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5)
작성일 : 19-10-30 18:09     조회 : 181     추천 : 1     분량 : 396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유도 없이 답답하고, 목이 메여왔다.

 

 “그게 무슨....”

 

 가까스로 말을 내뱉으며 공작을 보았다.

 

 그러나 나를 잡은 공작의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공작은 그대로 쓰러졌다.

 

 

 ***

 

 

 다행히 나를 찾으러 온 이나와 카시온이 있었기에 공작을 카시온의 집까지 데려갈 수 있었다.

 

 카시온은 그저 피로가 쌓여 잠에 든 것이라 했다.

 

 그의 말대로 공작은 딱히 아파 보이지는 않았으며 대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작은 무려 이틀 동안 잠에 빠졌다.

 

 실은 죽은 것은 아닌가 싶어 그의 코 밑에 손을 대보기도 하였으나 숨은 쉬고 있었다.

 

 카시온은 공작이 일어나자마자 따지듯 물었다.

 

 “솔의 숲은 어찌 들어올 수 있었지?”

 

 “폐하께서 하사하신 물건들 중 마나를 품은 물건이 있는지라...”

 

 실은 그의 행동이 민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솔의 숲이 마법사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공작이 내민 작은 물건을 한참 만지작 거리면 살피던 카시온은 콧방귀를 뀌며 물건을 내려놓았다.

 

 “헌데 아직 병사들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공작은 어찌 이곳에...”

 

 그는, 공작이 이곳에 있는 걸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건 저도 잘... 정신을 차려보니 솔의 숲 입구였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캐물을 순 없었기에 카시온은 노골적인 시선으로 공작을 위 아래로 훑어 보더니 이내 그대로 나가버렸다.

 

 이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얼떨결에 공작과 단 둘이 남겨지게 되었다.

 

 공작은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괜히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색한 침묵을 참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공작을 보았다.

 

 “저...”

 

 “이브.”

 

 “네, 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을 때 공작이 내 이름을 불렀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보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그냥. 공작을 보면 숨이 막혀왔다.

 

 “한 번. 한 번 안아 봐도 되겠습니까?”

 

 나를 쳐다보는 공작의 눈빛이 너무 애찬 한 탓인지, 아니면 심장이 빠르게 박동을 해서 인지. 잘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을 하자마자 달려들 것 같았던 것과는 다르게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음에도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나를 품에 안았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이틀 전 공작을 만났을 때처럼, 마비가 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눈에는 물기가 차면서 코가 시큰거렸다.

 

 “보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이브.”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말은 울음을 참 듯 꽉 막힌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심장은 점점 안정을 되찾듯 평소의 박동이 되었다.

 

 “돌아가요. 우리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요, 이브. 장모님과 장인어른께서 이브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나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두 분이서 저를 얼마나 기다리셨나요?”

 

 “...1년 반입니다.”

 

 1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나는 곧장 짐을 쌌다.

 

 가져온 짐은 적었기에 금방 꾸렸고 카시온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봬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는 존댓말이 안 어울려. 특히 나에게는.”

 

 예전처럼 그냥 반말하지.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의아함에 들었다.

 

 “우리가 만난 적 있어요?”

 

 말실수를 한 것인지 카시온은 아차 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냥.. 그냥 예전에 지나가다 한 번?”

 

 딱히 하나하나 따져 가며 캐묻고 싶지는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오늘 따라 카시온이 수상했다.

 

 평소의 그 라면 싫은 티를 팍팍 냈을 텐데 웃음까지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당신, 오늘 이상하네요.”

 

 “나중이 되면 다 알게 되어있어.”

 

 의미심장한 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카시온을 뒤로 하고 솔의 숲을 빠져나왔다.

 

 

 ***

 

 

 마차로 쉴 세 없이 달리다 보니 도착은 금방이었다.

 

 아키엘 공작가를 가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다.

 

 두 분 다 내가 기억했던 모습보다 좀 더 나이가 든 모습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세상에, 아가.”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터트렸다.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그저 아무 말 없이 나를 끌어안기 바빴다.

 

 그 다음날에는 황궁으로 가 다이나를 만났다.

 

 황제가 된 다이나는 내겐 무척 낯설었다.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고 다이나는 황족에 피에 흐르는 광기를 억제 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했다.

 

 다이나는 나를 반길 힘조차 없어 보였다.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다이나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울렁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다이나는 약에 취한 와중에도 공작에게 전쟁 포상을 하사하겠노라 하였다.

 

 공작은 전쟁을 대승리로 이끌어 어마어마한 포상을 모두 거부하고 그저 내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했다.

 

 다이나는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지정하였고 공작은 내 기억을 되살려 주려는 듯 우리가 연애를 할 동안 데이트를 하던 곳을 돌아다녔다.

 

 그가 처음 나를 데려간 곳은 광장 앞이었다.

 

 “이브가, 여기서 제게 첫 고백을 했었습니다.”

 

 첫 고백.

 

 고백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의 말은 마치 다음 고백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에 놀란 얼굴로 공작을 보았다.

 

 “제가요? 제, 제가 몇 번 고백 했죠?”

 

 “세 번입니다.”

 

 세상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작을 보았다.

 

 얼굴에는 열이 올랐기에 부채질을 하며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어느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제일 좋아한다는 디저트 카페 답게 모두 하나 같이 내 입맛에 딱 맞고 분위기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왜 그러십니까?”

 

 “아, 그냥 조금 써서요.”

 

 하지만 커피가 조금 쓴 것이. 알싸하게 입 안에서 맴돌았다.

 

 “분명 이브가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공작은 작게 중얼거렸고 그저 이 커피가 조금 쓰게 우려졌구나. 하고 넘어가며 곧 카페를 나와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다.

 

 “어라.”

 

 나는 호수 옆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저희 그림 그릴까요?”

 

 몸을 돌려 공작을 보자.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저... 각하?”

 

 조심스레 그를 부르자 공작은 머쓱한 표정으로 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내가 매고 있는 목걸이에 닿았다.

 

 “열어보십시오.”

 

 목걸이를 열다니?

 

 나는 의문을 품 은 채 옷 안에 넣었던 목걸이를 꺼내었다.

 

 이제 보니 단순한 목걸이가 아니라 초상화를 넣을 수 있는 까메오 였다.

 

 덮개를 열자 작은 초상화가 보였다.

 

 공작이 그려진, 초상화였다.

 

 “....저희가 막 사귀기 시작할 때 즈음. 이곳에서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 까메오로 만들었었습니다.”

 

 공작은 품 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활짝 웃고 있는 내가 그려진 초상화가 보였다.

 

 왜 아까 공작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보고 있는 내 모습은 이렇구나.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딱, 이때쯤 이었네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적당한 바람이 불었고. 적당한 햇빛이 비추었었고. 적당히... 날이었기에 적당히 행복했었습니다.”

 

 적당한 날.

 

 괜히 그의 말을 입 안에서 굴러보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시야를 가렸고 나는 허둥지둥 머리카락을 치웠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하는 공작의 손가락이 내 뺨에 닿았다.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쓱 쓸어 귀에 꽂자, 시야가 확보 되면서 공작의 얼굴이 고스란히 보였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공작과 나는 거의 동시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둘 다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둘 다 열을 식히기 바빴다.

 

 한참 동안 열을 식힌 후에야 몸을 돌렸다.

 

 공작은 이미 열을 식히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서서히 잠식되어지는 노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드는 노을은, 공작도 물들이게 만들었다.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까메오를 손 안에 쥐고 만지작 거렸다. 차갑고, 단단한 까메오를 손 안에 굴리다 보면 머리의 회전이 더 빨리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도 났다.

 

 괜히, 이런 분위기가 싫었다.

 

 공작은 나를 보지 않았고.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주, 아주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공작은 내가 그를 부를 때까지 끝내 내게 고개를 먼저 돌리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2) 2019 / 10 / 30 188 1 4008   
21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1) 2019 / 10 / 30 177 1 3439   
20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0) 2019 / 10 / 30 179 1 3926   
19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9) 2019 / 10 / 30 179 1 3737   
18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8) 2019 / 10 / 30 203 1 4112   
17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7) 2019 / 10 / 30 189 1 3610   
16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6) 2019 / 10 / 30 175 1 3750   
15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5) 2019 / 10 / 30 182 1 3966   
14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4) 2019 / 10 / 30 192 1 3905   
13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3) 2019 / 10 / 30 181 1 4520   
12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2) 2019 / 10 / 30 180 1 3863   
11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1) 2019 / 10 / 30 192 1 4308   
10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10) 2019 / 10 / 30 186 1 4346   
9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9) 2019 / 10 / 30 196 1 4273   
8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8) 2019 / 10 / 30 188 1 4374   
7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7) 2019 / 10 / 30 192 1 5961   
6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6) 2019 / 10 / 30 187 1 4346   
5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5) 2019 / 10 / 30 193 1 4137   
4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4) 2019 / 10 / 30 218 1 4693   
3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3) 2019 / 10 / 30 198 1 4180   
2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 2019 / 10 / 30 194 1 4363   
1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2019 / 10 / 30 310 2 447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