔요. 먼 길 오셨는디."라며 그녀의 엄마와 할머니를 위해 보호자 침대를 꺼냈다.

 

 "경찰에선 뭐려? 그 자식은 잡힌 겨? 어디있는가? 이 처 죽일 잡놈.”

 

 

 할머니의 분노 어린 말에 당황한 동호는 버벅거리며 답했다.

 

 

 "할무니 나중에. 해인이가 힘들어혀요."라며 할머니에게 티슈를 건네고는 냉장고로 가 홍삼 음료수를 꺼내 여전히 진정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전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향해 해인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금방 해결될 거예요. 할무니 그래야죠."

 

 

 하지만, 동호의 희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날 경찰들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인이의 병실로 밀고 들어왔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업 정신 투철하게 책임감 가득 담아 해인이의 상처 입은 마음을 혹은 또다시 상처 입힐 것을 무시한 채,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급히 묻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기자들과 달리 접근을 차단할 수 없으며 보다 강하게 생각조차 싫은 일들을 열거하기 바랐다.

 

 그런 경찰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외면하며 말문을 닫아버린 해인.

 

 경찰과 해인, 서로는 서로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김해인 씨. 말하기 싫은 거 이해는 하는데 말 안 하시면 그 사람 빠져나가요. 그 사람은 쓰러지는 김해인 씨를 도와주려 했다면서 뻔뻔스럽게 모든 일을 부인하고 있어요. 아주 영리하게 대응하고 있다니까요. 당신이 말을 해야 벌을 주던지 말든지 하는데 침묵만 하시면 김해인씨에게 이득이 없어요."

 

 

 동호는 괴로워하는 해인의 얼굴을 보며 경찰들을 밀어냈다.

 

 

 "애가 힘들어 혀잖아요? 나중에 오셔요. 빨리 잡는 것도 좋지만, 해인이 진정할 시간도 주셔야지요. 왜 가뜩이나 험한 일 당한 애를 괴롭히는 거여요? 나가요. 언능. 나가시라고요."

 

 

 "이봐요. 남자 친구인지 오빠인지 모를 양반아. 그 자식 그럼 놓쳐요. 힘들더라도 말을 해야 해요. 똑같은 피해자 만들 거요? 김해인 씨! 당신 안수정이라고 알죠? 죽었어. 그 여자 자살했다고. 유서에 그 사람 이름이 잔뜩 있었단 말이에요. 당신만이 입증할 수 있다고요.”

 

 

 안수정이란 이름에 해인이는 놀란 눈으로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한 듯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서서히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했고 가십을 사랑했다.

 

 

 해인이에게 침을 흘리던 그 개자식이 너무 유명했던 것일까?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선 포토 라인 앞에서 "억울하다. 난 그런 적이 없다."라고 한 기자회견 때문이었는지 집요하게 병실로 기자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날 강간 당하신 게 확실합니까? 폭행 정도는 어느 정도이었습니까? 목격자는 있습니까? 동물 마취제였다는데 아셨습니까? 안수정을 아십니까?"라며 그녀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그녀보다 더 놀란 동호는 "나가요. 당장"이라 하며 그들을 밀어냈고,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 반짝이는 눈에 치여 몸서리치면서 우는 그녀를 가만히 안아 토닥여주었다.

 

 

 "힘들지? 괜찮혀. 괜찮혀."

 

 

 사건은 안수정의 부모님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커졌다.

 

 

 “내 딸도 피해자고 그녀도 피해자다!”

 

 

 해인이의 신상은 온통 인터넷에 퍼져나갔고, 하얀 머리 단장은 증언을 바꾸어 인터뷰하면서 왜곡된 내용을 미디어에 전파하였다.

 

 

 “연기를 꿈꾸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수정 양의 죽음은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만, 고 안수정양과 이번에 절 고소한 아이에게 비통하고 서글픈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그저 극단에 들어오고 싶어 기웃거리기에, 저희 같은 유명 극단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지만, 안쓰럽고 어릴적 저의 간절했던 그 마음이 떠올라서 기회를 주었을 뿐입니다. 극단 생활이라는 게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척이나 쉽지만은 않습니다. 막내가 되겠다는 각오를 한다는 것에 많이 기특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관심은 그것뿐, 전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제 관여가 관계를 망칠 테니까요. 막내는 청소와 소극장 정리, 무대준비까지 중노동을 해야 하는 데다가 연극무대에 설 수도 없어 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열정 하나로 생활합니다. 그런 열정이 대배우를 만드니까요.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힘듬을 이겨내고 돈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열정을 사그라들게 만들기도 하지요. 빠르게 오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라…, 고 안수정 양과 이번에 그 아이도 참으로 되바라지게 절 유혹하였습니다. 전 그저 성공에 눈이 멀어 잘못된 길을 가는 그녀들을 가르쳤을 뿐. 살짝 밀쳤는데 그렇게 다칠 줄 몰랐습니다. 고 안수정 양과는 또 다르게 이번 아이는 동물 마취제를 탄 음료수를 저에게 건네기까지 했습니다. 마시지 않자 자기가 마시더니. 아무튼 요즘 아이들이란.”

 

 

 하얀 머리 단장은 거짓으로 무장하고, 자신을 비호하는 언론의 힘을 빌어 어처구니 없게도 해인이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은 매번 어린 꽃뱀에게 불쌍히 당한 노인네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방송하였다.

 

 그 모습에 기가 찬 해인이와 동호는 어안이벙벙해져 돌아가는 상황에 눈치만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더욱더 병실로 쫓아오는 기자들.

 

 

 병원 간호사들의 힐끔거리는 시선 등을 견디기 힘들었던 해인은 작은 시골 마을로 향했다.

 

 그녀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한 곳이었던 그곳으로 지친 마음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을 역시 헛된 소문에 휩싸여 그녀를 되바라진 행동이나 하는 아이로 인식해 뒤집어진 상태였다는 것을 그녀와 동호는 몰랐다.

 

 일약 마을의 스타였던 해인이는 하얀 머리 단장의 발언으로 몸을 팔아가며 유명하게 되고 싶은 꽃뱀이 되어있었고, 성폭행 미수로 끝났던 사건의 전개가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잊고 싶었는데.

 

 잘못했다는데.

 

 

 그녀를 둘러싼 주변 시선들은 더욱더 호되게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대인 공포증, 그녀를 곱게 보는 시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재판이 아직 열리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은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 사내의 징그럽고 탐욕스런 눈이 생각나 몸서리를 쳤다.

 

 

 '꺼져 다 꺼져버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 개자식이 날 이렇게 학대했는데. 왜 내가 벌 받아야 해? 아무렇지 않게 대하란 말야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무것도 아닌데. 왜 당신들은 내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날 대하는 거야?'

 

 

 그녀가 조금씩 조금씩 더 어두워질 때마다 그녀의 진실을 믿는 동호만이 곁에 남아 힘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이장님이 씩씩거리며 "해인이 할메! 해인이 할메 어딨는 겨?"라며 찾아왔다.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동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행동을 오해하며 이해하려 하지 않는 이장님을 설득하고 설득하며 간신히 그녀 곁에 머물렀다는 것을.

 

 

 그녀는 끝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노발대발하는 이장님을 말리러 달려온 동호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힘 빠진 어깨, 떨어진 고개 그리고 무겁게 옮기는 발걸음.

 

 그녀는 자신을 향해 "되바라진 년. 어디 할 지랄이 없어서. 쯧쯧쯧"이라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동호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심장으로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저저.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싸가지 없는 거 보소? 해인이 할메! 해인이 할메!"

 

 

 그녀의 뒤로 험한 말을 쏟아 내시던 이장님은 급히 달려온 동호에 의해 "할아버지, 할아버지. 왜 이래요? 집에 가요. 집에 가서 내랑 야기 혀요."라며 자신의 등을 미는 동호의 힘에 밀리면서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소리를 치며 억지로 집에 끌려가셨다.

 

 금방 해결될 것 같았던 동호의 긍정적인 예감과 달리 상황은 더욱더 그녀에게 불리하게, 그 사내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남자의 미친짓을 증명할 CCTV나 목격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변호사를 통해 다양한 매체에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밀쳐서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어른스럽게 타일렀어야 하는데. 너의 행동에 화가 난 건 어쩔 수 없구나. 이제는 서로 그만하자."라며 그녀의 진술을 점차 거짓으로 영악하게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하얀 머리 단장과 계약을 맺은 변호사 여럿은 그 사내의 말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증거가 될만한 요지들을 없애고 있었다.

 

 하얀 머리 단장이 녹화된 영상 속 슬픈 얼굴로 텔레비전에 나와 자신의 유리한 증언을 연기로 끌어낼 때마다 그녀를 향한 마녀사냥은 점점 심해졌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 세상에 살면 안 되는 악인 양, 그녀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비난은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결국, 무죄.

 

 

 증거 불충분.

 

 

 하얀 머리 단장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정의는 역시 살아 있었습니다.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재판관님들, 절 도와 힘든 시기를 이기게 해준 고마운 변호사님들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그녀에게 다시 한번 사죄하면서 그녀도 이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인터뷰를 한 덕분에, 그의 거짓된 진실은 더욱더 신임을, 그녀는 확실하게 순진한 늙은이를 꾀어서 신분 상승하고 싶었던 꽃뱀이란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주홍글씨가 되어, 3달이 지난 지금도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녀가 억울하게 덮어쓴 죄를 잊지 않으며 그녀를 볼 때마다 비난 섞인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선 침을 뱉었다.

 

 그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이 떠안아야 하는 고통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엄마의 부동산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고, 아직 학업이 남은 해민이와 죽어 있는 그녀를 위해 엄마는 돈을 벌러 다시 서울로 직장을 찾아 떠나야했다.

 

 학업을 해야 하는 해민이 역시 친구들의 따돌림을 감당해야 했다.

 

 할머니의 과수원은 마을 사람들의 소문으로 인해 "그 썩을 년의 과수원"이라 불리며 품앗이하러 오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결국 농사를 망쳐버렸다.

 

 오직 동호만이 부지런하게 도와주었지만, 10명이나 달려들어서 겨우했던 일을 할머니와 동호 둘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녀는 방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숨만 쉬고 있을 뿐 모든 것은 죽었다.

 

 

 아침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동호의 경운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해 아직 결정하지 못한 그녀의 망설임은 동호를 피 마르게 했다.

 

 그녀의 초점 사라진 눈동자에 자신의 시선을 맞추며 넋 나간 그녀의 마음이 제발 예전 같아지길 바라는 동호는 그녀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답답함에 잠시 나갈라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나쁜 년."이라는 시선을 보낼 것 같았다.

 

 동호, 할머니, 해민이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그녀를 방 밖으로 끌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빼꼼 열고 화장실 갈 때 잠시 나올 뿐, 그 조차도 싫어서 끼니도 거르고, 물도 마시지 않으며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있다 누웠다 만을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잠이 들 때면 곧바로 찢어지게 소리를 치며 깨기 일쑤였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멍들어 이리저리 퍼래질 대로 퍼래진 얼얼한 가슴을 치고 또 치더니 구석으로 온몸을 벌벌 떨며 기어들어가 어둠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 연신 손톱만 물어뜯었다.

 

 혹시나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 두려워 여지가 될 물건들은 다 치우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할머니와 동호, 해민이는 서로 시간을 정해 그녀를 지켰다.

 

 억지로라도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어주면, 먹은 것도 없으면서 토악질하는 통에 동호는 근처 의원에 영양주사 왕진을 3일에 한 번씩 부탁했다.

 

 

 해인이는 그렇게 스스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동호는 그녀 때문에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선 영혼없는 몸을 흔들며 울고 소리치기를 반복했다.

 

 

 "니 죽음 내도 죽는 겨. 니 이렇게 기운 없으니 께. 내도 내도 없다고 해인아. 내 해인아 그만혀자. 왜 널 괴롭히냐? 차라리 날 때려. 차라리 내가. 내가."

 

 

 그런 동호의 울부짖음에 물어뜯던 손을 내리고, 그녀가 생각을 정리했는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고 머리도 이쁘게 해 줘."

 

 

 비록 아직까지 눈엔 초점이 없었지만, 무언가 하려는 것에 동호는 눈물을 닦으며 기뻐했다.

 

 

 "그려. 가자. 당장 가자. 내가 최고로 좋은 거 사줄 겨."

 

 

 "서울 가자."

 

 

 "그래. 가자. 다 해줄 겨. "

 

 

 다음날 쓰러질 듯 마른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동호는 택시를 불렀다.

 

 여전히 헛된 망상이 만든 소문이 남아 해인이를 알아보는지, 택시 운전사는 힐끗거렸지만, 오랜만에 비싼 손님들이라 별다른 말없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달리는 택시에서 창문을 내리고 마침 떨어지기 시작한 눈송이를 올려 보았다.

 

 언제 이렇게 추워졌지 싶게 시간은 흘러가 있었다.

 

 떨어지는 눈송이에 순간 정신이 돌아온 그녀를 동호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기분이 조금 나아진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호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동호야."

 

 

 "응."

 

 

 "혹시 내가 죽으면."

 

 

 그녀의 심상치 않는 말에 동호가 놀라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여?"

 

 

 "아니, 나중에 내가 죽으면."

 

 

 "응, 그려 지금은 안 되는 겨."

 

 

 자금은 안 된다는 것에 방점을 강하게 찍는 동호였다.

 

 

 "응, 지금 말고 내가 죽으면 곱게 빻아서 바람에 잘 날아갈 수 있도록 아주 곱게 빻아서 눈과 함께 춤출 수 있게 저기 우리 집 뒷산에 이쁘게 뿌려줘."

 

 

 "그려, 내랑 70년만 같이 살고 너 장례 내 손으로 해줄 거니께 니가 먼저 가. 그럼 내가 저기 니가 원하는 곳에 뿌려 줄 겨. 니 뿌리고 나도 따라갈 거니 말이여."

 

 

 동호의 대답에 만족한 그녀는 살짝 웃음을 보이고, 다시 창문으로 눈을 돌려 오랜만에 반짝이는 눈으로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던 동호는 아픈 가슴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혹시’라며 마음 먹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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