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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0)
작성일 : 19-10-30 18:13     조회 : 179     추천 : 1     분량 : 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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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이 아니었다.

 

 그저 확인하는 것이었다.

 

 “대답 해주시겠어요?”

 

 “...이브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각하.”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여전히 공작을 보면 심장이 뛴다. 조금이라도 신체 접촉을 하며 얼굴이 열이 오르고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것은 18살의 내가 아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변명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지금 각하께 화가 났으니까요.”

 

 정말이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브...”

 

 그의 얼굴이라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련한 공작의 얼굴을 보면 무슨 내가 그를 차기라도 한 것 같았다.

 

 “미래의 제가 각하를 사랑하는지는 몰라도, 저는 아직 각하를 사랑하지 않아요. 각하가 저를 사랑하지 않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예 빨리 기억이 돌아왔으면 했다.

 

 머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몸은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이 어이없는 상황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제가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지 않은데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붉어지는 저 보다는 답답하지 않으시겠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볍고 상쾌했다.

 

 정신을 차리고 난 후 마음속에 얹어 있던 무거운 돌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말이 날카롭게 느끼셨다면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답답한 걸 어째요.”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예상으로는 기억이 돌아오면 미래에 내가 공작에게 엄청나게 미안해 할게 뻔했기에 더한 짓도 할까 생각하다가 이내 홀로 화를 식히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기억 돌아오기 전에 이혼하고 싶어요.”

 

 내 말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공작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 그렇지만...”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공작의 모습에 헛웃음만 나왔다.

 

 이혼하기가 그렇게 싫은 것일까.

 

 자신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상을 하기 싫어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이혼하기에는 아까운 여자라 그런가.

 

 하지만 약 두 달 동안 같이 지내본 결과 공작이 그럴 사람은 아니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저를 위해 이혼하지 않을 거니깐.”

 

 이혼하면 아마 나를 엄청 원망할 거다.

 

 후회도 미래의 내가 하고. 결정도 미래의 내가 하는 게 나았다.

 

 이 문제는 공작과 미래의 내 문제니깐.

 

 “늦은 밤 난리를 피워서 죄송해요. 내일 뵙도록 해요.”

 

 그렇게 공작의 방을 나와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밤은 늦었고 지금 잠들어도 오래 못 잘 것이었기에 빨리 잠들어야 해다.

 

 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편지지를 하나 꺼냈었다.

 

 거침없이 써 내려 갔다.

 

 -안녕, 아비가일. 나는 네가 기억을 되찾을 때 까지만 네가 되었던 과거, 18살의 아비가일이야.

 

 훗날 이 편지를 보게 될 내 자신을 위해.

 

 

 ***

 

 

 편지를 다 썼지만 그럼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침대에 누워 눈만 감아 빨리 해가 뜨길 바랐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해가 반 쯤 떠 있었다.

 

 흰 침대 시트가 붉게 물들었다.

 

 방안을 전부 물들였다.

 

 그 장면을 보자, 공작과 처음 수도를 나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해가 지고 있었으나 이렇게 모든 세상을 붉게 물들었었다,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침이 밝아왔다.

 

 공작과 나는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로를 대했다.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각하! 황실 친위대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나를 일으켰다.

 

 “저..”

 

 뭐라 물어볼 새도 없었다.

 

 그는 급히 내 몸에 로브를 씌웠고 저택에 뒷문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말이 준비되어 있었고 공작은 나를 번쩍 들어 올려 말에 태웠다.

 

 “이브, 제가 금방 따라갈 테니 이 기사와 떨어지지 마십시오.”

 

 나는 그 말만 한 채 떠나려는 공작을 다급하게 세웠다.

 

 “각, 각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황제가 그대를 찾습니다.”

 

 -광기에 집어 삼켜지면. 나는 오늘처럼 너를 찾을 찾게 될 것이다.

 

 다이나가. 결국에는 광기를 이겨내지 못 했구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창백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네는 다이나의 모습이 선명했다.

 

 공작은 말에게 채찍을 휘둘렀고 나는 급히 손잡이를 손에 쥐었다.

 

 공작이 붙여진 기사의 말과 연결된 내 말은 숲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스쳐가는 배경은 점점 빠르게 지나갔고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기사를 보낸다면 어찌 해서 든 도망가.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이미 숲을 지나와 국경까지 넘었다.

 

 결국 날이 지고 내 몸은 한계치까지 도달했기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온 몸의 근육들은 비명은 질러 댔고 몸도 바들바들 떨렸다.

 

 “...잠시 쉬었다가 가죠.”

 

 기사, 리엘이 내뱉은 첫 마디가 그리 달콤한지 처음 알았다.

 

 말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리엘에 건넨 물을 다급히 마셨다.

 

 힘이 없는 탓에 입에 들어오는 것 없이 다 흘러내렸으나 그렇게라도 목을 축이니 살 것 같았다.

 

 “하아...”

 

 최소 반나절 이상 동안 말을 탔다.

 

 그러다보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기에 나무에 등을 기댔다.

 

 그때, 리엘은 손을 들어 올렸고 그녀의 팔에는 새가 안착했다.

 

 새의 발에 묶어진 종이를 보아하니 전서조인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직감적으로 저 전서조를 보낸 이가 공작인 것을 알아차렸다.

 

 종이의 내용을 확인한 리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마님.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리엘의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나는 다시 말에 올랐다.

 

 그렇게 또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리엘을 올려다보았고 그녀 또한 나를 돌아왔다.

 

 “마님!”

 

 그녀의 부름과 동시에 나는 허리를 숙였다.

 

 쉑!

 

 하고 바로 귀 옆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키자 내 앞에 있던 나무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고 리엘이 채찍을 세게 휘둘렀다.

 

 “뒤를 쫓아라!”

 

 바로 뒤에서 추격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리엘은 내가 타고 있는 말로 넘어와 등 뒤로 쏟아지는 화살을 검으로 처냈다.

 

 두 개의 말을 몰게 된 나는 채찍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손바닥에서 따가움이 느껴졌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곧 추적자들의 소리가 멀어지더니 리엘은 자신의 말로 돌아왔다.

 

 리엘은 순식간에 나를 말에서 끌어내린 후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말은 여전히 앞을 향해 달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놀라 버둥거렸으나 그녀의 엄청난 속도에 이내 가만히 몸을 맡겼다.

 

 머리카락에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게 로브의 모자를 단단히 눌러썼다.

 

 희미하던 추격자들의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때 쯤.

 

 리엘은 나를 내려놓았다.

 

 한참을 달려왔음에도 리엘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주위를 조용히 살폈고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숨을 죽였다.

 

 주위에 추격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리엘은 곧장 옷을 뜯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다치시지 않았습니까.”

 

 어찌 아는 것일까.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다가 다친 손바닥을 내밀었다.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조금만 더 깊었다가 뼈까지 보이실 뻔 했습니다.”

 

 리엘은 상처를 세게 묶으며 말했다.

 

 “윽.”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리엘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의 손길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죄송합니다. 전쟁터를 굴러오면서 배운 볼품없는 지식으로 치료를 한 것이라...”

 

 그녀의 말에 나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괜찮네.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어. 고마워.”

 

 다시 이동 하려는 찰나. 이엘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고 나를 돌아보았다.

 

 “마님. 저희는 지금 솔의 숲으로 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신호를 준다면 무작정 이 시계의 초침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세요.”

 

 그렇게 말하는 이엘은 한 시계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오는 내내 무언가를 유심히 들어다 보던 것이 저거였다.

 

 다른 시계와 별 달라 보이지 않는 시계지만 분침은 없고 초침 단 하나밖에 없었다.

 

 리엘은 나를 커다란 나무 아래에 데려가 숨겼다.

 

 “신호는 제가 ‘황제의 개새끼’라는 말을 할 때입니다.”

 

 상상치 못한 신호였기에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리엘은 풀로 나를 가리더니 훌쩍 떠났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공작부인은 어디 있지?”

 

 진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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