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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6 다시 만나다
작성일 : 19-10-31 00:09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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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게 이야기하는 체육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얼마 전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겪은 담희는 울적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입학식임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쓰는 동기들은 저들끼리 친해져 버렸다. 그녀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떠들기 바빴다.

  혼자 외톨이처럼 존재하는 그녀를 챙겨주려는 이는 없었다. 이제 성인에 들어섰다고 해도 아직은 친구를 갖는 게 중요하기에 각자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힘든 것이다.

 

 “곧 있으면 식이 시작되오니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근처에서 멀뚱히 서 있던 그녀는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여자 동기들 옆에 앉으려고 시도를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인원 맞춰 앉아버려서 그녀는 뒷줄에 앉아야만 했다. 거기다 같은 줄은 남자 동기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어 조금 껄끄러웠다.

  그녀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가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미리 탐방하여 확인한 기숙사의 상태 때문이었다. 외관상으로나 시설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매우 흡족해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만족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기숙사를 방문한 이유들이 그녀가 지나가자 어디론가 숨어버리거나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른 채 생활을 지속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적지 않은 수가 기숙사 이곳저곳에 존재했다. 복도만 지나다녀도 발에 치일 거 같은 수에 질려 그녀는 기숙사 입관을 포기해야만 했다.

 

 ‘귀신이랑 얼굴 맞대고 사느니 혼자 편하게 살겠어.’

 

  자신의 선택으로 벌어진 상황이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달갑지는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는 거에 감사해야지.’

 

  수시 때 둘러본 바로는 그녀와 같은 과에는 동문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이곳에 입학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만으로 만족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그때 단발머리의 여자가 그녀의 옆에 섰다.

 

 “옆에 자리 있어?”

 

  그녀와는 반대쪽에서부터 자리가 채워져 옆에는 아직 네 자리나 비어있었기 때문에 물어온 것이었다.

  자신에게 말을 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던 담희는 매우 놀라 입만 벙긋거리다가 앙다물고는 고개를 설설 저었다. 여자는 담희의 옆에 앉고는 숨을 골랐다. 급하게 뛰어왔는지 그녀의 이마에는 날씨와 상관없다는 듯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이거 필요해?”

 

  담희는 자신의 가방에서 휴대용티슈를 꺼내 보였다. 그녀는 반색하며 거절하지 않았다.

 

 “고마워, 나는 유지연이라고 해.”

 “아, 나는 고담희라고 해.”

 “고단…… 아! 고담희.”

 

  잠시 담희의 이름을 헷갈렸던 그녀는 단톡방에서 봤던 이름들을 떠올리고는 담희의 이름을 알아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대화는 입학식이 시작되어서도 끝없이 이어졌다.

 

 “그럼 너는 집에서 통학하는 거야?”

 “응, 통학하려고 이 학교 온 거니까.”

 

  그들의 대화는 조금은 멀리 자리 잡았던 안내를 맡은 선배들에게 주의가 들어올 때까지 이어졌다. 주의를 받고도 지연과 담희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대화만 멈춘 채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짓다가 단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담희는 기분이 좋았다. 분명 그녀와는 친해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담희는 기억을 잃기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그 후에는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그럴 여유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보는 세상은 늑록치 않았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길 거 같은 기대감이 가슴을 간질여서 불편하면서도 내심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지연과 대화하고 싶었던 담희에게는 단상 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입학식이 끝이 나고서야 담희는 지연과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너는 해오름이라는 데서 자취하는 거야?”

 

  해오름은 담희가 사는 빌라 이름이었다. 담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연은 부러운지 눈을 빛냈다.

 

 “좋겠다. 나도 자취해보고 싶긴 한데.”

 “통학하려고 입학했다면서.”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못 하거든. 잠도 설치고 생활 자체도 불편해서…….”

 

  지연은 말끝을 흐리며 말을 얼버무렸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그녀의 행동은 과방에 도착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남녀 혼성으로 테이블에 모여 앉게 했다. 불편한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인지 누구와 앉을지는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였다. 의자를 끌어다 앉아도 되었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자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았다. 오전 내내 긴장했던 탓에 허기가 지던 담희는 입맛을 다시며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야, 너희 왜 이제 와.”

 “죄송합니다. 늦잠 잤어요.”

 

  남자 네 명이 멋쩍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기숙사 같은 방인 애들과 다 같이 늦잠을 잤다는 것 같았다.

  젓가락을 뜯으려던 담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강지환.”

 

  그녀의 입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선배와 대화하는 남자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분명 멀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인데도 그녀만큼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먹먹하게 들렸다.

 

 “빨리 앉아.”

 

  지환은 주위를 둘러보다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보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알기 때문일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담희는 책상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빈자리로 향하려던 그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고정되었다. 한참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남자의 얼굴이 점차 변해갔다. 놀람이 번지던 얼굴에는 기함이 떠올랐다가 이내 붉어지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남자는 그녀에게 뛰듯 다가와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는 면전에 대고 차마 듣기 힘든 험한 욕을 퍼부었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뭐하는 짓이야.”

 

  다른 남자 동기들이며 선배들까지 그의 팔을 잡으며 말리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그는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담희의 멱살을 놓기보다는 더욱 위로 끌어올렸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아주.”

 

  작은 키와 아담한 체구의 담희는 몸이 강제로 들리자 아슬아슬하게 까치발을 들어 그의 팔에 매달리듯 붙잡아야 했다.

  담희의 눈시울이 시큰해지며 붉게 달아올랐다.

 

 “승민이를 죽여 놓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나?”

 

  그의 말에 말리던 사람은 물론이고 과방 안에 있던 모두가 말을 멈추었다. 잠시 이어지던 침묵은 이내 작은 웅성거림으로 돌아왔다. 익히 들었던 종류의 수군거림이 담희의 귀를 간질이며 들려왔다. 그러나 그보다 큰 소리가 담희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또 미친 소리 해대면서 사람을 얼마나 죽이려고!”

 

  고개를 숙인 담희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룩 쏟아졌다.

  엄밀히 따지면 담희는 강지환의 친구를 죽이지 않았다. 그저 죽음을 막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반박할 수 없었다.

 

 “미안해.”

 

  그녀의 말은 지환의 모든 말에 시인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녀의 사과에 주위의 작은 웅성거림이 딱 끊어졌다. 그저 재밋거리나 구경거리로 말해도 될 주제가 아님을 인지한 것이었다.

 

 “내가 잘못했어.”

 

  그녀의 사죄는 방아쇠가 되어 지환이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그의 동작에 담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환은 주저 없이 그대로 담희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하였다. 다행히 그의 옆에서 상황을 만류하던 남자 동기들이 붙잡아서 담희와 떨어뜨려 주었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가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담희의 몸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 끝났다.’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것 없이 똑같아졌다. 조금은 새로운 생활을 꿈꿨던 그녀의 머릿속은 좌절감에 잠식되었다.

 

 ‘또 반복될 뿐이야.’

 

  아직도 그녀의 앞에서는 지환이 발작하듯 발광이 이어졌지만 지금 그녀는 걸음을 옮기는 것은 고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일단 나가자.”

 

  지연이 굳은 얼굴로 다가와 담희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난 담희는 그대로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괜찮아?”

 

  지연은 곧 죽을 듯 희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담희는 기대고 있는 벽에서 몸을 떼며 걸음을 옮겼다. 비척비척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지연이 부축해 주었다.

  그렇게 담희는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와 택시에 몸을 실었다.

 

 "난 괜찮아."

 

  함께 타려는 지연을 만류하였다. 담희의 목소리가 정말 괜찮았다면 그녀도 그냥 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담희의 목소리는 불쌍할 정도로 떨리고 있어 선뜻 발을 떼지 못했다.

 

 "정말 괜찮으니까 들어가 봐."

 

  부탁처럼 말하는 담희의 어조에 지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해오름 빌라로 가주세요.”

 

  강당에서의 대화로 그녀가 어디에서 자취하는지 알고 있던 지연은 대신해서 목적지를 말하고는 차 문을 닫았다.

  학교를 오가는 택시 대부분은 빌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때문에 머뭇거림 없이 바로 출발했다. 이제는 정말 지환에게서 떨어졌다고 생각되자 심적으로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띵하니 울리는 머리와 서늘하게 식은 가슴을 느끼며 담희는 넋을 놓고 앞만 바라보았다.

 

 “아저씨, 50년 순댓국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주세요.”

 

  담희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속이 쓰리도록 슬픈데도 위로를 받을 곳이 없었다.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의지해서는 안 될 사람의 자취를 찾으려 하였다.

  그녀의 모습이 척 보기에도 안 좋았던지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계속하여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담희는 찔끔찔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애써 훌쩍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고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노력도 정류장이 다가올수록 절박함으로 물들며 소용없어졌다.

 

 “사천 원만 받을게요.”

 

  떨리는 손으로 돈을 꺼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보고 싶은 이가 정류장에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확인해야 했다.

  담희는 눈물이 범벅된 시선이 정류장을 쫓았다. 그리고 그녀의 간절한 바람대로 너무도 그리웠던 그가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이어진 모든 행동은 충동적이었다. 담희는 택시에서 뛰어내리듯 문을 젖히고는 바로 동원의 품에 안겼다.

 

 “담희야?”

 

  당황한 것이 역력한 그의 목소리에 담희는 참았던 감정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구멍 난 마음에서 쏟아져 내리는 설움은 멈출 줄 몰랐다.

 

 “괜찮아. 괜찮아.”

 

  당황한 것도 잠시 그는 담희의 등을 쓸어주며 마주 안아주었다.

  동원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다고만 해주었다. 차디찬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쓸어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그녀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 고요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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