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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몽키 가나슈 : 사라진 아이들
작가 : 알론조
작품등록일 : 2019.9.29

그곳이 수상하다!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얼룩져있는 보육원,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곳을 탈출한 아이들도 초콜릿 상점 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두 곳은 어떤 비밀들을 품고 있을까?

 
몽키 가나슈 : 사라진 아이들 - 2
작성일 : 19-10-30 20:41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2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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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S# 43 보육원 남아 방 안 / 밤

 

 불 꺼진 방안에는 대부분이 자고 있다.

 기석과 윤우만 눈을 뜨고 있다.

 

 윤우

 형아- 자?

 

 

 기석

 아니- 아직,

 

 윤우

 나, 내일 가는 게 맞을까?

 

 기석

 글쎄----------

 가고, 안 가고 보다는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를 먼저 생각해봐

 

 윤우

 형아, 다윤이 말로는

 좋은 사람이 아닌 거 같데

 

 기석

 선택은 니가 하는 거야

 너의 인생이니까--------

 자자, 졸립다.

 

 윤우는 기석이 돌아눕자 멍하게 천정만 바라본다.

 

 S# 44 시가지 / 아침

 

 출근길이라 사람들이 조금씩 다닌다.

 초록색 모자를 쓴 아이들이 걸어가지만 평소보다 활기차지가 않다.

 무리들 중 윤우가 보이지 않는다.

 

 다윤

 (금수를 보며) 금수 오빠.

 

 금수

 응?

 

 다윤

 윤우 오빠는 오늘 바로 가는 거야?

 

 금수

 으-응, 아마도-

 아침에 실장 선생님이 와서 원장실로 데려갔어.

 

 

 다윤

 (눈시울이 붉어지며) 인사도 못 했는데-

 

 가희

 (도닥이며) 울지 마 다윤아

 저번에 민지도 오후에 우리 보고 갔잖아.

 

 다윤

 (눈물을 닦으며) 그렇겠지?

 

 가희

 그럼-------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다독이며 걸어간다.

 어느덧 멀리 학교 정문이 보이고 몽키 가나슈 앞을 지나가려하는데 가게 주인이 조그만

 쟁반을 들고 문 앞에 서있다.

 아이들은 가는 걸음을 멈춘다.

 

 S# 45 몽키 가나슈 밖 / 아침

 

 가게 주인인 바나나 아저씨는 험악한 얼굴이지만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아이들은 머뭇거릴 뿐 발걸음을 떼지 않는다.

 

 금수

 아-------- 어쩌지?

 저기가면 잡혀 갈 텐데.

 

 가희

 에이- 설마

 

 금수

 아냐, 저 아저씨가 다 데리고 간댔어,

 형들이 그랬단 말이야.

 

 가희

 아- 몰라

 학교 늦어서 혼나는 거 보다 낫지 뭘.

 난 갈래.

 다윤아 얼른 가자, 늦겠다.

 

 

 다윤

 응- 가희야.

 

 금수만 남겨두고 가희와 다윤이는 씩씩하게 걸어간다.

 금수는 내심 불안해한다.

 가희와 다윤이가 가는 길을 바나나 아저씨가 큰 덩치로 막아선다.

 둘은 놀라 걸음을 멈춘다.

 

 바나나 아저씨

 허 허 허 왜 이렇게 놀래?

 (쟁반을 내밀며) 이거 하나씩 먹어봐.

 오늘 아침에 만든 거야.

 

 다윤

 아- 아니요, 괜-찮

 

 가희

 (끼어들며) 네 저 하나 주세요.

 

 바나나 아저씨

 (바나나 그림이 찍힌 초콜릿을 주며) 그래- 여기 있다.

 (다윤을 보며) 너도 하나 먹어봐,

 

 가희는 초콜릿을 입에 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윤은 아직 주저 하고 있다.

 바나나 아저씨가 다윤에게 다시 권하자 다윤은 조심스럽게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고

 입안에 넣는다.

 바나나향이 가득하고 아름답게 단맛이 나서인지 다윤의 경계된 표정은 이내 무장해제가 된다.

 

 가희

 저- 하나 더 먹어도 되요?

 

 바나나 아저씨

 그럼, 두 개 먹어도 돼.

 

 가희

 (초콜릿을 집으며) 앗싸!

 (금수에게 손짓을 하며) 오빠 빨리 와서 먹어 봐.

 아저씨가 안 잡아 간데.

 

 바나나 아저씨

 잡아가? 누가?

 

 다윤

 아니에요, 아무것도

 

 금수는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리고 가희가 건네주는 초콜릿을 받아먹는다.

 금수의 눈도 휘둥그레진다.

 

 바나나 아저씨

 (다윤을 향해) 너도 하나 더 먹어 봐

 

 다윤은 중독성있는 몽키 가나슈를 거절하지 못하고 집어 먹는다.

 

 바나나 아저씨

 너네들 저기 산 넘어 과수원 뒤에 거기 보육원에서 오는 거지?

 

 가희

 네!, 근데 왜요?

 

 바나나 아저씨

 아냐,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너네 언제든지 들러서 초콜릿 먹고 가,

 알았지?

 

 가희

 정말요? 정말 돈 안 받는 거죠?

 

 바나나 아저씨

 그럼, 언제든 들러.

 

 아이들은 일제히 인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간다.

 아이들이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나나 아저씨.

 

 S# 46 보육원 원장실안 / 오후

 

 아침 일찍 민 사장과 강 계장이 오른쪽 소파에 앉아있다.

 변 실장과 윤우는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있고 변 원장은 윤우를 주시하고 있다.

 민 사장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더니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윤우를 유심히 살펴본다.

 

 변 실장

 (보며) 민 사장님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애가 똘똘해서 맘에 드실 겁니다.

 

 민 사장

 윤우라고 했니?

 

 윤우

 네-

 

 민 사장

 너는 아저씨 집에 입양이 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니?

 

 윤우

 아----------

 (변 씨 남매를 번갈아보며) 저는--------

 

 변 실장과 변 원장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 사장

 괜찮으니 말해 봐.

 

 윤우

 우-선, 밥알을 마음껏 흘리면서 먹고 싶어요.

 

 민 사장

  그리고?

 

 윤우

 얼굴이 까매질 정도로 밖에서 뛰어 놀 거 에요.

 모자도 안 쓸 거예요.

 

 민 사장

 더 없니, 갖고 싶은 거나, 가고 싶은 곳 말이야.

 

 윤우

 (큰 소리로) 그리고 매일 매일 울 거 예요.

 (눈물이 고이며) 참아왔던, 시 간 만큼-------

 

 변 원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민 사장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야지.

 참으면 안 돼~

 

 윤우

 (보며) 아저씨는 제가 그래도 안 혼낼 거죠?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여기 친구들 보러 와도 되죠?

 

 민 사장

 어--------- 그래, 내가 왜 혼내?

 친구들은 니가 보고 싶을 때 얘기해 데리고 와줄게.

 

 윤우

 (눈물이 고인채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윤우는 여전히 눈물범벅이 되어있다.

 이때 변 원장은 변 실장에게 눈짓으로 지시를 하고 변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우를

 데리고 나간다.

 

 S# 47 원장실 앞 복도 / 오후

 

 복도에 나온 변 실장은 윤우를 노려보고 있다.

 그런 윤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변 실장

 야! 이 새끼야, 거기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지랄이야?

 시킨 것만 하라 구, 시킨 것만

 

 윤우

 죄---------송합니다. 실장 선생님.

 

 변 실장

 (뒤통수를 때리며) 닥치고 올라가서 짐이나 챙겨, 대책 없는 새끼

 

 윤우는 그 자리를 떠나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윤우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변 실장

 

 S# 48 보육원 남아 방 안 / 오후

 

 크지 않은 가방에 소지품들을 챙겨 넣는 윤우는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훌쩍거리며 챙겨 넣는 것을 하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윤우는 머릿속이 복잡한 듯하다.

 이때 복도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고 이내 방문이 열린다.

 제일먼저 윤우를 발견한 금수는 문 앞에 서서 이내 울먹거린다.

 

 금수

 윤우야---------

 

 윤우

 (애써 슬픔을 감추고) 어, 금수 왔네.

 뭐해? 안 들어오고.

 

 금수

 (울면서) 윤우야-------------

 

 윤우

 (눈물을 흘리며) 나 짐 챙기는 거 안 도와 줄 거야?

 혼자는 못하겠어.

 

 금수

 (큰소리로) 안 도와줄래!

 그 짐 다 챙기면, 넌 가는 거잖아.

 

 윤우

 (고개를 돌리며) 싫음 말아 라---------

 혼자 하면 되지.

 

 금수와 주변 아이들은 터벅터벅 걸어와 말없이 윤우를 돕는다.

 문틈사이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가희와 다윤도 눈에 눈물이 가득이다.

 이내 사라지는 다윤, 이 모습에 황급히 다윤을 따라가는 가희.

 윤우와 금수와 아이들은 짐을 챙기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서로 부둥켜안고 울어버린다.

 잠시 후 다윤이 손에 하얀색 털 뭉치의 인형을 들고 윤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뒤 따라 가희도 함께 들어온다.

 

 가희

 윤우 오빠-

 

 윤우

 (눈물을 닦고 보며) 응- 다윤이 왔어?

 

 다윤

 (인형을 내밀며) 이거-

 

 윤우

 (보며) 이건-

 

 

 

 

 

 다윤

 응, 오빠

 이거는 민지가 가고 나서 밥봉이 대신 안고 자던

 양양이라고 해, 양모양이라서 이름이 양양이야.

 털이 보들보들해서 잠이 안 올 때는 안고 있으면 금방 잠이 들어,

 오빠도 잠이 안 오면 이거 안고 자라고-

 

 윤우

 (받는 걸 망설이며) 그럼, 너는?

 

 다윤

 (슬픈 웃음으로) 응 난 또 있어.

 원숭이 키키랑, 북극곰 꼬미가 있어서 괜찮아.

 

 윤우

 (받으며) 고마워-

 매일 밤 꼭 안고 잘게.

 

 이때 밖에서 무거운 구두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변 실장

 야! 빨리 안 나오고 뭐해.

 느려 터져가지곤-

 

 아이들은 변 실장의 큰소리에 놀라고 황급히 벽에 붙어 앉는다.

 윤우는 앞으로 걸어 나오고 다윤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변 실장

 (다윤을 보며) 넌 여기 왜 있어?

 당장 니방으로 돌아가!

 

 이때 변 실장의 핸드폰이 올리고 변 실장은 전화를 받는다.

 아이들을 노려보며 전화기를 들고 복도로 나가는 변 실장.

 

 S# 49 보육원 2층 복도 / 오후

 

 변 실장

 아- 네 사장님, 언제 오신다고요?

 

 변 실장이 전화를 받는 동안 윤우는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해 다윤을 바라본다.

 다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으로 입을 막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

 그 모습에 윤우는 변 실장의 눈치를 한번 본후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다 댄 후 유리창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댄다.

 다윤도 울며 손가락을 입에 댄 후 검지 손가락을 유리창에 윤우의 손가락과 맞댄다.

 그렇게 둘은 이별의 손짓을 한다.

 

 

 S# 50 학교 운동장 / 오후

 

 가방을 메고 양양이를 끌어 안은 윤우는 고급 세단의 뒷 좌석에 앉는다.

 2층에는 다윤과 금수, 그리고 여러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윤우를 배웅한다.

 윤우는 열린 창문으로 손을 흔들고는 원숭이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안심 시킨다.

 운동장에는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 고급세단은 정문을 빠져 나간다.

 이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석은 자신의 옆으로 스쳐가는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화단을 가꾸던 김 노인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S# 51 몽키 가나슈 밖 / 오후

 

 금수가 헐레벌떡 쫓기듯 인도 위를 달린다.

 그 뒤를 맹렬히 쫓는 혁수

 잡힐 듯 잡힐 듯 아슬아슬 하다.

 금수는 달리다가 건너편 몽키 가나슈 상점을 쳐다보고는 그쪽을 향해 달린다.

 

 혁수

 야! 소금수 너 잡히면 죽을 줄 알아.

 더 맞기 전에 거기서!

 

 금수는 겁에 질린 얼굴로 필사적으로 달린다.

 

 S# 52 몽키 가나슈 안 / 오후

 

 정 육면체 초콜릿 위에 통 헤이즐넛을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올리고 있는 바나나 아저씨

 쫓고 쫓기는 아이들을 쇼 윈도우를 통해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나나 아저씨

 하던 일을 멈추고 매장을 문을 연다.

 그리고는 금수를 향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금수의 표정은 망설이는 듯 하지만 거침없이 매장을 향해 달려 들어온다.

 금수는 매장 끝 부분의 테이블 밑에 숨듯이 쪼그려 앉는다.

 뒤따라온 혁수는 매장으로 들어오려 하지만 바나나 아저씨의 큰 덩치로 입구에 가로막혔다.

 놀란 혁수는 바나나 아저씨를 올려 다 본다.

 

 바나나 아저씨

 (보며) 뭐 필요한 거 있니?

 

 혁수

 (겁먹은 목소리로) 아--------뇨, 조금 전 친구가 여기 들어와서요.

 

 바나나 아저씨

 친구?

 혁수

 네 친구요!

 

 바나나 아저씨

 (금수를 보며) 니 친구 맞아?

 

 금수는 바나나 아저씨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나나 아저씨

 니 친구 아니라는데?

 괴롭히는 건 친구가 아니지,

 안 그래?

 

 혁수

 그게 아니라요-------

 

 바나나 아저씨

 넌, 여기 초콜릿을 사는 게 아니면

 문턱을 넘지 말아야 할 거야!

 

 낮고 굵직한 목소리에 움추린 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뒷걸음을 치고는 그곳을 떠난다.

 바나나 아저씨는 숨어있는 금수를 한번 본 다음 주방으로 간다.

 레인지에 물이 담긴 냄비를 올리고 팔팔 끓인다.

 그리곤 다크 초콜릿 커버춰를 넣고 녹인다.

 물은 진한 초콜릿색 액체가 되어있다.

 그리곤 옆 냄비에 찬 우유에 부어서 섞는다.

 충분히 섞은 다음 망이 촘촘한 채반으로 그 액체를 거른다.

 채반에는 덜 녹은 초콜릿 입자가 남고 아래로는 깨끗한 초콜릿색 액체가 받아진다.

 길고 투명한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넣고 걸러진 초콜릿색 액체를 붓고는 스트로우를 꼽아서는

 금수에게로 가져 간다.

 쟁반위에는 바나나 그림이 찍혀있는 초콜릿과 방금 만든 아이스초코가 놓여있다.

 

 바나나 아저씨

 괜찮으니깐, 자리에 앉아서 시원하게 마셔.

 그리고 이건 저번에 네가 먹었던 바나나 맛 초콜릿이야.

 

 금수는 주저하지만 슬며시 의자에 똑바로 앉는다.

 그리곤 아이스 초코를 한 모금 마신 후 조심스레 바나나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문다.

 그 모습을 주방에서 보고 있는 바나나 아저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S# 53 보육원 사무실안/ 저녁

 

 사무실안의 분위기는 계절과는 달리 차갑기만 하다.

 변 실장, 박 계장, 권 선생, 최 선생 및 몇 몇 사람들은 죄 지은 듯 서있다.

 변 원장은 그 사람들을 향해 화난 듯 양 손을 허리춤에 대고 노려보고 있다.

 

 변 원장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하교하던 아이가 사라지다뇨?

 같이 온 애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박 계장

 네 원장님, 그 아이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먼저 달려 나가는 바람에

 같이 오지 못했답니다.

 

 변 원장

 그게 끝이에요?

 

 박 계장

 그게-------

 

 변 원장

 학교에는 연락 해봤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물어 봤구요?

 같은 반 아이들한테는 물어 봤어요?

 

 박 계장

 아직---------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연락을 취해보려고--------

 

 변 원장

 지금 학교가 전화 받아요?!!

 정신 차리세요! 박 계장님!!

 내일 아침에 당장 학교 찾아가서 담임 만나고 아이들한테도 탐문 해봐요.

 그리고 동네 사람들한테도! 아시겠어요?

 

 박 계장

 네 원장님.

 

 변 원장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에요.

 내일 모든 행사나 업무 취소하시고 그 아이 찾는데 주력하세요!!

 

 날카롭게 한 마디 던지고는 사무실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변 원장이다.

 다들 난감한 표정을 한 가운데 변 실장이 입을 연다.

 

 변 실장

 (달래듯) 자자 기분들 푸시고,

 내일 박 계장님은 학교에 가보시고요.

 권 선생님과 최 선생님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 보세요.

 저는 시청에 들어가서 다른 곳에서 그 아이 발견하고 보호하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여기 있는 다고 해결 되는 거 없으니깐

 원장님 가시고 나면 식사나 하러 갑시다.

 간만에 소고기에 소주 한 잔들 하시죠.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변 실장이다.

 변 실장 말에 다들 자리에 털썩 앉는다.

 차가웠던 공기는 조금은 수그러들 은 듯하다.

 

 S# 54 소고기 집 / 밤

 

 소고기집 안은 각각의 방으로 되어 있는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한 식당이다.

 제일 구석방에는 새 희망 보육원 직원들이 앉아 있다.

 불판위의 고기는 익어가고 최 선생은 연신 고기를 구워댄다.

 테이블의 최고 상석에 앉은 변 실장은 소주잔을 든다.

 

 변 실장

 기분은 나쁘시겠지만, 기분 좋게 한잔 듭시다.

 최 선생, 뭐해요, 그만 굽고 잔 드세요.

 권 선생님도 얼른요.

 

 변 실장 말에 잔을 드는 직원들

 잔을 부딪치며 쓰게 한 모금씩들 한다.

 변 실장은 일어서서 빈 잔에다 술들을 채워주며 말을 한다.

 

 변 실장

 선생님들 너무 서운하게들 생각 마세요.

 저도 제 누나지만 맘에 안들 때가 참 많아요.

 워낙 까탈스럽기도 하구-

 

 박 계장

 네, 실장님

 저희는 실장님만 믿고 일하기에

 원장님 저러시는 거 크게 맘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최 선생

 (반박하듯) 그래도 너무 인격을 모독하시는 건 좀 그래요.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훈육 당하는 느낌이라니깐요.

 

 변 실장

 알죠, 제가 왜 최 선생 맘을 모르겠어요?

 자 일단 한 잔 받으세요.

 

 권 선생

 저도 최 선생 생각과 같아요.

 이건 뭐 군대도 아니고, 너무하시다는 생각은 들어요.

 

 술을 다 따른 변 실장은 자기 자리에 앉는다.

 소주를 한 잔 들이 키고 테이블위에 빈 잔은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개를 반쯤 숙이고 눈은 위로 치켜뜨고는 입을 연다.

 

 변 실장

 선생님들! 우리가 지금 누가 나쁘다, 맘에 안든 다 할 처지인가?

 우리가 친해져서 나쁜 짓을 했나?

 나쁜 짓을 같이 했으니깐 친해진 거 아뇨?

 안 그래요?

 인격모독? 군대?

 선생님들 잊고 계신가본데.

 다들 다니던 시설이나 기관에서 불미스런 일로 퇴직하시고

 갈 곳 없을 때 받아 준 곳이 어디요?

 그리고 한건씩 성사될 때 마다 인센티브 안 가져 가셨어?

 적당히 들 해요. 적당히 들!

 

 변 실장의 일장 연설에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어느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한다.

 눈치를 보던 박 계장은 변 실장의 빈 잔에 술을 따른다.

 

 박 계장

 실장님 화 푸세요.

 우리가 몰라서 그러나요?

 실장님 아니었으면 이런 직장 어떻게 구해요.

 늘 고맙게 생각하죠.

 그냥 치기어린 투정이라 생각해주세요.

 (직원들을 보며) 뭣들해요! 실장님께 사과드리지 않고!

 

 변 실장

 (온화한 표정으로 바꾸며) 아--------- 됐어요, 사과는 무슨.

 저도 흥분해서 그런 거니 기분 좋게 드시고 훌훌 텁시다.

 자 잔들 들어요.

 

 보육원 직원들은 일제히 술잔을 들고 잔을 부딪친다.

 그렇게 그들의 더럽고 어두운 밤은 깊어져만 간다.

 S# 55 4학년 교실 안 / 오후

 

 점심시간이라 몇 몇 아이들만 있을 뿐 교실 안은 조용하다.

 교사책상에는 여선생과 박 계장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여선생

 아뇨, 윤우가 입양되고 나서 한동안 우울 했던 거 말고는

 별다른 행동이나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그 아이 성격에 가출할 아이도 아니 구요.

 

 박 계장

 네, 그렇군요.

 그럼 윤우 이외에는 친한 친구는 없나요?

 

 여선생

 워낙, 보육원 아이들끼리만 뭉쳐 다녀서요.

 다른 아이들과는 친하고 말고도 없어요.

 

 박 계장

 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혹시 학교 쪽으로 무슨 연락이 오거나

 생각나시는 게 있으시면

 (명함을 주며) 이쪽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여선생

 (받으며) 네, 알겠습니다.

 

 박 계장

 (인사하며) 그럼--------

 

 박 계장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선생

 점심시간 종료 5분전을 알리는 종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S# 56 미주시청 / 오후

 

 시청 앞 광장 벤치에 앉아 있는 두 남자.

 변 실장과 강 계장이 종이컵을 들고 앉아 있다.

 강 계장은 담배를 연신 피어댄다.

 

 강 계장

 경찰에는 연락 안 해 봤어?

 

 변 실장

 계장님!

 누나가 아무리 경찰 쪽 줄이 있다고 해도

 아시다시피 이건 비공식으로 진행 되 야 해요.

 아시면서 왜 그러실까?

 

 강 계장

 변 실장, 내가 바보야?

 누가 대놓고 물어보래?

 보육원이 보호 하고 있던 아이 실종 신고 내는 게

 이상할 일이야?

 입양이 된 애도 아니고.

 

 변 실장

 (잠시 생각 후) 그럼, 내가 누나한테 물어보고

 경찰에 연락하고 시청 복지과에도 연락 한 걸로 합시다.

 

 강 계장

 어, 그래 시청 쪽 일은 걱정 마.

 

 강 계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시청 건물로 들어간다.

 변 실장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다.

 

 S# 57 시가지 / 오후

 

 시가지에서 상점마다 들르는 최 선생과 권 선생.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최 선생

 (짜증내듯) 날도 더운데 이게 뭔 고생이야!

 권 선생

 그러게 말이에요.

 콩 알 만 한 새끼 때문에!

 

 최 선생

 더 돌아다니는 건 시간 낭비겠죠?

 다들 모른다고만 하니.

 

 권 선생

 그러게요, 애들 하교 하는걸 누가 유심히 보겠어요.

 돌아갑시다.

 있는 그대로 보고 하면 되죠.

 

 이때 학교 정문 쪽에서는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리들 속에 섞여있는 다윤과 가희다.

 다윤, 가희는 최 선생을 발견하고 황급히 모자를 꺼내서 눌러쓴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자 그 곳을 쳐다보는 최 선생과 권 선생.

 다윤과 가희는 둘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최 선생은 다윤에게 오라는 손짓을 한다.

 

 최 선생

 너! 금수를 보거나 소식 들은 거 없어?

 

 다윤

 아뇨, 없어요.

 

 최 선생

 평소에 그렇게 똘똘 뭉쳐서 돌아 다니면서

 모른 다는 게 말이 돼?

 

 다윤은 가희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최 선생을 본다.

 

 다윤

 정말 못 봤어요.

 

 권 선생

 알았으니까, 딴 데로 새지 말고

 곧장 보육원으로 가!

 

 다윤

 (인사를 하며) 네, 선생님.

 

 

 최 선생과 권 선생은 발길을 돌리며 걷는다.

 그때 그 옆으로 조잘 되면서 지나가는 혁수 무리들.

 

 혁수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금수 잡아서 신나게

 패줬어야 하는 건데.

 

 그 소리를 들은 최 선생은 혁수 쪽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린다.

 

 최 선생

 얘! 너 방금 금수라고 했니?

 

 혁수

 (놀라며) 네? 아---------뇨

 

 최 선생

 아니긴 너 금수 어쩌고저쩌고 했잖아.

 혼내는 거 아니니깐 말해봐.

 언제 금수 봤니?

 

 혁수

 그게 아니 구요, 어제 사실은-

 

 S# 58 몽키 가나슈 안 / 오후

 

 초콜릿을 만들며 혁수와 최 선생, 권 선생을 쇼 윈도우 너머로 지켜보는 바나나 아저씨.

 혁수는 손가락으로 이곳을 가리킨다.

 최 선생과 권 선생은 가게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가게를 향해 걸어온다.

 잠시 후 가게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들어온다.

 

 바나나 아저씨

 어서 오세요,

 

 최 선생과 권 선생은 바나나 아저씨의 피지컬과 인상을 보고는 표정이 굳는다.

 

 바나나 아저씨

 주문하시겠어요? 뭐 드릴까요?

 

 최 선생은 말할 자신이 없는지 권 선생을 툭 툭 친다.

 권 선생은 잠시 쭈뼛거린다.

 

 

 권 선생

 (명함을 건네며) 아, 뭘 사러 온건 아니 구요.

 저희 보육원 아이가 실종이 돼서요.

 얘기를 들어보니 마지막으로 온 곳이 여기라고 해서요.

 뭐 아시는 게 있나 해서요.

 

 바나나 아저씨

 (명함을 보며) 아, 보육원 선생님들이시네요.

 글쎄요? 여긴 아이들이 즐겨 오는 곳이라

 어떤 아이를 말씀 하시는지?

 

 권 선생

 (사진을 보여주며) 요렇게 생긴 아이인데요.

 좀 통통하고 11살 정도-

 어제 이 시간쯤 이곳으로 들어 왔다고 해서요.

 

 바나나 아저씨

 아- 기억납니다. 이 아이.

 어제 친구한테 괴롭힘을 당했는지

 이곳에 와서 숨 길래, 상황이 딱해서

 여기서 음료수랑 초콜릿 먹이고

 괴롭히던 아이가 가고 나서 좀 있다가 나갔죠.

 그러고 보니깐 늘 아침에 이 앞을 지나던 앤데

 오늘 아침에는 안 보인다 했네요.

 

 최 선생

 (주저하며) 등교하는 애들이 많은데 유독 이 아이만 관찰 하시는가 봐요?

 

 바나나 아저씨가 그 말에 들고 있던 실리콘 주걱을 탁 내려놓는다.

 그 소리에 움찔하는 두 사람.

 

 바나나 아저씨

 관찰이요? 허허

 선생님, 아침마다 초록색 모자 쓰고 매일 무리지어서 다니는데

 그거 기억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그 애가 없어졌어요?

 

 권 선생

 (겁먹은 듯) 네, 어-제 그 시간 이후로-

 

 

 

 바나나 아저씨

 그거 큰일이네요.

 친구들이 너무 괴롭히니까 가출한건 아닐까요?

 경찰에 신고해서 찾는게 훨씬 빠르지 않을까요?

 

 권 선생

 (당황하며) 아-----------

 경찰에는 이미 신고했지요.

 그래도 너무 걱정이 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바나나 아저씨

 그렇네요, 밤새 잘 곳도 마땅치 않았을 텐데.

 

 이때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바나나 아저씨

 어서 오세요.

 (보며) 저- 손님이 와서-

 

 권 선생

 아-네, 네

 그럼, 감사합니다.

 

 바나나 아저씨

 네, 들어가세요.

 혹시나 보게 되면 여기로 전화 드릴게요.

 

 권 선생

 아- 네 감사합니다.

 

 최 선생과 권 선생은 도망치듯 가게를 나간다.

 바나나 아저씨는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며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S# 59 몽키 가나슈 밖 / 오후

 

 가게를 나온 최 선생과 권 선생은 땀범벅이 되어 한 숨을 내쉰다.

 

 최 선생

 저건 사람이 아니고 고릴라야, 고릴라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요.

 

 

 권 선생

 그러게요, 어울리지 않게 쪼그렛은-

 여긴 별다른 사항이 없으니깐

 얼른 가서 보고 하죠.

 

 최 선생

 네, 그래요.

 우린 할 만큼 했으니까 뭐라 그러지는 않겠죠.

 

 권 선생

 아씨- 변씨 남매들 때문에 날도 더운데 뭔 개고생이야

 하여튼 이름 따라 가요.

 똥창수, 똥귀희

 

 최 선생

 권 선생님, 똥이 무서워 피하나요, 더러워 피하지요.

 

 권 선생

 맞네요- 하하하

 

 그렇게 둘은 보육원으로 가기위해 길 건너편에 있는 차에 탑승한다.

 시가지를 빠져 나가는 차량.

 

 S# 60 보육원 원장실안 / 저녁

 

 소파 상석에는 변 원장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변 실장은 오른쪽 옆자리에서 양 다리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있다.

 

 변 실장

 일단, 강 계장한테는 실종접수 해달라고 했어요.

 (보며) 경찰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변 원장

 최소한 쇼는 해야 하지 않겠어?

 청탁 보다는 자연스러운 걸로 가는 게 좋겠어.

 

 변 실장

 어-떻게-?

 

 

 변 원장

 (답답해하며) 자연스러운 거 몰라? 자연스러운 거!

 일일이 설명 해줘야 알아먹겠어?

 박 계장 시켜서 경찰에 정식으로 실종 신고 넣으라고!

 

 변 실장

 아-네,

 

 변 원장

 그리고 그 애새끼가 마지막으로

 갔던 데가 그 초콜릿 가게라고 했지?

 거긴 직접 만나 봐!

 털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변 실장

 네, 원장님.

 

 변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목례를 하고 원장실을 나선다.

 

 S# 61 보육원 안 현관 / 저녁

 

 변 실장은 원장실을 나와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 노끈으로 묶인 많은 양의 빈 박스 더미를 어깨에 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김 노인

 변 실장이 그 옆으로 지나칠 때 쯤 노끈이 풀린 박스들은 변 실장을 덮친다.

 먼지하나 없는 변 실장의 네이비색 수트는 먼지 등으로 덮이고 헤어스타일도 흐트러진다.

 정색을 하며 김 노인을 보는 변 실장.

 

 변 실장

 이 노인네가 미쳤나.

 눈깔을 어따 두고 다녀!!

 

 김 노인

 (굽실거리며) 죄- 죄송합니다.

 다치신데 없으세요?

 

 김 노인은 장갑을 벗고 옷을 털어 주려하자 변 실장은 반사적으로 뿌리친다.

 

 변 실장

 아-씨 발- 더럽게 어디다 거지같은 손을 갖다 대!

 

 김 노인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변 실장

 너! 일부러 그랬지?

 나 엿 먹으라고

 

 김 노인

 아-뇨, 그럴 리가-있습니까.

 

 변 실장

 시발- 재수가 없을 라니까.

 얼른 치우고 사라져!

 

 김 노인은 연신 굽실거리며 바닥에 있는 박스를 다시 가지런히 모아서 정리를 한다.

 이때 쌓아놓은 박스를 세차게 걷어 차버리는 변 실장.

 

 변 실장

 꼴값 떨고 앉았네!

 

 

 변 실장은 김 노인을 흘겨본 후 현관문을 발로 차듯이 열며 나가 버린다.

 박스를 다시 주우며 그런 변 실장의 뒷 모습을 애처러울 정도로 쳐다보는 김 노인.

 

 

 S# 62 몽키 가나슈 밖 / 아침

 

 가게 건너편에는 변 실장이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담배 하나를 피워대고 있다.

 마지막 한 모금을 야무지게 빨아 피운 손가락으로 도로로 튕겨내는 변 실장

 차가 없는 한산한 도로를 건넌다.

 몽키 가나슈 안에서는 그 모습을 유심히 보는 바나나 아저씨.

 

 S# 63 몽키 가나슈 안 / 아침

 

 출입문의 종소리가 울리며 변 실장이 시건방지게 들어온다.

 주방에서 변 실장을 보는 바나나 아저씨.

 바지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 넣은 변 실장은 바나나 아저씨의 피지컬을 보고 흠칫 놀라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한다.

 

 바나나 아저씨

 어서 오세요-

 

 변 실장은 인사에 고개만 까딱 거린다.

 

 바나나 아저씨

 처음이시죠?

 설명 좀 해드릴까요?

 

 변 실장

 (보며) 내가 처음인 걸 어떻게 알아?

 

 바나나 아저씨

 (웃으며) 이 동네야 빤하죠.

 늘 오시는 분만 오니까요.

 

 변 실장

 흠, 뭐 사러 온건 아니고

 물어볼게 있어서.

 

 바나나 아저씨

 (쉐프복을 살짝 걷으며) 아 그러세요?

 근데 말씀은 살짝 높이시지?

 끝이 짧은 감이 있네.

 

 변 실장

 (긴장한 듯) 그-쪽도 말 놓던가-

 여기 금수 왔었지?

 걔 어디 갔어?

 

 바나나 아저씨

 어이,

 당신 시소야?

 어?

 

 변 실장

 뭔 소리야?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바쁘니까!

 

 바나나 아저씨

 시소 몰라? 초등학교 때 왕따였니?

 혼자 놀아서 시소 못타봤어?

 내가 높이니까 넌 내리잖아.

 넌 존댓말부터 다시 배우고 물어보러 와.

 

 변 실장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지랄이야!

 바나나 아저씨

 지랄?

 넌 내가 누군줄 아니?

 넌 오늘 아무렇게나 쳐 먹은 싸래기 밥 토할 때 까지

 쳐 맞고 대화 시작하자!

 

 바나나 아저씨가 주방을 돌아 변 실장 쪽으로 걸어간다.

 변 실장은 뒷 걸음 치며 입구 쪽으로 물러난다.

 

 변 실장

 왜 이래 이거

 뭐 물으러 왔다잖아!

 

 바나나 아저씨

 그니깐 예를 갖추고 물으라고

 시소 같은 새끼야!

 

 변 실장은 다가오는 바나나 아저씨를 피해 가게 밖으로 황급히 나간다.

 

 S# 64 몽키 가나슈 밖

 

 밖으로 나온 변 실장은 분한듯한 표정이다.

 가게 쪽을 노려보며 담배를 한 개 피 꺼내 문다.

 

 변 실장

 저건 뭐하는 새끼지?

 아- 씨발, 그년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애새끼 하나 때문에 인생 좆같이 꼬이네.

 

 변 실장은 담배를 깊게 빨다가 바나나 아저씨랑 눈이 마주치자 담배를 바닥에

 튕겨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S# 65 민 사장 집안 / 밤

 

 칠흑같이 어두운 방안이다.

 침대와 벽사이의 구석에 런닝과 팬티 차림으로 쪼그리고 있는 윤우이다.

 얼굴과 몸에는 멍 자국이 원래의 피부색이 안 보이일 만큼 뒤 덮여 있다.

 하지만 눈에는 슬픔보다는 분노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방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바닥에는 몽둥이를 든 남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윤우는 마치 대비라도 한 듯 눈을 질끈 감는다.

 폭력은 그림자로만 보여 지지만 그 무게와 강도는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때리는 둔탁한 소리만 들릴 뿐 그 어떤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력은 끝이 나고 그림자는 문밖으로 나가고 문이 닫힌다.

 이마의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진 윤우는 다시 몸을 일으켜 구석에 앉는다.

 힘이 드는지 바닥에 다시 쓰러지듯 엎드린다.

 팔을 뻗어 침대 밑에서 흰 물체를 힘겹게 꺼낸다.

 다윤이가 준 양양이라고 하는 인형이다.

 윤우는 살포시 양양이를 안는다.

 눈을 감고 잠이 든다.

 

 S# 66 시골길 / 오후 (INS)

 

 윤우

 금수야 신발을 벗고 무릎 밑에 까지만 들어가서 건져봐.

 우리가 뒤에서 손 연결해서 잡고 있을게.

 

 금수

 어- 엉

 

 금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린다.

 윤우는 한 손으로는 금수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은 뒤의 다윤 손을 잡고 다윤은 가희의

 손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다.

 

 금수

 조금만- 조금만 더

 

 작대기가 모자에 닿으려는 순간 중심은 흐트러지고 금수는 물에 빠지고 만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진 아이들.

 생쥐 꼴이 된 금수는 아이들을 향해 물을 뿌려 댄다.

 아이들은 물을 피하며 웃으며 도망 다니다 이내 모두 냇가로 들어가서 하루를 잊은 듯

 깔깔거리며 물장구를 치며 논다.

 냇가에서 노는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는 듯 그렇게 해 맑게 웃는다.

 

 S# 67 민 사장 집안 / 새벽

 

 행복한 표정으로 꿈을 꾸던 윤우는 잠에서 깬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한 표정으로 장롱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연다.

 장롱의 문 여는 소리는 적막한 탓인지 평소보다 굉장히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위아래 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멘다.

 조심스레 방문 쪽을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는 윤우.

 뒤 돌아보며 양양이를 집는다.

 가방의 지퍼를 열고 양양이를 넣지만 큰 탓인지 다 들어가지가 않는다.

 머리만 빠끔히 가방 위로 나온 양양이.

 윤우는 살짝 열린 방문 틈 사이로 사방을 살핀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방을 나온다.

 뒤꿈치를 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현관 문 쪽을 향해 거실을 가로지른다.

 현관문에 다다를 때쯤 윤우의 옷깃에 진열대에 있는 15CM크기의 화병이 걸리고

 화병은 흔들거리다가 진열대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기 직전에 놓여 있다.

 윤우는 재빨리 몸을 돌려 화병을 잡으려 하지만 팔이 닿지 않는다.

 중심을 잃고 거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고 화병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찰나 윤우의

 가방에서는 양양이가 튕겨져 나온다.

 다행히 양양이 위로 떨어지는 화병, 어떠한 소리 없이 안전하게 받아내는 양양이는 윤우를

 보고 웃고 있는 듯하다.

 식은땀을 흘리는 윤우는 양양이를 가방에 다시 넣고 화병은 손으로 집어서 진열대에

 올리려는 순간 현관 쪽의 센스 등이 켜지고 민 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표정으로

 윤우를 쳐다보고 있다.

 겁에 질린 윤우는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있다.

 민 사장은 몽둥이를 들고 윤우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온다.

 이때 윤우는 쥐고 있던 화병을 민 사장을 향해 던지고 화병은 민 사장 눈에 맞는다.

 이틈을 타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는 윤우.

 민 사장은 고통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눈을 감싸고 주저앉아 있다.

 

 S# 68 민 사장 집밖/ 새벽

 

 바닥은 비가 오고 있어 젖어 있고 신발을 신지 않은 피 묻은 조그마한 발은 필사적으로

 땅을 박차며 달리고 있는 윤우.

 비에 흠뻑 젖은 윤우의 몸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윤우의 등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양양이도 비에 젖어 매우 슬퍼 보인다.

 아픔을 잊은 채 이정표만 보고 달리는 윤우이다.

 

 S# 69 폐 주유소 / 새벽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지만 윤우의 발은 처참할 정도로 부어있다.

 지칠 대로 지친 윤우는 폐 주유소를 발견하고 주유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지쳐버린 몸을 책상 옆 구석에 던져버린다.

 고개를 숙인 윤우는 피곤한 탓인지 이내 잠이 들고 만다.

 

 S# 70 자숙의 방 / 저녁 (INS)

 

 윤우

 다윤아- 나 괜찮아

 걱정 마-

 

 다윤

 오빠-

 우-리- 때문에-

 

 윤우는 다윤의 말에 손가락을 자기 입에 댄다.

 

 윤우

 쉿!

 

 그리고는 그 손가락을 먼지 가득한 유리에 댄다.

 다윤은 머뭇거리다 윤우와 같이 손가락을 입에 댄다.

 

 다윤

 쉿!-

 

 다윤은 그 손가락을 유리를 사이에 두고 윤우 손가락과 맞댄다.

 다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고 윤우는 해맑게 웃으며 다윤을 응시한다.

 

 S# 71 폐 주유소 / 새벽

 

 꿈을 꾸다 눈가에 밝은 빛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로 비추어 진다.

 윤우는 놀라서 눈을 뜨고 검은 그림자가 윤우를 잡아든다.

 지칠 대로 지친 윤우는 반항할 힘조차도 없다.

 비몽사몽으로 차에 태워지는 윤우.

 조수석에는 누군가 잠들어 있는 것 같은데 정신이 없어 잘 보이지 않는다.

 핑크색 인형만이 흘끗 흘끗 보일뿐이다.

 뒷좌석에 누운 채 그대로 잠이 들고 마는 윤우이다.

 검은 그림자는 앞만 보고 차량을 운전해 그곳을 나간다.

 

 S# 72 보육원 원 장실 안 / 저녁

 

 변 원장은 책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변 실장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변 실장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변 원장

 

 변 원장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애미, 애비 없는 것들은 몸뚱아리가 희망인거야.

 당장은 고통스럽겠지.

 근데 말이야, 참고 기다리잖아?

 그러면 나처럼 기회가 딱-와!

 내가 이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원장자리 까지 왔어.

 양아치 짓 하고 다니던 인간 말종도 동생이라고 먹고 살게 해주고 말이야.

 그런데 넌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아?

 일을 어떤 식으로 처리했길래 애새끼들이 셋이나 사라져!

 윤우, 민지 데려간 인간들이 돈 내놓으라고 지랄들이야,

 보육원에서 빼 돌린 거 아니냐고 난리라고, 어쩔거야?

 니가 빼돌렸니? 어?

 

 변 실장

 (손을 내저으며) 아냐 누나, 그럴 리가 있겠어?

 

 변 실장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변 실장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긴다.

 

 변 원장

 누나 소리 빼!!

 

 뺨을 어루만지며 놀라서 변 원장을 쳐다보지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변 실장

 변 원장

 (냉정을 찾고) 사라진 애새끼들,

 뭔가 이상해

 누가 꼭 껴 있는 거 같단 말이야.

 

 그러면서 변 실장을 다시 노려본다.

 눈이 마주치자 변 실장은 황급히 입을 연다.

 

 변 실장

 진짜 전 아니에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어요.

 

 변 원장

 제대로 캐서 와, 아니면 너도 무사하지 못 할 거야.

 

 변 실장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변 실장은 90도로 인사를 하고 원장실 문을 열고 나간다.

 못마땅한 눈빛으로 뒷모습을 쳐다보는 변 원장.

 

 S# 73 보육원 김 노인 숙소 앞 / 밤

 

 뺨을 어루만지며 인상을 쓰고 보육원 운동장을 가로질러 승용차를 향해 걷는 변 실장.

 일과를 마치고 목에 두른 수건을 벗어 옷을 털며 숙소에 들어가려는 김 노인은

 자신의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변 실장과 눈이 마주치는 김 노인은 변 실장에게 가벼운 목례를 한다.

 그리고는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변 실장은 김 노인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

 옆으로 내팽겨 친다.

 힘없이 바닥에 나뒹구는 김 노인이다.

 바닥에 누운 김 노인을 향해 무차별적인 발길질이 시작 된다.

 몸을 웅크린 채로 저항하지 못하는 김 노인 이다.

 구타를 잠시 멈춘 채 숨을 헉헉 대며 말하는 변 실장이다.

 

 변 실장

 너! 여기 왜왔냐?

 왜 왔냐고?

 너 그러고 살면 용서 받을 거 같았냐?

 

 변 실장의 말에 대꾸가 없자 구타는 또 다시 시작 된다.

 몸통과 얼굴,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진다.

 방어도 하지 않은 채 피 흘리며 맞고 있는 김 노인이다.

 

 

 변 실장

 너! 윤우, 그 애새끼랑 친했지?

 이 새끼가 입양간지 얼마 안 되서 도망을 쳤어.

 넌 알고 있지?

 말해! 이 씨-발 무책임한 노인네야!

 

 변 실장의 폭력이 다시 시작되려하자 김 노인은 입을 연다.

 

 김 노인

 (애원하듯) 찬석아!

 애들 넘기 지마!

 제발, 그러지마-

 

 변 실장은 김 노인의 말에 실소를 터트리며 비꼬듯 그의 말을 따라한다.

 

 변 실장

 (내려다보며) 찬석아- 애들 넘기지마,

 제발 그러지마-

 (미친 듯 웃어 댄다)

 

 이내 웃음기는 사라지고 변 실장의 폭력은 다시 시작 된다.

 김 노인은 그 폭력 앞에 아무른 말이나 반항 없이 그저 순교자처럼 맞기만 한다.

 광기어린 폭력에 눈물만 흘리는 김 노인이다.

 

 S# 74 변 실장의 차안 / 오후

 

 운전석에는 변 실장이 앉아 담배를 연신 피워대고 있다.

 조수석에는 그런 변 실장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민 사장이다.

 

 민 사장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난 그런 거 모르겠고

 환불이나 해줘!

 

 변 실장

 (정색하며) 민 사장님!

 이게 땡-깡 부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우선 애새끼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어디로 갔는지 조사해야 하니깐

 그때 상황이나 얘기 해봐요.

 

 변 실장의 싸늘한 표정과 말투에 순간 위축된 민 사장은 이내 상황을 설명을 한다.

 

 민 사장

 아니, 내가 잘되라고 야단 좀 쳤더니

 그게 심사가 뒤틀렸는지 가라는 학교는 안가고

 방구석에 쳐 박혀서 안 나오더라고

 저러다 말겠지 하고 내버려 뒀는데

 언젠지 모르겠는데 그길로 도망을 갔지 뭐야.

 

 변 실장

 잘되라고 야단을 치셨다?

 지나가는 똥개가 웃겠어요.

 안 그래요?

 그래, 그렇다 치고, 찾아는 봤어요?

 

 민 사장

 (헛기침하며)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 찾아 봤지.

 우선 학교로 가서 물어 봤는데

 학교 적응을 영 못 하더라는 거지

 장래희망 발표에도 엉뚱한 소리나 삑삑 해대고.

 뭐라더라? 쪼꼬렛 만드는 요리사가 된다나 뭐랬다나.

 

 변 실장

 (갸우뚱 거리며) 쪼꼬렛?

 

 민 사장

 그래, 쪼꼬랫

 어디서 바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놈인데

 잘되라고 야단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변 실장

 (비웃으며) 그러게 민 사장님이

 적당히 야단 치셨어야지.

 얼마나 족친거야?

 

 민 사장

 (큰 소리로) 족치긴 내가 뭘 족쳐!

 

 

 

 

 

 변 실장

 아니면 아니지 왜 이리 흥분해?

 흥분하는걸 보니 애 잡다가

 죽인 거 아냐?

 

 민 사장

 변 실장!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변 실장

 (민 사장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주둥이 닫고 잘 들어.

 내가 이 짓만 얼마나 했을 거 같아?

 너 같은 새끼들 수없이 봐 왔어.

 실컷 가지고 놀다가 애새끼 뒤지면

 산에다 파묻고 나서 도망갔다고 나불대면서

 환불해달라고 지랄 떠는 인간들,

 재미 보다가 망가지면 돈 달라고 하는 너 같은 새끼들을 말이야.

 

 민 사장

 변-변 실장, 정말 아냐-

 

 변 실장

 그게 아니라면

 변 원장한테 돈 달라고 전화로 지랄 떨지 마.

 그 주머니는 들어간 돈 다시는 안 나오니깐.

 내가 조사해서 끝날 때 까지 아가리 싸물고 조용히 쳐 기다려.

 나불거리고 돌아다니면 너부터 산에다 소리 없이 묻어줄 테니 행동 잘해!

 

 민 사장

 아-알-았어, 변 실장

 

 변 실장은 쥐고 있던 민 사장의 넥타이를 놓고는 차에서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민 사장은 황급히 차에서 내리고 승용차는 그 자리를 떠난다.

 민 사장은 흐트러진 넥타이를 고쳐 매고는 차량의 뒤를 쳐다본다.

 

 S# 75 보육원 뒤 뜰 / 오후

 

 휴일을 맞아 아이들의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붐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테이블에는 과일들과 과자, 음식들이 즐비해 있다.

 아이들과 사람들은 섞여 있고 변 원장은 하얀색 원피스에 올림머리를 하고 후원자들에게

 온화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하고 있다.

 

 

 후원자 남

 아이고, 우리 원장님

 이렇게 뵈니 천사가 따로 없군요.

 

 변 원장

 별말씀을요,

 늘 일한다고 제대로 차려 입지도 못하고

 봬서 송구해요.

 

 후원자 여

 옷이 중요한가요?

 이이가 날개 없는 천사는 원장님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고 다녀요.

 

 변 원장

 어머나,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말이나 행사 때 마다 이렇게 찾아와 주시고

 그저 저는 선생님들 덕분에 편히 운영하고 있어요.

 

 후원자 남

 야---------

 우리 원장님, 심성도 천사시네.

 여보, 원장님 날개 좀 찾아봐요.

 이러다 훨 훨 날아가시면 이 보육원 누가 책임져요?

 하하하하하하

 

 후원자 여

 그러게요, 호호호호호

 

 변 원장

 (웃으며) 너무 짓궂으세요.

 

 테이블 끝 쪽에 가희와 다윤, 가희 엄마가 음식을 담은 접시를 들고 등나무 밑으로 가서

 테이블에 음식을 놓고 자리에 앉는다.

 

 가희 엄마

 다윤아, 얼른 먹어

 

 다윤

 네, 아줌마도 드세요.

 

 가희 엄마

 그래 그래,

 일주일동안 잘 지냈니?

 별일 없었고?

 

 가희

 엄마! 나는 안 궁금해?

 

 다윤

 네, 그게-

 윤우오빠는 입양가고

 금수오빠가 사라졌데요-

 

 가희 엄마

 응?

 둘 다 입양 간 게 아니었어?

 

 가희

 응, 엄마

 금수오빠가 초콜릿 가게 갔다가 사라졌데.

 

 가희 엄마

 그래 금수는 어디서 어떻게 사라졌데?

 

 다윤

 (보며) 방금 가희 말처럼 초콜릿 가게에서 사라졌데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가희 엄마

 초콜릿 가게?

 아- 저기 시내에 있는 초콜릿 가게 말 하는 거지?

 

 다윤

 네- 몽키 가나슈

 

 가희 엄마

 아- 가게이름이 몽키 가나슈 구나.

 거기에 가희라는 친구가 있나보지?

 

 다윤

 아니요, 가희는 여기-

 다윤은 앞에 앉았던 가희 쪽을 쳐다 보지만 가희는 온데 간데 없다.

 

 다윤

 (보며) 여기 있던 가희 어디 갔어요?

 

 가희 엄마

 다윤아, 가희라니?

 여기 너랑 나랑 둘뿐이야.

 

 다윤

 아닌데, 여기 있었는데.

 (보며) 아줌마도 봤잖아요.

 

 가희 엄마

 (침착하게) 다윤아, 가희가 누구야?

 친한 친구야?

 

 다윤

 네, 친한 친구,

 아줌마 딸이잖아요.

 가희 엄마잖아요.

 

 가희 엄마는 들고 있던 과일을 내려놓고 멍하니 다윤만 쳐다 본다.

 이내 눈물이 가득 고이고 두리번거리며 가희를 찾고 있는 다윤의 옆으로 가서

 말없이 자신의 품에 다윤을 끌어안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을 흘린다.

 품속에서의 다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안겨있다.

 

 S# 76 보육원 원장실 안 / 오후

 

 소파 상석에는 변 원장이 온화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좌측에는 최 선생과 변 실장이 앉아있다.

 우측 소파에 앉은 가희 엄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변 원장을 쳐다보고 있다.

 

 가희 엄마

 그러니까 여기에는 가희라는 아이가 없다는 거죠?

 

 변 원장

 네, 예전 입소한 아이들 명단에도 그런 이름은 없어요.

 최 선생님, 혹시 다윤이가 가희라는 이름을 언급 하던가요?

 

 

 

 

 최 선생

 아- 그게

 다윤이가 혼자 놀 때 허공에 대고 말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아마도 가희라고 불렀던 거 같아요.

 늘 혼자 놀았거든요.

 

 변 원장

 그럼 다윤이가 만들어낸 가상의 친구라는 거예요?

 

 최 선생

 네, 아마도 그런 거 같습니다.

 

 가희 엄마

 (글썽이며) 어떻게-

 

 변 원장

 (티슈를 주며) 여기 오는 아이들 중 가끔 그런 애들이 있어요.

 외로움이 심해져서 가상의 친구나 부모도 만들어 내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된 기억들도 제자리를 찾고 이내 정상적인 삶을 사니깐

 너무 걱정 마세요.

 자원봉사 하러 오시면서 다윤이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으셔서

 더 힘드신 것도 압니다.

 

 가희 엄마

 그래서 말인데요.

 저 오랫동안 다윤이 지켜봐 왔어요.

 불임이 있는 제가 대리 만족으로 보육원을 오가고

 그런 저를 묵묵히 지켜봐오던 남편이 어느날 얘기 하더라구요.

 입양하자고- 대신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 하자 구요.

 이젠 때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입양 하겠습니다.

 

 변 원장

 (최 선생을 보며) 선생님은 그만 나가서 일 보세요.

 

 최 선생

 (일어나며) 네 원장님.

 

 최 선생이 문을 열고 나가자 변 원장은 가희 엄마를 쳐다본다.

 

 

 변 원장

 네, 다윤이가 가상의 인물 가희를 만들고

 사모님을 가희 엄마라고 생각했던 걸 보면

 아마 자신이 가희가 되고 싶었던 걸 수도 있어요.

 그런 이유라면 사모님이 입양하시는 게 맞지요.

 그리고 다윤이는 그동안 충분히 봐오셨고 관계도 이미

 형성이 되었으니까 입양에는 어려움이 없으실 겁니다.

 

 가희 엄마

 네, 볼 때 마다 그랬어요.

 저 아이가 내 딸이라면-

 매주 올 때 마다 설레고 안타까웠어요.

 

 변 원장

 그런데 사모님.

 관계가 형성이 되었다고

 바로 데려갈 수 있는 게 아닌 거 아시죠?

 

 가희 엄마

 어떤?

 

 변 원장

 네, 아시다시피 절차라는 게

 필요이상으로 까다로워요.

 저희들도 그게 불편하고 불만이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이죠.

 

 가희 엄마

 그럼 얼마나 걸리죠?

 제가 뭘 해야 하죠?

 

 변 원장은 변 실장에게 눈으로 싸인을 준다.

 

 변 실장

 네, 사모님

 다들 그 부분 때문에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도와드리려고 하는데요.

 그게- 비용이 좀 들어서요.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가희 엄마

 (보며) 빠른 입양에는 비용이 든다는 건가요?

 변 실장

 꼭 그런 얘기는 아니에요, 사모님.

 

 가희 엄마

 전 입양을 하는데 돈을 낸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

 강아지들 분양 하는 것도 아니 구요.

 이거 불법 아닌가요?

 보육원이라는 곳이 그런 곳인가요?

 

 변 실장

 불법이라뇨, 사모님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요.

 이를테면 빨리 처리 될 수 있게끔 하는 약간의 센스죠.

 

 가희 엄마

 아뇨,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구요,

 그게 법이라면 전 그 법대로 따를게요.

 절차대로 할게요.

 그리고 조금 전 얘기는 못들은 걸로 할게요.

 

 변 원장

 (황급히) 어머, 사모님 오해가 있으셨네요.

 우리 실장님이 입양하실 분들 오면 아이들 위해서

 시청직원들 만나고 사비 들어가며 식사 대접하고

 아이가 하루빨리 좋은 가정 갈 수 있게 힘쓰는 사람인데

 사비를 쓰다 보니 전달이 그렇게 됐나보네요.

 실장님, 뭐 하세요 얼른 사과드리지 않구.

 

 변 실장

 사모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모님에게 돈을 요구하는 그런 뜻 전혀 아닙니다.

 오해 푸세요.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제가 그런 말씀 드리겠습니까?

 

 가희 엄마

 아-네, 오해했다면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예민했었나 봐요.

 저희가 다윤이 입양하고 난 후에도

 여기 보육원에 봉사나 후원 계속할 생각이에요.

 그게 보육원에 대한 보답이고 원장님에 대한 감사라고 생각해요.

 변 원장

 네, 그럼요

 사모님 같은 분들 때문에 보육원이 운영이 되고

 아이들도 좋은 가정으로 가는 거죠.

 

 가희 엄마

 과찬이세요.

 

 변 원장

 실장님, 여기 사모님 사무실로 안내 하셔서

 절차와 서류 안내 해드리세요.

 

 변 실장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가실까요?

 

 가희 엄마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럼 또 뵐게요.

 

 변 원장

 (일어서며) 네, 그럼

 

 변 실장은 가희 엄마를 데리고 문을 열고 나간다.

 

 변 원장

 (뒷모습을 보며) 꽉 막힌 여편네-

 

 S# 77 몽키 가나슈 밖 / 밤

 

 길 건너편에서 몽키 가나슈를 바라보고 있는 변 실장

 그의 발 앞에는 담배꽁초만 수북하다.

 가게안의 바나나 아저씨가 변 실장 쪽으로 쳐다보자 눈을 피하지 않는다.

 잠시 후 간판의 불이 꺼지고 바나나 아저씨가 가게 밖으로 나와서 문을 잠그고

 셔터를 내린다.

 손을 터는 바나나 아저씨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변 실장과 마주 본다.

 한동안 노려보듯 쳐다보다가 그 곳을 떠나는 변 실장.

 바나나 아저씨도 그 곳을 떠난다.

 

 

 

 

 S# 78 보육원 소각장 / 저녁

 

 소각장에는 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서류더미들을 태우고 있다.

 보육원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불쏘시개로 종이 더미를 밀어 넣다가 앞에 펼쳐진 신문을 발견한다.

 ‘서해시 남부 경찰서 소속 이 상 배 경사, 올해의 우수 경찰관으로 선정’

 사진과 함께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김 노인.

 이때 노인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그림자.

 

 권 선생

 (서류뭉치를 내려놓으며) 할배! 신문도 읽어?

 

 김 노인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니야-

 그림 봤어, 그림

 까막눈이 글은 무슨-

 

 권 선생

 그치?

 아무튼 사무실서 나온 서류들 소각 철저히 해!

 변 원장이 서류소각은 칼 같은 양반인거알지?

 저번처럼 어설프게 했다가 우리까지 욕먹게 하지 말고!

 

 김 노인은 권 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 뭉치들을 불속으로 계속해서 밀어 넣는다.

 권 선생은 김 노인을 향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김 노인은 소각장의 불을 지긋이 바라본다.

 

 S# 79 김 노인의 집 / 저녁 (O.L)

 

 두 남매가 방안에 앉았다가 아빠가 들어오니 와락 안으며 즐거워한다.

 

 젊은 김노인

 내 새끼들 오늘 잘 놀았어?

 여보! 감기는 어때? 괜찮아?

 (봉지에서 초콜릿을 꺼내며) 이게 미군들이 먹는 쪼꼬렛인데

 감기 들었을 땐 달달한게 최고래,

 어여 먹어봐.

 

 찬석/찬미

 아빠! 나두 나두

 

 젊은 김노인

 안돼! 엄마 먼저 드리고-

 아내

 (기침하며) 아니에요, 아이들 먼저 줘요.

 

 젊은 김노인

 무슨 소리야, 당신부터 먹어야지.

 

 젊은 김노인은 초콜릿을 부러뜨려 3분의 2는 아내를 주고 나머지는 반으로 나누어

 아이들 입에 하나씩 넣어준다.

 

 찬석

 우와! 너무 맛있어요.

 

 찬미

 칫, 찬석이게 더 커.

 

 젊은 김노인

 아냐, 똑 같어.

 그리고 동생 좀 더 주면 어떻냐?

 

 찬미

 (울먹거리며) 아- 몰라, 내거가 더 작단 말이야-

 

 젊은 김노인

 (달래며) 아이구 우리 찬미 삐졌구나.

 그래 다음에는 찬미거는 큰 거 하나 줄게, 됐지?

 

 찬미

 피--------------

 

 찬석

 아빠! 나는 나는

 

 젊은 김노인

 그래 우리 찬석이는 쪼코렛으로 목욕을 해야겠구나.

 

 자그마한 방에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S# 80 보육원 소각장 / 새벽

 

 꿈을 꾼 듯 한 회상에서 깬 김 노인 소각장 구석으로 걸어간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오래된 소각로에 손을 넣어 장부를 꺼내고는 가슴팍에 숨기듯 안고

 소각장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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