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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6)
작성일 : 19-10-30 18:01     조회 : 187     추천 : 1     분량 : 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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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가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뿌연 연기가 쏟아져 내렸다.

 

 이미 채울 수도 없이 가득 차버린 시야에 뿌연 것이 흐트러지듯 퍼져 나갔다.

 

 폐에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연기를 느끼며 에드먼은 다시금 궐련을 입에 물고 숨을 들이켰다.

 

 에드먼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놓인 편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펼쳐진 편지에는 짤막한 편지가 써져 있었다.

 

 -여보,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부디 안 좋은 일이 아니길 바라요.

 

 -저는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남편이자 에드먼에게,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이브가.

 

 급하게 쓴 것인지 자칫 악필처럼 보일 만큼 알아보기 힘든 것이었지만 에드먼은 느리게 눈으로 그 편지를 훑었다.

 

 그 모습은 조금 기괴했다.

 

 온통 피로 물든 테이블에, 편지지가 올려 진 곳에만 핏방울 하나 튀겨지지 않아 있었다.

 

 탁.탁.

 

 생각에 잠긴 에드먼은 제 손 안에 쥐어진 까메오의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를 반복했다.

 

 그 열릴 때 마다 까메오에 그려진 여인의 그림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에드먼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던 에드먼은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에 눈을 뜨며 궐련의 재를 털어냈다.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내던져 지듯 방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이미 온 몸에 피를 묻히고 있었으며 그 피는 남자의 것이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 것 이다.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는 의자에 몸을 누인 에드먼을 발견하고는 크게 숨을 삼켰다.

 

 “히..히익!”

 

 명백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에드먼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갈수록,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엉거주춤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러게.”

 

 무릎을 접힌 에드먼은 남자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경고 했을 때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고요한 목소리.

 

 그 모습에 남자는 더욱 벌벌 떨었다.

 

 “괴, 괴물. 괴물이야!”

 

 기분 나쁠 만도 한 소리였다.

 

 에드먼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싱긋 웃었다.

 

 "그걸 지금 깨달았다 기에는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혼잣말에 가까운 말에, 남자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에드먼은 남자의 얼굴을 잡고 궐련을 가져다 댔다.

 

 치익.

 

 하는 소리와 타오르는 검은 연기, 살 타는 냄새.

 

 “아아...아악! 크아악!”

 

 타들어가는 고통에 남자의 눈알이 뒤집히고 몸은 경기를 일으켰다.

 

 그 모습을 평온한 얼굴로 지켜보던 에드먼은 몸을 일으키고 진득한 피가 묻어있던 장갑을 벗었다.

 

 본래의 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피에 물든 장갑을 미련 없이 바닥에 던진 에드먼은 아까 그랬듯 의자에 기댔다.

 

 곧 문이 열리더니 정신을 잃은 남자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에드먼의 보좌관인 베젠은 저 남자는 이미 에드먼의 관심 밖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저 남자가 이제 자신들에게 새롭게 맡겨진 또 다른 ‘처리감’ 임을 알았다.

 

 “여기 있습니다.”

 

 서류 더미를 내려놓는 베젠의 손길은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주인이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잔혹함은 평소보다 더 했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에드먼의 밑에서 무려 5년 동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베젠의 눈에는 에드먼의 기분이 밑바닥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에드먼은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피가 묻은 손을 발견하고는 새로운 장갑을 꿰었다.

 

 그 행동에 베젠은 저 서류가 누구의 관한 것인지 단번에 눈치 챘다.

 

 에드먼이 서류조차 조심스레 여기는 이.

 

 아비가일 뮈엘란 드 발렌티아.

 

 에드먼의 아내인 여인이다.

 

 

 ***

 

 

 4년 전 즈음이었다.

 

 제 주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 것은.

 

 평범한 하루는 아니었다. 에드먼의 손에는 그날도 편지가 들려 있었다.

 

 흰 편지지를 손에 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며 베젠은 그 편지가 세 번째 러브레터임을 눈치챘다.

 

 그래, 요즘 제 주인을 끈질기게 달라붙는 여인이 하나 생겼다.

 

 물론 이런 적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여인은 처음이었다.

 

 알몸으로 에드먼의 침실로 숨어들거나 그가 가는 곳마다 잠복해 있는 일도 있다 하면 돈을 써서 서류에 편지를 끼워 넣거나 자살 소동을 벌이기까지.

 

 하지만 이 여인, 아비가일은 달랐다.

 

 총 세 번의 편지. 그리고 베젠은 두 번째, 그러니깐 며칠 전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과연 듣던 대로, 아니. 듣던 것 보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흰 피부에 양 뺨은 사랑스럽게 물들어 있었고 에드먼을 향해 내민 편지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햇빛을 머금어 반짝이는 은발에 눈길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자안까지.

 

 가만히 서 있음에도 평범하지 않은 핏줄임을 보여주듯 우아한 자태와 알 수 없는 위엄까지 가춘 여인이었다.

 

 ‘공작님, 받아주시겠어요?’

 

 이미 한번 거절당한 여인의 눈빛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에드먼의 건조한 얼굴 위로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등한 미소가 지어졌다.

 

 ‘영애, 마음은 감사하지만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어디 하나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말이었지만 누구나 민망할 만큼 단호했다.

 

 하지만 아비가일은 그 말을 이미 한 번 겪어봤기에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에 무딘 것인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편지라도 받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보통 때라면 에드먼은 그것도 거절했을 것이다.

 

 ‘.....예.’

 

 베젠은 숨을 헉 하고 들이켤 뻔한 것을 간신히 막았다.

 

 제 동료들에게 들었긴 했지만 에드먼이 아비가일에게 유독 이상하게 군다는 것이 맞았다.

 

 아비가일은 에드먼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돌아갔다.

 

 그런 에드먼에게 베젠은 슬쩍 다가가 물었다.

 

 ‘주인님. 처리를 원하십니까.’

 

 신분이 높은 탓일 수도 있다.

 

 아비가일의 어머니는 비록 백작의 자리일지는 몰라도 황제가 의지하는 유일한 사촌누이였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왕실의 치열한 자리 싸움에서 제 동생을 앉히고 유유히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아비가일은 사교계에 중심이었고 그만큼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하지만 베젠은 제 짐작이 틀렸음을 그 말을 뱉은 직후 깨달았다.

 

 ‘뭐?’

 

 차가운 시선. 등이 쭉 땡겨지는 느낌에 베젠은 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제가 감히 실언을 했습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는 신입인 탓에 에드먼에 눈에 들 일이 없었고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제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몸은 에드먼이 주는 압박감에 몸이 떨렸다.

 

 ‘주제를 모르는구나.’

 

 베젠은 침을 삼키며 눈을 꾹 감았다.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해 버렸다. 목이 잘려도 변명할 처지가 아니었다.

 

 다만, 베젠은 최악의 순간 기회를 잡을 잘 아는 이였다.

 

 ‘감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리고 베젠은 살아남았다.

 

 베젠은 고개를 들어 제 주인을 보았다.

 

 서류를 훑는 시선은 오만하고 그 행동 또한 마찬가지였다.

 

 “편지지를 가져와라.”

 

 책상 위에 잔뜩 뿌려진 피를 보고 혀를 차며 하는 말에 베젠은 눈치 있게 펜도 같이 에드먼에게 내밀었다.

 

 에드먼은 진지한 얼굴로 편지를 써 내려 갔다.

 

 피가 묻은 소매까지 걷어 올리고 한 글자글자 조심스럽게 눌러 쓰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브에게 전해.”

 

 편지를 소중히 품에 놓은 제벤은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나갔다.

 

 밖을 나가니 이벨론 남작이 있었다.

 

 에드먼이 담배 불로 지진 탓에 남작의 얼굴 몇몇 곳이 흘러내리는 꼴을 본 베젠은 혀를 쯧쯧 찼다.

 

 이벨론 남작은 에드먼은 탐탁지 않아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어린놈이 뻣뻣하게 고개들고 다니는 꼴이 예의 없다나 뭐라나.

 

 베젠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남작을 발로 찼다.

 

 쓸데없이 겁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겁대가리가 상실한 것인지 에드먼의 신혼 여행을 늦추다니.

 

 그렇게 화난 에드먼을 실로 오랜만에 본 탓에 베젠은 잔뜩 긴장된 몸을 애써 풀었다.

 

 “적당히...”

 

 적당히 처리하라고 말하려 했으나 오늘 제 주인의 반응을 떠올린 베젠은 고민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끝 방으로 데려가라.”

 

 끝 방이라는 말에 베젠의 부하들의 어깨가 움찔 거렸다.

 

 끝 방이라 하면 상상도 못한 고문 기계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끝 방으로 끌려 들어간 후 기괴한 기계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

 

 

 “휴.”

 

 짧은 숨을 내뱉으며 차를 마셨다.

 

 하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 탓에 목에는 갈증이 났다.

 

 “이젠트 도련님 정말 몰라보시게 자라셨네요.”

 

 이나는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듯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젠트는 내가 처음 봤을 때 못 알아볼 만큼 달라져 있었다.

 

 약 10년 전쯤 이었다.

 

 어머니가 먼 해외로 오랫동안 출장을 떠나야 했고. 나는 드문드문 만나던 아버지와 3년 동안 같이 살게 되었다.

 

 마침 아버지의 친우의 아들인 이젠트는 연약한 몸을 휴양 하기 위해 아버지의 영지로 내려온 상태였고 우리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있다 보니, 아까의 대화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젠트에게 짝사랑 상대가 있다는 것과. 내가 에드먼에게 고백한 것.

 

 -세 번이나 고백 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끈질겼다. 아주.

 

 어쩌면 에드먼은 세 번째 고백에서 질렸을 수도 모른다. 그래서 고백을 받은 후, 나중에 차려다가 정이 쌓여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인 거고.

 

 그저 지친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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