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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여섯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49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9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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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둘의 침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광장의 카드 마술, 야바위, 타로 점과 같은 행상들과 사람들이 오가며 먹는 길거리 음식들 중, 바로는 닭꼬치에 관심을 보였고, 트레버는 타코야끼에 관심을 보였다.('오늘은 축제라서 다른 나라 음식도 먹을 수 있어!')을 구경하는 와중에도 둘의 침묵은 끝날 줄을 모르는 듯 했다.

 그렇게 해는 조금씩 움직였고, 그에 맞추어 밝았던 주변 풍경은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붉게 물든 거리를 걷던 중, 바로는 자신이 도시에 들어와 처음으로 보고 들렀던 빵집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을 지나치는 바로와 트레버는 간판에 그려진 식빵 그림을 동시에 올려다봤다.

 둘 사이를 지키고 있던 침묵이란 놈이 자리를 비켜준 건, 지금껏 잠자코 걷기만 하던 트레버가 입을 열면서 생긴 그때였다.

 

 "바로, 넌 언제 농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바로는 침묵이 깨진 이 순간을 반갑게 맞으며 트레버를 향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대답했다.

 

 "음.. 글쎄. 이 기회에 아주 도시에서 지낼까 싶어. 여긴 맛있는 것도 많고.. 너도 있고."

 

 바로의 말을 듣고 트레버는 씁쓸한 표정으로 힘없이 웃었고, 그런 트레버를 본 바로는 머쓱한 표정으로 괜히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왜?"

 "글쎄.. 맛있는 것도 많고 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시가 충분히 살기 좋은 곳일까 싶네."

 

 트레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바로는 자신이 또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지레 겁을 먹고 트레버의 눈치를 살폈다.

 

 "왜? 도시에서 살고 싶은 내 생각이 잘못된 거야?"

 

 트레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만 해도 도시에서 살 수는 있지. 하지만 도시에서는 내가 어떻게 사느냐보다 얼마나 남들처럼 버티느냐가 중요하거든."

 "무슨 소리야?"

 

 바로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이에 트레버는 아무런 생각도 해보지 않고 자신에게 모든 걸 물어보는 바로에게 약간은 지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시궁창에서 널 위협하던 쥐떼들 봤잖아. 도시는 네 생각처럼 그렇게 안전한 곳이 아니라니까? 혼자서 살아남기엔 역부족이야."

 "아.. 그렇구나."

 

 트레버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지친 구색을 느낀 바로는 트레버의 눈치를 보곤 서둘러 말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번엔 트레버가 바로의 반응이 못 미더웠는지, 지친 표정과 목소리를 바꾸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네가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오늘 봤던 사람과 동물들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려 하지 마. 특히 너 같은 어린 고양이는... 아니 됐다."

 

 트레버는 말하던 중에 마지막 말을 대충 얼버무리고는, 다시 바로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무튼 도시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넌 아직 도시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아."

 

 사뭇 진지한 표정의 트레버의 눈빛과 목소리에 바로는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바로는 농장에서 언제나 어린 아이 취급을 받아왔지만 늘 자기 자신은 분명히 다 컸다고 생각했다.

 분명 거대한 새 고든도 그렇게 말했다.

 지금이 딱이라고. 더 크면 늦을 거라고.

 물론 그게 나쁜 목적을 가지고 한 거짓말일지라도, 그때의 바로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다 컸음을 증명하고자, 자신의 힘으로 부모님을 찾고 홀로 도시에 다녀오겠다고 마음먹고 떠났던 것이다.

 하지만 농장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위험한 순간이 찾아왔고, 이를 우연찮게 발견한 늙은 개 맥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에 왔을 때도 그저 운이 좋아 빵집에서 먹을 것을 얻었을 뿐, 그 후로부터는 위험의 연속이었다.

 심지어는 하수구에서는 쉽게 누군가를 믿고 따라가다 정말 큰일 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트레버의 도움을 받아 안전히 도망칠 수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자신의 힘으로 위험을 이겨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농장에서조차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들은 전부 어른들이 대신 해주었었다.

 바로는 아직도 한 마리의 어린 고양이에 불과했다.

 

 "바로."

 

 푹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 바로의 귓가에 자신을 부르는 트레버의 약간은 누그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가 고개를 들어 트레버와 눈이 마주쳤을 때, 트레버가 아까부터 자신을 줄곧 굳은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짐작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농장으로 돌아가. 넌 아직 거기서 좀 더 지내는 게 더 좋을 거야."

 "뭐? 하지만…"

 "그냥 내 말 들어. 어차피 부모님을 찾으려고 도시에 왔잖아? 더 큰 다음에 찾아도 돼. 그게 아니라 놀러온 것이라면 더더욱."

 

 트레버는 이렇게 말하고 매정하게 돌아섰다.

 또다시 혼자가 되는 게 무서웠던 바로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자리에서 서성거렸다.

 

 "트레버,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 가버리면 난 이제 어떡해? 응? 트레버!"

 

 트레버의 뒷모습에 대고 바로가 불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트레버는 바로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있을 얼굴을 정면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몰라. 그냥 네가 왔던 농장으로 돌아가면 되잖아. 넌 도시와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바로를 향해 돌아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널 챙겨주는 것도 이젠 지쳤어."

 

 트레버는 이 말만을 남기고 매정하게 자리를 떴다.

 

 "트레버..."

 

 또다시 혼자 남겨지게 된 바로는 풀이 죽은 얼굴로 붉게 물들던 주변 풍경이 점점 어둡고 깜깜해지는 걸 보면서 오늘부터 어디로 가서 어떻게 밤을 새울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장소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바로는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을 닦으며 무작정 걸었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갈지는 전혀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까.

 바로는 또다시 무서운 동물이 찾아오진 않을까 걱정했다.

 

 "아.. 졸려... 어디선가 쥐떼들이 또 몰려오진 않겠지... 고든은 어쩌지? 나를 지켜본다고 했는데."

 

 바로는 한참 동안이나 주변을 살피며 도시 외곽의 작은 집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집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편안한 잠옷 차림이었고, 이제 막 집에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족들을 맞으며 아무런 미소도, 대화도 오가지 않는 듯 했지만 바로가 보기에는 그들만의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거실의 텔레비전에선 웬 남자와 여자가 언덕에 나란히 앉아 하늘에서 펑펑 소리를 내며 터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와... 하늘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이 터지는 게 저렇게 예쁘구나..."

 

 바로가 한창 불꽃놀이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누군가 바로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바로가 인기척을 느낀 바로 그 순간 누군가 자신의 목덜미를 움켜잡아 들어 올리는 걸 느끼고 곧바로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이미 단단히 움켜쥐어진 듯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어머, 웬 귀여운 고양이가 이런 데에서 혼자 떨고 있을까?"

 

 간드러지는 듯한 높은 목소리에 바로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하늘 높이 틀어 올린 노란색 머리칼에, 터질 듯한 육중한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버티고 있는 보라색 원피스, 그 거대한 발이 어떻게 들어갔을지 궁금한 검은 구두로 온 몸을 치장한 웬 거구의 여인이 자신을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바로는 이 거대한 여인이 무서웠다.

 하지만 이렇게 단단히 붙잡혀 있는 상태로는 아무것도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바로는 시궁창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트레버가 자꾸만 떠올랐지만, 트레버가 떠난 지 시간이 얼마 흐른 것도 아닌 이 시점에서 트레버가 자신을 구하러 와줄 거라는 희망은 헛된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여인의 손아귀에서 애처롭게 대롱거렸다.

 

 "예쁜 우리 아가, 우리 따뜻한 집으로 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여인이 자신의 손에 잡힌 바로를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어딘지 소름이 끼치는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바로는 그 말을 듣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살려달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살려주세요.. 다음부터는 남의 집 훔쳐보지 않을게요... 잘못 했어요..."

 

 하지만 이 애처로운 바로의 목소리는 이 여인도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귀여운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이기만 했다.

 

 "아이고, 그래그래. 많이 추웠지? 아줌마가 맛있는 거 줄 테니까, 얼른 가자."

 

 이 여인은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또각또각 걸었다.

 바로는 이 여인이 어디로 가는지, 도착한 뒤에는 무슨 짓을 하고 자신이 어떻게 될지,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두렵고 무서웠다.

 바로는 눈을 꼭 감아 이 상황이 끝나기를 빌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는 오늘 있었던 일들의 피로를 이기지 못 하고 잠이 들었다.

 자신의 품에서 잠들어 버린 아기 고양이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바로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는 자신의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얘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앤가?"

 "글쎄,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데?"

 "얘 말고도 이미 다른 평범한 고양이도 있잖아."

 "걔는 예쁘기라도 하지."

 

 슬며시 눈을 뜨는 바로에게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누워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수많은 눈동자였다.

 눈 뜨자마자 자신을 향한 수많은 눈동자를 본 바로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향한 눈들을 피해 저 멀리까지 도망쳤다.

 

 "뭐.. 뭐야? 너희는 누구야?"

 

 바로는 몸을 웅크린 채로 살짝 부풀렸다.

 자고 있는 바로를 구경하며 저들끼리 떠들고 있던 무리들은 조금 떨어져 자신을 부풀리고 있는 바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그 무리는 각 이구아나, 앵무새, 작은 돼지로 이루어져 있었고, 다들 하나같이 어딘가 정상적인 것만은 아닌 듯한 모양새였다.

 

 "너희들은 누구냐니까?"

 

 바로는 경계를 풀지 않고 또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구아나가 느릿느릿 한 발짝 나서며 본인들을 소개했다.

 

 "우리는 웬디 부인에 길러지고 있는 동물들이야. 보는 것처럼 다들 하나 같이 평범하진 않아."

 

 발가락 하나가 부족한 것을 보여주고 덧붙였다.

 

 "나는 여기서 후크라고 불려. 진짜 이름은 존이고."

 

 후크가 자신의 소개를 마치자 앵무새가 엉금엉금 걸어오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라이언이야. 본래 이름은 제니스고. 왜 라이언으로 불리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라이언은 자신의 머리 주변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리고 제일 뒤에 있던 미니피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오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는 테일러야... 본래 이름은 가쉬였지만... 난 꼬리가 없는데 왜 테일러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어."

 

 미니피그 테일러가 꼬리가 없는 엉덩이를 살짝 흔들어 내보이며 말했다.

 바로는 자신을 테일러라고 소개한 미니피그의 꼬리 없는 엉덩이에 넋을 놓고 보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며 물었다.

 

 "난 왜 여기 있는 거야? 나 분명 웬 아줌마가 나를 잡아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왜 너희가 있는 거지?"

 "그거야 우리가 네가 말한 그 '아줌마'인 웬디 부인과 지내고 있으니까."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란 바로는 펄쩍 뛰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여기, 네 위에 있어."

 

 고개를 들어 위를 향하자, 높은 탁자 위에 올라가 이쪽을 내려다보는 연갈색의 고양이가 보였다.

 그 고양이는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와 바로의 주변을 돌며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이러는데?"

 "가만 있어봐. 오랜만에 낯선 수컷 냄새나 좀 맡아보자."

 

 연갈색의 고양이는 당황하는 바로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킁킁대며 바로의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저기, 넌 왜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

 

 바로는 처음 보는 암고양이에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 암고양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바로를 관찰하기 바빴다.

 기다리다 지친 바로는 먼저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나는 바로야."

 

 연갈색의 암고양이는 바로가 이름을 밝히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바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암고양이의 태도에 더욱 당황한 바로는 살짝 뒤로 뺐다.

 이에 암고양이는 키득키득 웃더니 바로를 요염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캐럿이야. 태어날 때 털 색깔이 당근 같다고 지은 이름이래."

 "그렇구나."

 

 바로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 하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긴장하지 마. 우리들 모두 다 같은 입장이니까."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연갈색 암고양이 캐럿이 바로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또다시 캐럿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바로는 반사적으로 캐럿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너처럼 다 어디선가 잡혀왔다는 소리야. 아, 물론 난 빼고."

 "왜?"

 

 바로의 연이은 질문에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캐럿은 콧방귀를 뀌고는 설명했다.

 

 "난 웬디 부인의 저택에서 나고 자랐거든. 넌 이제 막 온 신참이라 잘 모를 테니, 내가 조언을 좀 해주자면, 여기선 말만 잘 들으면 호강할 수 있어. 너도 잘만 하면 최고급 참치 캔 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을 거야."

 

 캐럿은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도도한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캐럿이 사라지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던 다른 동물들이 하나둘 바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미안, 캐럿이 우리를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앵무새 라이언이 말했다.

 이에 미니피그 테일러가 후크의 말을 받아 이었다.

 

 "맞아. 우리랑 다를 것도 없으면서. 이곳에서 태어난 게 그렇게 잘난 거야?"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잘난 게 맞아. 우리완 다르게 특별한 곳이 없잖아."

 

 이구아나 후크가 조용히 반박을 했다.

 바로는 캐럿에 대해 토론하는 이들을 무시하고 무지 넓고 거대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안은 온통 붉은 계열의 벽지로 도배 되어 있었으며, 가구 역시 붉은 계열로 통일되어 있었다.

 일관된 색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는 듯 했지만, 한 편으로는 소름끼치고 어딘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온통 빨갛기만 한 방에 넋을 놓은 바로는 바로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바로라고 했지? 이곳 방 분위기는 신경 쓰지 마."

 

 후크가 지긋이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놓고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바로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빨간색이 너무 많은 탓에 눈에 피로를 느끼고 자꾸만 깜빡였다.

 이를 본 라이언이 바로의 얼굴을 자신의 날개로 가려주며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빨간 벽지에 집중하지 마. 미쳐버릴지도 몰라. 웬디 부인이 왜 이런 빨간색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맞아. 그래서 우리도 늘 우리끼리 마주보고 대화하려고 해."

 

 테일러가 라이언의 옆으로 다가와 거들었다.

 하지만 역시 적응이 되기란 쉽지 않았던 바로는 방을 가로질러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으로 향했다.

 다른 동물들이 어디 가냐고 물었지만 이미 온통 빨갛기만 한 방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던 바로는 대답할 힘도 없이 기진맥진했다.

 

 "조심해! 웬디 부인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터벅터벅 걷는 바로가 벌써 저만치 걸어갔을 때 등 뒤에서 라이언이 외쳤다.

 하지만 바로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힘없는 걸음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었다.

 이를 본 라이언이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에 물었다.

 

 "어쩌지? 쟤 저러다 무슨 일 날 거 같지 않아?"

 

 뒤를 돌아본 라이언의 시선엔 무표정한 후크가 멀뚱멀뚱 서 있었다.

 

 "글쎄. 이제 막 들어왔으니 사고를 친 후에 어떻게 되는지 미리 겪게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라이언의 걱정에도 후크는 초점을 어디다 두는지 모를 얼굴로 무관심하게 말했다.

 이에 테일러는 후크의 뒤에서 조용히 나오며 라이언의 곁으로 가, 그의 걱정에 동의했다.

 

 "라이언의 말이 맞아. 우리한테 불똥이 튈지도 모르잖아."

 

 후크는 고개를 테일러를 향해 돌리고 멍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선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는 건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는 거 알잖아."

 

 그 말에 라이언과 테일러는 조용히 침묵했다.

 이에 후크는 그들이 자신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이어했다.

 

 "우리도 처음 여기로 왔을 땐 캐럿의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 그러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친구를 보곤 마음을 고쳐먹었지."

 

 후크의 말을 듣고 있던 라이언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고, 테일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로 경악했다.

 

 "저 친구도 그렇게 되면 어떡해? 난 그런 모습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걱정 마. 같은 고양이인 캐럿이 알아서 하겠지. 아까 조언해주던 거 봤잖아."

 

 후크의 말에 라이언이 살짝 날아올라 후크의 등 위에 올라탔다.

 

 "후크의 말이 맞아. 확실히 우리가 처음 왔을 때의 반응과는 조금 달랐어. 아마 캐럿이 알아서 할 거야."

 "정말 그럴까?"

 

 테일러는 여전히 두려움에 가득 차 울음 섞인 목소리로 확인을 받으려 했다.

 이에 후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끼어들었다.

 

 "저 친구가 온 뒤로 사건이 끊이질 않을 것 같아. 캐럿의 행동에도 무언가 변화가 올지도 모르지."

 

 라이언과 테일러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후크를 돌아봤다.

 그러자 후크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라이언과 테일러를 한 번씩 번갈아 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캐럿이 그랬잖아. '오랜만에 수컷 냄새 좀 맡아보자'고. 분명 우리가 오기 전 이곳엔 어떤 수고양이가 있었고, 그 고양이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선뜻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을 말해준 것도 이상하고."

 

 이 말이 끝나고 라이언과 테일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부 직접 몸으로 익히는 수밖엔 없었던 것이다.

 후크는 라이언과 테일러가 조용한 것을 보고 덧붙였다.

 

 "그리고 웬디 부인이 어째서 고양이들은 멀쩡한 애들로만 데려오는 건지도 궁금하고."

 

 후크의 질문에 라이언과 테일러가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바로가 향했던 곳에서 웬디 부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후크와 라이언, 그리고 테일러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소리가 난 쪽을 힐끔 쳐다볼 뿐, 그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앵무새 라이언이었다.

 

 "무슨 일인지 보러 가볼까?"

 

 이에 후크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러든가. 대신 그 후의 일은 내겐 아무 책임도 없다."

 

 이 말을 들은 라이언은 자신의 집과 소리가 났던 방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 양쪽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이를 옆에서 잠자코 보고만 있던 테일러가 라이언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새 친구가 걱정 되지 않아?"

 

 테일러의 질문에 라이언은 입을 뻐끔거리다 역으로 질문했다.

 

 "음. 걱정 안 된다고 하면 믿을 거야?"

 "네가 걱정이 안 된다면 지금 이렇게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었을 거야. 그렇지?"

 

 테일러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되묻는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곧 테일러도 눈을 크게 뜨고 자기 자신에게 놀란 표정이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라이언 미안해.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네."

 

 테일러는 급히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버리더니, 주둥이만 빼꼼 내밀고 라이언이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가족이 늘었는데 걔가 조심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이에 라이언은 인상을 찌푸리며 테일러의 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테일러, 넌 참 소심한 듯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구나. 자신 있게 말하면 좀 좋아?"

 

 하지만 테일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내밀었던 주둥이를 다시 집어넣을 뿐이었다.

 그때, 조금 전 소리가 들렸던 곳에서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다.

 라이언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자마자 이렇게 집안을 시끄럽게 만드는 녀석은 또 처음이네."

 

 라이언은 살짝 날아올라 소리가 났던 쪽으로 향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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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7 0 8558   
4 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2 0 9188   
3 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7 0 8902   
2 첫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0 0 9598   
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51 0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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