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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5화
작성일 : 19-10-30 23:59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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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이 시술로 바코드가 없어지는 건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철수는 꺼림칙한 기분을 지우지 못했다. 그 노의사는 단순히 바코드가 나타난 피부조직을 벗겨냈을 뿐이다.

 붕대 감은 왼팔을 들어 보았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감각이 없다. 하지만 생살을 떠낸 느낌은 결코 좋지 않았다.

 

 ‘달칵’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데 뭐가 걸린다. 스테이크 소스로 범벅된 쟁반이다.

 철수는 그걸 신발장 옆에 세워두고 집 안쪽을 보았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바닥은 물론, 벽지, 천장까지 색색의 음식물과 소스로 도배가 돼 있다. 심지어 냉장고 위에는 랍스터가 떡하니 올라가 있다. 그나마 온전한 부분은 음식을 먹던 상머리 쪽과 노트북이 있었던 구석 자리뿐이다.

 

 “이걸 어쩐다…”

 

 TV위의 시계는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좀 있으면 그릇을 수거하러 올 텐데, 집안 꼴을 보면 그릇수거는커녕 경찰에 신고하기 바쁠 거다. 철수는 일단 대충이라도 치우고자 허리 숙여 그릇을 주웠다. 그러다 붕대를 감은 반대쪽 팔, 오른쪽 손목에 뭔가 눈에 띈다.

 검은색 줄이다.

 

 

 

 

 

 

 

 

 

 

 “유란씨는 바코드가 생기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

 

 연구실 문을 열고 나온 웅현이 유란에게 물었다.

 유란은 그 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커피를 들고 일어났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 일어나자 몸 관절마다 뚜둑 소리가 난다. 커피를 든 채 양 팔을 등 뒤쪽으로 벌려 기지개를 폈다. 으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유란은 작게 숨을 내뱉고 웅현의 말에 대답했다.

 

 “좀 엉뚱한 말 같지만, 지금은… 저주라고 생각해요.”

 “저주?”

 “그 질문. 예전부터 웅현씨 말고도 수 없이 들었던 말이에요. 전 연구원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켜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나 세균 가능성을 연구하고, 누구는 나노 로봇을 이용한 신종질병이라는 주장까지 했었잖아요. 그런데 전부 다 아니었어요. 이건 일반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해결 할 수 없다고 봐요.”

 “그래서 저주라고 생각했어요?”

 “저주라고 말한 건 일종의 접근법이에요.”

 “아하. 그러니까 비과학적인 현상일 것이다?”

 “네. 뭐 마법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유란의 표정을 보니 농담 같지 않았다. 게다가 농담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웅현은 유란의 ‘마법’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바코드 현상이 처음 발생했을 때 저런 소리가 드문드문 터져 나오긴 했다. 현대 기술로는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으니 가십거리를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사기꾼 같은 작자들이 하는 소리였다.

 웅현은 10년 전을 회상했다. 마법이니 저주니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자신뿐만 아니라 연구원들 모두가 웃었다. 질병의 원인은 밝혀진다.

 14세기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사람들은 악마의 저주나 신의 징벌이라 믿었다. 그래서 흑사병에 걸리면 스스로 채찍질을 당하며 신에게 용서를 비는 행위도 있었다.

 흔히 나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이나, 천연두 또한 마찬가지다.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위생상식까지 모자란 시대에 저런 병이 발병했다. 원인을 보이지 않는 존재 탓으로 돌리고 비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득세하고 아픈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기꾼도 넘쳐났다. 하지만 현대는 틀리다. 옛날처럼 무지한 사람들은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어쨌든 흑사병은 위생문제를 해결하자 없어졌고 한센병 또한 치료법이 생겼다. 천연두는 어떤가. 종두법이 나와 박멸 수준에 이르렀다.

 헌데 바코드 현상은 다르다.

 10년간 전 세계의 학자들이 모두 달라붙어 연구해도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신체에 발생하는 검은 줄은 점의 일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것뿐이었다. 그 점이 왜 갑자기 생기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은 휴대폰 배터리 닳는 모양마냥 조금씩 없어진다는 거다.

 이 외에 검은 줄, 바코드에 관한 모든 건 미스터리다.

 어쩌면 유란의 말대로 비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굿이라도 해야 하나?’

 

 마법, 저주, 신내림. 이런 것들은 비과학이고 당연히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자신은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원이다. 비과학적으로 접근하려니 시작이 막막하다.

 

 “그럼 유란씨 말대로 바코드 현상이 마법, 어, 그러니까 저주라고 합시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푼다는 건가요?”

 “원인을 알아야죠.”

 “원인? 어떤 원인이요?”

 “저주라는 건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니까 저주를 받은 거잖아요?”

 “그렇겠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이유 없이 저주할 리는 없으니까.”

 “그러면 지금 바코더가 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는 말이 돼요. 그 원한으로 생긴 저주니까. 그래서 바코더와 접촉해 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내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아하. 그러니까 그 사람이 저지른 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찾아낸다.”

 “네. 그 말이에요.”

 “잠깐, 그러면 인과관계가 너무 복잡한데요? 지금 바코드 현상은 자연사, 사고사, 돌연사, 어쨌든 모든 사망자 중 10%정도가 나타나요. 그 사람들 전부가 과거의 잘못으로 저주를 받은 거면, 저주를 거는 사람 수 또한 바코더와 비례해요. 그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사람 앞에 나서지 않고 숨어서 저주만 건다? 이건 이상해요. 그리고 저주를 해서 바코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좀…”

 “웅현씨 말은 바코더 한 명당 저주를 건 사람이 한 명이라는 얘기죠? 그렇다면 바코더는 한 번에 한 명씩 잘못을 저질러 저주를 받은 걸까요?”

 “흐음…그건…”

 “저도 생각을 해봤어요. 바코더가 한두 명도 아니고 그들이 과거에 마주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더구나 사람이 살아오며 실수하는 게 단 한번뿐이지는 않을 텐데. 하지만 상식을 넘어 생각해 보면 다른 게 보여요.”

 “유란씨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말했듯이 이 문제를 ‘저주’라는 카테고리에 두고 접근하는 이상 상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면 저주를 거는 자는 한 명의 마법사고, 그가 못된 사람들의 과거를 살펴본 뒤, 저주를 걸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저주를 걸 수도 있잖아요?”

 

 웅현은 유란의 마지막 말에 입을 벌렸다.

 10년 동안 바코드 현상을 연구했는데, 이건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잠시 생각하던 웅현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유란씨 생각은 뭔지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바코드 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나오는 이야기이잖아요?”

 “그렇죠…”

 “솔직히 저는 좀 납득하기 어려워요.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그래서 말인데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유란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웅현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유란도 고민 끝에 털어놓은 것이었다.

 

 ‘이 현상은 분명 다른 뭔가가 있어. 접근 방법부터 달라져야해.’

 

 이전에 연구소가 활발했을 때는 많은 바코더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억울해 하며 치료방법만을 찾았을 뿐.

 

 ‘바코더를 만나서 과거를 물어봐야겠어.’

 

 바코더가 되면, 대부분 24시간 내에 사망한다. 통계가 그것을 증명했다.

 물론 바코더를 만나 과거 얘기를 듣는다 한들, 설사 또 그것이 진짜 마법이나 저주라 한들, 바코드 현상을 없애는 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유란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작은 단서라도 좋으니 원인을 알고 싶어서다.

 

 “여! 둘이 잘 되가나? 성과는 좀 있어?”

 

 그때 연구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희끗한 머리에 잔주름 있는 얼굴. 오십이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다.

 

 “어? 대표님.”

 “안녕하세요. 해외 출장 가신다더니…”

 

 웅현과 유란은 동시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늘 하는 얘기죠.”

 “그래? 성과는 좀 있고?”

 

 성과가 있냐는 말에 웅현이 쓴웃음만 지었다. 그 뜻을 아는 대표 역시 마주 웃으며 말한다.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걸 알아내기 어디 쉽나.”

 “그래도 유란씨가 새로운 접근방법을 말해주더군요.”

 

 웅현은 유란과 좀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쭉 대표에게 들려주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보다 낫다.

 대표는 얘기를 듣고 크게 웃었다.

 

 “뭐 그런 접근 방법도 나쁘지는 않지. 그건 그렇고, 오늘 해외 나가는 걸 잠시 뒤로 미루고 들렸어. 회의실로 가서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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