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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9)
작성일 : 19-10-30 18:12     조회 : 179     추천 : 1     분량 : 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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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 공작과 나는 영지 근처에 숲으로 향했다.

 

 소풍을 하기 위함이었기에 샌드위치와 주스가 든 바구니와 돗자리를 챙겨 나왔다.

 

 돗자리를 피고 그 위에 누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라, 저 구름. 강아지 같아요.”

 

 내 손 끝을 다라 시선을 주던 공작은 구름을 보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네요. 옆에 구름은 나비 같아요.”

 

 그렇게 공작과 나는 구름을 보며 물건들을 떠올렸다.

 

 슬슬 배가 출출해져 가져온 음식을 꺼내었다.

 

 그러다 그만 주스를 손에 흘리게 되었다.

 

 공작은 다급하게 손수건을 건넸으나 끈적이는 주스는 잘 닦이지 않았다.

 

 “아까 오면서 본 강가에서 손 씻고 올게요.”

 

 “같이 가요. 마물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에이, 대낮이고 그리 멀지도 않아요.”

 

 나는 같이 가자는 공작은 겨우 말리고 강가로 향했다.

 

 분명, 이쯤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가 보였다.

 

 끈적이는 손을 박박 문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드덕!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마어마한 숫자에 새들이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 수는 과연 하늘을 검게 뒤덮을 정도였다.

 

 불길한 감이 스쳤다.

 

 빠르게 달려 숲 속으로 몸을 숨겼고 동시에 무언가 강가로 나왔다.

 

 “크르릉....”

 

 마물이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마물 토벌을 끝냈는데 영지 근처에 마물이 나오다니.

 

 하지만 마물은 상처를 입었는지 움직임이 뜸했다.

 

 주먹을 쥔 손 안을 땀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작이 있다.

 

 전속력으로 뛰어간다면 공작에게 갈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마물도 움직임을 굼뜨니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내밀었으나, 누군가 내 입을 막고 몸을 눌렀다.

 

 “!”

 

 깜짝 놀라며 앞을 보자 공작이 보였다.

 

 “쉿.”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고 공작은 그제야 입을 막았던 손을 내렸다.

 

 공작은 뛰어온 것인지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기사들을 불렀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겁니다. 저 마물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청력이 발달되어 있어 아무 소리도 내면 안 됩니다.”

 

 나는 뒤에 상황이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긴장되었다.

 

 그저 마물의 울음소리와 쿵쿵 거리는 발소리만이 들렸다.

 

 하지만, 이내 마물은 간 건지 주위가 조용해졌다.

 

 느리게 침을 삼키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나는 용케 소리 없이 숨을 삼켰다.

 

 서늘한 공기를 따라 날카로운 바람이 흩날렸다.

 

 타닥.

 

 작은 소리와 함께 저 옆에 토끼가 나타났고 마물은 순식간에 토끼 쪽으로 튀어 가더니 큰 주먹을 휘둘렀다.

 

 퍽. 하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어두워졌다.

 

 공작의 손이 눈을 덮었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에 공작의 손을 치우지 않았다.

 

 피비린내가 나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려왔다.

 

 황궁에서와 똑같은 현상이었다.

 

 두렵다는 감정은 들지 않으나 심장은 달리기를 하듯 쿵쿵 뛰었고 손의 떨림은 퍼지듯 몸도 떨렸다.

 

 이상함을 눈치 챈 공작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시야가 흐려지더니 몸에 힘이 풀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떴을 땐 침대 위였다.

 

 몸을 급하게 일으키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띵한 머리를 붙잡고 괜찮아질 때까지 가만히 눈을 감으며 기억이 되짚었다.

 

 분명, 무슨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시야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푹.

 

 배를 뚫는 그 감촉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다.

 

 그 감각이 떠오르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다 문득 위에 옷을 들추고 배를 보았으나 작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배를 더듬었다. 정확하게는 칼에 뚫렸던 곳을.

 

 ‘분명. 분명 여기..’

 

 그 곳을 더듬은 순간.

 

 누군가의 경악 어린 얼굴이 보이더니.

 

 -이브!

 

 “허억!”

 

 정말 꿈에서 느꼈던 고통이 느껴졌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고통이었다.

 

 급하게 배에서 손을 떼자 고통은 사그라들었고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숨은 거칠었고 얼굴은 금세 땀으로 흥건했다.

 

 조금은 진정이 되자 다시 배를 만져보았다.

 

 하지만 그대로였다.

 

 아까처럼 고통이 느껴지지도,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다.

 

 고통은 둘째 치더라도 그 사람은 누구인걸까.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향해 뻗어진 손과 나를 부르는 목소리.

 

 내가 아는 사람인 것이 분명하긴 했으나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흐릿해지는 잔상에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 후우....”

 

 숨을 최대한 가다듬었다.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

 

 공작을 찾아 나섰다.

 

 집무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당황한 공작이 보였다.

 

 “이브? 몸은 괜찮으십니까? 의사의 말로는 충분한 안정을 취해야....”

 

 성큼 성큼 다가갔다.

 

 “칼에 배가 뚫리는 꿈을 꾸었어요.”

 

 공작의 말이 멈추었다.

 

 “헌데, 너무 생생한지라 기분이 이상했어요. 마치, 마치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 같았어요.”

 

 “...꿈이 많이 생생하신 모양이네요.”

 

 작은 미소를 짓는 공작은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나를 부드럽게 잡아 끌며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내 앞에 놓인 잔에 차를 따랐다.

 

 “저도 악몽을 꾸는데, 그럴 때마다 이 차를 마시면 심신이 안정되더라고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뿌연 연기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는 찻잔으로 손을 뻗으며 물었다.

 

 “각하께서는 어떤 악몽을 꾸시나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고개를 들자 조금 당혹스러워 보이는 공작이 보였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저런 표정을 본 적 있다.

 

 첫 만남이 어떠했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저런 표정이었다.

 

 “...이브의 비하면 악몽도 아닌 듯 하여 말하면 겁쟁이라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빠른 표정 변화였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공작을 빤히 쳐다보았다.

 

 “각하께서도 제 배가 뚫리는 악몽을 꾸시나요?”

 

 

 ***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딴 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침대에 누워 몸을 계속 뒤척이다. 결국, 그냥 눈을 뜨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공작은 내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은 것 일수도 있었다.

 

 옆 서랍장을 열어 수첩을 꺼냈다. 6년 후에 내가 쓴 수첩이었다.

 

 나는 그 수첩을 펼쳐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수첩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6년 후에 내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음의 진정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수첩을 빤히 보다가. 수첩을 다시 서랍장에 넣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문을 열자 아무도 없는 복도가 들어 났다.

 

 이런 시간이 방을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늘 낮에서만 보던 복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복도를 지나, 공작의 방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방문을 두드리자 이내 누구냐는 소리가 들렸다.

 

 “저예요.”

 

 곧 문이 열리고 공작이 나왔다.

 

 “이브?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잠도 안 오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도 해서 왔어요.”

 

 다행히 공작은 자다 깬 것이 아니었다.

 

 그의 방에 들어가자 테이블 위에는 서류들이 쌓여 있었고 펜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집무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공작은 갑자기 찾아와 조금 놀란 눈치였으나 별 말 없이 나를 반겼다.

 

 “하고 싶으시다는 얘기가 무엇인가요?”

 

 나는 공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망설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아니어야 했다.

 

 그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숨을 한번 쉬었다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먼저, 제 얘기를 들어 주시게겠어요?”

 

 공작은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6년 후라니. 게다가 남편도 있다네요. 서로 엄청나게 사랑하는.”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어요. 각하는 이나가 말한 대로 다정하세요. 저를 생각해주시고. 정말 저를 사랑하는 것 같았어요.”

 

 나는 내내 내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공작을 보았다,

 

 “하지만, 각하는 저를 사랑하지 않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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