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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8)
작성일 : 19-10-30 18:11     조회 : 203     추천 : 1     분량 : 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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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나는 내 뺨에 묻은 피를 닦아냈지만 그녀의 손에 묻은 피가 고스란히 내게 묻었다.

 

 그제야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발견한 다이나는 제 손을 내려다 봤다.

 

 “아아, 피가 묻어 있었군.”

 

 다이나가 손짓하자 시종은 수건과 새 옷을 가져왔다.

 

 시종에게 받은 수건으로 뺨을 닦아내자 다이나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이리 와서 앉거라.”

 

 아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아 다이나를 차의 향을 음미했다.

 

 그녀의 시선이 아직 떨림이 진정되는 않은 내 손으로 향했다.

 

 “놀랐느냐? 나도 가끔씩 화를 주체하기 힘들어서...”

 

 차를 잡은 다이나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평온하지만 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광기를 억제하기 힘드십니까?”

 

 “그렇다.”

 

 다이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의 시종들이 모두 죽어 있다. 나는 온통 그들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고. 이제는 그 어떤 것보다 피비린내가 익숙해졌구나.”

 

 다이나의 눈이 감겼다.

 

 “아, 참. 제정신일 때 빨리 줘야겠어.”

 

 다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지던 다이나는 한 편지 봉투를 가져와 내게 건넸다.

 

 “광기가 시작할 때 쯤. 제일 정신이 멀쩡했을 때 써 놓았던 것이다. 내가 광기로 물들었을 때 보거라.”

 

 다이나는 여전히 평온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한 얼굴이었다.

 

 “참, 지금 너의 기억은 18살이고 하였느냐?”

 

 “예, 폐하.”

 

 “그때 나는 어떠하냐.”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나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떼었다.

 

 “잠시만, 부탁이 있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다.

 

 “그 얘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나는 폐하가 아니라 너의 친우이다. 알겠느냐?”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친우 중 가장 소중한 이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다이나.”

 

 내 말을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답니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이 지니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는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당당함이었어요.”

 

 왠지 모르게 목이 막혔다.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내뱉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으며 항상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외동인지라 그녀를 친자매처럼 생각했고 그녀도 저를 그리 생각했을 거예요.”

 

 나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다이나의 고개가 푹 숙여져 있었다.

 

 “...폐하?”

 

 그녀에게 손을 뻗은 순간, 누군가 다이나를 품에 안았다.

 

 “그만 돌아가세요!”

 

 다이나의 호위 기사인 진이었다.

 

 “진? 갑자기 무슨...”

 

 나는 진이 다이나를 안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이나는 고개를 들더니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고통에 찬 비명이었다.

 

 다이나의 눈과 귀, 코,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입을 틀어 막았다.

 

 “폐하는 제가 진정 시킬 터이니 어서요! 무엇 하느냐! 빨리 공작부인을 밖을 모셔라!”

 

 어느새 다가온 시종들은 멍하니 서있는 나를 붙잡고 급하게 밖을 나왔다.

 

 “아악! 흑, 아아!”

 

 손톱을 세워 자신의 얼굴과 몸을 마구 할퀴는 다이나의 모습에 몸이 떨리고 눈물이 나왔다.

 

 “다, 다이나...”

 

 뒤늦게 이름을 불러보지만 문은 이미 닫혔고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이!”

 

 고개를 돌리니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아놀드의 모습이 보였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친 곳은 없었다.

 

 그러나.

 

 “폐하께서 언제부터 저렇게 되셨습니까?”

 

 “...반년 되었습니다.”

 

 반년.

 

 그 기간 동안 다이나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약은, 약은요?”

 

 모든 황족들을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약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특이한 케이스가 있다,

 

 “누이는... 약이 먹히지 않습니다.”

 

 약이 효과가 없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은 대게, 일찍 죽음을 맞이했다.

 

 광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부 자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린다.

 

 다이나도.

 

 설마 다이나도.

 

 차갑게 식은 다이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떨궜다.

 

 다이나는 그리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다이나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나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고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지친 얼굴을 한 진이 나왔다.

 

 그의 얼굴과 들어난 팔뚝에는 생채기로 가득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진에게 물었다.

 

 “폐하. 폐하께서는요?”

 

 “지쳐 쓰러지셨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진을 지나쳐 황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는 유리 조각이 뒹굴고 있었고 창문은 깨져 있었으며 테이블도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진의 말대로 다이나는 힘없이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잠에 들지 않은 다이나는 공허한 눈동자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방에 들어온 다이나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로.”

 

 그녀에게로 다가가니 다이나가 내 손을 잡았다.

 

 “아비가일... 내가... 내가 또 정신을 잃었느냐?”

 

 “....예.”

 

 다이나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점점 정신을 잃고 날뛰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내 손을 잡은 다이나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런 내가... 스스로가 너무 두렵구나.”

 

 다이나의 가면이 무너져 내렸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물을 쉴 세 없이 흘렸다. 나는 감히,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광기는 짙어지고 진의 상처도 늘어간다. 내가 한 것이 인데.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인데. 내가 아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이나는 몸을 일으켜 내 손을 꽉 쥐었다.

 

 “잘 들어, 아비가일.”

 

 다이나는 내게 당부했다.

 

 “광기에 집어 삼켜지면. 나는 오늘처럼 너를 찾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로, 절대 나를 찾아오지 마라.”

 

 다이나는 내 손목을 잡고 그대로 문 까지 걸어갔다.

 

 “기사를 보낸다면 어찌 해서 든 도망가. 접혀서는 안돼. 만약 진을 보낸다면... 이걸 사용해.”

 

 다이나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고 그것을 확인할 틈도 없이 나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

 

 “다시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쾅!

 

 문이 닫혔다.

 

 나는 그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그 문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런 내게 아놀드가 다가왔다.

 

 “...누이, 아키엘 공작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아놀드를 돌아 보았다.

 

 “그가 폐하께 가기 전에 공작을 데리고 가주세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걸어 황제궁을 나가니.

 

 저 멀리서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이브!”

 

 “각하.”

 

 공작은 나에게 다가와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네... 그냥 폐하와 얘기를 나눈 것 뿐이에요.”

 

 나는 공작이 의심하지 않도록 애써 웃었다.

 

 머릿속에는 아놀드와, 진, 다이나의 모습들이 스쳐갔다.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요. 마물들은 잘 처리하셨나요?”

 

 “...예. 일시적으로 날뛰는 마물들만 잡았습니다. 아마 다음 달 즈음에 마물 토벌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그러시군요.”

 

 공작은 이미 알고 있다.

 

 모든 걸 알고 있다, 공작은.

 

 그럼에도 그는 그냥 넘어갔고 나도 공작이 다 안다는 것을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그도, 나도. 둘 다 진실을 알기에 모르는 척 했다.

 

 

 ***

 

 

 우리는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영지로 향했다.

 

 어차피 공작에게는 3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기에 황궁에 갈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다이나의 말대로 내가 그녀의 눈에 안 띄려면 수도에서 멀어지는게 답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였고, 공작은 자신의 원래 영지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영지로 내려갔다.

 

 영지 바로 뒤에 있는 산은 마물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기에 마물 토벌을 할 때 더 편했고 기간도 덜 걸렸다.

 

 산이 있어 경치도 좋고 주변에는 호수도 있고 공기도 좋았기에 나는 매일같이 햇빛을 받으며 나른하게 하루를 즐겼다.

 

 “마님, 각하께서 마물 토벌을 끝내시고 내려오시는 중이시랍니다.”

 

 하녀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공작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공작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아, 아직 마물들의 피를 채 씻지 못했습니다, 이브. 마물들의 피는 냄새가 지독하니 어서 씻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공작은 곧장 씻으러 올라갔고 곧 깔끔해진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나를 가볍게 안았다.

 

 “처음 보는 마물이 나왔다고 들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각하.”

 

 공작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걱정해줘서 고맙습니다, 이브. 다행히 기록이 되어있던 마물이었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씻고 나온 탓인지 공작의 몸에서는 은은한 비누 향기가 났다.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뇨.”

 

 공작은 내 늦은 대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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