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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2)
작성일 : 19-10-30 17:56     조회 : 195     추천 : 1     분량 : 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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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되묻는 에드먼은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혼을 하면 많은 피해를 볼 거예요. 여보가 제게 준 광산부터 제가 여보에게 준 무역장 까지. 그리고 폐하께서 하사하신 영토와 다른 이들에게 받은 것 까지도요.”

 

 이것 말고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나는 에드먼에게 친절히 리스트까지 보여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리스트를 손에 쥔 에드먼은 많이 복잡해 보였다.

 

 “쨌든, 여보가 절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저는 이혼할 마음 없어요.”

 

 정곡을 찌른 말에 에드먼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제가. 제가 미우시지 않습니까? 화가 나지 않으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잠시 에드먼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치도록 아름다운 외향을 지녔으며 나를 살피는 눈동자는 한 없이 다정했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거짓말 인 것 같았다.

 

 겉으로는.

 

 “당연히 화나죠. 여보가 괘씸해요. 우리가 만난 시간은 4년이잖아요.”

 

 4년.

 

 그래, 무려 4년이었다.

 

 이제 그만 멀쩡한 남자 만나서 결혼하라는 주변인들이 만류에도 꿋꿋이 에드먼의 곁을 지켰다. 그가 내 빛이었던 것만큼, 나도 그에게 빛이 되어 주고 싶었다.

 

 모두가 입 모아 꿈에서 깨라고 했지만 그 꿈이 좋아, 4년 동안 외면했다.

 

 “그리고 아직도 여보를 사랑하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요.”

 

 차버린 애인을 잊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다 어쩌다 손 한 번 내밀어 준 것에 행복해 하는 이들이 이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이 되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에드먼이 사랑한다 말하면, 모두 잊고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내가 무섭기도 하고 사랑이 뭔가 싶기도 하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기에 한숨이 푹 나왔다.

 

 “그렇지만, 여보.”

 

 나는 손을 뻗어 에드먼의 뺨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여보를 사랑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지켜봐주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는 과정을.

 

 내 굳은 다짐이 느껴졌으며 하는 마음에 에드먼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당혹스러워 보였으며,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설마. 이혼을 원한건가?

 

 “여보는 이혼을 원하시는 건가요?”

 

 내 말에 정확하기라도 했는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이브, 그런 거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급하게 고개를 내저으면서 내 손을 붙잡은 에드먼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면 됐지.

 

 만약 에드먼이 이혼을 원했다면 상황이 많이 복잡해진다.

 

 물론 그에게 더욱더 실망했을 것이다. 이혼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청혼도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스쳤다.

 

 그에게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줄줄이 설명했지만 반 이상은 내가 아직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일찍 들어오세요. 신혼이잖아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하자 에드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아니면 같이 갈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에드먼은 다급하게 말하며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뇨, 여보. 그냥...”

 

 “아닙니다. 금방 끝납니다. 조금만 더 하면...”

 

 “그냥 저 혼자...”

 

 “마차를 타고 오셨죠? 그럼 다른..”

 

 “여보!”

 

 결국 내가 소리를 치고 나서야 에드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내가 목소리를 높인 것을 처음 보는 에드먼은 조금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지압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피로가 안 풀려서 기다리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게다가 할 일도 많으신 것 같으니...”

 

 그의 책상 위에는 처리해야하는 서류들이 잔뜩 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결혼식 준비로 바빠 처리하지 못했던 서류들 같았다.

 

 떡하니 증거까지 있으니 에드먼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그럼 마차까지만 이라도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마차 정도면 괜찮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에드먼은 환하게 웃으며 자켓을 걸치던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에드먼의 보좌관이 들어왔다.

 

 “각하!”

 

 조금 다급해 보이는 보좌관은 내가 있음을 확인하고 입을 꾹 닫더니 허리를 숙였다.

 

 누가 보아도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러 온 모습이었다.

 

 나에게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보좌관은 땀을 뻘뻘 흘렸다.

 

 “여보, 전 이만 가볼게요. 저택에서 봬요.”

 

 나는 에드먼이 나를 잡기 전에 서둘러 나왔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빛을 보니 아까의 일이 모두 가짜 같다.

 

 눈을 뜨면, 예전에 그랬듯이 에드먼이 저 멀리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달려와 줄 것 만 같았다.

 

 이틀이라는 그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된 탓인지.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마차로 걸음을 빨리 했다.

 

 내가 금방 나올 것이라 당부한 탓인지 마차는 바로 출발했고 나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몸을 뉘었다.

 

 힘든 하루였다.

 

 오늘만큼은 푹 쉬고 싶었다.

 

 

 ***

 

 

 일어났을 때는 이른 새벽이었다.

 

 시녀는 내 목욕을 도우며 저녁에 에드먼이 왔다가 내가 잔다는 말에 돌아갔다는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듣자 새삼 내가 에드먼과 결혼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런 생활을 꿈꿔왔던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결국 그 꿈은 그저 바람으로만 남아 버렸다.

 

 쓸데없는 망상은 그만하고 공작 부인으로써의 일 처리를 맡았다.

 

 아키엘 공작가에는 일찍이 부터 안주인 자리가 비어있어 집사가 도맡고 있었기에 그에게 일처리에 대해 간단하게 배웠다.

 

 결혼하기 전부터 어머니를 도와 일처리를 했기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고 새벽부터 시작한 일은 점심이 되도록 이어 졌다.

 

 바쁘니 에드먼을 생각 할 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 집중한 탓인지 두통은 금세 올라왔기에 쓰던 안경을 벗고 잠시 머리를 붙잡았다.

 

 똑똑.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들어와.”

 

 “이브.”

 

 갑작스러운 에드먼의 등장에 고개를 들었다.

 

 “여보? 여보가 왜...”

 

 “아침을 거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식사는 꼭 하셔야죠.”

 

 그제야 에드먼이 들고 있는 쟁반이 눈에 들어왔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

 

 “이런 일은 시녀를 시키시지...”

 

 “제가 직접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에드먼이 오는 동안 책상 위에 서류를 정리했고 에드먼은 그 자리에 쟁반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에드먼은 나가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서류에 집중하려 했지만 내가 에드먼은 무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펜을 내려놓고 에드먼을 보았다.

 

 “볼일 있으세요?”

 

 “아, 그. 오늘 부부동반 파티에 가야 해서. 일찍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처음으로 나가는 부부동반 파티이니 신경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좋아요. 이거 먹고 준비할게요. 여보도 이만 준비하는 걸로 해요.”

 

 에드먼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놓고는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맛있게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는 나갔다.

 

 별 생각이 없어 아침을 안 먹었지만 막상 샌드위치를 보니 배가 고프긴 했다.

 

 에드먼이 가져다준 샌드위치를 먹고 파티에 갈 준비를 했다.

 

 거의 다 끝나갈 때 즈음 에드먼의 준비가 다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그가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이브.”

 

 싱긋 웃으며 손등에 입을 맞추는 에드먼의 칭찬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여보도 언제나처럼 멋져요.”

 

 옆에서는 시녀들이 꺅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에드먼과 나의 모습이었다.

 

 

 ***

 

 

 파티는 부부동반의 조건이 있지만 사실상 배우자를 찾는 미혼이거나 재혼을 할 상대를 찾는 귀족들이 여럿 있었다.

 

 결혼 이틀차인 에드먼과 나는 파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고 남자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며 에드먼에게 모여들었고 여인들은 내게 모여들었다.

 

 가면을 쓴 채 하하 호호 거리는 사교계와 정 반대의 성향을 지녔지만 어머니의 강요로 사교계의 익숙해져 여인들의 가시 서린 화법들을 이리저리 피하다보니 피곤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즈음에 다행히 약혼을 한 달 앞둔 연인이 나타나 그쪽에 관심이 쏠려 쉴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인파들을 간신히 뚫고 정원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정원을 보니, 불과 이틀 전의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네가 결혼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결혼이라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들으시면 관에서 뛰쳐나오실 걸.

 

 -그분이라면 그럴만해.

 

 -근데, 잘 모르겠다.

 

 눈을 감았다.

 

 기억을 더 이상 상세히 되짚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고요하니 좋았다.

 

 하지만 그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하는 작은 소리는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브.”

 

 에드먼이었다.

 

 잔을 양 손에 쥔 에드먼은 내게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에드먼이 묻는 다면, 내가 그렇다는 대답 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알고로 저러는 걸까.

 

 하는 의문도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먼은 내 옆자리에 앉았고 내게 잔을 내밀었다.

 

 내가 즐겨먹는 290년도 산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세심한 에드먼의 배려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여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해요?”

 

 그 질문은, 정말 충동적인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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