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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5)
작성일 : 19-10-30 18:00     조회 : 192     추천 : 1     분량 : 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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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적당히 마실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근 며칠 간 술을 취할 때 까지 마신 탓에 몸 상태는 평소보다 안 좋았다.

 

 이나에게서 받은 꿀물을 두 잔이나 연속으로 마신 후에야,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제한되어 있다.

 

 수도와는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기에 나는 아침에 가벼운 운동을 한 후 마을로 내려갔다.

 

 다행히 10년 전과는 다르게 많이 발전한 마을은 꽤나 볼거리가 많았다.

 

 게다가 아버지와 가기 좋은 곳도 몇몇 있었기에 눈에 잘 새겨두었다.

 

 이렇게 나와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가끔 심심할 때 거리로 나왔었지만 결혼식 준비로 바빠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생기 넘치는 마을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꽤 그럴싸한 디저트 카페로 들어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달달한 커피의 향은 좋았으며 두런두런 귀에 들리는 말소리, 창문 너머로 활기찬 사람들의 소리,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이렇게 조용히, 생각에 빠질 때면.

 

 여과 없이 에드먼이 떠올랐다.

 

 그럴 때가 있었다.

 

 에드먼과 손을 맞잡고,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랑을 나눴던 때가.

 

 아, 정확히는 나 혼자 사랑을 퍼부었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며 에드먼에 대한 생각을 지워냈지만 이내 아버지의 물음이 생각났다.

 

 -그런 너는, 지금 행복하니?

 

 아버지의 물음이 겨우 진정되었던 머리를 어지럽혔다.

 

 행복하냐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결혼식 날에 알아버린 내가?

 

 다행히, 나는 생각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었다.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소리는 내 생각을 끊어냈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자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와 카페의 종업원이 있었다.

 

 종업원은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하녀로 보이는 이가 종업원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쯧쯧. 성격 나쁜 귀족의 옷에 차를 쏟은 모양이에요.”

 

 이나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이나의 말대로 여자의 화려한 드레스에는 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저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기에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네 이놈!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이 영지의 주인인 발렌티아 대공 각하의 하나뿐인 여식이란 말이다!”

 

 “엥?”

 

 이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보았다.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발렌티아 영애’를 보았다.

 

 “제가 잘못 들은 것이겠지요, 마님....”

 

 나는 찬찬히 여자를 뜯어보았다.

 

 탁한 회색빛의 머리카락과 옅은 갈색 눈.

 

 자칫 광대로 보일 정도로 화려한 옷차림.

 

 “용, 용서해주십시오!”

 

 발렌티아라는 말에 종업원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에휴, 저 귀족은 또 나타났구먼.”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말에 이나는 슬쩍 그들에게 물어봤다.

 

 “ ‘또’ 요?”

 

 “처음 보는 아가씨이구려. 아아, 그 이사 온다는 아가씨가 아가씨구먼? 저 모습을 처음 보겠지. 한 일주일 전에 갑자기 나타난 귀족인데. 영주님 따님이라지 뭐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을 어찌나 괴롭히던지.... 오늘 가게 휴업하길 잘했지 뭐야.”

 

 귀족을 사칭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그것도 내 사칭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장 아가씨에게 사죄를 드리지 못할까! 뜨거운 차에 아가씨가 데이실 뻔 하지 않았느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종업원이 차를 쏟은 곳은, 드레스의 끝자락으로 그 양조차 매우 미미했다.

 

 “되었다. 허나 이 드레스는 아버지께서 내게 선물 해 주신 것인데... 어찌 하겠느냐?”

 

 “제, 제 전 재산을...”

 

 “네 전 재산을 털어도 턱없이 부족할 텐데?”

 

 “그, 그럼...”

 

 여자는 인심 쓰겠다는 듯이 종업원에게 종이 한 장을 던졌다.

 

 “신체... 포기 각서....?”

 

 “그래, 네 전 재산으로 못 갚으니 내 밑에서 평생 일해야 하지 않겠어?”

 

 나는 그제야 저 사람들이 뭘 원해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깨달았다.

 

 신체 포기 각서.

 

 말로만 신체 포기 각서이지 노예나 다름없었고 노예 제도 없어진지 오래인 나라에서 번번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내 밑에서 일하는 거야. 월급도 주고.”

 

 물론 그 월급을 이자로 쳐서 다 뺏어가고.

 

 “음식도 주고.”

 

 건더기 하나 없는 맑은 스프일 테고.

 

 “잠자리도 제공해주고.”

 

 비좁은 방에 몇 십 명이 들어가 있을 테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흔했고 내가 힘이 있다고 꼭 도와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감히 내 이름으로 저런 짓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더러웠다.

 

 

 ***

 

 

 나는 짧은 고민을 했다.

 

 저 사람들을, 어찌 처벌할지.

 

 나는 이나에게 귓속말로 전하자 이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이나가 나가는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 가게가, 그쪽 가게인가?”

 

 “뭐?”

 

 찻잔을 쓸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지금 우리 아가씨에게 하는 말이냐?”

 

 “방금까지 시끄럽게 한 이가 그대들 빼고 있나?”

 

 하녀는 붉그락푸르락 거리는 얼굴로 헛웃음을 푹푹 뱉어냈다.

 

 “귀가 막힌 것도 아니고. 귀가 있다면 들었겠지! 우리 아가씨가 누구인지!”

 

 “내가 알기론.”

 

 슬쩍 시선을 돌려 여인의 머리와 눈에 머물렀다.

 

 “발렌티아 영애는 저 머리색과 눈이 아닌데.”

 

 “뭐, 뭐라?”

 

 둘 다 당황한 눈치였다.

 

 제국 귀족의 머리색까지 왕국 사람이 알 일 없고 하물면 나는 이 왕국에 아주 오랜만에 온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내 머리색이나 눈 색이 어떤지 알 방도가 없었고.

 

 “그대가 발렌티아 영애라는 증거가 있나?”

 

 증거 따윈 없다.

 

 그것을 나도 그들도 알기에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 아니라는 증거도 없잖아?”

 

 “그럼 그대가 과연 진짜 발렌티아 영애인지 확인하지.”

 

 “하. 뭘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저들은 멍청하게도 자신들이 사칭하는 사람의 생김새조차 알지 못한다.

 

 “아가씨!”

 

 그때, 이나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들어왔다.

 

 기사의 팔에 새겨진 발렌티아 가문의 인장을 본 사람들을 크게 웅성거렸고 그 두 사람은 얼굴히 희게 질려 있었다.

 

 “아아. 그래. 발렌티아 대공님께서는 정확히 아시겠구나.”

 

 나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아버지는 저택에 계시니?”

 

 “예. 막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나는 짙은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발렌티아 영애. 가시겠어요?”

 

 

 ***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이나는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다 살다 아가씨를 사칭하는 이들을 보다니....”

 

 “나도 살다 살다 나를 사칭하는 이들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단다.”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 살려주세요!

 

 끝까지 고개를 빳빳하게 들더니 마차에 오르기 전, 나를 사칭했던 여자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한 번만 자신들의 사정을 들어달라고 했으나 나는 가차 없이 그들은 치안대에 넘겼다.

 

 귀족을 사칭한 죄. 불법을 지른 죄.

 

 그들은 5일이라는 그 짧은 시간동안 무려 12명의 사람에게 신체 포기 각서를 쓰게 했다.

 

 분명 뒷배경이 있는 이들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평민이 이런 짓을 저지를리 없었다.

 

 나는 나를 사칭한 죄만 묻게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가 잔뜩 열이 올라 이 사건에 개입한 탓에 사건이 커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제국에서도, 왕국에서도 이 사건이 물 위로 떠올랐으며 조금이라도 관련 된 귀족들을 조용히 숨을 죽였다.

 

 [알렌티아 영애를 사칭한 이들. 그들의 뒤에 서 있는 귀족은 누구?]

 

 이나가 가져온 신문의 1면의 실린 기사를 보며 혀를 찼다.

 

 의도치 않게 신문에 실렸고 거의 모든 기사들은 다 나의 관한 내용이며 사건에 대한 얘기는 지극히 적었다.

 

 거의 모든 신문에 내 사진이 실린 탓에 나가면 시선들이 쏟아져 도저히 나갈 수도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냥 가만히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햇살을 받으며 몸을 쭉 뒤로 젖히고 손끝으로는 에드먼의 편지를 쓸었다.

 

 울퉁불퉁한 편지를 쓸어 내리면 내릴수록 내 마음에 깊게 내려앉았다.

 

 에드먼의 얼굴을 못 본지 어느덧 삼일이나 흘렀다.

 

 결혼식 준비로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었던 탓에 삼일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잘 버틸 줄 알았다.

 

 잘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고작 삼일이었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덮개를 열자 작은 초상화가 보였다.

 

 뚜렷한 이목구비. 입가에 지어진 미소.

 

 ‘에드먼. 오늘 우리 초상화 그림 그리는 거 어때요? 그걸로 목걸이도 만들고요!’

 

 서로 마주 않아 붓을 들고, 웃음을 터트리고.

 

 애써 눈을 떴다.

 

 눈을 감는 순간 바로 앞에서 그려지는 모습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보석이 박힌 부분을 손으로 살살 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비가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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