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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4)
작성일 : 19-10-30 17:59     조회 : 219     추천 : 1     분량 :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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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해요.”

 

 옆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에는 시선을 두지 않은 채로 물었다.

 

 “무엇이?”

 

 “각하 말이에요!”

 

 에드먼의 이름이 나오자 책에서 눈을 뗐다.

 

 고개를 돌리니 이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바쁘시다잖니.”

 

 내 담담한 대꾸에 이나는 더욱 열이 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바쁘시다지만 그건 아가씨도 마찬가지라고요! 신혼여행을 위해 일을 다 미루었는데 그 회의가 뭐 중요하다고 우리 아가씨를 혼자 보낸데요?”

 

 결혼 전의 호칭을 듣는 건 꽤 미묘한 기분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아가씨로 불렸지만 지금은 마님이었다.

 

 “정말, 각하시라도 아가씨에게 너무 무례...”

 

 “이나!”

 

 결국 선을 넘는 이야기가 나오지 전 가까스로 말을 잘라냈다.

 

 이나는 그제야 제 실수를 깨달은 것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단호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이나. 아무리 내가 너를 아낀다지만 선을 넘으면 벌을 내릴 것이니 그리 알거라. 알겠니?”

 

 “예, 예. 아가씨... 너무 속상한 마음에 그만... 죄송해요.”

 

 이나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일은, 나도 마음이 쓰렸다.

 

 원래대로라면 에드먼과 나는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하겠지만 갑작스러운 회의가 잡히고 일정을 미룰 수 없었기에 나 혼자 가는 상황이 되었다.

 

 비록 에드먼이 그리 멀지 않은 뒤에서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틀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착잡한 이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우울한 얼굴을 본 이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그때 갑자기 마차가 급하게 멈췄다.

 

 깜짝 놀란 이나는 창문을 열어 옆에 있던 기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산적이 나타나 잠시 마차를 세웠습니다. 소규모 집단이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희가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산적이라.

 

 나는 책을 덮고 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내 태도에 밖에 있던 기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앞을 막아섰다.

 

 “마님, 아직은 위험합니다. 조금만 더 참으...”

 

 “내가 하마.”

 

 기사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 들었다.

 

 비록 내 검은 아니지만 묵직하니 손에 잘 감겼다.

 

 “마님, 다치시면 절대 안돼요.”

 

 이나는 신신당부 하였고 기사는 순식간에 제 검이 내게 들리자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마, 마님!”

 

 “나를 모르나?”

 

 순수한 물음이었다.

 

 기사는 어려 보였고 내가 기사직에 오른 것은 오래되었으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마님을 모르시다니. 마님도 기사시라고요!”

 

 “예? 하, 하지만...”

 

 애초에 내 꿈이 기사가 아니기에 기사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나는 내 검술 실력에 꽤 자부심이 있고 자신감도 있었다.

 

 나는 말을 더 꺼내려는 기사에게 대충 손을 휘저으며 싸움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

 

 

 그 짧은 사이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 상쾌하고 몸이 가벼워졌다.

 

 내가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빠르게 상황을 종료하자 기사들은 멍한 상태였고 이나는 박수를 치며 나를 찬양하는 낯간지러운 말을 늘어놨다.

 

 ‘피 비린내...’

 

 코를 찌르는 피 냄새는 언제 맡아도 적응이 안 되고 기분이 찝찝했다.

 

 이나는 내가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돌아오자 호들갑을 떨며 새로운 옷을 꺼냈다.

 

 피가 튀긴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그 뒤로는 순탄한 길이 이어졌다.

 

 샹크르 해단에 도착하자 마중 나와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와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그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달려갔다.

 

 “아버지!”

 

 “이브!”

 

 몇 개월 전 결혼 허락을 받아낸 후로는 처음 보는 아버지는 여전히 다정했다.

 

 어머니와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두 분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

 

 “결혼식에 못 가서 정말 미안하구나, 아가.”

 

 아버지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만나니 너무 좋아요.”

 

 아버지의 포근한 품을 파고들자 그는 내 등을 토닥이더니 내 주변을 훑어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한 시선이었다.

 

 “공작은?”

 

 그 물음에 말문이 턱 막혔지만 가까스로 웃었다.

 

 “바빠서 내일이나 내일 모레 쯤 도착한 데요.”

 

 그 말에 아버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 자식을 그냥...”

 

 아버지는 유독 에드먼을 싫어했다.

 

 처음에는 내 결혼을 반대했다가 내가 아버지의 영토까지 찾아가 울고 불며 애원해서 겨우 결혼 허락을 받았었다.

 

 “그동안 아버지랑 함께할 시간이 생겼잖아요. 이런 시간은 아주 오랜만이니 저는 좋아요.”

 

 애교를 부리며 아버지의 팔짱을 끼자 아버지는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그렇게 아버지의 일행과 합쳐졌고 점심은 간단히 먹었다.

 

 에반게일로 향하는 중에 중간 중간 내려 곳곳을 들리기도 했고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에반게일에서 도착해 오랜만에 아버지와 검술 훈련을 하고 나자 해는 금방 저물었고 화려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방에서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에드먼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를 닮아 깔끔하면서 곱고, 부드러운 글씨체를 손끝으로 쓱 훑으며 읽어 내렸다.

 

 -이브, 에반게일로 떠나는 중 착오가 생겨 다시 수도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정말 그대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큰일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마세요. 일주일 후면 도착할 예정입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이브에게.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도 계속 생각나던 에드먼은 결국 일주일 후에 도착한다고 했고 나는 펜을 들어 편지를 썼다.

 

 -큰일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아버지가 저와 함께 시간을 내어주셔서 오늘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여보,

 

 보고 싶을 거예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적혀진 문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새 편지지를 꺼내었다.

 

 앞에 까지는 같았다. 하지만,

 

 -여보, 조심해서 오세요.

 

 -남편이자 에드먼에게.

 

 고친 편지의 잉크가 마를 때 까지 잠시 펼쳐두며 기다리는 와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

 

 

 “이브, 아빠다.”

 

 “들어오세요.”

 

 꽤 늦은 시간이었기에 의문을 품은 채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의 손에는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 그리고 몇 가지 치즈들이 들려 있었다.

 

 “편지가 온 모양이구나.”

 

 아버지의 시선이 곱게 접힌 에드먼의 편지지로 향했다.

 

 “네. 급한 일이 생겨서 일주일 후 도착 한다고 하네요.”

 

 괜히 머쓱했기에 뒷목을 쓸었고 다행히 아버지는 그에 대해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오랜만에 술 상대가 되어주겠니?”

 

 잔을 내밀며 하는 말에 피식 웃으며 그 잔을 받았다.

 

 “영광이에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에는 어떤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주식은 또 어떤지.

 

 누가 뭐를 투자해서 망했더라. 누구는 대박을 쳐서 해외로 떠났더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에도 깔깔 거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게 한창 분위기가 올랐을 때, 문득 아버지가 물었다.

 

 “아 참. 이브. 혹시 이젠트를 기억하니?”

 

 “이젠트요?”

 

 가물가물했다.

 

 “이 아비 친우의 아들로 어릴 적 둘이 자주 놀았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저택에 항상 같이 뛰놀던 남자아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근데 왜요?”

 

 “내일 우리 집에 온다 더구나. 오랜만에 너를 만난다고.”

 

 오랜만이긴 했다.

 

 이 저택은 근 10년 만에 오는 것이었고 내게 소꿉친구라니. 들뜨는 이야기임이 틀림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는 즈음에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아, 아버지. 어머니께서 안부 전해 주시라네요.”

 

 그 말을 하면서 어머니가 주신 편지를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버지는 편지를 펼쳐 보지도 않고 편지지를 품 안에 넣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물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랑 첫 만남이 어떠셨어요?”

 

 “첫 만남?”

 

 내가 그런 걸 물어볼지 몰랐는지 아버지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 말을 이어갔다.

 

 “최악이었지.”

 

 상상도 못한 이야기였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몸을 기울이며 아버지에게로 밀착 시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왜냐하면, 약혼이 오가던 당시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서로가 마음에 안 들 수밖에. 결혼 후에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단다. 네 어미 성격 알잖니.”

 

 어머니의 성격을 떠올리며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가 좋으시잖아요.”

 

 “반은 미운 정이고. 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공통점이고.”

 

 아버지는 마치 추억에 젖은 듯한 표정이었다.

 

 어딘가 씁쓸하고, 달콤한.

 

 아버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쳐졌다.

 

 흘러가는 세월에 미쳐 흘러 보내지 못한 미소였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런 사연이 존재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곧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킨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처음에 결혼을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글쎄요. 그이가 마음에 안 드셨었나?”

 

 나를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한 말이 어이가 없어서 였다.

 

 비록 어릴 적 사고로 왼쪽 팔을 잃고 기계 팔을 차고 다닌 다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될 정도로 그를 사위로 노리는 가문을 수 없이 많았다.

 

 “그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단다.”

 

 숨이 턱 막혔다.

 

 쿵쿵거리는 심장이 어찌나 세게 치는지 귓가에서 박동 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그이와 제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심장께가 시큰거렸다.

 

 아버지에게 거짓말 하는 것,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내게 그대로 돌아와 비수처럼 꽂혔다.

 

 “...내 눈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마. 하지만 네가 행복하다면, 이 애비는 그것으로 족한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숨이 막혔다.

 

 “아버지...”

 

 “정말 다행이었다. 내 아이는 나와는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겠구나. 정말, 정말 행복하면 좋겠다. 하고.”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는, 잔을 내려놓고 나를 보았다.

 

 “그런 너는 지금. 행복하니?”

 

 그의 질문에, 나는 끝내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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