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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17화 바람에 놓치다(2)
작성일 : 19-10-31 02:31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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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길던 줄이 줄어들고 에녹스의 순서가 되었다. 큰 덩치에 까끌까끌한 수염을 가진 여관주가 그들을 맞이했다.

 

 "묵을 거요? 큰 방 하나에 15 미노, 중간 방 하나에 10 미노, 작은 방 하나에 5 미노요."

 

 엘이 그 말에 질문했다.

 

 "침대는 몇 개나 있나요?"

 "큰 방이 여섯 개, 중간 방이 세 개. 작은 방이 두 개요. 두 명이라면 작은 방을 추천하고. 남녀라면 독실도 괜찮지. 침대는 하나고 3 미노..."

 "작은 방 하나 주세요!"

 

 엘이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며 동화 다섯 닢을 냈다. 여관주는 허허 웃으며 열쇠 하나를 내주었다.

 

 "엘, 괜찮겠어? 독실 두 개가 낫지 않아?"

 

 엘의 뒤에 있어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아련했다.

 

 "더이상... 잃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뒤돌아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점심이라도 먹을까요? 정보도 모을겸."

 

 에녹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답했다. 굳이 그 전에 했던 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그들은 남는 테이블 하나에 자리 잡았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이 있었던지라 음식물 찌꺼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곧 급사들 중에 하나가 그들에게로 왔다. 10대 중반의 소년 급사였다.

 

 그가 테이블을 행주로 닦으며 말했다.

 

 "뭘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엘이 음식 메뉴가 적혀있는 간판을 보다가 말했다.

 

 "고기파이 하나하구요, 양송이 수프 두 그릇, 과일 샐러드 하나랑 치즈 얹은 빵 두 개 주세요. 계산은 먼저할게요."

 

 엘이 은화 하나를 건네주자 급사가 알았다고 대답하고 주방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엘의 말대로 여관 안의 식당에서는 많은 정보가 오고 갔다. 그러나 정보만 오가는 것은 아니었다. 시답잖은 잡담들로 소란스러워서 옆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저 앞에 있는 용병들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며 소란을 떨었고 이 도시 사람들로 보이는 무리들은 카드로 도박을 하며 결과가 나올 때마다 울부짖고 미칠 듯이 웃었다. 반면에 구석에서 조용히 있는 자들도 있었다. 에녹스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 봤다. 너무 시끄러워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때문에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음속에서 쓸만한 정보를 골라내는 것은 어려웠다. 엘도 난처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시끄러울 줄은 몰랐는데. 사람 많은 곳을 찾다가 되려 쓸만한 건 못 건지고 있네요."

 

 간신히 말을 알아들은 에녹스가 답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점심부터 먹고 다른 곳으로 가자."

 

 곧 급사가 음식을 내왔다. 쟁반위에 있는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기까지의 동작들이 자연스러웠다. 일이 익숙해보였다.

 

 에녹스와 엘은 주문한 음식들을 먹었다. 음식 맛은 괜찮았다. 이 여관의 소문이 퍼지게 된 것에는 이 음식들도 한 몫했다. 그러나 에르젠의 음식에는 비할 바가 못됐다.

 

 "뭐야, 여기 술맛 끝내주는데! 이리엘, 너도 한 잔 하는 게 어때?"

 "농담도 정도껏 하지. 사제회에서 파문당할 일 있냐? 칼리도 얘한테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미안하다. 술맛이 좋긴 좋군."

 

 옆 테이블에 눈에 띄는 일행이 있었다. 붉은 머리를 한 소년과 엘과 마찬가지로 헐렁한 두건을 쓰고 있는 하얀 머리의 여인, 그리고 얌전히 술을 마시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바로 그들이었다. 사실 눈에 띄는 자는 소년과 여인이었다. 중년의 사내는 정말 몇 마디 없이 술만 마시고 있었다. 대화의 대부분은 거의 그 둘이 차지했다.

 

 그들이 가장 가까이 있고 소란스럽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에녹스의 이목을 끈 것은 바로 그들의 행색때문이었다. 에녹스와 비슷한 또래처럼 보이는 소년은 붉은 머리 빛깔을 가졌다.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붉은색이었다. 그가 옆에 놔둔 검도 특이했는데, 커다란 검은색 대검이었다. 성인 남자도 잘 들지 못할 것 같은 검이었다.

 

 그 옆에서 빵을 먹고 있는 여인의 머리는 흰색의 단발이었다. 붉은 머리만큼은 아니지만 대륙에서 보기 힘든 머리였다. 대화로 봐선 사제인 것 같았는데 말투로써는 사제를 연상시키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소년의 맞은편에 앉은 중년 사내는 노련한 전사와같은 풍모를 풍겼다. 그 외에 별 다른 점은 없었다.

 

 들려오는 가장 큰 소리가 그들의 대화였고 에녹스도 그들에게 흥미를 느꼈기때문에 자연스럽게 귀는 그들의 대화만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은 좀 해봤어? 뒤꽁무니를 어떻게 잡느냔 말이야."

 "생각은 얼어죽을. 지금 누구때문에 정보도 못 모으고 술이나 퍼마시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으음... 한 잔의 술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의 술이 세 잔이 된다는 말도 있..."

 "시끄러워. 카로딘 님한테서는 이상한 것만 배워가지고. 그나저나 이제 어쩔거야. 또 한 잔 시킬거야? 너 진짜 그러면 나까지도 베리하고 제이크 볼 면목없어. 그 둘은 지금 저 많은 인파속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을텐데... 흩어지자고 한 널 믿은 내가 잘못이다, 내가."

 

 여인이 한탄을 하며 샐러드를 우걱우걱 씹었다. 옆에 있던 사내가 조용히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만 일이나지. 더 마시면 취할거야."

 "뭐, 그러죠. 이리엘, 계산 좀."

 "내 팔자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그들이 나갈 채비를 하자 에녹스도 눈을 돌렸다. 그 이상 흥미를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때 입구쪽에서 덩치 큰 남자 하나가 들어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마렌!"

 

 워낙 소리가 커서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식당안의 몇몇은 이미 시선을 그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에녹스와 엘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야?"

 

 마렌이라 불린 자가 답했다. 보아하니 여관주의 이름인 듯 했다.

 

 둘은 마치 형제인 것처럼 덩치가 비슷했다. 남자가 줄을 무시하고 마렌이 있는 곳까지 단숨에 걸어갔다. 덩치가 크다보니 눈에 띄었다. 에녹스는 그 뒤의 말을 들었다. 아니, 소리가 커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골치아프게 됐어. 영주 놈이 또 세금을 올려버렸다고."

 

 에녹스는 남자가 저렇게 큰 목소리로 '영주 놈'이라는 호칭을 부르는 것이 괜찮나 싶었지만 내용이 더욱 신경쓰였다.

 

 주변 사람들이 세금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델루비아의 주민들로 보였다.

 

 "또? 이것 참 어쩌란 말이야. 이렇게 올려대면 생활하기도 빠듯할텐데. 얼마나 올랐어?"

 

 마렌이 물었다.

 

 "놀라지나 마라. 15 미노나 올랐다."

 "뭐? 이젠 아주 그냥 금화 단위로 올라가겠구만."

 

 아까 통행세로 낸 값이 10 미노였다. 에녹스는 세금으로써의 값이 얼마 정도되야 높은 것인지 잘 몰랐기때문에 저들의 대화가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금화라는 단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엘, 혹시 보통 도시들의 세금이 얼마 정도하는지 알아?"

 

 아까보다는 덜 시끄러웠기 때문에 이번엔 잘 들을 수 있었다.

 

 "글쎄요. 저도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에녹스는 그 말에 수긍하고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거기에 끼어드는 자가 있었다.

 

 "저기요.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까 카운터로 계산을 하러 갔던 하얀 단발의 이리엘이었다.

 

 "아가씬 누구요?"

 

 남자가 말했다.

 

 "누구긴요. 지나가다 여관들른 여행자지요.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영주님께서 세금을 올렸다고요? 얼만데 그래요?"

 

 옆에 있던 마렌이 끼어들었다.

 

 "저번에 90 미노였으니까... 이제 105 미노요. 금화 하나 값이지."

 "세상에, 세금을 금화로 걷는다고요? 정말 너무한 것 같네요. 요즘 불황이라고 하지만 그렇게나 세금을 걷다니, 주민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니까 말이오. 그나마 우리 여관은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 여유가 있는데, 골목길쪽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걱정이오. 지금도 힘들텐데."

 "혹시 영주님께서 최근에 이런 일들을 많이 벌이셨나요?"

 

 마렌이 이리엘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답하려 입을 열려했지만 남자가 가로막았다.

 

 "근데 아가씨, 그런 건 왜 묻는거요? 여기 시민도 아니면서."

 "그냥 궁금해서요. 자고로 여행자란 뭐든지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라구요. 전 그 중에서도 좀 특출나게 흥미가 넘치는 사람이죠."

 

 남자는 이리엘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런 것 알아봤자 도움 될 거 하나없어. 이제 그만 있던 곳으로 돌아가 밥이나 먹으시오. 야, 마렌. 너도 이제 일 봐. 전할 말은 다 했으니까."

 

 이리엘이 그 말에 발끈해 뭐라 하려할 때였다. 붉은 머리의 소년이 그녀 뒤에서 등을 짚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다.

 

 "카엘?"

 

 카엘이라 불린 소년이 말을 건 대상은 이리엘이 아니었다.

 

 "에이, 아저씨. 그러지 말고 말해주세요. 뭐 그렇게 바쁘다고 그래요?"

 

 "뭐? 넌 뭔데 끼어들어. 이곳 주민이 아니면 상관하지 말란 말야. 어린 놈이 그렇게 오지랖이 넓으면 나중에 고생..."

 "아저씨, 잠깐 나가서 얘기하셔도 될까요?"

 "밖에? 내가 왜?"

 

 그때 그의 곁에 칼리가 섰다. 그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

 

 "어어? 지금 무슨 짓이야? 잠깐, 무슨 힘이 이렇게..."

 

 그대로 그는 밖으로 끌려가다싶이 나갔다. 그 뒤에서 카엘과 이리엘이 따라나갔다. 에녹스가 엘에게 말했다.

 

 "엘, 따라가보자. 뭔가 수상적은 냄새가 나."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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