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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9)
작성일 : 19-10-30 18:05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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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먼?”

 

 그를 불렀지만 거친 숨만 되돌아 올 뿐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에드먼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에드먼!”

 

 사람을 불러와야 한다.

 

 이 생각 하나만이 머릿속을 채웠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에드먼이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자 에드먼은 가쁜 숨을 내쉬며 내 손을 뺨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이대로... 있어주세요. 이브가 시원해서... 좋아요.”

 

 작게 들리는 중얼거림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가 차가운 것이 아니라 에드먼의 체온이 유난히 높은 것 이었다.

 

 뭘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애초에 내가 까먹고 그 술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시종인들에게 경고라도 해 놓았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제가 사람을 불러올게요.”

 

 애써 진정하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에드먼은 그럴수록 내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아닙니다... 그냥... 그냥 옆에... 있어주세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가만히 바라보다 나는 손에 힘을 뺐다.

 

 갈 의지를 전혀 내보이지 않자 에드먼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살짝 찡그려진 미간이 펴졌다.

 

 고요함이 흘렀다.

 

 완전히 져버린 태양과 모습을 드려내기 시작하는 달과 별들.

 

 밤하늘을 반짝이게 하기 충분했으며, 에드먼을 빛나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이브... 저번에 제게 물으셨죠.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 하느냐고.

 

 첫 만남.

 

 나와 에드먼의 첫 만남에서도 그는 이렇게 빛나고 있었다.

 

 

 ***

 

 

 가만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손바닥에 닿은 체온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화들짝 놀랄 정도로 뜨겁지는 않았다.

 

 고개를 내리니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에드먼이 눈에 들어왔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과 뚝뚝 떨어지는 콧등, 턱선.

 

 연약하고 유해 보이는 미소를 거둔 에드먼은 날카롭게 생긴 인상을 지녔다.

 

 정확히는 이 인상이 본래의 것이 랄까.

 

 내가 기억하는 에드먼은 늘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이런 맨 얼굴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조금 낯설었다,

 

 에드먼의 맨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에는, 의도치 않은 것이었다.

 

 한창 그에게 빠졌을 당시 모든 파티에 참여해 몰래 에드먼을 살피던 도중이었다.

 

 모두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던 에드먼이 아주 짧은 시간 홀로 남게 되었고, 동시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드러내지 않았던 피곤함이 서린 얼굴로 공허하게 사람들을 응시하던 에드먼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말만 할 수 있게 해준 인형 같았다.

 

 하지만 곧이어 다시 다가오는 다른 이들의 의해 그 모습은 금방 사라졌지만 4년이 지나도록 기억이 날 정도로 꽤 짙게 남은 것 중 하나였다.

 

 그의 뺨 위에 올려둔 손을 바스락 거리자 에드먼의 눈가가 잘게 떨리더니 이내 금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참으로 신기한 눈 색이었다.

 

 금안. 어쩔 때 보면 가장 사늘하면서도, 가장 달콤한.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이브...? 아... 제가 잠에 들었군요...”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소리에 괜히 민망해져 손을 급하게 뗐다.

 

 에드먼은 자신이 내 무릎을 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설마 제가 이대로 잠이 들었던 건... 세상에. 이브 미안...읏.”

 

 당황했는지 붉어진 얼굴로 횡설수설거리는 에드먼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짚었다.

 

 “아직 몸이 많이 뜨거워요. 빨리 돌아가요.”

 

 밖에 있어봤자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에드먼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방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허망한 말투로 묻자 이나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예, 마님. 공작 각하께서 예정보다 일찍 오시는 바람에 방을 정리 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는 희망을 찾듯 다급하게 물었다.

 

 “손님방. 손님방은?”

 

 “저택에 손님이 방문을 하지 않은지 하도 오래되어....”

 

 눈을 꾹 감고 정리를 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니깐... 각하께서 주무실 방이 없다는 건가...”

 

 이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이 없다라...

 

 저절로 한숨이 푹 나왔다.

 

 물론 에드먼이 예정일보다 이틀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반나절 사이면 방 정리가 다 끝나야 정상이 아닌가.

 

 “그. 그리고 대공 각하께서 방이 없으니 공작 각하와 마님과 같은 방을 쓰라 하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갈 생각을 하던 것을 멈추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는 에드먼이 보였기에 결심이 단단히 서려 있는 숨을 한번 쉬고 에드먼을 깨웠다.

 

 “여보, 들어가서 씻고 오세요.”

 

 욕실로 향하는 에드먼의 뒷모습을 보다가 침대에 털썩 앉았다.

 

 괜히 나까지 취한 기분이 들었다.

 

 멍해지는 머릿속을 굳이 어지럽힐 이유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몸을 느릿하게 일으키자, 흰 가운만 걸치고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에드먼이 보였다.

 

 

 

 ***

 

 

 한편, 루젠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잔을 손에 쥐었다.

 

 아까 전까지 그렇게 술을 마신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루젠의 근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는 바로 그의 딸, 아비가일 이었다.

 

 루젠은 고개를 숙여 편지를 보았다.

 

 -본론부터 말할게. 이브랑 사위가 초야 안 치른 것 같으니 같은 방 쓰게 해. 이브가 가져온 붉은 병의 술 마시게 하는거 잊지마.

 

 간결하디 간결한 편지였다.

 

 이 편지를 처음 받았을 땐 의문 이었다.

 

 눈치 빠른 그녀가 아비가일과 에드먼의 사이를 눈치 못 채지 않았을 수가 없었다.

 

 행복하냐 물었을 때, 아비가일의 표정이 어땠는지 루젠은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루젠은 복잡함에 술을 들이켰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편지를 한 번 더 보았다.

 

 무려 몇 년 만에 오간 편지에는 잘 지내느냐는 흔한 말 한마디가 없었다.

 

 루젠은 괜히 편지지를 한 번 더 보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얼굴 안 본지 반년이 넘어가니 이젠 가물가물 하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려 눈을 가늘게 뜨던 루젠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과연 자신이 한 일이 옳은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확신이 없는 것은, 아비가일의 결혼을 허락 한 후로 처음이었다.

 

 루젠은 그날 밤을 세워가며 술만 마셨다.

 

 

 ***

 

 

 정적이 흘렀다.

 

 가운을 다 묶어지지 않아 반쯤 풀어 헤쳐진 가슴팍.

 

 그리고 닦지 못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

 

 나와 에드먼은 멍하니 서로를 응시했고 정신을 차린 것은 둘 다 비슷한 시점이었다.

 

 “이..”

 

 “미, 미안해요!”

 

 아니, 에드먼이 입을 열자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드레스 룸으로 뛰쳐 들어갔다.

 

 재빠르게 문을 잠그고 등을 문에 기대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모아 내뱉었다.

 

 쿵쿵 거리는 심장은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고 얼굴은 내가 느끼기에도 달아올랐을 만큼 붉어져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아비가일.’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아주 넋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앞에는 에드먼의 흰 가슴팍이 아른거렸기에 고개를 저으며 뺨을 쳤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하는데....

 

 뇌리에 박힌 듯 그 어떤 것을 생각해도 에드먼의 가슴팍이 잊혀지지 않았다.

 

 “저, 이브.”

 

 바로 문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막았다.

 

 “놀, 놀라셨습니까? 미안합니다. 이브가 없는 줄 알고...”

 

 분명 이 상황의 반대가 되어야 할 텐데.

 

 내가 에드먼에게 사과를 해야 할 테지만 에드먼이 내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손바닥에 묻었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니에요. 제가 미안해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에드먼은 들렸는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에드먼은 문을 살짝 두드렸다.

 

 “제 방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는 소파에서 잘 테니 이브는 좀 진정했다가 나오셔서 침대에서 자세요.”

 

 그의 말에 나는 황급히 일어났다.

 

 “아, 아니에요!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여보는 그냥 침대에서...”

 

 하지만 에드먼은 이미 간 후인지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나가기에는 민망했고 나가지 않기에는 에드먼을 소파에서 재울 수는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기를 얼마나.

 

 나는 거듭되는 고민 끝에 나가기를 결심하고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문을 열었다.

 

 문을 딱 연 순간, 저 앞에는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에드먼이 보였다.

 

 “여보...?”

 

 그를 조심스럽게 부르자 에드먼은 급하게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기에 나는 의문스럽게 그를 보았다.

 

 “이, 이브. 저는 잠시 밤 산책을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 채 어딘가 사라진 에드먼을 보며 나는 멀뚱히 서서 눈을 깜빡였다.

 

 뭐라도 봤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아까 에드먼이 서 있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황홀한 첫 경험을 보내는 방법.>

 

 <완벽한 초야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_여자 편.>

 

 <잊을 수 없는 체위들.>

 

 낯설면서 익숙한 책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

 

 이번에도 내 외침은 어머니에게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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