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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8)
작성일 : 19-10-30 18:04     조회 : 188     추천 : 1     분량 : 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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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한쪽은 내 오랜 친우가.

 

 한쪽은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지금 이 상황을 어찌 정리해야 할지.

 

 “아아 당신이 새 신부를 홀로 보냈다는 이군요.”

 

 “그대는 내 부인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으시군.”

 

 먼저 도발을 하는 이는 이젠트였으니 에드먼에게 뭐라 할 말은 없었기에 나는 이젠트를 째려보았다.

 

 내 시선을 눈치 챘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 도발하는 이젠트에 결국 나는 이젠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젠트,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 물음에도 이젠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 태도가 안 보여? 약속을 파기한 주제에 뻔뻔하잖아.”

 

 괘씸해서 그랬어.

 

 그의 말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젠트. 간섭은 여기까지야.”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자, 이젠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마디만 더 할게.”

 

 나는 말을 계속 해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공작이 너에게 사과 했어?”

 

 “그건 진작 편지로...”

 

 “만나서는? 혼자 보내서 미안 한다. 이런 일은 다신 없을 거다. 이런 말이라도 했어?”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고 싶었다고 했을 뿐, 그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냥 나는 그를 이해하는 것뿐이야. 갑작스레 잡힌 회의나 일정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아비가일. 사랑에 빠진 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을 오직 사랑하는 사람이야.”

 

 어느새 침착하게 이어지는 이젠트의 말에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기 전,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아니다.

 

 그것은 나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오직, 내 마음에는 에드먼만 존재하듯이 눈에도 에드먼만 들어왔다.

 

 “지금 너의 모습이 어떤 줄은 알아? 혼자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자신을 한 번만 봐 달라고, 공작에게 그리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마치 나랑 비슷해. 짝사랑을 하는 중인 나랑!”

 

 “.....그만. 이젠트, 오늘은 이만 돌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젠트는 반응했고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뒤를 돌았다.

 

 사랑에 빠진 이의 눈에는 사랑하는 사람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내 홀로....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걸음을 뚝 멈추었다.

 

 이젠트가 한 말 중, 틀린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브.”

 

 나 혼자 그를 사랑하며,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안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기에, 되짚을수록 심장이 욱씬거렸다.

 

 그래, 불과 일주일.

 

 결혼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꿈같은 하루를 보내던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지 알긴 알았을까.

 

 “이브!”

 

 “여, 여보?”

 

 당황한 얼굴로 에드먼을 올려다보았다.

 

 “아, 놀라셨습니까? 미안합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이브의 친우 분은 급한 일이 생겨 이 쪽지만 남기고 방금 갔습니다.”

 

 생각에 잠긴 사이 시간이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에드먼에게서 건네받은 쪽지를 만지작거렸다.

 

 “아, 그렇군요...”

 

 “친우 분과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조심스레 묻는 에드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티가 많이 났나.

 

 “아뇨. 여보께서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얼른 다른 말을 꺼냈다.

 

 “곧 아버지 오실 시간이니 준비해요.”

 

 저 멀리서 아버지의 마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

 

 

 나는 불안함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님. 대공님과 각하 두 분의 만남이 처음도 아니시니 너무 걱정하지 말세요.”

 

 이나의 말대로 둘의 1대1 대면이 처음도 아니지만 아버지가 눈치 챈 이상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전과는 다르게 술도 끼여 있었기에 불안감은 배로 부풀었다.

 

 내가 걱정되는 쪽은 에드먼 쪽이었다.

 

 아버지는 워낙 술을 잘 마시기로 유명한 분이시지만 에드먼은 늘 취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마셨기에 그의 주량을 알 수 없었다.

 

 끊임없이 주방으로 대령 되는 술병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계속 밖에서 기다려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그냥 방으로 올라왔다.

 

 문득 손 안에서 바스락 거리는 쪽지를 발견하고 곧바로 쪽지를 읽었다.

 

 -내가 말이 심했어, 아비가일.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쪽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고개를 돌린 책상 위에는 한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나가기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촉을 날카롭게 세웠지만 주변의 기척이라곤 옆에 있는 이나가 전부였다.

 

 조심스레 다가가 그 종이를 보니,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빠르게 종이를 잡았다.

 

 -히젠트 상가 3층 맨 오른쪽의 붉은 테이블.

 

 딱 용건만 써져 있는 종이는 내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순식간에 글자들이 사라졌다,

 

 녹아내리듯 빠르게 없어지는 글자들을 보며 혼란에 빠졌다.

 

 저 종이에 써진 말을 분명 장소를 뜻했다.

 

 ‘리리엔인가.’

 

 아니면 리리엔 아닌가.

 

 그것을 눈치 채고 이런 편지를 보낼 정도면 그것이 분명했다.

 

 늘 그렇듯 결정하는 순간은 빨랐다.

 

 날짜는 나와 있지 않고 장소만 나와 있었으니 아마 그 곳에 사람을 대기 시켜 놓았을 확률이 높았기에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편지를 쑤셔 넣고 이나에게 언질을 주었다.

 

 “내일 새벽. 준비를 하거라.”

 

 이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한 차례 폭풍 같은 일을 다시 떠올리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뒤섞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타임의 힘이었다.

 

 그것도 꽤 강한.

 

 애써 복잡해지는 마음을 비우고 책을 들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니 저절로 생각이 멈추었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내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동시에 문 너머로 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님. 대공님께는 지금 침실로 드셨고 각하께서 아직 식당에 계신답니다.”

 

 길고 긴 술 타임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나에게 얼핏 들은 걸로 봐서는 아버지는 살짝 취하셨고 에드먼은 거의 만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식당에 내려가 보니 혼자 술을 마시는 에드먼이 보였다.

 

 하지만 이나에게 들은 것과는 다르게 에드먼은 평소보다 얼굴이 조금 붉은 것 빼고는 멀쩡해 보였다.

 

 에드먼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물었다.

 

 내가 처음 보는 에드먼의 모습이었다.

 

 늘 입가에 머금고 있던 미소는 사라져 있었으며 잔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을 차갑게 그지없었다.

 

 아니, 아니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당....첫..아닌가....

 

 하지만 기억을 되짚을수록 머리의 두통이 심해져 나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드레스 자락을 꽉 쥐고 불안정한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애써 고개를 들었다.

 

 “여보.”

 

 가까스로 에드먼을 부르자, 그의 고개가 들렸다.

 

 “...이브.”

 

 나를 보자 그의 입가에 빠르게 번지는 미소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 아무렇지 않아.

 

 “술을 많이 드셨네요. 취하셨어요?”

 

 천천히 다가가며 힐끔 그의 앞에 있는 술병들을 보았다.

 

 두 명에서 먹을 양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았다.

 

 “예에. 장인어른과 같이 마셨습니다.”

 

 겉모습만 멀쩡한 것인지 혀도 꼬이고 말투도 이상했다.

 

 처음 보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에드먼에게 손을 뻗었다.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아뇨. 같이 산책해요, 이브.”

 

 네?

 

 하고 되묻는 말에 나는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바람도 맞으면서 술도 깨요.”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탁자를 보았다.

 

 와인들이 뒹굴고 있었고 에드먼의 앞에는... 어머니가 보내주셨던 술통이 있었다.

 

 그것도 비워진 채로.

 

 나는 급하게 에드먼에게 물었다.

 

 “여, 여보. 설마 저 병에 담긴 술을 드셨어요?”

 

 에드먼의 내 손끝을 따라 쭉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술통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술이 모자라 장인어른께서 저 술을 가져오셨습니다. 헌데 장인어른께서 저 술을 까기도 전에 올라가셔서 제가 다 마셨습니다.”

 

 나는 멍하니 에드먼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마시면 안 되는 술이었습니까?”

 

 정력에 좋은 술이라고, 어찌 답하겠는가....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제가 가져온 술이라서 그래요. 혹시 막 무언가 넘친다든가...”

 

 “넘친다든가?”

 

 “어... 그러니깐....”

 

 나는 열심히 에드먼의 눈을 피하며 침을 삼켰다.

 

 주변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 때문인지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질 거리고 열이 올랐다.

 

 “이브, 얼굴이 빨게요.”

 

 에드먼의 손끝이 내 뺨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숨이 훅 멎는 느낌이었다.

 

 이런 가벼운 스킨십은, 예전보다 더 떨리게 다가왔다.

 

 내가 얼굴만 붉히고 있자 에드먼의 손이 쭉 내려가더니 나를 잡아당기며 웃었다.

 

 “이브, 저 너무 덥습니다. 빨리 나가요.”

 

 정원으로 나오자 몸에 있던 열은 빠르게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쿵쿵 거리던 심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노을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에드먼과 나는 그 장면은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바로 에드먼이었다.

 

 “이브... 저번에 제게 물으셨죠.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 하느냐고.”

 

 술 먹고 그렇게 물어봤던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이브...”

 

 에드먼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고개를 돌리자 에드먼은 어딘가 고통스러워 보였고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게다가 숨도 아까보다 훨씬 거칠었다.

 

 “이브와... 하아... 저의 첫 만남은....”

 

 “여보. 잠시만..”

 

 순간.

 

 에드먼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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