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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화
작성일 : 19-10-30 17:56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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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백 홀딩, 5백 더.”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 이건 거의 잭팟 급인데?”

 “에이. 농담이라도 잭팟 급은 아니지. 아직 3단계라고.”

 “3단계라 해도 돈이 얼마야. 저 배팅액 스무 배면…”

 

 거대한 홀.

 천장의 샹들리에는 하얀 빛을 흩뿌리며 홀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다. 벽에는 천장까지 닿는 아치형 기둥이 홀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기둥의 밑동부터 천장까지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음각으로 조각되어 있다.

 홀에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테이블은 단 한 석의 빈자리도 없이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딜러를 마주 보고 앉아 가슴 앞에 쌓아놓은 칩들을 만지작거린다. 딜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자세다. 딜러와 판을 번갈아 보며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여느 카지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테이블에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테이블 판 자체가 TV화면처럼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상은 여러 개의 도형을 한 번에 보여주기도 하고, 붉고 푸른 점을 깜빡이기도 했으며, 건물 설계도 같은 것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와아!!”

 

 수많은 테이블 중, 기둥 옆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딜러 앞에 앉은 사람들 중 한명이 벌떡 일어나 칩을 주변에 뿌린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춤을 추듯 흔들어 대는 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은 그쪽을 힐끗 보더니 다시 제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미간을 더 찌푸리고, 칩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5번. 체크 메이트”

 

 테이블 가운데 잔뜩 쌓아진 칩. 딜러는 그걸 양손으로 잡고 한 사람에게 몰아줬다.

 그 칩을 받은 남자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기둥 옆의 테이블을 보았다.

 아직까지 칩을 던지며 춤을 추고 있다.

 

 “축하합니다. 최종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3단계라 해도 배팅액의 50배면 나쁘지 않죠.”

 “좀 아깝긴 한데…욕심 안 부리는 것이 낫지.”

 

 칩을 뿌리며 춤을 추는 테이블에서 시선을 거둔 남자는 딜러에게 칩을 하나 던졌다. 딜러가 그걸 받아들고 고개를 까닥 숙인다.

 

 “이번 게임을 종료합니다.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테이블 판은 TV전원을 종료한 듯 까맣게 변했다.

 잠시 뒤, 수십 개의 도형이 3D처럼 테이블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딜러는 자리 아래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냈다. 그건 체스판에서 쓰이는 말. 킹과 퀸이었다.

 

 “다섯 판마다 한번 진행되는 골드게임입니다. 배팅 한도가 다섯 배 늘어납니다.”

 

 딜러는 킹을 테이블 오른쪽, 퀸을 왼쪽에 두며 말했다.

 

 

 

 

 

 

 

 

 

 

 ‘똑. 딱. 똑. 딱’

 

 전자시계의 인위적인 초침소리가 귓바퀴에 맴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철수는 반쯤 눈을 떴다. 창문 밖으로 희미한 여명이 하늘을 검푸르게 물들인 것이 보인다.

 

 “하암-”

 

 하품을 하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소파에서 푹 잠든 것 까진 좋았는데, 아무래도 평소 잠드는 장소가 아니다 보니 몸이 영 찌뿌둥하다. 철수는 잠이 묻어있는 눈으로 물끄러미 TV위에 놓인 시계를 보았다.

 -2019 12, 23- 라는 날짜 아래 05:55:55를 넘기고 있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을 억누르고,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아 들었다.

 

 “다시 안 왔네.”

 

 일어나자마자 초부장이 시킨 일부터 신경 쓰인다.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쩝…”

 

 좀 더 잘까 생각하는데 입안이 영 꺼끌꺼끌하다. 혀를 굴려보니, 입천장에서 꽤 쓰린 느낌이 온다. 손가락을 넣어 꾹 찍어 봤다. 피가 약간 찍혀져 나왔다.

 

 “뭐 잘못 먹었나? 맥주 몇 캔 마신게 다인데…”

 

 철수는 탁자위에 굴러다니는 깡통과 손가락 끝에 묻은 피를 번갈아 보다가, 소파에서 떨어지듯 굴러 내렸다. 그리고 화장실까지 포복자세로 기어가 문 앞에 섰다.

 

 “으하함!”

 

 문지방을 밟고 손을 뻗어 다시 한 번 늘어지게 기지개를 킨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무릎을 굽혀 문을 밀었다. 자동센서가 장착된 화장실은 환한 LED빛을 뿌렸다. 화장실 거울이 철수의 모습을 비춘다.

 헝클어진 머리, 충혈 된 눈, 푸석한 피부.

 숙취와 아무렇게나 잠든 대가를 온 몸으로 받았다. 철수는 픽 웃으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다 그대로 몸이 굳었다.

 위로 뻗은 팔에 검은색 막대가 보였다.

 

 

 

 

 

 

 

 

 

 

 ‘혼 바코드 연구소’

 

 “에이! 진짜. 또 말썽이네.”

 

 유란은 낡은 전자레인지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전자레인지는 몇 번 웅웅 거리던 끝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그걸 보던 유란은 땡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환한 표정으로 바뀌며 전자레인지 문을 열었다.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편의점 도시락이 있었다.

 

 “여어- 유란씨. 오늘도 도시락?”

 “아. 웅현씨. 언제 왔데? 편의점 도시락이 젤 낫죠 뭐.”

 “좀 전에. 아침에 대표님이 시킨 게 있어서. 그나저나 이번 주에 바코더 접수된 것 있어요?”

 “아뇨…목격신고는 몇 건 있지만요.”

 “좀 들어왔으면 하는데…”

 

 웅현은 말끝을 흐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산한 재래시장이 보인다.

 바코드 현상이 나타 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그 현상이 나타났을 때, 세상은 곧 멸망할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언론은 매일 대서특필로 떠들어 댔으며, 자살자는 폭증했고, 사이비 종교는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치료제라며 약을 파는 사기꾼은 물론, 바코더를 범죄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고, 어차피 죽을 사람들 중 일부 사람에게만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다.

 바코드 현상이 일어난 뒤에도 전체 사망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건 바코드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하는 것이 아닌, 단지 죽음을 알려주는 표식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잠식했던 바코드 공포는 한 때의 유행처럼 퍼졌다가 사라졌다. 이제 바코드 현상은 UFO처럼 기이한 현상으로 치부되었다.

 그렇게 사회는 안정되어 갔다.

 반면 바코드 현상을 연구하는 곳들은 갈수록 어려워져 갔다. 처음 바코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정부는 지원금을 마구 퍼주며 연구소 설립을 장려했다. 하지만 이슈가 가라앉자 정부는 은근슬쩍 지원금을 줄였고, 결국 완전히 지원금을 끊어버렸다.

 원인도 과정도 모르지만 어차피 죽을 사람이 죽는다. 그러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관심에서 멀어지니 연구소는 후원마저 끊긴 채 문을 닫아야 했다.

 

 “웅현씨는 식사 안 해요?”

 “전 대충 먹고 왔어요. 하하.”

 

 회의실 문을 열자 나사 빠진 경첩이 비명을 지른다. 웅현과 유란은 회의실 겸 식사장소로 쓰는 이곳에서 네모난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도시락 냄새가 웅현의 코끝을 간질인다. 그러고 보니 혼자 먹는 사람 앞에 있기 좀 그렇다. 웅현은 회의실 구석에 있던 작은 냉장고에서 캔 커피를 꺼내왔다.

 

 “이것도 바꿀 때 됐는데.”

 

 캔커피는 시원하지 않았다. 약간 찬 기운만 느껴지는 정도. 성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다.

 사실 냉장고뿐만 아니라 탁자와 의자 역시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창틀은 녹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벽에 칠해진 페인트는 조금만 손을 대도 부스럼이 일어난다.

 

 “유란씨, 이번 달 기부후원금은 얼마나 들어왔죠?”

 

 웅현의 말에 유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웅현은 순간 말 안 해도 괜찮다고 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알아야 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유란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입 속의 음식을 삼키고 말했다.

 

 “늘 그대로죠. 사실 저번 달보다 조금 줄었어요.”

 

 정확한 액수는 말 하지 않았지만,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 게 드러난다.

 웅현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달 수입은 자신도 알고 있다. 그리고 유란이 ‘조금’이라고 말 한 거면 ‘제법’ 줄었다는 거다.

 

 ‘이번 달 월급도 물 건너갔군.’

 

 웅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정부 지원금은 끊긴지 오래고, 기부금과 기업후원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월급은 몇 달째 밀려있고, 대출로 생활을 겨우 꾸려가고 있다.

 연구소가 처음 세워졌을 때, 재정문제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했다. 직원은 서른 명이 넘었고, 일하고 싶다는 지원자도 하루 수십 명이 될 정도였으니까. 뿐만 아니라 바코드 현상 문제에 핵심적인 바코더도 찾아와 실험과 연구에 동참했다.

 하지만 죽음을 대상으로 한 문제가 한순간의 반짝 트랜드처럼 지나갈 줄은 몰랐다.

 풍족한 재정은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연구소를 떠났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바코더는 발걸음이 아예 끊겼다. 그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붙드는 것보다 다른 길을 찾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연구소도 축소되어 비교적 임대로가 낮은 건물을 찾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재래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이 연구소의 직원은 웅현과 유란, 둘 뿐이다.

 

 “나는 말이야. 조금 답답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는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아. 내 책임이지만.”

 “웅현씨. 그런 소리 말아요. 정부도 아무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데.”

 

 웅현은 어깨를 한번 으쓱인 다음 말을 이었다.

 

 “그 일을 해결하자고 설립한 것이 연구소들이잖아? 어쨌든 내 목표는 반드시 바코드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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