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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3)
작성일 : 19-10-30 17:57     조회 : 199     추천 : 1     분량 : 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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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만남... 말이십니까?”

 

 마침 에드먼이 앉은 자리는 그늘이었고, 그의 얼굴은 검게 그늘이 져서 보이지 않았다.

 

 “네.”

 

 저는 진짜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삼켰다.

 

 내가 잔에 있는 술을 반이나 비워갈 때까지 에드먼은 조용했다.

 

 “...이브가 생각하는 첫 만남과 제가 생각하는 첫 만남은 다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

 

 에드먼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어,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에드먼을 보았다.

 

 서로의 코끝이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으며 고개를 조금만 비틀며 입술이 맞닿을 수 있는 거리.

 

 숨이 턱 막혔다.

 

 가까이에서 본 에드먼은 평소와 다른 얼굴이었다.

 

 약간의 미소마저 존재하지 않는 에드먼은, 어딘가 모르게 건조하고 차가워 보였다.

 

 “저는 당신을. 아주 오랜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상상도 못할 아주 오래전부터.

 

 귓가에 아득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기억은 끊겼다.

 

 

 ***

 

 

 다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올라오는 갈증에 급하게 손을 뻗어 물 컵을 찾았다.

 

 손에 닿는 컵에 바로 입을 갖다 대고 쉴 새 없이 물을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나는 띵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어제 분명.’

 

 -여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해요?

 

 세상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기억나지 않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내가 그에게 한 질문만큼은 정확하게 기억났다.

 

 얼굴에는 빠르게 열이 올랐고 나도 모르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미쳤어. 미쳤어, 아비가일!’

 

 게다가 엎친 데 엎친 격으로 그 후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뭔가 엄청난 말을 듣고 엄청난 일이 벌어졌던 것 같은데. 내 머릿속에는 없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결혼식 날에도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모든 일은 기억이 났다.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자 때 마침 누군가 문을 열었다.

 

 “마님, 일어나셨어요?”

 

 이나라면 내 오랜 시녀이니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었기에 나는 이나를 붙잡았다.

 

 “이나. 어제, 어제 내가 어찌 왔니?”

 

 “어제요?”

 

 하며 되묻던 이나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어제 마님께서는 각하의 품에 안겨 저택에 오셨답니다.”

 

 말간 뺨을 양 손으로 가린 이나는 말을 마치고는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마님을 어찌나 귀하고 조심히 안고 오시던지.”

 

 그리고 이나는 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귀가 따가울 법도 한 비명은, 내 귀까지 닿지 못했다.

 

 올랐던 열이 빠르게 식어 내렸다.

 

 쿵쿵 거리던 심장은 어느새 원래에 속도로 돌아갔다.

 

 그 모습은, 가짜니깐.

 

 그것을 아주 잘 아니깐.

 

 “왜 그러세요, 마님?”

 

 내 표정을 확인한 이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각하께서는?”

 

 “아, 지금 황궁으로 갈 채비를 하고 계세요.”

 

 나는 이나의 말에 급하게 아무 옷을 어깨에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막 마차로 향하는 에드먼이 보였고 나는 그를 불렀다.

 

 “여보!”

 

 에드먼을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이브?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숙취로 몸 상태가 별로인 나와는 다르게 에드먼은 멀쩡해보였기에 부끄러워졌다.

 

 세수도 못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네, 여보께 이틀 연속 민폐나 끼치네요.”

 

 “아닙니다.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숙취가 있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

 

 “주치의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다급히 손을 저었다.

 

 “주치의까지는 아니에요, 여보.”

 

 에드먼은 두 번 다시 권하지 않는 이였기에 그에 대해 별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 그리고 어머니에게 잠깐 다녀올까 해요.”

 

 결혼식날에 하도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어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게다가 어제는 파티를 가느랴 찾아가지 못했고 이 말을 하기 위해 에드먼에게 간 것이었다.

 

 “제가 선물을 같이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좋아요. 늦어도 저녁 전에는 들어갈 테니 여보도 일찍 들어오세요. 오늘 밤에 떠나야 하잖아요.”

 

 내일 이른 새벽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내 말에 에드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등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절대 늦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여보도요.”

 

 짧은 인사를 마치고 에드먼은 뒤를 돌았다.

 

 하지만 이내 내게 오더니 자켓을 벗어 내 어깨를 둘렀다.

 

 “아직 날씨가 춥습니다.”

 

 “...자피 여보가 가고나면 금방 집에 들어갈 거예요. 그냥 여보가 다시 가져가세요.”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그럽니다.”

 

 결국, 이번에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에드먼은 마차에 올라탔다.

 

 작은 창문으로 손을 흔드는 에드먼에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마님?”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계셔요? 벌써 도착했답니다.”

 

 상념에 빠진 사이 어느새 도착지에 와 있었기에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오셨습니까, 공작부인.”

 

 마차 앞에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환하게 웃었다.

 

 “환대해줘서 고마워요, 어머니.”

 

 어머니가 나를 공작부인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선 이젠 내가 위였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대신 서둘러 저택으로 향했다.

 

 “결혼하더니 딴 집안사람이 다 되었구나.”

 

 결혼식 날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신경을 못 쓴 것을 마음에 담아둔 어머니의 말에 나는 난감하다는 웃음을 지었다.

 

 “결혼하니 생각보다 바쁘더라고요. 죄송해요, 어머니.”

 

 “흠, 내게 미안하니?”

 

 안경을 고쳐 쓰며 묻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혼여행에서 애 좀 가져서 와라.”

 

 어머니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어, 어머니!”

 

 “아니, 이일린 그 여편네가 티타임에서 저번 달에 태어난 첫째 손주를 그렇게 자랑하지 뭐니. 내가 얼마나 속이 터졌는지 아니? 가뜩이나 늦게 결혼했으니 최소 셋을 낳아야 한다.”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어머니 때문에 뭐라 할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붉어진 얼굴에 열심히 부채질을 할 뿐이었다.

 

 “사위도 왔다면 내가 정력에 좋은 뱀술을 직접 줬을 텐데... 황궁에 있지? 거기로 보내야겠네.”

 

 어머니의 말에 나는 다급히 말렸다.

 

 “그, 그냥 제가 가져갈게요!”

 

 “어머, 응큼하긴.”

 

 도대체 무슨 뜻으로 받아드렸는지 어머니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나를 보았다.

 

 “그, 그게 아니라...”

 

 “그래. 네 나이면 참았던 성욕이 폭발할 시기지. 다 이해한단다.”

 

 어깨를 토닥이는 어머니를 애써 외면하며 손등으로 얼굴의 열을 식혔다.

 

 초야도 치루지 않았다고 하면 어머니의 반응이 예상이 갔기에 초야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부부관의 동침은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기에 어머니도 초야에 대해 묻지 않았다.

 

 “오냐, 그만하마.”

 

 곧 터질 것 같은 내 얼굴을 본 어머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다른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신혼여행은 에반게일로 떠난다고?”

 

 “네. 아버지 저택에 머물 예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안 본지 오래됐네. 너랑 사위 결혼 서약서 쓸 때가 반년 만이었으니깐.”

 

 벌써 8개월이 흘렀다.

 

 보통은 반년을 텀으로 한 번씩 만났기에 기간을 조금 넘긴 상태였다.

 

 “그 양반한테 안부도 좀 전해주고.”

 

 “네. 아 그리고 제가 가고 나서 에드먼이 보낸 선물이 도착할 거예요.”

 

 “드디어 그 여편네들한테 사위 자랑을 할 수 있네.”

 

 어머니는 눈을 반짝였다.

 

 매일 결혼 노래를 부르던 어머니는 에드먼을 사윗감으로 매우 흡족해 하시는 것 같았다.

 

 그 뒤로도 한참을 얘기하던 어머니는 저녁을 먹고 가라고 권유 했지만 지금 출발해도 해가 저물어서야 저택에 도찰할듯하여 거절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마차에 오르자, 어머니는 책 몇 권을 내 품에 주고는 등을 떠밀었다.

 

 -가뜩이나 늦게 결혼했으니 최소 셋을 낳아야 한다.

 

 간신히 잊었는데 다시 생각나는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에드먼과 가벼운 입맞춤 밖에 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동침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창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어머니가 건넨 책을 보았다.

 

 <황홀한 첫 경험을 보내는 방법.>

 

 부터 시작해서.

 

 <완벽한 초야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_여자 편.>

 

 <잊을 수 없는 체위들.> 등.

 

 온갖 붉은 표지에 야시꾸리한 책들이 가득이었다.

 

 “....어머니!”

 

 내 외침은 어머니에게까지 닿지 못했다.

 

 

 ***

 

 

 결국 내 예상대로 저택에 도착하자 해가 저물어 있었다.

 

 그럼에도 에드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떠날 시간은 많이 남았기에 느긋하게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1시간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에드먼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기에 사람을 보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연락도 못할 정도면 큰일임이 분명했다.

 

 안절부절 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그때.

 

 에드먼에게 보낸 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마님, 각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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